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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4

       “쿠오오오!”

         

       문보라의 명령에 맞추어 움직이는 [빅 스노우맨].

         

       골렘의 입에서 나온 굉음이 <지하수로>를 가득 메우며 울려 퍼진다.

         

       몸길이보다 더 큰 3배의 좌완을 당긴다.

         

       통로를 부술 듯이 정면을 향해 뻗는다.

         

       펑-!

         

       “크루우엑!’

        “푸루루겍!”

         

       거대한 얼음 주먹의 희생자는 당연히 <프로그맨>과 <리자드맨>.

         

       강력한 물리력을 머금은 주먹.

         

       여기에 차가운 냉기가 뒤덮여, 몸 일부가 얼어붙는 것은 덤이었다.

         

       영웅(Hero) 등급 [빅 스노우맨]은 [아이스 핸드]가 일정 레벨 이상 도달 시, 배울 수 있는 능력이었다.

         

       사실, 엄밀하게 말해서 좋은 스킬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높은 탱킹과 준수한 물리력.

         

       여기에 냉기를 이용한 속성 피해까지 가능하지만, 골렘의 기동성이 너무 안 좋아 본신의 힘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좁은 <지하수로>는 이야기가 다르다.’

         

       일직선상의 통로로만 달려오는 적들.

         

       옆에 있는 수로도 결국은 물이다.

       얼려버리면 기습조차 할 수 없다.

         

       즉, <지하수로>라는 구조와 환경은, 문보라가 크게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장소라는 소리였다.

         

       “휘유~”

         

       나는 만족스러움에 휘파람을 불었다.

         

       겨우, 스킬 하나 배운 거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나처럼 [역천의 눈동자]를 가진 게 아닌 이상, 보통 <파생스킬> 이란 건 몇 달을 노력해야 간신히 배울까 말까, 한 어려운 능력이었다.

         

       그걸 문보라는 짧은 시간 내 터득했다.

         

       그녀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당연히, 장비의 영향도 있을 거다.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주기 잘했네.’

         

       [집착]을 증폭시키는 대신, 그만큼 능력치 상승에 도움을 주는 장비.

         

       나는 다시 한번 그녀에게, 목걸이를 선물하기 잘했다고 생각하였다.

         

       덕분에 전투는 삽시간에 기울어졌다.

         

       다른 이들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나용씨!”

       “어!”

         

       주나용은 문보라의 외침에 달려 나갔다.

         

       속도가 심상치 않다.

         

       평범한 [질주]가 아닌, 한 단계 높은 등급 인 [거침없는 질주]의 발현이었다.

         

       ‘저것조차 얻었다고!?’ 경악하는 유세하를 뒤로하는 주나용.

         

       [빅 스노우맨]의 손에 잡힌 <리자드맨> 두 마리의 뒤를 선점한다.

         

       화르륵-!

       

       양손을 주먹 쥐고 단숨에 <리자드맨>의 머리통에 9레벨의 [연타]를 꽂아 넣는다.

         

       퍼버벅-! 퍼벅-!

         

       머리통을 후려갈기는 주먹은 마치, 잘 익은 수박을 터트리는 듯한 폭음을 내며 전투를 마무리하였다.

         

       말 그대로 학살의 현장이었다.

         

       “이야, 쟤네 둘이 1학년 최강인가 봐?”

         

       임혜자의 물음에 유세하는 자랑스럽게 답변하였다.

         

       “네, <염룡>, <설빙>이라는 별호를 가진 이들이죠.”

         

       “대단하네…좋겠어? 든든한 파티원이 두 명이나 있어서. 리더로서 자랑스럽지?”

         

       그 말에 유세하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럼요. 얼마나 자랑스러운데요.”

         

       “……”

       “……”

         

       그리고 그런 유세하의 칭찬을, 몰래 듣고 있는 두 사람.

         

       각자 입꼬리를 미묘하게 올리며, 당장이라도 나올듯한 기쁨을 겨우겨우 달래었다.

         

         

       *

         

         

       쩌저적-!

       화르륵-!

         

       퍽, 콰쾅!

       콰드득, 쿠우웅!

         

       꾸르웨엑-!

       프로구웩-!

       리쿠구국-!

         

       일방적인 전투의 양상은 잔잔하게 이어졌다.

       나오는 족족 휘두르는 주나용의 주먹.

       휘몰아치는 문보라의 얼음.

         

       둘의 공격은 거침없다는 듯 파죽지세로 <지하수로>를 클리어해나갔다.

         

       “…므아아. 하, 할 게 없네…”

       “…그러게요.”

         

       뻘쭘한 표정으로 말을 흘리는 마하나.

         

       그녀의 옆에 ‘역시 저는 쓸모가 없네요…’거리는 최마리까지.

         

       딜러들이 알아서 다하니, 탱커랑 서포터에게는 별다른 기회조차 오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뒤.

         

       [보스룸]을 코앞으로 두는 통로에 도착하였다.

         

       기다렸다는 듯 등장하는 <리자드맨>의 석상에 나는 서둘러 말을 꺼냈다.

