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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4

       가주 백영학.

         

       아비로서의 그는 둘째치고, 가주로서의 그는 세간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가진 재능 중 가장 뛰어나다 여겨지는 것이 바로 정치력과 경제력이었다.

         

       수백 명이 모여 사는 문파 또는 세가에 필요한 것은 무력뿐만이 아니다.

         

       그들을 먹여 살릴 돈도 필요하고, 위험에 처했을 때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동맹 세력도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 백영학은 천부적인 재능을 선보였다.

         

       그가 아직 소가주일 때, 화산파의 차기 장문인으로 내정되어 있던 대제자와 의기투합하여 든든한 동맹 관계를 구축한 일화는 여전히 화자가 될 정도.

         

       경제력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세가의 경제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터로 삼은 백하현 전체의 발전을 도모했다.

         

       작은 도시라 하기엔 크고, 큰 도시라 하기엔 작은 애매한 백하현은 그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빠른 발전을 이룩했다.

         

       “오, 오오!”

       “여기가 바로…. 금양루!”

         

       샛노란 등불이 줄지어 달린 높다란 건물, 금양루 또한 백영학의 업적 중 하나였다.

         

       중원 제일의 상단이 야심차게 준비한 금양루 본점이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둔 이후, 그들이 조만간 중원 전역에 금양루 분점을 설립할 계획임을 듣게 된 백영학은 누구보다 빠르게 그들과 접촉했다.

         

       무려 사흘에 걸친 회담 끝에 백영학은 금양루 섬서 분점이 세워질 위치를 백하현으로 선정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렇게 금양루가 세워진 뒤로, 안 그래도 빨랐던 백하현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게 됐다고.

         

       “촌놈처럼 굴지 말고 들어가자.”

       “으, 으음!”

       “그, 그럴 수는 없지.”

         

       헤벌쭉한 얼굴로 연신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목을 정면으로 고정시키는 두 사람.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 나름 멋져 보인다고 생각한 걸까.

         

       고정된 목 대신 눈동자를 데룩데룩 굴리고 있는 두 사람을 이끌고 금양루에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단아한 자태의 여인이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그들을 맞이했다.

         

       “헙.”

       “오….”

         

       입구에서 반기는 직원의 외모가 웬만한 기루의 대표 기녀와 맞먹을 정도로 아름답다.

         

       과연 중원 제일의 주루라 불리는 금양루다웠다.

         

       “몇 층으로 안내해 드리리까.”

         

       금양루는 총 일곱 개의 층으로 나뉘어 있다.

         

       일 층과 이 층은 하층으로 분류되어 한 번 거하게 마시고 나면 은자 수십 냥이 나간다.

         

       삼 층과 사 층은 중층이다.

         

       즐기는 데에 금자 한두 냥은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곳으로써, 일반적인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최고로 높은 층이기도 했다.

         

       오 층과 육 층은 상층으로 분류된다.

         

       이곳부터는 돈이 있어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다. 오직 명가의 자제 또는 대형 상단이나 표국의 직계 정도는 되어야만 문을 두드릴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대망의 칠 층.

         

       이곳은 최상층이라 하여 웬만큼 명성 있는 가문의 사람들도 입장이 허락되지 않는 곳이다.

         

       입장하기 위한 조건은 단 두 가지.

         

       중원 전역에 이름을 날린 무인 또는 명사거나, 그들이 준비한 시험을 치러 통과하거나.

         

       시험은 문(文), 무(武), 기(技), 예(藝) 네 가지로 나뉘며 원하는 것 하나를 선택하여 시험관의 인정을 받으면 통과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시험관이 엄청 깐깐하다지.’

         

       시험관은 하나 같이 깐깐하여 한 해에 시험을 치르는 수백의 도전자들 중 고작 몇 명만이 합격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해보면 참으로 웃긴 일이다.

         

       돈을 벌어야 하는 이들이 돈을 쓰러 오는 자들을 가려 받고, 시험까지 치른다니.

         

       ‘그게 제대로 먹혔지.’

         

       남들의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받으며 한 층, 한 층 올라간 곳에 차려진 산해진미와 아리따운 여인과 음률.

         

       있는 자들의 권위의식을 제대로 겨냥한 전략이었다.

         

       백우진은 묵묵히 서서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여인을 보며 대답했다.

         

       “칠 층.”

       “헉.”

       “컥!”

         

       눈앞에 있는 여인의 눈동자도 순간 떨렸다. 근데 뒤에 있는 두 녀석이 더 놀라고 있다.

         

       장삼과 구왕수가 황급히 그의 어깨를 잡았다.

         

       “아, 아니 조장. 지금 칠 층이라고 하셨소?”

       “칠 층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거지? 그냥 경치 좋을 것 같아서 고른 거지?”

         

       끈적하게 달라붙는 두 놈을 가볍게 털어내는 백우진.

         

       그러는 사이 신색을 회복한 여인이 최대한 공손한 말투로 그에게 말을 건넸다.

