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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3

        

       *** ***

         

       “칠요속성의 영약이 필요하시다 들었습니다. 점창에서는 극단적으로 치우친 영약은 제조하지 않지만…양 속성의 영약을 조제하고자 하면 조제할 수 있지요. 영단의 조제에는 넉넉잡아 한 달 정도가 소요될 것 같으니 그때까지 수남산의 정기를 쐬는 것이 어떻습니까?”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내가 도박 외 기술을 익히지 않는 이유도 저런 점 때문이었다. 도박은 돈만 꼬라박으면 어떻게든 빠르게 도박기술을 연마할 수 있지만 다른 것들은 정말 땀과 시간과 돈을 박박 갈아 넣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영약 하나 만드는데 1개월이나 걸리냐고 말할 수도 있는데…영약 하나 만드는데 한 달이면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속도라 할 수 있었다.

         

       아마 운 좋게 필요한 재료들을 다 보유하고 있었고 내 편의를 봐준다는 의미에서 약당에 있는 단약사들을 다 투자해 주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기술을 하나 대성한다는 의미는 무공 외의 인생을 전부 다 기술숙련에 갈아 넣는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암묵적으로 점창파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이 한 달이 되었다 할 수 있겠군. 뭐 더 머무르려면 머무를 수 있겠지만 혁기린은 이 점창파에서도 필요한 인재. 한 달이나 나와 흑묘의 수련을 봐 주는 것만 해도 점창파에서는 큰 투자다. 거기에 영약까지 받아먹고 더 머무르겠다고 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지. 

       

       그렇게 점창파의 체류기간이 정해지고 3일이 흘렀다. 

         

       “흐어억. 흐어억..!”

         

       나는 청소년 나이대의 점창파 제자들 사이에 섞여서 단련을 받고 있었다. 현재는 네발걸음으로 점창파 연무장을 도는 중이었다.

         

       그냥 네발걸음도 아니고 드라군 자세로 네발걸음 중이었다. 점창에서는 자라걸음이라 부르는 단련동작이었는데 이 점창 청소년 친구들은 이미 이골이 났는지 어지간한 사람이 뛰는 속도로 연무장을 달리고 있었고 나는 필사적으로 꽁무니를 쫒고 있었다.

         

       혁기린은 내게 수행능력과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이렇게 몸으로 겪게 되니 이해가 갔다.

         

       사실 이 점창파 청소년들과 나의 신체능력치는 비슷비슷하다. 이 나잇대 점창파 제자들이 어느 정도의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을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니까. 나와 함께 수련하는 제자들은 15~20세 사이고 경지는 모두 일류.

         

       그런데 지금 점창파 제자들과 나의 속도 격차는 현격하다.

         

       이 자라걸음이 내가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겠지. 능력치 상의 근력이란 결국 전신근육의 종합평균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평범한 단련에 속하는 달리기, 팔굽혀펴기, 뜀뛰기, 마보 등에서는 다른 제자들과 비슷한 역량을 보이지만 이렇게 특정 단련에서는 사정없이 뒤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압도적 꼴찌로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꽁무니에 붙자 곧바로 다음 호령이 떨어졌다.

         

       이 청소년 제자들의 우두머리. 창민이라는 녀석이었다. 도사가 되면 차기 후예십시로 꼽힐 녀석이란다.

         

       “자, 직보!”

         

       “직보!”

         

       직보는 무슨 동작이냐? 다리를 완전히 일자로 찢는 자세다. 그 상태로 다리 힘만으로 다시 몸을 들어 올려 반대편으로 다리를 찢기를 반복한다.

         

       “으아악!”

         

       내가 가장 싫어하는 동작이기도 하지. 시바 아무리 무협이라도 다리를 찢었다가 다리 힘으로 몸을 들어 올리는게 말이 되니?

         

       근데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을 꽤 많이 본거 같긴 해.

         

       “어허, 낭인님 땅 짚지 마십쇼.”

         

       “아아악!”

         

       내가 기껏해야 다리를 열 번쯤 찢었을 때 다른 제자들은 연무장을 한 바퀴 돌고는 멀뚱히 나와 창민을 바라보는 상황.

         

       “자, 검술 수련하러 검술동으로 이동한다.”

         

       우르르 이동하는 제자들을 눈으로 본 창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낭인님. 힘든건 아시겠지만 하나하나 동작을 정확히 하셔야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게 가랑이에 감각이 없어질 때 즈음에서야 연무장 한 바퀴가 끝났다. 사실 이 직보는 어제까지만해도 단련의 중간 동작이었는데 나 때문에 맨 마지막으로 밀렸다.

         

       “으어어~ 반 각만 쉬다 가자.”

