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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3

       키엘은 올리비아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차디찬 북부에서, 훗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던 그때를.

         

       올리비아에 대한 감정은 아직도 추스르지 못했다. 그래서 북부까지 찾아가 올리비아를 설득했다. 특별한 추억이 있는 에우란을 같이 거닌다면, 분노를 추스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었기 때문이다.

         

       ‘내 잘못이다.’

         

       그녀를 데려오지만 않았다면, 에우란으로 같이 가자고 설득하지만 않았더라면, 올리비아가 저렇게 고통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무력하고, 또 무력했다.

         

       올리비아는 둘을 제압했지만, 아직도 넷이나 남았다. 세계수의 축복 탓에 그들의 상처는 금방 멀쩡해졌다.

         

       제압된 이들도, 이대로라면 몇 분 안에 깨어날 것이다.

         

       “……제발.”

       

       키엘은 더 이상 올리비아를 지켜볼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빌었다.

       회귀자들에게, 제발 이 끔찍한 짓을 멈춰달라고 빌었다.

         

       그들이 멈추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빌었다. 머리는 땅에 닿았고, 눈에 실핏줄이 올라왔다.

         

       두렵다. 두려워서.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서.

         

       죽어버린다. 죽고 만다.

         

       “……제발!”

         

       올리비아의 귓가에, 그런 절규가 들려온다.

         

       하지만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태고의 지팡이의 지속 시간이 다했고, 덕분에 마법의 위력이 크게 감소했다. 이대로라면 영역이 깨지는 것도 시간 문제일 것이다.

         

       “고통은 없을 것이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온 암주의 장포가 크게 펄럭거리더니, 날카로운 암기처럼 날아든다. 그림자는 빛으로 없앨 수 있지만, 장포는 빛으로 없앨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코앞까지 다가온 장포를 향해 올리비아가 손을 내민다.

         

       쩌어엉!

       

       암주는 자신의 장포가 그대로 얼어붙는 것을 보았다. 냉기는 장포를 타고 올라, 어느새 암주의 신체를 잠식하려 들고 있었다.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

         

       장포가 그대로 터져나갔다. 암주가 곧바로 장포를 잘라내지 않았다면, 그의 왼팔도 같은 꼴이 되었을 것이다.

         

       허공을 딛고 선 암주가 올리비아를 사납게 노려본다.

         

       강하다. 하지만 그래봤자 인간이다.

         

       아가레스나 벨페고르처럼 무식한 회복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단도는 올리비아의 여린 살갗을 단숨에 파고들 수 있다.

         

       올리비아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그녀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두 드래곤 로드도, 혁명가도 아닌 암주였다.

         

       단도에 맺혀 있는 극독.

         

       저것에 스치기라도 한다면, 이 싸움은 그대로 끝나버릴테니까.

         

       ‘방금 거기서 끝냈어야 했는데.’

         

       암주가 장포를 곧바로 벗어던질 줄은 몰랐다.

         

       이곳에 오기 전, 멜리나에게 뭐라고 했었더라. 걱정 말라고. 아무 일도 없을거라고 했었는데.

         

       지금 상황을 봐서는 도무지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무언가 극적인 변화가 있지 않고서야 이대로 끝날 것이다. 수없이 많이 경험해봤기에 안다.

         

       여섯을 상대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다.

         

       – 그럼 죽이면 되잖아.

         

       마치 본능처럼, 그런 생각이 올리비아의 뇌리를 잠식했다.

       

       다음 순간.

         

       짜악!

         

       전투와 어울리지 않는 소음이 울려퍼졌다. 갑작스런 상황에, 암주의 얼굴이 일순 당황으로 물든다.

         

       “……무슨.”

         

       올리비아였다. 그녀의 오른 뺨이 빨개져 있었다. 스스로 뺨을 후려친 것이다.

       

       올리비아가 사납게 암주를 노려본다.

         

       “……나한테 무슨 개짓거리를 한거야.”

         

       올리비아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이런 종류의 환각은 들어보지 못했다. 이건 환각보다는 오히려 악마들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녀는 정점에 도달한 마법사. 그 어떤 악마도, 심지어는 마왕조차도 감히 그녀의 정신을 침범할 수 없을 지인데.

         

       어째서.

         

       몸이 무거워진 것이 무수한 디버프 탓인줄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관절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조종당하는 듯한 감각.

         

       올리비아는 이질적인 감각에 저항하기 위해 온 몸에 힘을 주었다.

       

       쩌저저저적!

       

       다시 냉기가 퍼져나간다. 하지만 태고의 지팡이가 있을 때와 비교하자면 위력이 한참 부족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마력도, 드래곤 로드들이 대기의 마나를 잠식하자 점점 그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양 팔에서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로브는 군데군데 찢어졌고, 곳곳에 붉은 핏물이 묻어 있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올리비아가 회귀자 셋을 상한선으로 정해놓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수백 번, 수천 번도 넘게 싸워 봤기에 안다.

         

       피해 없이 제압할 수 있는 것은 두 명이 한계다. 세 명을 상대하게 되는 순간, 눈알이든, 팔이든, 다리든. 신체의 어느 한 군데를 내어 줘야만 이길 수 있었다.

         

       지는 것이 예정되어 있던 싸움. 하지만.

         

       적어도 오늘 죽어줄 생각은 없었다.

