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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4

       “모두 꼼짝 마! 움직이면 이걸 터뜨려 버릴 테니까!”

        “다들 마장을 내려놔! 지금부터 자루에 돈 되는 건 전부 담는다!”

        “생각보다 저항이 적은데?”

        “내가 말했잖아 관광객이 늘어서 짭짤할 거라고. 3등석에 타는 녀석들 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이걸로 혁명에 필요한 자금을 더 끌어모을 수 있겠어.”

       

        마탑에서 열차강도를 성공시키기란 쉽지 않다.

        타고 있는 승객들이 죄다 마법사인데다 급행일 경우 중간에 내릴 곳도 없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기껏해야 목숨을 담보로 자폭하는 테러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지금 3등석에서 벌어진 사태는 단순히 돈을 노린 범행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넌 뭐야?”

        “아, 죄송합니다. 옆칸 승객인데 시끄러워서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와 봤습니다.”

        “옆칸이면…… 이봐, 대학원생 전용석이잖아.”

        “동지라도 배려는 없다! 빨리 자리에 앉아!”

       

        강도들은 모두 대학원생 출신으로 로브에 아무런 표식이 없었다.

        승객들을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금품을 털던 이들은 내가 가까이 다가오자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나는 토비에게 뒷문을 지키게 한 뒤 지팡이를 앞세워 위협하는 이들을 순식간에 지나쳐 객실 앞쪽으로 향했다.

       

        “저, 저놈 잡아! 지원을 부르러 간다!”

        “기관실은 미리 확보하셨나요?”

        “뭐?”

        “화물칸의 귀중품 목록과 결계 해제 술식은요? 경비들의 순찰 루트와 무장 상태는?”

        “그, 그건…….”

        “이렇게 무를 줄이야, 열차 테러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만일을 대비해 탈선시킬 준비도 없이 어떻게 열차를 털겠습니까.”

       

        나는 다음 칸으로 향하는 손잡이를 돌렸다.

        간섭기를 사용하자 이등석과 삼등석을 나누는 객차 사이의 통로에 걸려있던 공간 왜곡 마법이 풀리며 열차가 크게 흔들렸다.

        뒤이어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한때 운드라 가문이 토비를 비롯한 테러범들을 몰래 급행에 태우는데 사용하던 비밀 라운지.

       

        고개 숙인 승객들의 비명이 난무하는 사이, 한 대학원생이 놀란 시선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와, 왕이시여……?”

       

       

       

        *

       

        “열차 테러는 작은 충격도 큰 참사로 번질 수 있다는 공포심이 핵심입니다. 폭탄도 아니고 고작 지팡이 하나로 무슨 공포심을 조성할 수 있겠습니까?”

        “그게, 특실이 아니면 탑승할 때 검역도 까다롭고 몸수색도 심해서 화기의 반입이 어려웠습니다.”

        “악기나 골동품으로 위장한 무기를 화물로 실은 뒤 열차 내부에서 옮기면 됩니다. 식당칸과 화물칸이 연결되어 있으니 역할 분담과 시간이 생명이죠.”

        “그, 그렇군요!”

        “기관실을 먼저 탈취해 통신을 차단하고, 중간에 급행을 강제로 멈출 수 있는 포인트도 몇 군데 작업해 두세요. 대학원생의 해방이 목적이라면 분명 다른 층에도 협조하는 이들이 있을 겁니다.”

        “네? 하지만 열차가 멈추면 곧바로 수색이…….”

        “쯧쯧, 열차가 계속 서야 어느 곳에서 도망쳤는지 찾는데 시간이 더 걸리지 않겠습니까. 수색대가 들어오면 여러분은 여기서 모습을 숨기면 됩니다.”

       

        나는 라운지 한 켠의 바에 자리잡고 서서 대학원생들에게 물을 한 잔씩 건넸다.

        시스테인 파크에서부터 나의 진심 어린 충고를 받아온 이들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승객들의 피해도 막고 열악한 대학원생들에 대한 처우도 개선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급행이 지속적으로 대학원생들에게 점거당하면 행정부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때 여러분은 떳떳하게 주장하는 바를 펼치실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흑, 저희 끼리는 도저히 방법이 안 보여서…….”