         

       “…주나용. 여기 석상 오브젝트 취급이라 엄청 튼튼하니까. 기다렸다가 적이 튀어나오면…”

         

       “[붕권]!”

         

       퍼엉-!

       후두둑.

         

       “……”

       “응? 유세하 뭐라고 했어?”

       “아, 아니…아무것도…”

       

       내가 말을 흘리자, 고개를 갸웃거린 주나용은 곧 석상을 하나하나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무식하면서도 참으로 효율적인 방식.

         

       덕분에 틈을 봐 기습하려던, <본 리자드맨>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덜그럭!!”

         

       녀석들은 들고 있던 검과 방패를 부딪치며, 분노를 표출하였다.

         

       마치 이런 방식은 인정할 수 없다! 라고 시위하는 그런 기분이었다.

         

       “문보라! 옆쪽에는 맡긴다!”

       “네!”

         

       1분 뒤.

         

       딱 한 마리의 <본 리자드맨>을 제외하고 모든 녀석이 박살 난다.

         

       “……”

         

       녀석은 휙휙 문보라와 주나용을 바라보았다.

         

       조용히…

         

       나왔었던 석상으로 돌아간다.

         

       가지런히 몸을 눕히고, 눈덩이에 감도는 불을 끈다.

         

       퍽-!

         

       당연하지만 주나용은 그냥 그걸 두고 보지는 않았다.

         

       억지로 석상을 박살 낸 다음, 누워있는 녀석을 향해 나지막이 입을 연다.

         

       “야, 나와.”

       “……”

       “아니면 이대로 아무것도 못 하고 박살 날래?”

       “……달그락.”

         

       협박에 조용히 나오는 <본 리자드맨>.

         

       “울부짖어봐. 그것까지는 봐줄게.”

       “……달그락!!!”

         

       *

         

       <본 리자드맨>을 물리치고 난 뒤 진입하는 [보스 룸].

         

       사실, 뭐…

         

       이것도 크게 의미 없었다.

         

       “[연타], [방화림], [붕권]!”

       “[아이시클], [아이스 핸드]!, [아이스 에로우]!”

         

       대재앙이라도 펼쳐진 듯한 아비규환에, 총 45마리의 <프로그맨>은 대항할 생각도 못 하고 도망치기 바빴다.

         

       “어쭈? 도망을 쳐!?”

       “거기서요!”

         

       *

         

       곧, 던전을 클리어했다는 정보창이 올라온다.

         

       짝짝.

         

       그러자 들려오는 박수 소리.

         

       “응?”

       “…?”

       

       주나용, 문보라는 뒤를 돌아보았다.

         

       진심으로 감탄한 유세하가, 둘을 향해 엄지를 ‘척’ 하고 들어 올린다.

         

       “대단하네. 대체 얼마나 수련을 한 거야?”

       “…어, 음…”

        “…이, 이 정도쯤이야…”

         

       마지막으로 자랑스럽다는 듯 한마디가 들려온다.

         

       “덕분에 든든하다.”

         

       실로, 여심을 울리는 웃음.

       주나용과 문보라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오른다.

       두 사람은 헛기침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렸다.

         

       “……허.”

         

       마지막으로 오로지 어깨 위 임혜자만이, 이 촌극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볼 뿐이었다.

         

         

       * * *

         

         

       총, 45마리의 <프로그맨>까지 모두 정리한 우리.

         

       곧, 머지않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쿠오오오오-!

         

       전방, 강력한 힘을 머금은 <해룡 신전>의 게이트가 심상치 않은 기세로 휘몰아친다.

       착각인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예전에 왔을 때보다 더 커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므아아? 세하야. 저기 시련 더 커진 것 같은데?”

         

       아, 착각이 아닌 모양이다.

         

       눈썰미가 좋은 므냥이가 이리 말할 정도면 틀림없는 거니까.

         

       ‘…시련이 계속 영향력을 넓히는 중인가.’

         

       직감한다.

         

       지금 공략하지 않으면, 필시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날 거다.

         

       최악의 경우 <브레이크 아웃>이 터질지도 몰랐다.

         

       쿠구구-!

         

       그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 굉음 하는 진동.

         

       콰콰콰-!

         

       곧 우리들의 눈앞에,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며, 서로서로 강력한 결계술을 이으기 시작했다.

         

       굉장히 수준이 높은 <마력 회로>와 술식 구성.

         

       지켜보던 문보라가 식은땀을 흘린다.

       앞으로 나서며 결계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문보라, 너무 가까이 가면 위험해.”

       “……”

         

       경고에도 문보라는 멍하니 결계를 직시하였다.

         

       지금 그녀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마법사>는 전투적이기 전에, 한 명의 학자.

         

       문보라는 명백히 자신의 영역을 벗어난 마도의 길이 펼쳐지자 연신 감탄하고 있었다.

         

       ‘…대단하네요.’

         

       문보라는 생각하였다.

         

       살면서 본 마법 중.

       이 정도로 수준 높은 고위 마법은 본 적이 없다고.

         

       이건 마치…

         

       ‘…<드래곤>이나 사용할 법한 능력…’

         

       지상계 최강의 생명체 <드래곤>.

