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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4

       “마, 만나자고? 설마 지금?”

         

       [네, 지금요.]

         

       “어…, 그게….”

         

       예린이의 말에 이혜정은 머리에 물음표를 띄울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예린이는 이혜정이 정말 좋아하고 아끼는 동생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처음으로 전화해서 하는 말이 직접 만나자고?

         

       이렇게 갑자기?

         

       따뜻한 성격 때문에 친구는 많긴 하지만 내향적이었던 이혜정은 조금 경계하는 투로 물었다.

         

       “그…, 만나서 뭐 하려고?”

         

       [그냥…, 놀아요. 우리.]

         

       “…놀아?”

         

       [네, 저희 나아아 끝나면 또 언제 이런 여유 가질지 모르잖아요? 그 전에 언니랑 같이 시간 보내고 싶어요.]

         

       “…아.”

         

       이혜정은 예린이의 그 말 뒤에 무슨 뜻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나아아가 끝나면 예린이는 나아아 프로젝트 그룹으로 데뷔를 할 테니까.

         

       그러면 엄청 바빠질 테니 그녀와 시간을 보낼 기회가 없을 게 분명했다.

         

       ‘물론 나도 새로 회사 찾느라 바쁘겠지….’

         

       사실 이혜정은 지금 회사 키드쉽 엔터테인먼트와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채였다.

         

       본래 키드쉽 엔터는 아이돌이 아닌 싱어송라이터를 육성하는 곳이라…, 나아아가 끝나면 이혜정도 키드쉽 엔터도 서로 재계약 의사가 없었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선 나아아가 끝나는 즉시 이혜정도 새로운 회사를 찾아야 했다.

         

       그러면 바빠질 게 분명할 터.

         

       이미 자신의 나아아 탈락을 거의 확실시하게 여기는 이혜정은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을 숨기고 일부러 밝은 척 예린이에게 답했다.

         

       “그래, 예린아. 우리 바빠지기 전에 만나서 오늘 신나게 놀자.”

         

       [네, 그러면 제가 어디로 갈까요? 언니 서울 사시죠? 언니 집 쪽으로 갈까요?]

         

       “내 집? 어 그게….”

         

       [그게 낫겠네. 제가 언니 집 쪽으로 갈게요. 주소 불러 주세요.]

         

       “아…, 어, 그래, 주소가….”

         

       그래도 중간에서 만나는 게 낫지 않았나 싶었지만 예린이의 재촉에 이혜정은 엉겁결에 집 주소를 밝혔다.

         

       [금방 갈게요 언니! 준비하세요!]

         

       금방 온다는 말답게 예린이는 통화를 끊은 지 30분 조금 넘자마자 혜정의 집에 도착했다.

         

       띵동.

         

       ‘엄청 빨리 왔네? 예린이 집도 근처인가?’

         

       “어…! 예린아! 나갈게!”

         

       생각보다 훨씬 빠른 도착에 이혜정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나아아 밖에서 예린이를 만난다는 반가움에 서둘러 문을 열었다.

         

       그리고….

         

       “예린아, 엄청 빨리 왔네? 혹시 집이 근…, 꺄악!”

         

       …문을 열자마자 예린이 뒤에 있는 덩치를 보고 깜짝 놀라 자빠지고 말았다.

         

       검은 정장에 거대한 체구 거기에 반질반질한 대머리에 얼굴에 난 작은 흉터까지.

         

       예린이의 뒤에 있는 사람은 누가 봐도 깡패였다.

         

       이에 뒤로 넘어진 이혜정이 벌벌 떨며 묻자….

         

       “예, 예린아…, 뒤, 뒤에 계신 분은 누구….”

         

       “어, 언니 너무 놀라지 마세요! 저희 회사 오빠예요!”

