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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3

       스릉.

         

       데릭이 건네고 간 것은 글라디우스의 형태를 취한 명검이었다.

       어디서 난 건지 모르겠으나, 명장이 두들긴 검임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손에 움켜쥐는 순간.

         

       우웅.

         

       “뭘 주고 간 거야?”

         

       ‘검울림’부터 일어날 리 없지 않은가.

         

       주인의 투지와 마음을 읽는 검.

       소위 명장이란 이가 직접 두들김으로 영성이 깃든 검을 명검이라 칭하며, 이러한 명검은 왕국 보물고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희소하다지?

       그리고 지금, 그 보물고에 있을 법한 검이 그의 손안에 있다.

         

       “…….”

         

       허나 이한은 흥분하지 않고 덤덤한 자세로 검과 친숙해지는 시간을 가지듯 허공에 칼을 휘둘렀다.

         

       후웅, 후우웅!

         

       휘두를 때마다 검은 빨라지며 점차 그 속도가 급격하게 가속된다.

         

       사악-!

         

       어느 순간 잔상만이 남으며 칼날 대신 희미한 빛살만이 보일 쯤.

         

       화아아악…!!

         

       그의 주변에 퍼진 흙먼지가 자욱하게 물러가며 이한은 검과 친해지는 데 성공했다.

         

       이를 구경한 막시무스는.

         

       “멋지군. 검명을 억제한 건가?”

       “내 의지가 아니라, 지 멋대로 우는 걸 검명이라고 하는 건 꼴사나운 일이지.”

       “그렇지! 무기가 좋다 하여 그것에 끌려가선 안 될 노릇이지!! 북부나 중앙이나 그걸 모르는 천치들이 수두룩한데, 역시 너는 그걸 아는구나, 리한이여…!”

       “이한이라니까…. 됐고, 나 이제부터 날붙이 쓸 건데 불만이면 빨리 말해. 검 없이 해도 상관은 없으니까.”

       “허허, 그럴 리가. 오히려 날붙이를 들었으니 재밌는 것인데. 무엇보다.”

         

       처억.

         

       “공평하게 나 또한 날붙이를 쓰면 되는 일이 아닌가.”

         

       막시무스가 오른쪽 팔을 들어 손을 뻗었다.

       마치 무언가가 오길 기다리듯.

         

       “…….”

       “…?”

       “아, 잠시만 기다리게. 요놈이 길을 좀 헤매고 있나 보군.”

       “…뭔지 모르겠는데, 빨리 해. 땅굴 무너진다.”

       “1분, 아니 2분만…. 아, 왔다!”

         

       실없는 코미디가 끝나고 나서야 이한은 막시무스가 무엇을 기다렸는지 알 수 있었다.

         

       후우욱!

         

       부월. 혹은 배틀액스로도 잘 알려진 창이 허공을 유영하며 막시무스의 손안에 안착했다.

         

       쿠웅.

         

       흔한 배틀액스와는 달랐다.

       훨씬 더 크며 길었고, 창촉이 있는 것으로 보아 창으로도 쓸 수 있는 형태였다.

       무슨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영롱한 빛을 발했으며, 그가 가진 명검 못지않은 훌륭한 무구임이 분명했다.

         

       우웅!

         

       저토록 격렬한 울림은 또 처음 본다.

         

       “뭐야? 북부의 무기는 하늘도 날아?”

       “주술의 한 종류지. 주인과 몸이 이어졌다고 하더군.”

       “그거 탐나는 기능이네.”

         

       자동 환수 기능이라니….

         

       그거 무척 편리하겠다.

         

       다만.

         

       “아깝네, 그 편리한 무기 오늘 부숴질 예정이라.”

       “그건 어떨까?”

         

       괴력난신들이 무기를 들었다.

       이는 맹수에게 총을 들게 한 것이었고, 하필 그 맹수들은 사격의 명수인 것과 같다.

       그리고 알다시피 사람보다 영민한 맹수가 총을 드는 순간….

         

       쩌저적!!

         

       그건 이미 이기라고 만든 생물이 아닐 따름이다.