         

       “저어, 칠 층은 입장 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터라….”

         

       백우진은 그런 그녀를 향해 제 품에서 두 개의 패를 꺼내어 내밀었다.

         

       하나는 섬서백가를 상징하는 패였다.

         

       그들이 영업하고 있는 금양루는 섬서백가의 영역.

         

       섬서 분점에 한해서 이 패는 오대세가와 동일한 수준으로 취급받는다.

         

       나머지 하나는 정무학관에서 만들어준 신룡패다.

         

       두 개의 패를 합치면 답은 쉽게 나온다.

         

       작년 용봉비무제에서 소림의 기재를 압도하고 신룡을 거머쥔 섬서백가의 둘째 아들내미.

         

       “오, 옥면신룡 백우진 공자님이셨군요. 몰라뵈어 송구합니다.”

       “괜찮소. 알고 있는 게 더 이상한 거지.”

         

       중원의 소문은 오직 구전을 통해서 퍼지는데 얼굴을 자세히 알고 있으면 그게 더 수상한 일이다.

         

       “위로 모시겠습니다. 이쪽으로….”

         

       앞장 서서 걸어가는 그녀의 뒤를 따라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밟는다.

         

       일 층에서 이 층, 이 층에서 삼 층.

         

       하나씩 층수가 높아질 때마다 그 자리에서 마시고 있는 이들의 부러움 가득한 시선과 목소리가 귀에 또렷하게 전달된다.

         

       “흠, 으흠!”

       “크음.”

         

       꺼벙하게 굴던 장삼과 구왕수는 어느새 부잣집 도련님처럼 뒷짐까지 지고 있다.

         

       그렇게 육 층에 도달했다.

         

       몇 안 되는 이들이 넓은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을 한 젓가락씩 맛보며 기품 있는 여인들이 따라주는 술을 마시고 있다.

         

       칠 층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서글서글한 인상의 노인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오.”

         

       절정 상입경에 올라선 고수였다.

         

       그녀는 조금 전 백우진에게 받아든 두 개의 패를 노인에게 건네주었다.

         

       “옥면신룡 백우진 공자님입니다.”

         

       패를 확인한 노인은 인자한 미소 그대로 그를 향해 포권을 취하며 옆으로 한 걸음 비켜섰다.

         

       “환영합니다, 백우진 공자님.”

         

       칠 층으로 오르시지요.

         

       이를 본 육 층의 손님들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 * *

         

         

       별천지.

         

       상층으로 분류되는 오 층과 육 층 또한 온갖 고급스러운 것들로 도배되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으나, 칠 층은 그러한 상층을 따위로 만들 수준이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한 세대에 둘 이상 존재하기 힘든 거장의 손길에 탄생한 것들이었고, 벽이 개방되어 드러난 경치는 그야말로 세상을 발아래에 둔 듯한 기분을 안겨주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한쪽에 줄지어 서 있는 여인들의 존재였다.

         

       “이, 이보게 광수.”

       “어, 어어…?”

       “혹…, 우리가 죽은 것인가? 그러니까…, 죽어서 천국에 온 것은 아니냔 말일세.”

       “아, 아닐걸?”

         

       나긋한 미소를 품은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한 지역을 대표하고도 남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칠 층에 귀한 분이 걸음 하셨군요.”

         

       여인들이 서 있는 곳과 반대되는 곳에서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청아한 음성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면사로 얼굴을 가린 여인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특별한 면사로군.’

         

       안력을 한껏 돋워도 내부가 조금도 비치지 않는다.

         

       무협지에서 흔히 나오는 클리셰가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저는 이곳 금양루 섬서점의 루주, 명화라 하옵니다.”

       “반갑소.”

       “세간에 옥면신룡의 외모가 송옥, 반안 못지않다고 하여 소문이 과한 것은 아닌가 했는데, 직접 뵈어 보니 소문이 한참 모자란 것 같습니다.”

         

       한껏 치켜세워주는 그녀의 말에 백우진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 생각에도 그런 것 같소.”

         

       순간 당황한 명화.

         

       거대한 주루의 루주 자리를 도박으로 따낸 것이 아님을 증명하듯, 그것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후후, 소문대로 유쾌하시기까지 하시군요.”

       “그런 소문도 났나.”

       “예, 무척이나 쾌활하신 분이라고.”

       “…….”

         

       그녀의 말은 한 번쯤 걸러서 들을 필요가 있다.

         

       쾌활하다고 소문이 났다는 건 무척 순화한 표현일 터.

         

       ‘미친놈이라고 소문이라도 났나.’

         

       자기 자신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어서 앉으셔요. 곧 술과 음식을 대령하겠습니다.”

         

       그녀의 안내에 세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

         

       앉기만 했는데도 온몸의 피로가 사악 풀리는 것만 같은 푸근함이 전신을 타고 흐른다.

         

       한쪽에 서 있던 여인들이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

         

       “상아입니다. 공자님의 옆을 내어 주시렵니까?”