         

       흰색 와이셔츠에 반바지, 운동화, 힙한 야구모자까지 캐주얼하게 꾸미고 온 예린이가 손사래를 치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외모 때문에 오해를 받긴 하는데 누구보다 착한 오빠예요. 지금 제 매니저 겸 경호 일을 해주고 있어요. 상구 오빠, 이쪽은 혜정 언니예요.”

         

       “안녕하십니까,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예린이가 이혜정을 가리키자 상구가 이혜정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나타나 놀라게 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아, 아뇨…. 제가 더 죄송해요. 괜히 오버해서….”

         

       상구의 정중한 모습에 이혜정은 괜히 자신이 소란을 떤 것이 부끄러워졌다.

         

       ‘사람 외모 가지고 판단하면 안 되는데…, 이렇게 젠틀한 아저씨를 보고 괜히 놀랐네….’

         

       참고로 상구의 나이는 한시우보다 1살 어린 32살이었다.

         

       물론 이를 알지 못 하는 이혜정은 상구를 나이 많은 어른이라 생각하고 몸을 일으켜 자세를 공손하게 한 다음 상구에게 고개를 푹 숙였다.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이혜정이라고 합니다.”

         

       “조상구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예린이가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말했다.

         

       “언니, 오늘 뭐 하고 놀지 생각했어요?”

         

       “아, 아니…. 아직….”

         

       “그러면 저희….”

         

       짠.

         

       예린이가 한 영화 포스터가 그려진 폰 화면을 보여주며 소리쳤다.

         

       “영화 보러 가요! 이미 제일 가까운 영화관에 3자리 예매해놨어요!”

         

       그리 말하는 예린이의 표정이 아이처럼 해맑았다.

         

         

         

       **

       

         

         

       예린이와 이혜정은 상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금방 영화관에 도착했다.

         

       혹여 영화관에서 누군가 예린이와 이혜정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다행히 동네 작은 영화관이라 그런지 주말임에도 그리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보다 오랜만에 영화네….’

         

       영화관에 도착한 이혜정은 설레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사실 그녀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오디션 프로 나가랴 연습생 생활하랴 바빠서 오랜만에 영화관에 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는 예린이도 마찬가지였는지 예린이가 해맑은 표정으로 이혜정에게 제안했다.

         

       “언니, 저희 둘이 포스터 앞에서 사진 찍지 않을래요?”

         

       “사진…?”

         

       사진을 찍자는 예린이의 말에 이혜정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까지 예린이가 무언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예린이는 인별도 안 하는데 웬 사진을? 아…, 개인 소장용인가?’

         

       이에 이혜정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 예린이가 잡은 셀카 구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푸훗.”

         

       “…엥? 왜요, 언니?”

         

       이혜정은 예린이가 잡은 셀카 구도를 보고 빵 터졌다.

         

       “예린아, 구도가 이게 뭐야. 아저씨 셀카 같잖아.”

         

       예린이가 셀카를 안 찍어본 티를 엄청 냈기 때문이었다.

         

       ‘우리 아빠 셀카 같아. 귀여워.’

         

       이혜정은 그런 예린이의 머리를 조금 쓰다듬은 후 카메라를 대신 건네 받고는….

         

       “언니가 찍어 줄게. 폰 줘 봐.”

         

       “아, 넵.”

         

       “보정도 안 해놨네. 물론 예린이 네가 그냥 찍어도 예쁜 건 맞는데 아주 약간의 보정은 필수야.”

         

       능숙하게 폰을 만지고 완벽한 구도로 사진을 찍었다.

         

       셀카에 나름 내공이 있던 이혜정은 그렇게 본인이 봐도 만족스러울 정도의 결과물을 내었다.

         

       ‘역시 예린이가 카메라도 잘 받네. 엄청 예쁘게 잘 나왔다….’

         

       이는 이혜정이 순간 자신의 인별에 올리고 싶다는 욕망이 들 정도였지만….

         

       ‘에이…, 예린이는 인별도 안 하는데 이런 거 올리면 예린이한테 실례지.’

         

       이혜정은 이내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저었다.

