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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4

        – 오오오오!!

        – 뭐임? 뭐임?!

        – 순애다! 순애야!

        – 멋쪄어어어어어!!!

        – 싸나이네!!

       

        시청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하지만 이해한다. 그때 남편의 모습은 정말이지…….

       

        “후훗. 지금 생각하지만, 나는 그 순간부터 이미 그이에게 빠져들지 않았나 싶구나.”

       

        한 손으로 볼을 감싸며 얼굴을 붉혔다.

        물론 그 당시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었지만 말이다.

       

        –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 남편분이 멋지게 구해 줌?

        – 빨리!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

        – ㄹㅇㅋㅋ

       

        시청자들이 나를 재촉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들의 기대를 충족해 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안타깝게도, 그 뒷이야기는 모른단다.”

       

        – ?

        – ???

        – 왜요?

       

        “그 이후엔 기절했거든.”

       

        그야 당연하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도 약했고, 육체의 내구성도 약했다.

        그런 상황에서 서리 브레스에 직격당해 몸의 반이 얼어붙었고, 나무를 몸으로 들이받기까지 했다.

        게다가 죽을 것을 예상해서 몸속 독샘에서 가장 강력한 독성을 지닌 포자를 꺼내기까지 했다.

       

        “그 독성 포자는 그 당시의 나에게도 치명적인 독이었단다.”

       

        – 무슨 포자였나요?

       

        “그렇지…… 너희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자면, 탄저균의 포자라고 할까?”

       

        – 허미.

        – 용케 안죽으셨네요?

        – ㅎㄷㄷ

        – 미친…….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만약 내가 ‘간’을 강화해 두지 않았다면, 드래곤의 육체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때 죽었겠지.

        하지만 나는 살았고, 지금 여기 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            *            *

       

       

        나는 눈을 떴다.

       

        ‘기절했던가?’

       

        몸이 너무 아프다. 하지만 그것이 기꺼웠다.

        몸이 고통을 느낀다는 소리는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니까.

        내 육체가 한계 이상의 고통을 느꼈다면, 내 뇌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마약 물질을 분비했을 것이다.

        즉, 고통을 느낀다는 말은 사지 멀쩡한 상태라는 뜻이겠지.

        ……그래도 아프긴 진짜 아프다.

       

        크르르르르…….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고통이 너무 커서 이대로 다시 자고 싶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안전한 곳까지 이동해야 한다.

       

        내가 기절하기 직전의 상황은 급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를 죽이기 직전까지 갔었던 타이거 드래곤.

        그리고 그런 나를 구해주었던 철룡…….

       

        ‘여긴?’

       

        그런데 여긴 어디지?

        분명히 기절하기 전까지는 숲속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눈을 떠보니 동굴 안이었다.

        어두워진 주위 환경에 뇌가 상황인지를 따라가지 못하는지, 일순간 상황 파악 능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내 이 장소가 어디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독초와 독이끼, 독버섯이 피어나 있고, 벽면과 바닥에는 독성 점액이 말라붙어 있는 흔적이 존재하는 동굴은 내가 알기로 딱 한 군데밖에 없다.

       

        ‘내 집?’

       

        사실 집이라기에는 너무 부족하지만 나는 굳이 ‘집’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곳을 ‘둥지’라고 표현해 버리면, 나의 인간인 부분을 부정하는 것 같으니까.

       

        어쨌든 이곳이 내 집이라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내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인지는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분명히 숲에 있었는데…….

       

        텅!

       

        움찔!

       

        갑자기 뭔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제법 무게가 나가는 것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였는데…….

       

        ‘뭐지?’

       

        크르르르르…….

       

        황급히 움직이기 위해 몸을 움찔거리지만, 나의 몸은 조금도 움직여 줄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히 우반신이 얼어붙은 것을 제외해도 녀석의 서리 브레스를 정통으로 맞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골절상은 당연하겠고, 잘 살펴보면 더 심한 상처를 입은 곳도 존재하겠지.

       

        문제는 이곳에 나 이외에 다른 존재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을 받는다면 나는 꼼짝도 못 하고 죽어야 한다.

       

        ‘제기랄…….’

       

        어떻게든 고통을 참고 힘겹게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그런 내 시야에 거대한 벽이 나타났다.

       

        ‘?!’

       

        아니, 벽이 아니었다.

        그것은 작은 언덕이었다.

       

        수많은 짐승들의 사체로 이루어진 언덕.

       

        ‘뭐야…… 이거…….’

       

        아무리 내가 산전, 수전, 공중전 다 겪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침착하기는 힘들다.

        도대체 이게 다 뭐지?

       

        입을 떡 벌리고 시체들의 산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덜덜 떨리는 나의 시야의 한편에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한 덩치가 보였다.

       

        마치 고릴라와 같은 거대한 앞발.

        거대한 드래곤의 머리.

        강철을 이용해 만들어진 비늘 갑옷.

       

        ‘철룡?’

       

        나를 성적 욕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바로 그 몹쓸 드래곤이었다.

        ……쟤가 왜 여기 있어?

       

        내가 입만 떡 벌린 채 철룡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내가 깨어난 것을 발견한 것인지, 놈은 바닥에 떨어뜨린 것으로 보이는 ‘맥돼지’의 시체를 앞발로 툭툭 건드리다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그 커다란 얼굴을 나에게 바짝 들이대더니, 무례하게도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킁킁킁…….

       

        크르르르르…….

       

        이 개새…… 뒤질…… 아오! 구강구조시치!

        시원하게 쌍욕을 내뱉고 싶었지만, 입의 구조가 이 모양이라서 할 수 없는 것이 천추의 한이다.

