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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4

       생각보다 그렇게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냥 함께 손을 잡고 축제를 다니면서 이런저런 즐거운 구경을 하고, 맛있는 것을 먹는다. 대충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특별한 것이 하나도 없는 평범한 일상일 텐데. 이렇게나 즐겁고 행복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이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과연 이게 맞는 일인가?

       

       

       하지만 그런 의문마저도, 지크와 함께 있으면 눈이 햇빛에 녹는 것처럼 사라지는 것이었다. 함께 축제를 즐기다가 거기서 반가운 손님과 마주쳤다.

       

       

       “어머, 지크랑 마스터?”

       

       

       “둘이 데이트라도 하는 건가.”

       

       

       “한스? 소피아?”

       

       

       “와, 정말 오랜만이네요!”

       

       

       하데스 길드와 결전에서 승리한 뒤, 공식적으로 은퇴한 한스와 소피아가 축제를 구경하다가 마주친 것이다. 지크의 시선이 소피아의 배를 향했다.

       

       

       소피아의 배는 이미 만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지크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소피아는 멋쩍게 웃으며 한스의 등을 강하게 후려쳤다.

       

       

       “미안해, 이 사람이 너무 밝혀서 말이야.”

       

       

       “아니, 나는…….”

       

       

       “씁!”

       

       

       “미안하군.”

       

       

       “생각보다 오랫동안 아이가 없었군.”

       

       

       아이작은 솔직한 의문을 입에 담았다. 한스와 소피아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사귀고 있었고, 3년 전에 은퇴한 뒤로는 훨씬 더 많은 여유가 있었을 터.

       

       

       심지어 사이가 소원해진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부부가 이제야 아이를 갖게 되었다니? 아이작의 의문이 소피아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사실 1년 전까지만 해도 망설이고 있었거든.”

       

       

       “망설이고 있었다고?”

       

       

       “응, 과연 우리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싶어서.”

       

       

       “…….”

       

       

       한스와 소피아 또한 많은 일을 겪었다. 법국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지금까지 많은 죄업을 저질렀겠지. 그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꼈을 것이다.

       

       

       “결국 좋게 잘 해결된 모양이군.”

       

       

       “응, 많이 이야기를 했어. 그리고 피해자들을 만나보기도 했었고.”

       

       

       “쉽지는 않은 일이었겠어.”

       

       

       “대부분 나랑 이 사람을 원망하더라. 하지만 전부 받아들였지.”

       

       

       어쩔 수 없었다, 사정이 있었다. 이런 말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아무리 명령에 따랐다고 해도, 결국 한스는 검을 들었고.

       

       

       무자비하게 명령에 따르며 생명을 해쳤다. 이 죄업은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만 한다. 그렇기에, 속죄하고. 앞으로 더욱 바르게 살고자 하는 거겠지.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쩐지, 대략 1년 전에 찾아와서 갑자기 돈을 빌려달라고 하길래. 처음에는 무슨 사기라도 치는 건가 싶었는데…….

       

       

       “좋게 해결되어서 기쁘군.”

       

       

       “마스터도 고마워, 덕분에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어.”

       

       

       “음, 그렇다.”

       

       

       “네?”

       

       

       “내가 둘에게 돈을 빌려주었다. 상당히 많은 액수였지.”

       

       

       그런데 또 둘이 능력은 있어서, 정확히 1년이 지나고 나서 바로 갚았다. 이게 그렇게 작은 돈이 아니었는데, 아무리 이자가 없다고 해도 그렇지, 참.

       

       

       “천천히 갚아도 되는데.”

       

       

       “빚지고는 못 살거든.”

       

       

       “그리고 돈 문제는 최대한 정직해야만 한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한스와 소피아는 자신들이 피해를 입힌 마을의 생존자들을 모아서, 마을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농사와 작업을 통해서 먹고 살고 있다고.

       

       

       “나중에 여유가 되면 놀러와.”

       

       

       “그러지.”

       

       

       “지크, 너도 잘 살아라.”

       

       

       “그래야죠.”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행운을 빌어준 뒤, 한스와 소피아는 데이트를 위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은퇴한 뒤에 함께 보내는 삶은 매우 행복해보였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저 둘은 고생을 많이 했으니까.”

       

       

       “맞아요, 게다가 제가 있는 마을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그랬었지.”

       

       

       한스와 소피아가 있었을 때, 아이작은 의뢰를 받고 마을을 구원했다. 그리고 거기서 지크와 만나게 되었다. 지크는 아이작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때는 이렇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 했지만요.”

       

       

       “나 또한 마찬가지다.”

       

       

       “운명이란, 참 신기하네요.”

       

       

       지크의 말에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작은 지크가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근데 그게 이렇게 될 줄이야.

       

       

       하지만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단순히 동정이라거나, 흥미로 만나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 지금까지 서로 정말 많은 일을 겪었고.

       

       

       또 그 일을 통해서 서로를 믿을 수 있게 되었으며. 나중에는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듯하게 되었다. 아이작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마스터가 웃는 모습, 그렇게 흔하지 않는데요.”

       

       

       “그래서, 싫은가?”

       

       

       “그럴 리가 있나요.”

       

       

       조금 더 많이 웃어주세요, 마스터.

       

       

       * * *

       

       

       즐거운 시간은 언제나 순식간에 지나가는 법.

       

       

       아이작과 지크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중천에 걸려있던 해가 지평선 너머로 저물어가고 있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함께 할 시간은 아직 많이 있으니까.