         

       예린이도 사진이 마음에 들었는지 뿌듯한 표정으로 결과물을 바라보다가 이혜정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

         

       “와, 엄청 잘 나왔네. 언니 저희 얼른 들어가요. 아, 혹시 팝콘은….”

         

       “…!”

         

       팝콘이라는 말에 이혜정은 순간 움찔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음…, 나는 필요 없을 것 같아. 배 별로 안 고파서.”

         

       “아, 그래요? 상구 오빠는요?”

         

       “나도 괜찮다.”

         

       “그러면 어서 들어가죠!”

         

       그렇게 세 사람은 팝콘이나 콜라 없이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예린이가 고른 영화는 요즘 유행인 코미디 액션 장르였다.

         

       “하하.”

         

       “후후.”

         

       시원한 사이다 전개와 함께 고구마 없이 편안했던 그 영화는 이혜정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즐기게 만들어주었다.

         

       나아아에 출연하며 여러 가지 고민과 잡생각이 많아졌던 이혜정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다.

         

         

         

         

       **

       

         

         

       

       

       “영화 재밌었다, 그치?”

         

       “네, 엄청 재밌었어요.”

         

       “이제 다음 계획은 뭐야? 혹시 영화보고 또 하려는 거 있었어?”

         

       “그게….”

         

       이혜정의 질문에 내가 하하 웃고 뒷머리를 긁으며 답했다.

         

       “사실 뒤는 생각을 안 했어요. 영화 예매만 급하게 하고 와서…, 하하.”

         

       “그래?”

         

       “혹시 언니 하고 싶은 거 있으세요?”

         

       “으음….”

         

       이에 이혜정이 잠시 턱을 괴었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예린아, 혹시 당구 쳐 봤어?”

         

       “…당구요?”

         

       …당구라니?

         

       이혜정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단어가 나오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뇨…, 한 번도 안 쳐봤어요….”

         

       전생에서 나는 고아인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기에 그 흔한 당구장 한 번 가 본 적이 없었다.

         

       이번 생에서는 친구라 부를 이들은 있었지만 죄다 여자라 가도 카페나 이런 곳만 가보지 당구장은 갈 일이 없었다.

         

       이에 고개를 저으니 이혜정이 영화를 볼 때만큼이나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당구치러 가자. 재미있을 거야.”

         

       “아…, 네!”

         

       그리고 이혜정이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이혜정 동네의 작은 당구장이었다.

         

       딸랑.

         

       “어서 오십…, 아, 혜정이구나.”

         

       “사장님.”

         

       낡고 사람 없는 당구장에 들어가자마자 노년의 사장님이 이혜정을 알아보고 인사했다.

         

       아무래도 이혜정은 이곳 단골인 듯싶었다.

         

       “3구? 아니면 4구?”

         

       “4구로요. 음료수는 아이스티로 3잔 주시구요.”

         

       “그래.”

         

       3구? 4구?

         

       이혜정은 사장님께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주문을 하며 익숙하게 당구대로 가 큐대를 잡았다.

         

       그 모습이 뭐랄까.

         

       …오묘했다.

         

       지금까지는 착하고 순하게만 보였던 이혜정인데…, 이렇게 익숙하게 큐대에 초크를 갈고 있는 모습이…, 조금 일진 언니를 보는 것 같달까?

         

       이런 내 시선을 느꼈는지 이혜정이 부끄럽다는 듯 작게 웃으며 말했다.

         

       “아빠가 옛날부터 당구장 죽돌이셨거든. 주말마다 아빠 당구장 가는 거 따라가다 보니 나도 당구를 좋아하게 됐어.”

         

       “아….”

         

       “예린이는 당구를 쳐본 적 없다고 했고…, 상구 아저씨는 당구치시죠? 혹시 다마가 어떻게 되세요?”