        이를 바득바득 갈아대며 녀석의 얼굴을 피해 몸을 뒤로 기울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냄새를 만족할 정도로 맡은 녀석이 짐승의 시체 하나를 들어내 앞에 들이밀었다.

       

        = 먹는다. 먹이.

       

        ‘???’

       

        또다. 또 머릿속에 울리는 알 수 없는 목소리.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이내 끼잉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철룡 녀석을 바라보며 이 현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 배고프면…… 고통스럽다.

       

        ‘이 녀석인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철룡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            *            *

       

       

        나를 구해 온 것은 이 철룡이였던 모양이다.

        나는 기절해서 전후 사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어떻게든 타이거 드래곤에게서 나를 구해 낸 철룡이 나를 내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몸이 정상이 아닌 나를 위해서 먹이를 잡아 온 것이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보았던 ‘시체의 언덕’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무식한 놈은 기절한 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니, 단순히 먹이만 잔뜩 사냥해서 왔던 것이다.

        ……그나마 저놈이 나와 같이 육식이라는 점이 다행이었다.

        만약 저놈이 초식동물이었다면, 이 근처에는 풀냄새가 진동하고 있었을 테니까.

       

        우적우적…….

       

        나는 맥돼지의 고기를 잘근잘근 씹으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별로 도움을 받고 싶지는 않은데…….’

       

        분명 철룡은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죽음의 위기에 빠진 나를 구해주었고, 제대로 운신이 불가능한 나를 위해 손수 먹이를 잡아 와주기까지 해준다.

        심지어 언급하기는 좀 그렇긴 하지만 내 배설물도 밖에 버리고 와주기까지 한다.

       

        ‘그렇게 매몰차게 대했는데도 말이지.’

       

        아무리 내 성격이 개차반이라고 하더라도 양심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애초에 내 원래 성격이 이렇게 사나웠던 것도 아니다.

        내 성격이 이렇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이 지랄 맞은 야생의 이세계에서 지낸 탓이니까.

        누구라도 여기서 몇백 년이나 생존게임하고 있으면 나처럼 변할 거라고 자신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은 이들은 진작에 죽을 테니까.

       

        끊임없이 의심하고, 조금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누구도 믿으면 안 되는 나날의 연속.

        이 세계는 규칙이 정해진 게임 속 세상이 아니다.

        이 위대하고도 무시무시한 자연 속에서는 다양한 생존 전략을 가진 생물들이 돌아다니고, 내가 아무리 독으로 몸을 무장하더라도 나를 죽이고 농락할 생물은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깨끗해 보이는 물속에도 뇌를 파먹는 기생충 알이 숨어 있는데, 내가 어떻게 긴장을 풀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저 철룡을 매몰차게 쫓아냈다.

        나에게 전해지는 호의가 너무 낯설었고, 근본적으로 저 드래곤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저 철룡의 도움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너무 심각한 부상을 입은 내 몸은 꼼짝도 할 수 없었고, 이런 몸으로는 사냥을 나갈 수도 없었다.

        사냥할 수 없으면 에너지를 얻을 수 없고, 에너지가 없으면 몸을 회복시킬 수 없다.

        그렇기에 내가 살기 위해서는, 저 철룡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끼이끼잉!

       

        그렇기에 철룡의 도움을 받아들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도움만이다.

        아직 나는 저 드래곤을 마음마저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근처에서 내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다가오는 녀석을 향해 이를 보였다.

       

        캬아아악!!

       

        끼이잉…….

       

        시무룩한 얼굴로 뒤로 물러서는 녀석.

        비 맞은 강아지 같은 얼굴에 일순간 마음이 약해졌지만, 애써 그것을 떨쳐 낸다.

        이 무시무시한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음을 풀어서는 안 된다.

       

        ‘어차피 저놈도 짝짓기 때문에 나를 도와주는 것뿐일 거야.’

       

        생물의 성욕은 잘 안다.

        전생에서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본 인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여자든 남자든…… 그들은 근본적으로 서로에게 성욕을 느껴 자손을 만들도록 설계된 존재다. 그렇기에 이성에게 끌리는 것은 본능이겠지.

       

        ‘하지만 그럴 수 없어.’

       

        나에게 남아 있는 인간으로서의 부분이 괴물을 거부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로는, 임신을 할 경우 생존에 부적절해진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하늘을 날기 위해 몸을 극단적으로 경량화했다.

        물론 크기를 줄이지 않아도 하늘을 날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실제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래곤 중에서 나보다 커다란 개체는 많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런 진화를 했고, 따라서 몸이 무거워지는 것은 빠르고 자유로운 나의 비행 방식에 지장을 주는 요소다.

       

        그런 상황에서 임신한다고 생각해 보자.

        뱃속에 아기…… 아, 드래곤은 난생이라서 알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뱃속에 알을 품은 상태로 지금과 같은 빠른 공중 기동이 가능할까?

       

        ‘불가능해.’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것은 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니까.

        물론 임신하는 동안 남편 쪽이 내 먹이도 함께 사냥해 온다면 해결되는 문제겠지만…… 이 녀석이 계속 내 곁에 남아 있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전생의 기억만 봐도, 암수가 계속 붙어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었어.’

       

        대부분의 생물들은 짝짓기를 끝내면 암수가 서로 헤어진다. 이 녀석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한순간의 선택에 나의 목숨을 걸 수 없다.

       

        치이이익!!

       

        끼이잉…….

       

        나는 녹아내리는 철갑옷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내 눈치를 보는 철룡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보다 보면 귀엽…… 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와그작!

       

        심란한 생각을 잊기 위해 먹이를 씹었다.

        아, 뼈 오독오독한 게 괜찮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제사랑 이것저것 때문에 좀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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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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