         

       제 앞에 다가와 교태어린 음성으로 묻는 그녀를 향해 백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내 옆자리는 비워두고 저 두 친구나 신경 써주시오.”

         

       실로 안타까운 마음에 그녀는 탄식했다.

         

       손님에게 내어줄 수 있는 것은 웃음뿐인 그녀들로 하여금 스스로 사내와의 하룻밤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차려입은 백우진의 파괴력은 남달랐다.

         

       한없이 치솟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며 표정 관리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의 양옆에 아리따운 여인들이 자리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온갖 산해진미가 쏟아져 나왔다.

         

       건팽계괴, 경장육사, 고압자, 규화계, 동파육….

         

       하나 같이 특별한 날이거나 특정 지역에 가야만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귀한 것들로만 차려진 식탁 위로 탐욕어린 두 시선이 내달린다.

         

       “안 먹고 뭐 해?”

         

       당장 먹고 싶은 표정을 하면서도 젓가락을 들지 않는 두 사람을 보며 묻는 백우진.

         

       “당연히 조장이 먼저 들어야지 않소.”

       “음음.”

         

       이러한 행동을 보고 기특하단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백우진은 가까이에 있는 술병을 들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온갖 꽃향기가 콧속을 가득 메운다.

         

       장삼의 옆에 앉은 여인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백화옥로주라는 술이어요.”

         

       백 가지 꽃을 재료로 만든 술이란다.

         

       그 맛과 향이 한 번 맛보면 평생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각별하여 황궁에 납품되는 술이라고.

         

       “화, 황궁에 납품하는 술이라니.”

       “우아아…!”

         

       목울대가 휘청거릴 정도로 침을 삼키는 두 사람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백우진은 잔을 들어 올렸다.

         

       “금양루 데려가 준다는 약속, 지켰다.”

       “조장은 사내 대장부요!”

       “믿고 있었다구, 제엔장!”

         

       격한 반응을 보이는 두 사람과 잔을 부딪치고 술잔을 기울였다.

         

       고작 술 한 잔을 마시면 평생 그 맛을 기억하게 된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 서서히 이해의 영역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오우야.”

         

       그야말로 각별하다, 라는 말이 어울리는 명주 중의 명주였다.

         

       백우진이 시작을 끊자, 나머지 두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 술과 안주를 맛보기 시작했다.

         

       양옆에 앉은 여인들은 그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술을 따라주고, 안주를 집어주었다.

         

       “햐….”

         

       그냥 말상대 한 명 정도는 앉힐 걸 그랬나.

         

       묘한 아쉬움에 입맛을 다실 무렵이었다.

         

       “공자님, 실례합니다.”

         

       자리를 비운 뒤로 보이지 않던 금양루주 명화가 백우진의 곁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공자님을 뵙고자 하는 분들이 계셔요.”

       “날 말이오?”

         

       백우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묻자, 그녀가 대답했다.

         

       “실례인 줄은 알지만, 꼭 뵈었으면 한다고 전해달라 하시지 뭐예요.”

       “흠.”

         

       분위기가 묘했다.

         

       백우진은 제갈연지의 구박을 피하기 위해 그 누구에게도 금양루에 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이 여기 있는 줄은 어떻게 알고 만나자는 말을 전한단 말인가.

         

       그것도 금양루주를 직접 시켜서.

         

       ‘아.’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금양루 칠 층에 오른 귀빈의 이름을 전해 듣고, 금양루주에게 명을 내릴 수 있는 사람.

         

       ‘황금상단.’

         

       금양루를 만든 그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터.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때마침 황금상단의 높은 분께서 시찰을 나오셨는데, 백우진 공자님이 계시단 얘기를 듣고 꼭 전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셔서요.”

         

       어쩔까요.

         

       제 의중을 묻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백우진은 이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번 만나보겠소.”

         

       일단 돈 많은 집과는 친하게 지내야 하는 법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십니까, 독자님들.

    이번 편은 뭐랄까 별 내용이 없어 보이는 듯하면서도 여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일단 이제 곧 만나게 될 황금상단이 그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다음편을 기대해주세요!!

    최근에 글을 쓰다 보면 이거 히로인에 대해서도 여러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저기 심을 후보군은 많이 만들어 뒀는데, 많으면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또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히로인이 많을수록 일러스트를 뽑는 재미가 늘어나는 것 아닐?까? 싶기는 합니다만,

    다른 분들이 우려하시는 대로 분량 조절의 미흡함이 드러날 수도 있는지라 여러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잘 조절해서 여기저기 뿌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주에 또 한 장의 일러스트를 제작 요청할 생각입니다.

    그 주인공은,,, 역시나 이번에도 비밀입니닷!!

    최대한 예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만들어올 테니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또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_ _)

    P.s 후원 감사의 말씀

    En so님!

    후원 감사합니다! 신녀 일러스트를 들고 왔을 때 후원을 주셨으니, 일러스트가 맘에 드신 걸로 사료됩니다.
    앞으로 더 좋은 일러스트 뽑아 오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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