         

       “저는 300정도 칩니다. 근데 죄송합니다. 지금 핸드폰으로 급하게 처리해아 할 업무가 있어서…, 저는 여기 앉아 지키고 있을 테니 두 분이서 치시죠.”

         

       “아…, 아쉽네요.”

         

       이혜정은 아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에 큐대를 쥐어 주었다.

         

       “예린아, 언니가 당구 가르쳐 줄게. 예린이는 운동신경이 좋으니까 금방 배울 수 있을 거야.”

         

       “네…! 가르쳐 주세요.”

         

       이혜정은 그렇게 내게 룰 설명과 함께 직접 내 몸에 밀착하여 자세를 잡아 주었다.

         

       그리고 곧….

         

       “…오.”

         

       나는 당구를 금방 배울 수 있었다.

         

       “…예린아, 당구 처음 치는 거 맞지? 아니…, 와….”

         

       “잘하고 있는 건가요?”

         

       “당구 배운지 10분 만에 50개를 뺀 거면 엄청 잘하는 거지…. 와…, 이거 내 승부욕을 불태우게 하는데?”

         

       당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재밌었고 나와 이혜정은 그렇게 30분 정도 당구를 즐겼다.

         

       그리고….

         

       ‘슬슬….’

         

       시계를 보고서 슬슬 때가 왔다 생각하며 나는 이혜정에게 넌지시 말했다.

         

       “언니, 점심때를 넘었는데 저희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요. 배 안 고프세요?”

         

       “…어? 아….”

         

       배가 고프지 않냐는 말에 이혜정이 멈칫했다가 머뭇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프지.”

         

       “그러면 저희 여기서 점심 먹을까요? 당구장에서 짜장면 먹는 게 제 로망이었는데.”

         

       “아…, 그, 그래.”

         

       점심을 먹자는 말에 업무를 보고 있던 상구 오빠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두 사람은 당구 계속 치십쇼. 제가 사장님께 말해서 중국집에 배달시키겠습니다. 예린아, 너는 뭐 먹을 거니?”

         

       “저는 짜장면이요. 곱빼기로.”

         

       “혜정 씨는…?”

         

       “아…, 저는…, 볶음밥. 볶음밥이요! 그리고 저는 보통이면 돼요!”

         

       “네, 그러면 시키고 오겠습니다.”

         

       역시 중국집은 속도가 생명인 건가.

         

       시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달 아저씨가 향수가 느껴지는 철가방과 함께 음식들을 내 왔다.

         

       나는 짜장면. 혜정 언니는 볶음밥.

         

       그리고 탕수육은 덤이었다.

         

       후룩.

         

       당구장이라는 특별한 장소여서인지 아니면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짜장면은 상당히 맛있었다.

         

       “오, 여기 엄청 맛있네요.”

         

       “응, 동네에서 엄청 유명한 맛집이야. 맛있어.”

         

       맛있다고 말하면서 이혜정은 자신의 몫을 반도 못 먹은 데다 탕수육은 건들지도 않았다.

         

       평소의 나였다면 그냥 그런갑다 생각했을 것이었다.

         

       등급 평가 A 등급에서 강제로 B로 강등당한 이후 이혜정은…, 자신의 식사량을 극도로 통제하는 모습을 보였으니까.

         

       하지만 오늘의 나는 조금 예리한 눈으로 그녀를 살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후, 잘 먹었다.”

         

       “…예린아, 언니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까?”

         

       “아, 네, 다녀오세요.”

         

       “조금 오래 걸릴 거야. …무슨 뜻인지 알지?”

         

       “그럼요, 편하게 다녀오세요.”

         

       이혜정은 화장실로 떠나고 나는 우리가 식사한 자리의 뒷정리를 마쳤다.

         

       그리고 핸드폰을 열어 아까 이혜정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았다.

         

       ‘혜정 언니…, 예쁘다.’

         

       원래도 미인이었던 이혜정이었지만…, 요즘은 그야말로 물이 올랐다 싶을 정도로 예뻤다.