       

       

       ……정말 그걸로 괜찮은 건가?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그리고 아이작은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과연 자신은 이 정도로 만족하는 걸까. 정말로 이게 끝이라고?

       

       

       그러나, 그 이상을 상상하자니. 너무 이르지 않나? 라는 대답에 항상 막혀버리는 것이었다. 아직은 너무 이르지. 사귄지 이제 며칠 밖에 안 됐잖아.

       

       

       상대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어. 그런 식으로 계속 생각을 하면서 밀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오늘 데이트를 하며 깨달았다.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나는 생각보다 지크를 더 좋아하는 모양이군.’

       

       

       처음에는 그냥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아이작은 고민 끝에 결국은 결정했다.

       

       

       애매하게 계속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확실하게 잡는 게 더 낫겠다고. 설령 너무 이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도 말이다. 아이작은 고개를 돌렸다.

       

       

       해가 완전히 저물어가고 있는 지금, 사람들은 광장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이번에 황금 사슴이 특별히 공수해온 불꽃놀이를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불꽃놀이?”

       

       

       “일종의 화약이다. 하늘로 날아가서 이쁘게 폭발하지.”

       

       

       “위, 위험한 거 아닌가요?”

       

       

       “사람에게만 직접 쏘지만 않으면 된다.”

       

       

       황금 사슴은 전에 법국의 편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걸 의식하는 모양인지, 축제 준비는 물론이고 심지어 보기 힘든 불꽃놀이까지 전부 공수했다.

       

       

       물론 이 정도로 그냥 넘어가줄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정성을 봐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자, 이제 지금이 적당한 타이밍일 텐데.

       

       

       아이작은 미리 준비해둔 물건을 만지작거렸다. 이 물건은 밤의 제왕 녹스를 통해서 미리 공수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적당한 타이밍을 못 잡겠다.

       

       

       “불꽃놀이라, 기대가 되네요!”

       

       

       “그래. 분명히 멋진 광경일 거다.”

       

       

       “함께 보게 되서 다행이에요, 마스터!”

       

       

       “음.”

       

       

       확실히, 지크는 불꽃놀이를 보는 것이 처음일 것이다. 그렇다면 불꽃놀이가 진행되는 동안은 그냥 두는 게 낫겠지.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절대로, 겁을 먹은 것이 아니다. 불꽃놀이를 처음으로 보는 지크를 배려한 것일 뿐.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면서, 아이작은 손을 잡고 계속 기다렸다.

       

       

       마침내, 적당한 시간이 흐르고. 로켓 소리와 함께 하늘로 날아오른 폭죽이 펑하고 터졌다. 밤하늘을 도화지로 삼아서 그려지는 폭죽들의 항연을.

       

       

       아이작과 지크는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비교적 침착한 아이작과 다르게, 처음으로 불꽃놀이를 본 지크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마스터! 뭔가 엄청나요!”

       

       

       “가만히 지켜보면 된다.”

       

       

       “네!”

       

       

       하늘에서 터지는 수많은 폭죽들을 보고 있으니, 그 동안 고생한 일들이 떠올랐다.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했지만, 대부분 위험하고 힘든 일들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전부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 그 점에 대해서는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될 것이다. 그냥 이대로 이야기를 끝내는 것도 괜찮을 터.

       

       

       지금까지 수고 많았으니까. 지금까지 많은 일을 했으니까. 굳이 더 이상 일을 만들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정말 이걸로 만족하는가?

       

       

       ‘아까 낮에 만났던 한스랑 소피아, 엄청 행복해보였지.’

       

       

       우연이라는 말이 있다. 낮에 한스와 소피아와 만남을 예로 들 수 있을 테지. 그건 정말로 우연에 지나지 않았다. 기드온에서 축제가 한창이었기에.

       

       

       옛날 생각도 나고, 또 동료들도 보기 위해서 축제에 찾아왔고. 거기서 함께 데이트를 하고 있었던 아이작과 지크와 마주쳤다. 그래, 이건 우연이다.

       

       

       하지만, 우연은 사람들의 선택에 개입하여 필연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바로 지금처럼, 그냥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 아이작이었으나.

       

       

       낮에 한스와 소피아 부부를 떠올리고는 다시 생각이 바뀌었다. 연인이라는 애매한 관계로 남아있고 싶지 않다. 나는, 지크랑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

       

       

       “지…….”

       

       

       “마스터!”

       

       

       “……응?”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한 것은 지크 또한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아까 낮에 만났던 한스 소피아 부부가 아무래도 지크에게 강한 영향을 준 것 같다.

       

       

       “그, 저랑 좀 사귀어보고, 괜찮으시면…… 저랑……!!”

       

       

       그러나 그 강한 영향도 지크의 부끄러움을 지워주진 못했다. 아예 얼굴까지 빨갛게 물들며 어버버거리는 지크를 보면서, 아이작은 피식하고 웃었다.

       

       

       결국 너도 나랑 똑같구나.

       

       

       우리는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구나.

       

       

       하긴, 그렇기에 이어졌겠지.

       

       

       그렇다면, 여기서는 내가 용기를 낼 차례다.

       

       

       아이작은 어버버거리는 지크의 손을 강하게 붙잡았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주머니에서 썩히고 있었던 것을 꺼내들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금반지였다.

       

       

       “지크.”

       

       

       “네, 네?!”

       

       

       나랑 결혼해줄래?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그저 진심일 뿐.

       

       

       그리고 그 진심을, 지크 또한 알고 있기에.

       

       

       “……기꺼이!!”

       

       

       그걸 거절할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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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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