         

       * * *

         

       검과 부월이 교차한다.

         

       검이란 부월의 무게를 견뎌 내지 못하고 부러져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그 상식이 무너지고 검은 부월의 무게를 거뜬히 이겨냈으며.

       부월은 그 무게로 인해 움직임이 느릿해야 하거늘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아니 대나무로 만들어진 봉을 휘두르는 것보다 빠르고 가벼워 보였다.

         

       말도 안 되는 근력과 기예의 향연.

         

       콰앙!

       콰아아앙!

         

       도저히 날붙이가 부딪친다고 생각할 수 없는 떨림이 울린다.

         

       검은 부월을 베려고 하고, 부월은 검을 부수려 든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목과 가슴, 어깨 등을 교묘하게 찌르거나 쪼개려고 든다.

         

       때리고 베고, 부수고 찌른다.

         

       참으로 심플한 공방전이다.

       하지만 과연 저 공방전에 누가 끼어들 수 있을까?

         

       [keee!!]

         

       [kiee!!!]

         

       [kaaa-!]

         

       다만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것들은 어디에나 있다는 걸까.

       마더 웜의 죽음을 직감한 미니 웜들,

       그 웜들은 부모를 죽인 원수를 향해 몰려들었다.

         

       수십, 수백, 수천…!

         

       어디 숨어 있던 것일까?

       무서운 숫자를 자랑하는 웜들의 숫자는 대략 1만.

       모든 웜들이 어미의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들었고, 마더 웜의 복수를 위해 달려들었지만…….

         

       서걱!

         

       놈들은 끼어들 타이밍을 잘못 골랐다.

         

       차라리 싸움이 끝나고 끼어들었어야 했거늘.

         

       푸화아아악!!

         

       [!!!!?]

         

       웜들은 죽어, 아니 몰살당하기 시작했다.

         

       두 기사가 의도하여 죽인 게 아니었다.

       애초에 두 사람은 웜들 따윈 신경도 쓰지 않았고, 그저 서로를 향해 칼날을 교차할 뿐인데, 마물 따위를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으랴.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순간 자신들의 몸이 난도질당할 판인데.

         

       하여 그들은 일부러 굳이 웜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서걱!

         

       […k…ee……?……!]

         

       기사들을 덮치려 했다가 싸움에 여파에 휘말려 몸이 양단되거나 터져나갔을 뿐.

         

       푸화아악!

         

       그들이 격돌이 격렬해질 때마다 웜들은 더욱 빠르게 죽어나갔다.

       충돌에서 뿜어지는 검파가 웜들을 휨쓸었고, 검압은 웜들을 짓눌러지며 터져나갔다.

         

       [KEEEE!!!]

         

       웜들 중 유난히 큰 개체가 분노를 토해내었다.

       감히 하등한 먹이 따위가 그들의 형제와 어미를 죽인 것에 대한 강렬한 분기를 토해낸 것이었고, 큰 개체는.

         

       와그작, 와그작!

         

       자신의 형제들과 죽은 어미의 사체를 먹었다.

         

       동족포식.

       승자독식.

         

       마물은 마물.

       부모와 형제를 먹어서라도 강해지면 그만이고, 강해져서 복수하면 그만이란 종족.

       그렇기에 그들은 인류의 천적이다.

         

       꾸드득!!

         

       웜은 그렇게 급속하게 성장했다.

       비상식적인 성장이었고, 3미터 남짓에 불과했던 웜은 점차 풍선처럼 부풀어지며 더욱 흉포하게, 더욱 혐오스럽게 변해갔다.

         

       사막의 재앙이자 공포, 샌드 웜.

         

       그러한 위용에 걸맞은, 아니 도리어 사막에서도 볼 수 없는 100미터를 훌쩍 넘는 샌드 웜은 순간 성장과 함께 어미를 뛰어넘는 힘을 손에 넣었다.

         

       지금이라면……!

         

         

       ─숭겅!!

         

         

       [[!!!?]]

         

         

       “뭐야, 이거?”

         

       파앗!

         

       이한이 자리를 박차며 순식간에 거대한 샌드 웜의 몸을 올라탔다.