         

       그 이유는 체형 변화 때문일 게 분명했다.

         

       다소 통통했던 과거의 이혜정과 달리 지금의 이혜정은 패션 모델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마른 체형이어서 보호 본능과 병약미를 자극했으니까.

         

       그렇게 나는 사진 속 살이 쪽 들어간 이혜정을 손가락으로 쓸다가….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고개를 한 번 푹 숙였다.

         

       스윽.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일어나서 문 쪽으로 향하자 상구 오빠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예린아, 어디 가니?”

         

       “화장실이요.”

         

       “그게…, 방금 전 혜정 씨가 조금 오래 걸린다고 그러지 않았니?”

         

       “그랬었죠.”

         

       내가 태연하게 답하자 상구 오빠가 조금 답답하다는 투로 말했다.

         

       “혜정 씨가 그렇게 말한 건…, 큰 볼일을 보고 오겠다는 걸 에둘러서 표현한 거 아닐까? 지금 화장실을 가면 조금 민망할 것 같은데….”

         

       상구 오빠의 걱정 어린 말투에 나는 무표정으로 고개를 젓고는….

         

       “괜찮아요.”

         

       그대로 문으로 나갔다.

         

       “사장님, 화장실 어디예요?”

         

       “여자 화장실은 3층에 있어요.”

         

       “넵, 감사합니다.”

         

       나는 그대로 빠르지만 소리가 나지 않는 걸음으로 살금살금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2층을 넘어설 때쯤….

         

       쏴아아-.

         

       물을 얼마나 크게 틀어 놓은 건지 폭포수처럼 내리는 물소리와 함께….

         

       “……웩.”

         

       짧은 신음 같은 것이 들렸다.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내 예상을 확신하며 아까 나한나와 통화했던 내용을 떠올렸다.

         

       ‘그게…, 혜정 언니 말이죠…. 보니까…, 아무래도 먹토하는 것 같아요.’

         

       ‘…먹토? 먹토가 뭔데?’

         

       ‘밥 먹은 다음 바로 토하는 거요. 이른바 거식증이죠.’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쏴아아-.

         

       “…우욱, 웨에엑.”

         

       밥을 얼마 먹지도 않은 이혜정이 변기를 잡고 신물을 쏟아 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서 나는 예전 이혜정과 함께 들었던 나아아 제작진들의 뒷담화를 떠올렸다.

         

       ‘근데 이혜정 걔 확실히 실력은 있는 것 같던데 신PD님은 왜 걔를 B로 내렸대?’

         

       ‘애가 좀 뚱뚱한 게 마음에 안 들었나 봐.’

         

       그때 그 말이 얼마나 저주스러웠으면 지금 이러고 있을까?

         

       [상태이상 : 극심한 불안장애.]

         

       이혜정의 상태이상은 다른 연습생들의 것보다 깨끗했다.

         

       불안장애.

         

       이것은 미래가 불확실한 아이돌 연습생들이라면 누구나 디폴트로 갖고 있던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핑계에 불과하단 걸 안다.

         

       나는…, 나아아에서 이혜정과 가장 오래 붙어 있었던 참가자였으니까.

       

       ‘내가 진작 더 신경 써 줬어야 하는데….’

         

       그렇게 나는 나한나도 눈치챈 사실을 내가 몰랐다는 것에 지난날을 반성하며….

         

       쏴아아-.

         

       뚝.

         

       …세게 틀어지고 있던 수도꼭지를 잠갔다.

         

       그제서야 엎드리고 있던 이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예린아.”

         

       “…….”

         

       나를 올려다보는 이혜정의 얼굴에서 나아아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혜정의 얼굴이 오버랩되었다.

         

       그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 이혜정의 얼굴은…, 너무나도 핼쑥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YuSeol님! 3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매번 이렇게 후원과 함께 정성스런 메세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하고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YuSeol님의 응원 덕분에 이렇게 매일 열심히 연재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YuSeol님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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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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