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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4

       마신.

       락테아의 최종 보스이자, 올리비아가 혼자서 상대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

       마신의 열렬한 추종자인 아가레스는, 올리비아를 보고 이런 말을 꺼냈었다.

         

       [마신께서 너를 지켜보실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경각심만 가질 생각이었다.

       어차피 마신이 부활하는 날은 정해져 있고, 그 날이 오기까지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남았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육체에 이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살갗이 조여드는 수준을 넘어, 관절에 가는 실이 연결된 것만 같은 감각.

         

       그건, 단서 속에 들어가 ‘올리비아’의 몸을 조종할 때 느껴지는 감각과 꽤나 유사했다.

         

       단서를 사용하면,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순차적으로 육체의 감각이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그 순간은 찰나에 불과하여, 굳이 의식하지 않는다면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짧지만…….

         

       아무튼, 그 찰나가 지나면 의식은 완전히 이쪽으로 넘어온다.

       

       육체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느껴지는 감각은, 정확히 그 역순이었다.

         

       올리비아는 그 감각을 경험하고 나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 내 육체를 빼앗으려 하고 있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은, 히드라의 독에 중독된 직후였다.

         

       의식이 순식간에 멀어지려 하고 있다. 머릿속에서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더 난폭해졌고, 소름끼치는 불길함을 풍겼다.

         

       무언가가 의식 저편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손끝에서부터, 천천히 감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육체를 빼앗기는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당장 죽게 생겼으니 말이다.

         

       회귀자 셋을 제압했지만, 나머지 셋은 건재했다. 반면에 올리비아의 몸은 넝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의식 너머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느끼며, 올리비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뭐가 되었든 간에, 이 곳에서 살아 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력도 없고, 체력 또한 히드라의 독 때문에 곧 바닥을 칠테니까.

       죽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 순간.

         

       [마신께서 너를 지켜보실 것이다.]

         

       한 가지 방법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위험성이 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작금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방법 뿐이다.

         

       “올리비아아아아아!”

       

       멀어져가는 의식 너머로, 키엘의 외침이 들려온다. 대답할 수는 없었다.

         

       육체가 실시간으로 추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답할 여력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

         

       아득한 추락감을 느끼면서, 올리비아는 육체를 빼앗아가려는 ‘누군가’를 향해 말했다.

         

       ‘내 몸. 가지고 싶냐?’

         

       아까와 같은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럼, 가져.’

         

       쩌저저저저저적!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의식 깊은 곳에서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누군가 의식 깊은 곳에서 환희하는 것만 같았다.

         

       올리비아는 ‘누군가’를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 ‘누군가’가 마신일지, 아니면 또 다른 고차원의 존재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이 육체의 의식을 앗아간다면,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나보다는 강할 테니까.’

         

       그렇다면 회귀자들은 어떻게 될까. 죽으려나?

         

       아마 죽지는 않을 것이다. 설령 육체를 앗아가려는 장본인이 마신이라고 한들, 넝마나 다름없는 이 육체를 가지고는 이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고작일테니까.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지금 당장은 이게 최선이었다.

         

       추락하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의식도 깊은 공허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멜리나와의 약속이 떠오른다.

         

       [하루 안에 돌아올 거에요. 약속할게요.]

         

       하루 안에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돌아가겠다는 약속만큼은 반드시 지켜낼 생각이었다.

         

       의식이 깊은 곳으로 처박히려고 하기 직전, 올리비아는 혼신의 힘을 다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수천 번도 넘게 마주했던 창을 떠올렸다.

         

       [단서 7개 획득 보상.]

       [단서 8개 획득 보상.]

       [단서 9개 획득 보상.]

       .

       .

       .

       [단서 10개 획득 특별 보상.]

         

       츠츠츠츠츳!

         

       글자를 인식함과 동시에, 시공간의 움직임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보상이 무엇인지 확인할 시간은 주겠다는 배려라도 되는 것일까.

         

       보상의 내역을 확인한 올리비아가, 끅끅거리며 웃었다.

         

       ‘……아하핫!’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필요한 것만 딱딱 던져주지 않는가.

         

       일반 보상들은 별 것 없었다.

         

       [앞으로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단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서 이용 시간이 배로 증가합니다.]