         

       회귀자들의 모든 공격에 지독한 살기가 담겨 있음에도, 올리비아는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단서 #9의 주인은, ‘화이트 드래곤 로드’입니다.]

         

       얼리고, 터뜨리고, 부쉈다. 갈수록 신체 곳곳에 상처가 늘어났고, 감각은 둔해졌다.

         

       집중력이 흐트러진 올리비아의 마법에 생긴 틈을, 암주가 정확히 파고든다.

       

        푸확!

         

       날카로운 단도가 올리비아의 복부를 관통했다. 올리비아는 마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가까스로 암주에게서 벗어난다. 불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상처부위가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피가 쏟아진다.

         

       시야가 순식간에 아득해진다.

       

       올리비아는 화염을 이끌어내 상처부위를 지졌다. 피가 흘러나오는 것은 막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 방편에 불과했다.

         

       [‘히드라의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욱씬!

         

       극독이 혈관을 타고 심장에 도달하자, 심장이 터질 것처럼 울렁거린다. 귀, 눈, 코, 입……. 몸에 모든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당하고만 있을 올리비아가 아니었다.

         

       ‘……한 놈만 더.’

         

       암주의 공격은 허용했지만, 그래도 대마법을 캐스팅할 시간은 벌었다.

         

       이마에 흘러내린 피가, 벽안 옆으로 흘러내린다.

         

       비틀거리는 올리비아의 모습을 본 카르시안이 환호했다. 히드라의 독에 중독되었다면, 올리비아를 쓰러뜨리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 갈수록 마력의 통제력을 잃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마법 자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잘했……!]

         

       오싹!

         

       카르시안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츠츠츠츠츠츠츳!

         

       올리비아의 주변에, 가공할 양의 마력이 모이고 있었다.

         

       ‘……분명 독에 중독되었을텐데?!’

         

       올리비아는 한 손을 앞으로 뻗어, 마치 걸레를 짜듯 주먹을 비틀어쥔다.

         

       올리비아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걸린다. 카르시안이 다급히 소리친다.

         

       [당장 막……!]

       “이미 늦었어.”

         

       꽈드드드드득!

       

       공간축이 올리비아의 손길에 따라 비틀린다. 카르시안의 몸체를 구성하고 있던 뼈가 부러지고 충혈된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부풀었다. 육체가 걸레처럼 짜여지고, 전신의 혈관이 터져나간다.

         

       [끄아아아아아아-!]

         

       카르시안의 의식이 꺼지는 순간, 올리비아 또한 마법을 중지했다.

         

       [단서 #10의 주인은, ‘레드 드래곤 로드’입니다.]

         

       “꼴이 좋……우욱!”

         

       올리비아가 다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혈액이 역류하고 있었다. 손틈 사이로 혈액이 분수처럼 솟구친다.

         

       [현재 ‘히드라의 독’에 중독된 상태입니다.]

         

       길어야 3분, 아니. 1분. 어쩌면 그보다 적을지도.

         

       올리비아는 삐걱거리는 몸을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다음 순간 거짓말처럼 고개가 바닥으로 꺼진다.

         

       ‘한 놈만 더…….’

         

       의식이 끊긴다. 붉어진 시야를, 어둠이 집어삼킨다.

         

       거의 동시에 올리비아의 신형이 추락했다. 붉게 물든 백발이, 바람에 힘없이 나풀거린다.

         

       [당신을 적대하는 회귀자들에게 제압되었습니다.]

       [생존 시, 퀘스트가 완료됩니다.]

       .

       .

       .

       [‘역제압’이 활성화됩니다.]

       [단서 #10을 획득합니다.]

       .

       .

       .

       [단서 #11의 주인은, ‘연쇄살인마’입니다.]

        

         

       *****

         

         

       “그래서, 너희가 해야 할 것은…….”

         

       올리비아의 제자들을 가르치던 멜리나가 눈을 부릅떴다.

         

       손에서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그를 이상하게 느낀 제자들이 묻는다.

         

       “……금탑주님?”

         

       멜리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급히 가슴팍에 매어두었던 펜던트를 꺼내들었다. 펜던트에는 올리비아의 벽안을 닮은 사파이어가 달려있었다.

         

       쩌저적.

         

       멜리나는 놀란 눈으로 사파이어를 보았다. 사파이어는 금이 가다 못해, 파편처럼 부숴지고 있었다.

         

       이것은 평범한 펜던트가 아니었다. 올리비아의 생명력과 연동되어 있는 아티팩트였다.

         

       펜던트를 쥔 손이 벌벌 떨렸다.

       

       “아, 아아…….”

         

       멜리나는, 그 누구보다 올리비아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올리비아가 회귀했다는 사실도, 무수한 회차를 경험했다는 것도.

       올리비아가 영겁에 가까운 세월동안 숭고한 희생을 반복해왔다는 사실까지.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올리비아의 행동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올리비아는 세계가 파멸하는 모습을 지켜볼 바에야, 자신이 파멸하는 것을 선택할 아이였으니까.

         

       [하루안에 돌아올 거에요. 약속할게요.]

         

       펜던트 손에 힘이 풀린다. 눈물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저를 제자로 삼아주시면…….]

       [스승님.]

         

       멜리나는 그대로 설원에 주저앉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피폐맛 멜리나

    -slore님 4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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