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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3

       패러데이 게임스의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대흥행을 이뤘던 스트리머 대회, 언터처블스.

        

       그 영광스러운 초대 우승자 중 한 명이었던 레반은, 방송 준비도 멈춘 채 눈살을 찌푸리며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료(였던 사람)으로부터 온 톡 탓이었다.

        

       [이예나: 혹시 기타 좀 치시나요]

        

       대체 무슨 의미일까.

        

       기타를 칠 줄 아냐 모르냐로 묻는다면, 알기는 알았다. 허세를 부리는 걸 싫어하는 그로서도, ‘좀’ 치냐는 질문에 ‘못 치지는 않는다’ 라고 대답하더라도 낭패를 볼 일은 없는 수준이라고 자평할 수는 있었으니.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을 텐데.

        

       일반적으로 던지는 질문이 아니지 않나. 기타 좀 치시나요, 라니. 만약 스몰 토크를 시도하는 거라면, 악기 하시는 거 있나요- 라고 물어보겠지. 굳이 기타를 쿡 집어서-

        

       레반은 고개를 가벼이 저었다. 이예나와 관련된 일은, 생각을 깊게 하면 할수록 더 꼬이곤 했으니. 차라리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게 백배 나으리라고, 그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벌칙 결정권을 저 사람에게 넘겨줬던가.

        

       순간적으로 울컥해버린 승부욕을 억누르지 못한 자신이 새삼 원망스러웠다.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분명 다시 같은 반응을 보이겠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예나는 사람의 버튼을 누르는 데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나오나보다도 더.

        

       ‘혹시, 벌칙으로 할 컨텐츠랑 관련된……아니, 그렇게까지 컨텐츠 고민할 사람은 아닌데. 뭐지, 진짜.’

        

       이런 저런 단어들과 기호, 이모티콘을 조합해서 화면 위에 띄우다가- 모두 삭제했다. 남은 메시지는 [칠 줄은 압니다]라는 무미건조한 세 마디뿐이었다.

        

       진짜 왜 물어보는 건지.

        

       풀리지 않는 의문을 던져서 자꾸 생각나게 만드는 기법이라면, 대성공이었다.  

        

       뒤풀이에는 오는 걸까.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인지, 정말로 궁금해지는데.

        

       하지만 부담을 가지지 말라고 한 마당에 다시 채근하듯 물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부담을 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진심이기도 했고.

        

       레반은 흘긋, 시선을 돌려 부계정으로 로그인한 트위트 화면을 확인했다. 언제부턴가 생소한 화면만 썸네일로 띄우고 있는 이예나의 방송.

        

       무슨 게임인지야 알고 있었다. ‘아따먹 이 텐련이 대회 끝나고 나오나를 한 판도 안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제발 한 마디 좀 해주세요’ 따위의 하소연을 하기 위해 레반의 방송에까지 찾아온 그녀의 시청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던 탓이다.

        

       왠지는 몰라도……무슨 도장깨기 중이라고 했던가.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캠 공개를 건.

       

        캠이라.

        

       레반 자신의 정규 방송시간까지는 아직 30여분이 남아있었다. VR장비를 착용하는 등의 준비를 하기야 해야겠지만, 뭔가 틀어 놓는 정도는 괜찮을 터.

        

       ‘잠시 방송을 확인해보면,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 생각과 함께 마우스를 움직이려던 순간, 손에 쥔 핸드폰이 가벼이 진동했다.

        

       [이예나: 오]

       [이예나: 역시]

       [이예나: 혹시 불도 좀 좋아하시나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 * * *

         

       야트막한 언덕에 내리 깔리는 석양의 품에서 자그마한 불씨가 피어올랐다.

        

       생활감이 느껴지는 천막. 나란히 늘어선 낚싯대. 그리고, 꼬챙이에 꿰인 채 모닥불 위에서 타닥타닥 소리와 함께 익어가는 고기들까지.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형상화한 듯한 그 풍경 속에서, 두건을 뒤집어쓴 남자가 모닥불 앞에 앉아 있었다. 이따금씩 손을 움직여 장작을 던져 넣고, 구워진 고기를 입으로 옮기며.

        

       “평화롭네요.”

        

       『평?화』

       『사람이 백 명은 죽은지 5분도 안 지났어요 선생님』

       『어케했냐 진짜로』

       『손에서 아직 피냄새도 안 빠졌겠는데』

       『제국이 뭘 그렇게 잘못했냐!』

       『캬 이게 불멍이지』

        

       절로 나온 감상에 동의를 표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다들 캠핑을 안 해봐서 그런가. 이게 또 그 맛이 있는 건데.

        

       그래도, 한 명이라도 있으면 만족한다. 원래 캠핑은 조금은 외로운 취미니까. 자기도 캠핑에 관심있노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8할은 막상 가자고 하면 망설이고, 결국 함께 한 사람들도 재방문 의사를 표하는 경우는 드물더라. 경험으로 체득한 슬픈 진실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현대 문명이 제공하는 편의에는 중독성이 있으니. 그래도……그로부터 벗어나 느끼는 불편함에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데.

        

       모든 것이 다 차려진 캠핑장 따위가 아닌, 야생에 가까운 숲 속 캠핑장에서 터를 확보하고 모닥불을 피우는…….

        

       더 로그의 제작자는, 그런 자연 속 생활에 제법 진심인 사람임이 분명했다. 저 불이 흔들리는 디테일만 봐도 알 수 있지.

