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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4

    <124 – 위험종 3학년>

     

    기어이 선배들에게 총구를 겨누는 지고쿠를 보며 질럿이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질렀다.

     

    “야이 미친놈아아─! 당장 그만둬어어─! 3학년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소문으로라도 들어봤으면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거 아니야아아아─!”

     

    3학년은 마법으로 지나가던 사람을 햄스터로 만들 수 있다던가.

    3학년의 심기를 거스르면 똑바로 누우면 불편하고 옆으로 돌아누우면 목과 어깨가 결리고 엎드려 잠들어도 가슴이 거슬리는 불면의 저주에 걸린다던가.

    3학년의 자리를 식당에서 빼앗으면 모든 음식의 맛이 오이 맛으로 변하게 된다던가.

    아카데미에는 그런 류의 3학년 괴담이 다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들 중 대다수는 괴담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고,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겪고 싶지 않은 충격실화일지도 모른다.

     

    “쫄?”

     

    사략해적이 알 바는 아니었지만.

     

    “어이, 후배들. 이 근처는 아까부터 굉장한 굉음이 울리던 곳이니 어서 자리를 피해라.”

    “애초에 모기들이 창궐하는 주간에 용케도 야외활동을 할 담력이 생기네.”

     

    3학년들은 3학년들 나름대로 기가 막혔다.

    교수들이 시켜서 마지못해 방역작업을 하고 순찰을 도는 잡일을 맡고 있지만 아카데미에 질병이 퍼져봤자 교수들은 지들만의 방법으로 멀쩡하겠지.

    고생하는 것은 결국 학생들뿐이다.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성실하게 포인트를 받고 순찰임무를 수행하던 3학년들.

    가끔 2학년들이 사고를 치는 광경은 봤어도 1학년들이 벌써부터 사건에 휘말린 광경을 보는 것은 그들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이번 1학년들은 참 겁이 없어. 모기들은 어떻게… 으악! 저게 뭐야. 모기가 왜 저렇게 뚱뚱해!”

     

    지팡이를 몰고 내려오던 3학년 선배들의 눈에 띈 것은 통상의 자이언트 모기보다 훨씬 더 커다랗게 느껴지는 거대모기들이었다.

    거대하고 징그럽기는 해도 깡마른 편이었던 모기들이 피를 얼마나 빨았는지 대형견만큼 커다랗게 살집이 불어나서 풍선처럼 빵빵한 모습을 자랑한다.

    암흑의 자양강정제를 마시고 무럭무럭 옆으로 확장된 모기는 비명을 안지를 수가 없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뚱한 얼굴로 저거 언제 여기로 내려오나 지켜보던 지고쿠가 3학년들의 큰소리에 놀라 움찔했다.

     

    탕!

     

    핑 소리와 함께 3학년의 지팡이 위로 떠오른 방어주문이 총알을 튕겨냈다.

     

    “너, 너…!”

    “1학년이 선배한테 총을 쏴?!”

     

    기가 막혀하는 선배들.

    지고쿠는 눈치를 보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웁스.”

    “웁스?!”

    “쏘리.”

    “쏘리?!”

     

    진정성이라고는 쥐뿔도 느껴지지 않는 사과!

    이러다가 3학년들하고 싸움 나겠다.

    헤스티아가 급히 화재진압에 나서는 소방수의 심정으로 해명을 시도했다.

     

    “선배님들 죄송합니다. 저 아이가 습관성 방아쇠 누름 증후군이 있어서 시도 때도 없이 총을 쏘고는 합니다. 1학년 중에도 몇 명이 총을 맞고 그랬습니다.”

     

    기행이 많은 3학년들도 기가 막힐 변명!

     

    “그 정도면 아카데미를 다닐 게 아니라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하는 거 아니야?”

    “쟤네 기숙사에서는 진짜 살기 싫겠다.”

    “근데 어차피 아카데미를 다니다보면 정신병 하나쯤은 걸리잖아. 상관없지 않나?”

    “그러네.”

    “싹수가 없긴 해도 적응은 잘하겠어.”

     

    대인배처럼 호탕하게 넘기는 선배들!

    헤스티아는 그게 더 무서워졌다.

    대체 3학년이 되면 무슨 일을 겪기에 총기사고를 겪고도 일상 속 작은 실수마냥 저리 대범하게 넘길 수 있단 말인가!

     

    “이 멍청이들아!! 지금이 웃고 있을 때냐!!!”

     

    녹색 스카프를 목에 두른 <플라잉 그린 3학년> 사이에서도 대장 격으로 보이는 개체가 사납게 윽박지르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뭐, 뭔데 그래?”