         

       “그러시지요.”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진짜 가랑이와 골반이 뒤틀리는 이 고통은 뭐라고 형용할 수가 없다. 이건 의지력으로 해결이 안 되는 부류라고 오직 휴식만이 답이다.

         

       새벽에는 전체적으로 무공을 점검하고 오전에는 검술의 형을 다듬으며 동시에 묘리의 숙련도를 높였다. 중식을 먹고 오후의 한 시진 정도는 회피 훈련을 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본산으로 올라와 점창파의 다른 제자들과 체력훈련 겸 신체고문을 한 뒤 석식을 먹고 운기조식과 휴식을 취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잔다.

         

       “가자.”

         

       “예.”

         

       창민이는 입꼬리를 씰룩이며 내 뒤를 따랐다. 나를 보고 웃는 것은 아니고…

         

       “아, 선배. 오늘도 수련은 잘 마치셨나요.”

         

       “오냐.”

         

       “오늘도 부족한 선배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군요. 소협.”

         

       “아닙니다. 여일예 사저의 은인은 저희 점창의 은인이지요.”

         

       창민이가 목소리를 착 깔며 포권을 해 보였다.

         

       뭐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다. 아니 20할 이해해 줄 수 있는 일이었다. 창민의 나이가 올해 18세. 한창 피끓는 나이에 산속에 콕 처박혀 무공만 죽어라 수련하고 있는데 흑묘 같은 미녀가 나타났다?

         

       정신 못 차리는게 당연하지.

         

       내가 열 여덟 살 때 흑묘 같은 여자를 만났다면 지금의 창민이보다 두 배는 더 무게를 잡을 자신이 있었다.

         

       “후후, 잘 부탁해요. 선배. 선배도 빨리 들어오시고요.”

         

       먼저 숙소로 들어가는 흑묘의 뒤태를 넋을 놓고 바라보는 창민이의 뒤통수를 때려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 준 뒤 숙소의 긴 의자에 냅다 몸을 던졌다.

         

       “아이고 죽겠다….수련은 잘 돼가냐.”

         

       “혁기린 대협이 괜히 대사형이 아닌가봐요. 금방금방 느네요.”

         

       “그럼 다행이고.”

         

       3일째 개고생을 하고 있음에도 변화를 하나도 모르겠는 나와 달리 흑묘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흑영기공의 형태가 날이 다르게 바뀌고 있다고 해야 할까.

         

       뭐 흑묘의 재능이야 범상치 않겠지. 일단 무협지에서 ㅇㅇ지체라는 말이 붙으면 일단 재능이 남다른 것이 국룰이니까. 거기에 독학으로 절정의 끝자락에 도달했으니…

         

       에이 비교해봐야 입맛만 쓰지.

         

       어차피 이몸 호천안. 언젠간 이 무림천하의 최고수가 될 몸. 마음을 크게 먹자.

         

       “선배. 슬슬 시간이에요.”

         

       “흐어어…가자. 혁기린 대협은?”

         

       “오늘은 뭔가 일이 있다고 좀 일찍 올라갔어요.”

         

       저녁을 해결하고 있자니 아이들이 우르르 다가왔다.

         

       “낭인님! 낭인님! 오늘도 기도를 하시나요?!”

         

       “오늘 가장 일찍 일어나서 이불도 갰다고요!”

         

       “음.”

         

       나는 반짝거리는 아이들의 눈빛에 둘러 싸인 채 고민했다. 이거 혁기린도 없는데 나 혼자서 마술공연을 해도 괜찮으려나.

         

       뭐 아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주는건 별로 문제는 아니었다. 문제는 아이들에게 쥐여 줄 당과지. 엄밀히 말하면 마차에 보관되어 있는 당과는 혁기린의 물건이다.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해도 혁기린은 잘 했다고 하겠지만…

         

       “….오늘은 기도 안 하나봐…”

         

       “이잉…검술 수련도 열심히 했는데…”

         

       아이들이 시무룩해가지고 바닥만 쳐다보는데 엄청난 죄책감이 느껴졌다.

         

       “한다 해! 식사 시간 끝나고. 지객당 앞에 모여 있거라!”

         

       “와아!”

         

       “당과를 먹겠답시고 석식 남기는 녀석들은 후예님이 당과를 주지 않으실 거다!”

         

       “어서 먹어!”

         

       “해치워!”

         

       전투적으로 식사를 시작한 아이들을 보고 한숨을 내쉰 나는 꼼짝없이 마차에 들려 당과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음…이제 얼마 안 남았네.”

         

       아이들에게 하루에 하나씩 준다고 해도 이틀치 공연이 가능한 수준?

         

       이건 혁기린이랑 상담 좀 해봐야겠군.