        “우선 편히 쉬고 마음이 진정되면 다시 열차를 털어보도록 하세요. 그리고 작은 부탁이 하나 있는데, 지금 쓰고 있는 가면 대신 다른 걸 써줄 수 있을까요?”

        “부, 부탁이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저흰 그냥 가지고 있는 게 이것 뿐이라…….”

       

        강도들은 얼굴을 가리기 위해 다들 개추가면을 쓰고 있었다.

        어디서나 구하기 쉬워서 그런 거겠지만 주딱과 황금별의 이미지가 나빠지니 자제해줬으면 했다.

        안 그래도 마탑에 사건사고만 터지면 갤러리 중독 때문으로 몰아가는 여론이 많았으니 말이다.

       

        “제게 마침 좋은 물건이 있으니 하나씩 나눠드리겠습니다.”

        “오오…… 이건?”

        “지금 쓰는 가면의 대척점에 있는 집단의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름은 ‘비추가면’입니다.”

       

        최근 나는 심심해져서 자칭 ‘검은 완장’을 만들어 놀고 있었다.

        주딱이 부재 중이던 때, 파딱들이 통제하지 못하는 갤러리를 대신 지배했던 5인의 거악(분탕)들.

        지금까지 알려진 악역집단의 간부진으로는 ‘초절합체메카미소녀’와 ‘빼미빼미올빼미’가 있었다.

        나는 후일 그들의 수하들에게 쓰게 할 프로토 타입의 비추가면을 대학원생들에게 나눠 주었다.

       

        가면을 하사받은 그들은 기쁨에 몸 둘 바 몰라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 지…….”

        “반드시 보란듯이 혁명을 이뤄내어 저희의 왕께 모든 영광을 바치겠습니다!”

        “하하, 그 두 개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군요. 여러분이 혁명을 성공했을 때 저의 존재는 필요 없을 겁니다. 그럼 다들 더 높은 곳에서 만납시다.”

        “아뇨 저희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연신 허리를 숙이는 대학원생들을 뒤로하고 급행은 무사히 공역에 도착했다.

        신고가 들어왔는지 플랫폼에는 수색대가 잔뜩 깔려 있었다.

        나는 탐탁지 않은 눈빛을 보내는 토비를 뒤로하고 객실에서 자던 아녜스를 깨워 앞으로 업었다.

        말랑한 허벅지를 툭툭 받치자 비몽사몽하던 그녀가 작게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비었다.

       

        “스승님 도착했어요.”

        “흐암, 그래에~?”

        “수색대가 있어서 검문을 받을 것 같은데 제가 학파를 물어보면 뭐라고 한다고 했었죠?

        “쯔읍, 해부학파아…….”

        “좋아요. 자, 다들 내립시다!”

       

        토비와 루퍼트, 그리고 화장실에서 합류한 프리나까지 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플랫폼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마침 실프 공략대의 깃발을 들고 있는 마가렛이 보였다.

        분명 직원을 보내준다고 했었는데, 왜 직접 왔지?

        들었던 것과 달라 잠깐 의아했지만 기왕이면 안면이 있는 그녀에게 안내를 받으면 더 좋으니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공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클락 씨, 그리고 학파 여러분. 열차 안에서 큰일이 있었다면서요?”

        “사악한 대학원생 무리가 승객들의 지갑을 털어갔다고 합니다.”

        “피해는 없으셨나요?”

        “얜 오히려 돈을 받았…….”

        “하하, 저희는 같은 대학원생이 있다고 안 건드리더라고요. 범죄는 치안부에서 잘 처리할 테니 저희는 관광을 즐기면 될 듯합니다.”

        “맞는 말이죠. 그럼 먼저 숙소로 가실까요?”

       

        마가렛이 우리를 안내한 곳은 공역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왕성 근처의 한 호텔이었다.

        공역의 거의 모든 구역은 소유권이 정해져 있으니 이건 공략대, 혹은 그녀가 속한 루스리아 학파의 건물이리라.

        로비에서 수속을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던 와중, 마가렛이 직원과 함께 돌아왔다.