    “맞아. 모처럼 1학년이랑 대화도 하고 즐거웠는데.”

    “그 1학년들이 문제잖아!”

     

    그럼 그렇지.

    역시 총기사고를 대범하게 넘기는 건 에바였구나!

     

    실력에 자신이 있는 헤스티아와 달리, 3학년이 두려웠던 로지니와 질럿이 벌벌 떨며 애처롭게 헤스티아의 등만 쳐다보았다.

    양손도끼를 한 손으로 휘두르는 미친 근력의 여장부라면 어떻게든 해주겠지!

     

    “모기들이 피를 얼마나 빨아먹었으면 저렇게 덩치가 커졌을지는 생각도 안 해본 거냐!”

    “?”

    “헉! 그럼 설마 사람이 잡아먹힌 거야?”

    “??”

    “제기랄! 한 발 늦어버렸나.”

    “맙소사. 얼마나 많은 1학년이 잡아먹혔으면 저 많은 모기들이 하늘을 날지도 못할 정도로 돼지처럼 뒤룩뒤룩 살이 찐 거냐고!!”

    “???”

    “분수대의 색깔을 봐. 물이 검게 물들 정도로 마기가 진한 것이 틀림없어. 경험치가 꽉 차서 변이가 일어날 정도로 살육을 한 거야.”

    “불쌍한 1학년들.”

    “너흰 뒤로 물러나있어. 여긴 우리가 맡으마!”

     

    수풀 속에 틀어박혀서 창만 삐죽 내밀고 있던 질럿이 황당해하였다.

     

    “선배님들. 뭔가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

    “아무 말 않아도 된다!!!”

     

    5인 1조로 이루어진 3학년 비행편대의 선두를 맡은 편대장 <이카루스>가 굳은 의지와 신념이 담긴 목소리로 질럿과 모두를 위로했다.

     

    “동료들의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여기는 우리 3학년들이 해결해야 할 전장이다.”

    “맞아. 1학년들은 얌전히 휴게실로 돌아가서 담요를 뒤집어쓰고 코코아나 마시면서 전우를 잃은 쓰라린 고통이나 달래고 있으라고!”

     

    편대장이 비행 도중 문제가 생기면 유사시에 역할을 대행하는 분대장까지 옆에서 거들었다.

    졸지에 친구들을 잃고 두려움에 벌벌 떠는 불쌍한 1학년이 된 그들이 머쓱하게 서있는 사이, 3학년 선배들의 분노어린 공격이 분수대에 쏟아졌다.

     

    번쩍

     

    “방금 뭐가 번쩍였…”

     

    콰광 쾅

     

    한 줄기 번개가 내리치며 분수대의 돌조각이 팍 하고 튀어올랐다.

    볼 옆을 스친 돌 파편을 돌아보던 질럿이 다시 고개를 들어 전방을 쳐다보니, 선배들이 전개한 마탄Magic missile들이 융단폭격처럼 분수대를 덮쳤다.

     

    “으아악!”

    “파편이 튄다!!”

    “어, 어떻게 좀 해줘 헤스티아!!”

     

    모기들을 물속에 처박느라 모든 힘을 다 써버린 로지니가 애처롭게 비명을 질렀다.

    마창술사 질럿은 제 한 몸 지키기도 급급하고, 독설가 에코는 애초에 전투직종도 아니었다.

     

    ‘2인분을 넘어서 이번엔 3인분인가.’

     

    제 한 몸에 더해 로지니와 에코까지 함께 지키고자 도끼를 휘둘러 파편을 쳐내는 헤스티아.

    그녀가 이 악물고 도끼를 휘두르는 와중에도 나무 밑에서 선빵을 갈겼던 지고쿠만 입맛을 다시며 아쉬운 심정을 드러냈다.

     

    “뭐야. 무슨 3학년이 이렇게 착해. 여기 아카데미 3학년은 전부 미치광이들 아니었냐고.”

    “방심하지 말아요.”

     

    모두가 소문이 잘못된 건 아닌지 의심하며 선배들을 새삼 다시 보는 와중에도 오크노디는 달랐다.

    해적이 해적질을 하다보면 순순히 배에 실은 화물을 넘기고 살고 싶어 하는 겁에 질린 선원과 한 판 뜰 생각에 단단히 긴장한 선원을 구분할 수 있다.

    지금 오크노디가 보이는 근육의 움직임, 목소리에 실린 힘, 시선과 표정을 비롯한 모든 분위기는 교전이 임박한 극명한 전투태세였다.

     

    ‘왜 저렇게까지 경계하지?’

     

    의아하긴 해도 지고쿠는 오크노디의 판단을 의심하지 않았다.