        

       불이 약해진다 싶어, 옆에 놓인 부지깽이를 잡아 불길이 넘실거리며 핥고 있는 장작을 슬쩍 들쑤셨다. 이제는 능숙해진 컨트롤이다. 손까지 불에 딸려 들어가서 허망한 죽음을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진짜 엊그제였던 것 같기도 하고.

        

       “이번 파밍은 제법 맛이 있었어요. 부지깽이도 먹었고. 왠지 이 부지깽이를 쓰면 산소가 더 잘 유입되는 느낌인데……그렇지 않나요.”

        

       『파밍겜 아니야……』

       『부지깽이(백인대장의 검)』

       『이 좃망겜 언제까지 하나요』

       『캬 갬성 쥐긴다』

       『하늘 한 번 봐주세요』

        

       뭘 좀 아는 사람도 왔네. 마우스를 위로 스윽 밀자, 어느 새 해가 지고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시야에 담겼다.

        

       뿌연 연기가 살짝 올라오는 디테일이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DLC……안 팔려나.

        

       -황제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뭐? 또 졌어? 이번엔 아주 전멸을 했다고!】

        

       『추격대 아직도 남았나?』

       『다 합하면 천 명은 죽인 거 같은데』

       『이쯤 되면 얘가 마왕 아닌가 싶고 그럼……』

       『왜 도적이나 하고 있냐고』

       『그래도 전투가 나름 보는 맛이 있어』

       『크흑 그저 세계 평화를 위해 마왕을 죽이려 하던 황제니뮤ㅠㅠ』

        

       아, 추격대. 게임에 몇 번째 공격까지 구현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그러고 보면 슬슬 야습이 올 타이밍이기는 하다.

        

       조금 더 여유를 만끽하고 싶기는 한데.

        

       다음 공격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평화란 강자만의 특권이라는 듯이, 적은 한 번 격퇴할 때마다 5할 이상 늘어난 지원군과 함께 찾아왔으니.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지금 용사파티로 바로 뛰면 끝날 것 같음 은근 가까워짐】

        

       그러려나. 하긴, 언제부턴가 미니맵에 화살표가 뜨고 있기는 하다. 저 쪽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다……대충 그런 표식이겠지.

        

       채팅창에서 열렬히 동의를 표하는 걸 보면, 정말로 가깝긴 한가 본데.

        

       의도한 건 아니었다. 교전과 후퇴, 그리고 사냥을 반복하며 좋은 터를 찾다 보니 이렇게 되었을 뿐이니.

        

       정교한 레벨 디자인의 보이지 않는 손에 유도당한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어쩐지 더 합류하기 싫어지네.

        

       “하지만……용사파티는 이미 도적의 희생에 감사하며 마왕을 잡으러 떠나지 않았을까요. 지금 갑자기 등장하는 건 장례식장에서 부활하는 느낌인데.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그래.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니까.

        

       키보드를 조작해 보조장비를 꺼내는 커맨드를 입력했다.

        

       화면 속 분신이 품에 손을 넣어, 세심히 세공한 장비를 꺼내 든다. 가늘고- 또, 짧게 다듬어진 작은 나무토막.

        

       『아니지?』

       『오 이 겜 연주도 돼? 갓겜이네;』

       『멈춰』

       『크 아 아 아 악』

       『제발 음악은 그냥 틀어주세요』

       『왜 갑자기 다 정신이 나감??』

       『추격대!! 추격대애!!!!!!!!!!』

       『제발 제국의 마지막 군세를 늦기 전에』

        

       나름 긴 시간을 투자한 덕분에 제법 그럴듯한 외관을 만드는 데 성공한 피리다. 안타깝게도 연주하는 기능은 없지만.

        

       연주는 현실에서 내가 하면 그만이기는 하겠으나……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이런 건 또 합주가 그만이니까. 피리와 오카리나의 합주를 선보일 수도 있었는데.

        

       관악기 듀엣은 의외로 나쁘지 않다. 현악기나 타악기가 합류하면 더 좋지만.

        

       마침, 어쩐지 생긴 게 기타 치게 생겼던 레반이 역시나 기타를 칠 줄 안다고 하기도 했으니……류트를 담당해주면 딱일 것 같은데, 해주려나.

        

       이 게임, 멀티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아……DLC로도 없네. 왜 없을까.

        

       제작사에 메일 보내기를 머릿속 한 켠의 할 일 목록에 적어 두었다. 어째 목록이 계속 길어지는 것 같기는 하지만……차차, 처리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앞섰다.

        

       나쁜 습관이다. 이것저것을 모두 미래의 나에게 떠넘기는.

        

       메일을 떠올리자, 기억의 한 편에서 무언가 간질간질한 게……뭔가 과거의 내가 떠넘긴 일이 또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방종하면 간만에 이메일 함을 확인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과업 따위에 심력을 소모하고 싶지 않다.

        

       손을 움직여 피리를 입에 댔다. 모션은 없지만, 이 정도면 제법 그림이 되지 않나.

        

       일렁이는 불길과, 반짝이는 강물. 그리고 타닥타닥, 타오르는 소리.

        

       오랜만에 한 곡을 선보이기엔 과분할 정도의 무대다. 혼자 연주하기엔 더더욱.

        

       합주를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 그러고보니, 뒤풀이 한다고 얘기했나요. 제가 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것도 나중에 생각해야지.

        

       지금은, 오카리나 연주 실력을 자랑할 시간이다. 나름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추격대 쿨타임 생각하면, 5곡……아니, 6곡 정도는 할 시간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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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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