         

       궁신탄영.

         

       화살처럼 쏘아진 그는 다시금 가속하며 발놀림에 변화를 일으켰다.

         

       궁신탄영의 응용.

         

       환영팔괘보. 전날 귀왕전에서 썼던 이동기술이 이한의 몸을 가속시키며, 샌드 웜의 8개의 눈으로도 움직임을 쫓을 수도 없는 변화무쌍의 신속을 보였다.

         

       마냥 눈을 어지럽게 할 뿐만 아니라, 거대한 마물을 농락하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을 터이니.

         

       푹, 푸욱, 푸우욱!!

         

       단숨에 백 미터를 주파하며 일어나는 난도질은 기어이 샌드 웜의 거대한 전신을 난도질했고, 샌드 웜은 급격히 생기를 잃어갔다.

       분명 성체가 되며 질기고도 단단한 외피를 가지게 됐음에도 외피는 조금도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어찌 알 수 있으랴.

         

       상대는 무려 마물의 왕이라 불렸던 천년 묵은 트롤마저 거침없이 난도질했던 인간임을.

         

       그렇게 더욱 ‘우월한 짐승’을 알아보지 못한 샌드 웜은….

         

       “-감히 기사의 결투에 끼어들다니, 주제를 알아라.”

         

       막시무스가 몸을 허공에 띄우며 그대로 샌드 웜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파지직!

         

       머금은 것은 번쩍이는 번갯불.

         

       과거 서리 거인을 일격에 죽인 막시무스의 일격이 이 순간 재현되었다.

         

       – 벼락 떨구기.

         

       진정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천벌처럼 벼락을 담은 일격이 작열했다.

         

       [[—-.]]

         

         

       ……그냥 도망이나 갈걸.

         

         

       조금 정도는 지능이 생긴 성체 샌드 웜은 그런 후회와 함께 깜깜한 어둠이 덮쳐오는 것을 보았다.

         

       콰드드드드드득!!

         

       * * *

         

       콰득.

         

       “…다 죽였나?”

       “으음, 그런 것 같군.”

         

       뜻하지는 않았으나 두 기사는 땅굴에 살았던 샌드 웜을 모조리 다 격멸한 느낌이었다.

         

       비록 작고 약하다 하지만 1만의 마물이 단 10분 만에 세상에서 지워버린 사태, 아니 업적!

         

       그중엔 특대형 마물이란 샌드 웜의 성체도 있었음에도 둘은 큰 감흥이 없어 보였다.

         

       그들에겐 지금 마물은 큰 관심사가 아니었기에.

         

       “흠, 189수라…. 거인조차 백수(百手)를 안 넘겼는데 말이지.”

       “그걸 다 세면서 싸우나?”

       “그저 자연스럽게 알겠더군.”

       “…이래서 천재란 것들은.”

       “아하하! 관두게, 이 나이에 천재란 말을 듣는 것도 부끄러우니.”

         

       189수.

         

       두 기사가 날붙이를 부딪친 횟수였다.

       허나 이토록 부딪쳤음에도 결판은 나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기사들의 대결이 50수 범위에서 승부가 나는 것을 고려했을 때, 그들의 결투는 상당히 오래 지속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대충 싸웠느냐?

         

       아니다.

       오히려 상대를 죽일 각오로 검을 휘둘렀고, 단 한 번의 휘두름에도 대충이란 것이 없었다.

       오로지 전력.

         

       힘과 기술, 의지 이 모든 것이 깃든 일격의 교차임을 그들은 맹세할 수도 있었다.

         

       …단지.

         

       ‘체력과 회복력이 비슷한 상대란 게 이런 거구나.’

         

       안타깝게도 그들은 지치지 않는다.

       생사결임에도 불구하고 체력은 떨어지지 않았고, 상처조차 금세 회복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은 너무 비슷했고, 힘과 지구력, 내구력 면에서도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백중지세의 형국.

       차라리 타입이라도 다르면 모르겠는데, 서로가 너무 비슷하여 승리를 가르는 것이 어려웠다.

         

       그렇기에….