    마수창고 소동에서 자신의 실수 때문에 일어났던 사건으로 얼마나 죄책감을 느꼈던가.

    3학년에게 선빵을 갈기는 것쯤이야 위험종에게 총을 쏜 것이니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고 후회도 안한다.

    하지만 오크노디의 판단을 믿지 못하고 미적거리며 3학년을 공격하지 않았다가 사건이 터진다면?

    그건 후회하게 된다.

    오크노디를 믿지 못한 자신을 혐오한다.

    틀림없이 그럴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탕탕!

     

    그래서 쏘았다.

    난리통에 오크노디에게 접근하는 선배 한 명을.

     

    핑핑─!

     

    맥없는 소리를 내며 또 다시 보호막에 막혀 튕겨나가는 총알들.

    선배가 화를 내며 지팡이를 들었다.

     

    “너. 두 번은 봐줘도 세 번은 못 봐줘. 한 번만 더 총을 쏘면 확 지져버릴 줄 알아!”

    “그럼 오크노디한테 접근하지 마. 우리 애가 선배를 무진장 경계하고 있거든.”

    “난 너흴 도와주려고 온 거야!”

     

    선배는 오크노디의 손에 들린 혈석을 보며 말했다.

     

    “얘야, 그거 혈석 맞지? 그건 위험한 물건이니까 선배들이 대신 처리해줄게.”

    “싫어요! 이 돌은 제 꺼란 말이에요.”

    “3학년 선배들이 너희 돕는다고 귀한 마나도 쓰고 그러는데 수고비도 생각하고 그래야지. 응? 선배들도 이거라도 받고 도왔다고 생색낼 게 필요해서 그래. 안 그러면 교수님들이 강의시간까지 아껴야 할 마나를 왜 낭비했냐고 하면 뭐라고 하겠니.”

     

    나무 밑에서 듣던 지고쿠가 생각하기에는 나름 합당한 이야기였지만 오크노디의 반발은 거셌다.

     

    “거짓말 치지 말아요! 교수님들은 마나탈진을 겪으면 마나통이 커지니까 마나사용을 장려하면 장려했지, 말릴 분들이 아니잖아요!”

     

    그런 건가?

    교수들을 잘 모르는 지고쿠는 그래서 한 발 더 쏴도 되나 안 되나 눈치만 봤다.

    오크노디의 거듭되는 반항에 선배가 표정을 굳히며 분위기를 잡았다.

     

    “스읍. 애기가 뭘 안다고 까불어. 좋게 말로 할 때 내놔. 선배 말 들어야지.”

    “싫어요! 안돼요! 하지마세요!”

    “말로 해서 안 되겠네. 조금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겠어. 반항하면 할수록 너만 더 다치는 거야.”

     

    본색을 드러내며 지팡이 끝으로 파직파직 거리는 에너지를 모으는 3학년.

     

    “갸하핫! 역시 쏴도 되는 거 맞지?”

    “엄호 부탁해요!”

     

    가볍게 견제사격에 그쳤던 지금까지와 달리, 지고쿠는 특별한 탄환을 장전했다.

    대수롭지 않게 <전격사출> 주문을 펼쳐 견제하며 지고쿠가 조준을 못하는 틈에 성가신 그녀의 총부터 박살내려던 3학년 선배.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명중에 자신이 없어서 가만히 자리를 지키며 <정조준><차징><조준사격>을 하는 차징형 궁수와 달리, 지고쿠는 <속사><기동사격>을 쓰는 속사형 트리거해피.

    심지어 그 와중에도 실전으로 다져진 사격실력 탓에 명중률도 썩 나쁘지 않다.

     

    팡! 콰직

     

    “악!”

     

    방어막을 뚫고 들어간 탄환에 맞은 선배가 경련을 일으키며 나무에 부딪치더니 기둥에 매달린 자세 그대로 기절했다.

    다른 성질의 물질을 배제하는 방어막을 같은 속성의 탄환을 쏘아 뚫어버린 속성파훼법!

    1학년이 펼치기에는 너무나도 신속하고도 적절한 대응에 지고쿠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대단한 활약이라며 뿌듯해하였다.

     

    ‘이 정도면 오크노디도 지고쿠 대단해! 하며 감탄하고 마구 칭찬하고 의지하고 지난 번 실책 같은 건 깔끔하게 다 잊고 그러겠지?’

     

    자신감 넘치게 오크노디를 돌아본 지고쿠는 그녀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있지 않음을 깨닫고 미간을 찌푸리며 그 시선을 따라갔다.

    그곳에는 나무에 걸려 기절한 3학년을 보고 황당해하는 편대장 이카루스와 편대원들이 있었다.

     

    “웁스. 저것도 다 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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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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