         

       그들이 자취를 감춘 지 어언 100년이나 흘렀지만, 이따금 관련된 유물이 나오면 세상은 여러모로 파장을 일으켰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그곳에 담긴 <드래곤>만의 <마법술식>이 <마법사>들의 심장을 뛰게 했으니까.

         

       문보라의 눈동자가 빠르게 [마력 배열], [마력 탐색]을 훑는다.

         

       이윽고 내리는 결론.

         

       자신 같은 일개 <마법사> 정도로는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조금 더 살피던 찰나.

         

       곧 결계에 감도는 ‘특유의 마력에’ 문보라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뜨거우면서도 차가운 이 감각.

       불과 얼음이 서로 공존하는 힘에, 삿된 비명을 내지른다.

         

       “……!”

       “…문보라?”

       “아,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가오는 일행의 걱정에 급히 손을 젓는다.

         

       두근거리는 심장 위로 손을 올린다.

         

       ‘그, 그래…’

         

       착각일 거다.

         

       상식적으로…

         

       ‘이곳에…’

         

       언니가 사용하는 마력의 흔적이 느껴질 리가 없지 않은가.

         

         

       * * *

         

         

       잠시 뒤.

         

       일행 모두 결계에 힘을 써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나는 그 모습에 안도하였다.

         

       ‘후, 다행이다.’

         

       임혜자를 어떻게든 데려오지 않았다면, 십중팔구 입구 컷 당했을 때니까.

         

       억지를 써서라도 그녀를 모셔 오길 잘했다고 생각하였다.

         

       자 그럼, 이제부터 임혜자의 진정한 힘이 드러날 시간이다.

         

       “혜자 누님. 부탁드립니다.”

       “……”

         

       나의 물음에 어깨 위에서 뚱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임혜자가 머리를 벅벅거린다.

         

       깊게 한숨을 쉬며, 땅딸막한 몸으로 내려와 착지한다.

         

       “세하 동생. 다시 말하지만 이건 빚을 갚는 행위야. 딱히 파티원이 되거나 그럴 생각은 없어. 명심하라고.”

         

       “물론입니다.”

         

       나의 확답에 임혜자는 그제야 얼굴을 풀었다.

         

       아무래도 계속 부려 먹힐 상황을 걱정한 모양이다.

         

       음…

       흠…

       흐으음…

         

       “조금 아쉽네…”

         

       “…동생?”

         

       “아닙니다~”

         

       “쓰읍?”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임혜자.

         

       직후,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붕붕-!

         

       손에 들린 대장간 망치를 빙글빙글 돌리며, 당당히 소용돌이를 향해 걸어갔다.

         

       이내, 그녀의 입에서 그 무엇보다 강렬한 말이 울려 퍼진다.

         

       “…아, 아 이런 데서 쓰고 싶지 않았는데.”

         

       힘찬 발걸음만큼이나 너무나도 강한 말.

       

       임혜자는 ‘어쩔 수 없구만!’ 거리며 들고 있던 망치를 힘차게 뒤로 젖혔다.

         

       “똑똑히 봐라! 후배 놈들아.”

         

       그리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화르륵-!!!

         

       퍼져나가는 홍염.

         

       지켜보던 주나용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진다.

         

       아무래도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불>이기에 놀라는 눈치였다.

         

       임혜자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진염은, 대상을 불태우는 것과는 달랐다.

         

       그 어떤 금속도, 물체도 녹여, 원하는 것으로 뒤바뀌어 버리는 융해의 염.

         

       그것은 곧 임혜자의 등 뒤에 거대한 화신의 형상으로 드러났다.

         

       “뭐, 뭐야!?”

       “므, 므아아! 거, 거인. 거인이야! 세하야!”

       “…세, 세하…저거 설마…?”

         

       역시 문보라.

         

       박학다식한 만큼, 저 형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맞아, 신이야.”

       “…진짜로 대장장이의 신, <불카누스>님이라고요…?”

       “정확하게는 그 일부.”

         

       나의 설명에 멍하니 바라보는 문보라.

         

       그러거나 말거나, 임혜자의 능력은 착실하게 진행되었다.

         

       “<부서져라>!”

         

       임혜자의 입에서 외쳐지는 ‘언령’.

       그렇다.

       임혜자는 특이하게도 <백업>의 경우, [궁극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케이스였다.

         

       휘몰아치는 화염.

         

       강력한 용의 힘을 머금은 회오리를 향해, 불의 심판이 작렬한다.

         

       상식적으로 임혜자가 튕겨 나가야 정상일 터.

         

       하지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파캉-!

         

       부서진다.

         

       대상은 무려 공간.

         

       회오리가 있는 공간째로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화르륵-!

         

       여기에 마치, 공간을 불에 달군 금속처럼 가열시킨다.

         

       너무나도 말도 안 되는 모습에 모두가 경악하는 사이.

         

       완전히 가열된 공간은, 회오리를 가두며 하나의 구체처럼 변하였다.

         

       탁-!

         

       임혜자는 뜨겁지도 않은지, 당당하게 구체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곤 씩 미소 짓는다.

         

       “어때?”

         

       나 대단하지 않냐?

         

       후배들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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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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