         

       “─일격으로 끝을 보지?”

         

       상대의 목숨을 가져갈 일격.

       이로 승부를 끝맺자는 제의에 막시무스는.

         

       “으음, 난 계속해도 좋다만?”

         

       앓는 소리를 내었다.

       목숨을 잃는 게 두려운 게 아닌, 이 승부가 끝나는 게 아쉬워.

       그러나 이한은 위를 가리켰다.

         

       파스슥….

         

       아까보다 더욱 빠르게 무너지는 지저세계를 보라며.

         

       “흙더미에 깔려 죽는 엔딩은 싫을 거 아니야.”

       “으으음…!!”

         

       막시무스는 이한의 말에 아쉬움을 있는 힘껏 토로했다.

         

       이 승부를 끝내고 싶지 않다.

       가능하면 계속 하고 싶었다.

       영원토록 하고 싶은 미치도록 유혹적인 승부였다.

         

       이토록 값지고 전율 어린 시간이 끝날 때가 다가왔음에도 막시무스는 그저 서글펐다.

         

       그렇기에-!

         

       “울적한 날이군, 기껏 마음에 드는 기사의 목숨을 가져가야 하다니.”

       “당신이 죽으리란 생각은 전혀 안 하네?”

       “아무렴, 누가 죽을 생각으로 싸울까.”

       “…그건 그래.”

         

       후웅.

       쿠웅!

         

       이한은 검 끝을 세웠고, 막시무스는 부월의 달린 창촉을 겨누었다.

         

       드드드드득!

         

       살의(殺意)를 머금은 순간부터 이제 돌이킬 수는 없었다.

       어느 한 명은 무조건 생애의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를 터.

         

       허나 검과 창에는 살의를 머금을지라도 그들의 얼굴은 평온했다.

       서로를 증오하거나 미워하지도 않기에 칼에는 살의를 담을지언정 눈빛만은 그저 고요한 것이다.

         

       그러며.

         

       “돈도 안 내고 훔쳐가네.”

       “허허, 미안하군.”

         

       타박을 아끼지 않았다.

         

       이한은 보았다.

       상대가, 막시무스가 자신에게 ‘훔쳐간 것’을.

         

       ‘저걸 그냥 감각으로 배워가는 놈이 있네.’

         

       경. 머슬 아츠라 불리는 이한의 기예를 어느 순간부터 막시무스는 쓰고 있었다.

         

       격돌을 통해, 처음엔 어설펐던 경은 좀 더 날카로워지고 순식간에 성장했다.

       그가 천재라 부르는 삼인방이나 검은 머리 회귀자조차 저런 건 불가능했는데….

         

       저놈은 그냥 맞아가며, …겪으며 깨우치더라.

         

       아마 조금만 더 능숙해지면 더욱 자연스러워지리라.

       백보신권을 흉내, 아니 제 것으로 만들 때부터 혹시나 싶긴 했는데.

         

       ‘이게 무협지 악당 시점이려나? ……상당히 기분 더러운 일이구나.’

         

       무협지 속 주인공 중 그런 놈이 있다.

       무공을 보고 곧장 습득하는 놈이.

       그리고 이에 격분하며 적들이 당황하다가 죽는 장면이 클리셰처럼 나오더니, 다 그럴 이유가 있는 거였다.

         

       ‘화병으로 죽은 거였어, 그거.’

         

       본인이 평생에 걸려 배우고 수련한 기술을 남이 순식간에 이해하고 더 잘 쓰면 자신 같아도 환장할 맛일 거다.

         

       그야말로 불합리.

         

       이래서 재능이란 건 불합리하고도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거겠지.

         

       “어휴, 범부인 게 죄지….”

       “…….”

       “뭐야, 왜 그렇게 봐?”

       “아니, 물론 내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네도 상당히 양심이 없다 싶어서 말일세.”

       “내가?”

       “그러네, 이런 걸 보면 마치 나만 훔쳐간 것 같지 않은가?”

       “뭔 소리래.”

       “뭔 소리긴. 자네가 지금 준비하는 기술, ─그거 ‘내 기술’이지 않나?”