        두 명 다 얼굴에 미묘하게 곤란한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어떡하죠? 저희가 예약한 방이 호텔 측 실수로 빠지는 바람에 1인실이 4개밖에 남지 않았다네요.”

        “우, 우린 다섯 명인데……? 방이 하나 부족하면 어쩔 수 없네. 그러면…….”

        “그러면 토비를 버리죠. 괜찮습니다.”

       

        프리나가 손을 꼼지락거리자 옆에 있던 내가 선수를 쳤다.

        이런 문제는 선배보다 후배가 말하는 편이 낫겠지.

       

        “뭐!? 야 그럼 난 어디서 자라고!”

        “의자가 푹신해서 좋네요. 여기서 자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미쳤냐?”

        “자자, 진정하세요. 방은 없어도 호텔 측에 추가 침대가 하나 있으니까 한 방에 두 분이서 주무시면 될 거에요.”

        “아쉽네요. 그럼 제가 스승님이랑 같은 방을 쓰죠 뭐.”

       

        나는 낮잠 시간이라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는 아녜스의 보따리를 챙겼다.

        평소에도 같이 자는 사이이니 거리낄 게 없었다.

        그 순간, 프리나와 마가렛이 재빨리 서로 시선을 주고 받았다.

        두 사람은 동시에 일어나 내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그, 그러고 보니 이 호텔에는 강력한 저주가 걸려 있어서요! 남녀 두명이 한 방에서 자면 키가 줄어들어 버린답니다!”

        “히에에엑!!? 아, 안 된다! 놓거라 클락아, 들어가면 안 된다……!”

        “참고로 남자끼리 들어가면 즉사해요.”

        “그런 위험한 저주가 있으면 얼른 해주했어야죠. 선배랑 저라면 풀 수 있을…….”

        “이, 이런 것도 다 마케팅이야! 허락도 없이 저주를 풀면 안 되지!”

       

        그런가?

       

        작아진 키도 며칠 후면 원래대로 돌아온다니 큰 불편함을 느낄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스승님이 독방을 쓰는 것을 고집한 결과 나는 프리나와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방 안에 들어가서도 아무런 저주의 흔적도 느낄 수 없었지만 호텔 측에서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으니 적당히 짐을 풀었다.

        창밖으로 관광객이 가득한 공역의 번화가가 내려다 보이는 꽤나 고급스러운 내부.

        장인이 세공한 듯한 유리 테이블 위에는 투숙을 환영한다는 쪽지와 함께 와인과 몇 가지 과자들이 놓여 있었다.

       

        이거 공짜인가?

        가만히 보고 있자 프리나가 당황한 투로 말했다.

       

        “나, 나랑 같은 방 쓰게 해줬다고 이상한 생각하진 마라? 저녁에 단둘이 술 한 잔 하거나 테라스에서 야경 같이 내려다 본다거나 호, 호텔 수영장 같은 데 같이 들어가자는, 이, 인싸들이나 하는 짓거리 진짜 극혐이니까……!”

        “그런 생각 안했어요.”

       

        굳이 입밖으로 내자면 다른 사람보다 내가 프리나랑 같은 방을 써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했다.

        방 안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달짝지근한 향이 공간을 잠식하고 있었으니까.

        거무죽죽한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게 아니라 일상복을 입고 있는 것만으로 마녀의 피가 내뿜는 매력이 배가 되는 듯했다.

        특히 긴장한 탓에 땀을 식히려 뒷머리를 매만질 때마다 헐렁한 가디건 아래에서 드러나는 겨드랑이가…….

       

        “뭐, 뭘 봐? 아무 일도 없을 거라니까?”

       

        이건 좋지 않군.

        나는 어지러운 정신을 다잡기 위해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방 안에 딱 붙어 있는 침대를 서로 떨어뜨리고, 무고한 유동 삼백 명의 피를 바쳐 검은 완장 하나를 갤러리에 강림시켜 게시판 열다섯 개를 초토화시켰다.

       

        그렇게 심신을 안정화시킨 뒤, 깊은 심호흡과 함께 말했다.

       

        “그만 나가죠. 다들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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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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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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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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