         

       아무튼 애들에게 덜렁 당과 하나 주고 끝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마술공연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사실 골패 마술은 굳이 준비가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있어 직관적이지가 않지.

         

       그렇다고 뭐 답이 있는 건 아니었다. 내 마술은 어디까지나 도박 기술의 응용. 골패나 주사위 야바위등과 관련되어 있지 않다면 일반 곡예단과 다를 바 하나 없다고 할 수 있지.

         

       지난 이틀은 맨손에서 당과가 나오는 것으로 때웠지만 뭐 오늘은 야바위로 하는 수밖에. 당과가 동그란 형태라 다행이다.

         

       “흑묘야! 책상 좀 하나 꺼내서 배치해줘!”

         

       “알았어요.”

         

       그렇게 머릿속으로 마술에 대한 구상을 끝내고 지객당 앞으로 나갔더니.

         

       “와 낭인님 오셨다!”

         

       “허허허.”

         

       아이들 사이에 혁기린과 함께 웬 진인 한분 서 계셨다.

         

       “어…선사님께서는?”

         

       “허허허. 본인은 사공현이라는 도사입니다. 부족하나마 이 아이들이 지내고 있는 활도당을 관리하고 있지요.”

         

       “아…”

         

       내 머리에서 비상신호가 울리기 시작했다. 지난 이틀간의 마술공연 내용이 머릿속으로 주르륵 지나갔다. 후예와 연결되는 신통력이 있다느니 후예가 당과를 내려준다느니…

         

       책을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힐 수 있는 내용이었다.

         

       “저, 선사님…하하. 아시지요? 후예님을 언급한 것은….”

         

       사공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듯이 눈썹을 한번 까닥였다.

         

       “선사님 선사님! 낭인님은 후예님과 연결되는 신통력을 부린대요!”

         

       “막막! 후예님이 주셨다는 당과가 막! 손에서 나타나고 그래요!”

         

       얘들아 눈치챙겨. 잘못하면 오늘부터 마술공연 박살난다.

         

       내 속마음과는 전혀 다르게 사공현에게 내 사칭행각을 모두 까발리는 아이들. 혁기린은 뒤에서 쓴웃음을 짓고 있었고 내 등은 식은땀으로 축축해지고 있었다.

         

       “무량수불…도우께서 오해하시는 점이 있으니 우선 바로 잡겠습니다.”

         

       “경청하겠습니다! 선사님!”

         

       “허허, 점창은 도교(道敎)를 기반으로 두고 있으나 도사와 제자들을 강제하는 교리 같은 것은 없습니다. 유가의 사상은 기본적으로 다신이며 딱히 신이 아닌 사람을 모시는 경우 역시 도교에 포함되어 있지요.”

         

       내가 눈을 껌뻑이고 있자 혁기린이 정리해 주었다.

         

       “한 마디로 낭인께서 신통력이 있다 주장하더라도 점창파에서 제지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낭인분께서 그 신통력이 있다 주장하는 행동을 통해 혹세무민을 한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요.”

         

       “무량수불…”

         

       “이해했습니다. 설명 감사합니다.”

         

       “후후후..본인은 도우님을 탓하고자 이곳에 온 게 아닙니다. 갑자기 아이들이 너무 기특하게 행동하지 뭡니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스스로 수련에 매진하고…아무리 타이르고 설득해도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이 갑자기 변한 원인을 알고 싶어서 이 자리에 왔지요.”

         

       으음. 별 문제 없는 모양이다. 사실 내가 너무 과도하게 걱정한 것일수도 있다. 진짜 문제되는 행동을 했다면 혁기린이 귀띔이라도 해 줬을 테니까.

         

       “으음…저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뿐입니다. 선사님께서 기대하실만한 비결 같은 것은…”

         

       “허허. 도우께서는 부담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역시 그저 도우님의 신통력을 구경하러 온 객에 불과하니까요.”

         

       진짜 도를 닦는 도사님의 입에서 신통력이라는 말이 나오니 얼굴이 절로 붉어졌다.

         

       이것이…수치심인가? 갑자기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어졌다.

         

       그러니까…나는 오늘 진짜 덕망 높은 선사님 앞에서 아이들에게 ‘크헤헤, 봐라 후예님과 소통하는 이몸의 힘을! 이것이 이 호천안님의 신통력이다 짜잔! 쿠쿠루삥뽕!’을 해야 한단 말인가?

         

       오, 세상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진짜 도사님 앞에서 가짜 신통력 부리기!

    호천안은 수치를 이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22/08/11일 86~104화 리메이크가 적용되며 화수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104화 이후에 내용을 감상하시던 독자님들은 2편이 삭제되며 내용이 당겨졌으니 2회 뒤로가기를 누르시면 제 진도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변경 내용이 궁금하신분은 공지 참조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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