       “아……. 이거?”

         

       파지직!

         

       이한의 검에서 번갯불이 튀었다.

       마치 막시무스의 [벼락 떨구기]처럼.

         

       그렇기에 막시무스의 입에서 저런 어이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리라.

       그도 훔쳤지만, 너 또한 훔쳤지 않냐는 듯이.

         

       허나 이한은 이를 부정한다.

         

       딱히 자신은 그의 기술을 훔친 게 아니었다.

       그저 막시무스의 기술을 보고 새로운 발상이 떠오른 것뿐.

         

       “당신의 기술 원리가 이거잖아? 무기의 손잡이 부분에 강한 압력을 줘서 인위적인 마찰을 일으키고, 검명으로 번갯불을 불러일으키는 거. …맞나?”

       “…….”

       “그럴 줄 알았어. 원리 자체가 직관적이네. 다만 미치도록 강한 악력과 요령이 필요하긴 해서 약간 까다로울 뿐이고.”

         

       여기서 힘과 광포함을 좀 더 집어넣으면 벼락 떨구기는 완전히 재현 가능하리라.

         

       “이렇게 흔해빠졌는데, 못 따라하면 그것도 웃긴 거지.”

         

       이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대놓고 어떻게 하는지 보여준 거랑, 원리 자체도 모르는데 그걸 훔쳐간 거랑 같냐며.

         

       “……허.”

         

       그런 뻔뻔스럽고도 당당한 발언에 막시무스는 헛웃음을 내었다.

       처음으로 호탕함이 사라진 것이다.

       그 정도로 황당했기에.

         

       ‘그 흔해빠진 원리를 몰라서 아무도 못 따라했는가?’

         

       북부의 기사들에게 아무리 가르쳐줘도 흉내 내지 못할뿐더러, 원리를 말해도 ‘놀리지 마라!’거나, ‘나를 농락하는 것이냐!!’며 화를 내기 일쑤였는데, 지금 저자는 쉽다고 한다.

         

       하지만 더욱 황당한 것은….

         

       후우웅!!

         

       “그래도 고맙다. 덕분에 가능할 것 같거든.”

         

       “…….”

         

       그의 기술이….

       아니, 저건 이제 더 이상 그의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이한에게 딱 맞춰진 옷을 보는 것 같았다.

         

       막시무스에겐 없고 이한에게 있는 것.

       그건 사고의 자유로움이며 발상의 유연함이었다.

         

       파직!

         

       번갯불이 넓게 퍼져간다.

         

       푸르게 퍼져가는 검의 기운이 어두운 지저세계를 밝혀갔다.

         

       화아악!

         

       귀왕과 싸우며 매화를 깨우쳤고.

       트리스탄에서 기사 베일에게 검사(劍絲)로 베였으며.

       후작과의 싸움에서 아라한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검으로 새로운 기운을 퍼트리는 새로운 발상을 얻는 것으로 그 모든 깨달음을 한데 뭉쳐 펼쳐낸다.

         

       그가 선보이는 것은 안휘의 패자이자 협의지검으로 유명한 남궁가의 검술이니.

       그러나 그는 오만하게 제왕이니 천뢰니 하는 두루뭉술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여 그가 선택한 검법과 이름은….

         

       “무애검(無涯劍).”

         

       – 창궁무애검.

         

       푸른빛을 머금은 검력(劍力)은 말 그대로 푸른 하늘을 닮았으며, 그 기운이 점차 검 전체를 뒤덮는 차크람(Chakram)을 그렸다.

         

       차크람은, 검원(劍圓)은 점점 빠르게 회전했다.

         

       위협적으로, 이한의 기운이 강렬해질수록 더더욱-!!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적을 해낸 이한은 물었다.

         

       “어때, 괜찮지?”

         

       “……누, 누가 누구보고 천재란 것인지….”

         

       어떤 일에도 놀라지 않는 철의 심장을 지녔다는 막시무스였으나, 지금만큼은 말조차 더듬거렸다.

         

       처음일 것이다.

         

       그가 형님이 아닌 타인에게 경악을 넘어 ‘경외감’을 느낀 것이 말이다.

         

       ……남들이 그를 볼 때 이러했을까?

         

       “크…! 크아하하하하하!!”

         

       허나 곧 막시무스의 입에서 우렁찬 광소가 터졌다.

         

       막시무스는 공포스러웠다.

       저 일격을 받아낸다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몸을 엄습한 것이다.

       그 정도로 저건 상상을 뛰어넘는 광경이자 힘이 느껴졌다.

         

       하여 막시무스는…!

         

       ‘아아, 행복하다! 난 정말 행복한 놈이다!!’

         

       막시무스는 공포심마저 집어삼키는 감동을 느꼈다.

         

       모든 것에 감사하다.

         

       이토록 과분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서 행복했다.

       덕분에 저런 자와 싸울 수 있으니까.

         

       저런 자가 제 앞에 있어 행복하다.

       그러니 모든 걸 걸고 싸울 수 있지 않은가!!

         

       고오오오!!

         

       막시무스의 창촉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

         

       이한이 막시무스의 기술에서 힌트를 얻어 새로운 기술을 지금 이 자리에서 창시했다면, 막시무스는 반대다.

         

       경이란 기술을 훔치며 몸을 더욱 튼튼하게, 온몸의 힘을 전심전력으로 발휘하는 법을 드디어 배운 것이다.

         

       하늘이 내린 육체와 재능을 가지고, 끝도 없는 투쟁을 통해 대전사의 이름을 거머쥔 사내가 드디어 온몸의 힘을 쥐어짤 수단을 얻어낸 바였으니.

         

       자칫 몸이 힘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될 우려도 있으나…….

         

       ‘그딴 게 지금 중요한가?’

         

       중요하지 않다.

         

       꾸드드득!

         

       창촉이 비명을 질렀다.

         

       가공할 만한 막시무스란 남자의 경이,

       ─중첩경이 연달아 발생하며 힘이 모여들었다.

         

       파지지직!!

         

       서리 거인을 죽였던 벼락 떨구기.

       그 기술이 더욱 파괴적으로 변화하여 일종의 뿔처럼 변해갔다.

         

       이름 붙이자면.

         

       “[하늘 부수기]라고 하지.”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역시 이름 짓는 센스는 없네.”

       “직관적이고 단순해서 좋지 않은가!”

       “차라리 파천(破天)은 어때?”

       “…그게 더 이상하다만?”

       “……무늬만 마교도 같으니.”

       “?”

         

       두 사람은 각자의 기술이 초석이 된 서로의 기술을 조금만 더 관찰하며 탐구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쿠구구궁!

         

       그들이 날뛴 게 원인인지 앞으로 십 초만 지나도 지저세계는 무너질 판이었다.

         

       하여 두 사람은 대화를 끝냈다.

         

       아니, 대화가 없더라도.

         

       우우우웅-!

       고오오오-!

         

       칼날과 창촉의 부딪침으로 마지막 대화를 나누면 그만일지니.

         

       ……혹자는 말할 것이다.

         

       명성도 영광도, 찬사도 없을 결투에 왜 목숨까지 거느냐고.

       허나 그들은 아마 비슷하게 답할 것이다.

         

       의미 없다고.

       그딴 건 타인의 소문 따위에 언제든 흩어질 허상에 불과하다고.

       그렇기에 그들에게 필요한 건 ‘지금’이었다.

       서로가, 자신이 이 세상에 살아있음을 느끼는 보람차고도 값진 지금이 더욱 소중하다.

         

         

       “───.”

         

         

       하여 두 남자는 찰나와 같은 현재를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여 살아갈 따름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 어떠한 미련도 남기지 않기 위하여.

         

       아마도 그것이.

         

       화아악───!

         

       그들이 어떤 순간에도 웃을 수 있는 이유이리라.

         

         

         

       무너지는 흙더미와 바위의 폭포수 속에서 칼날과 창촉은 부딪쳤고, 지저세계에 있을 수 없는 맑게 갠 창공이….

         

         

       ‘창천(蒼天)’은 지저세계를 밝혔다.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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