       [메인 퀘스트의 선행 퀘스트(2)가 개방됩니다.]

         

       하지만, 특별 보상은 달랐다.

         

       [특별 보상]

       [의식 말살 방지.]

       –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식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원래라면 육체의 통제권을 빼앗긴 순간에, 의식이 말살되었을거라는 소리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설령 마신에게 육체를 빼앗겼다고 해도, 작금의 의식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소리였으니까.

       의식만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다.

         

       그렇게 다짐한 순간, 메시지가 들려왔다.

         

       [특별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올리비아는 망설이지 않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

         

       <특별 퀘스트 – 육체의 주도권 되찾기.>

       – 클리어 조건 : ???

       – 제한 시간 : –

       – 보상 : 육체의 주도권 재획득.

       – 실패 시 : 의식 소멸.

         

       +

         

       공개된 정보가 없다시피한 퀘스트. 심지어는 클리어 조건조차도 나와있지 않았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오히려 안도했다.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서 육체를 되찾아오는 것인데, 당연히 난이도가 이 정도는 되어야 했다.

         

       ‘그나마 제한시간은 무제한이네.’

         

       [퀘스트 수락 시, 의식이 다른 회차로 전이됩니다.]

         

       재촉하듯 나타나는 알림창. 올리비아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츠츠츠츠츳!

         

       느려졌던 시공간은 점차 제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고, 그 덕에 올리비아의 육체는 실시간으로 지반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연약한 마법사의 육체로는 버틸 수 없는 높이였다.

         

       [5초안에 수락하지 않을 시, 사망합니다.]

         

       어느 회차로 이동되는지는 모르겠지만, 5초 후에 죽는 것보다야 나아 보였다.

         

       ‘……수락한다.’

         

       머지않아, 올리비아의 의식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

         

         

       쿠웅.

         

       올리비아의 몸이 바닥에 추락했다.

         

       뭉게뭉게 떠오르는 먼지 사이로,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올리비아가 보였다. 암주는 한참을 지켜보다가, 올리비아가 의식을 잃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가까이 다가갔다.

         

       맥박은 뛰지 않았다. 심장이 약하게 뛰고는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수 초 안에 멎을 것이다.

         

       “…….”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한 행동은, 정당한 복수였다. 올리비아는 자신들을 배신했고, 기만했다. 인간으로서 해선 안될 학살을 자행했다. 그녀는 업보를 되돌려받는 것 뿐이다.

         

       그런데 왜, 조금도 개운하지 않은 것일까.

         

       “……죽일거냐?”

         

       어느새 인간 형태로 돌아온 에리야스가 피로가 역력한 목소리로 말했다.

         

       육체적인 상처는 세계수의 축복에 의해 치유되었지만, 거듭된 전투에서 생긴 정신적 피로는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

         

       암주가 망설이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황녀가 했던 말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산 채로 데려와주세요.]

         

       올리비아는 편히 죽어서는 안된다.

         

       “나라면 죽일거다.”

         

       에리야스의 입이 열렸다. 그는 방금 전투로 확실히 깨달았다. 이번에 올리비아를 죽이지 못한다면, 다음 기회는 없을 것이다.

         

       암주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래라면 죽일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당장 죽일 생각은 없었다.

         

       “마력 구속구를 채우고 억류하면 된다. 마법을 못 쓰는 올리비아는 일반인이나 다름없지.”

       “아하하! 흐으, 아하하하하……!”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웃음에, 암주가 고개를 돌렸다.

         

       거기, 키엘이 있었다.

       

        그는 피눈물을 흘리며 미친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키엘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은지 오래였다.

         

       전생에서는, 올리비아가 악마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저놈들의 모습을 보라.

         

       ‘사실 악마는 우리였던거다.’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애초부터, 원인은 자신들에게 있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올리비아만 탓하고 있었던 것이다.

         

       – 너는 아무것도 몰라.

         

       그래도 조금은 깨달은 줄 알았는데, 그조차도 아니었다.

         

       ‘나는 머저리였다.’

         

       죽일만해서 죽였고, 멸(滅)할 만하여 멸했던 것이다.

       올리비아에게 죄가 있다면, 자신 같은 쓰레기들을 사람 취급해준 것 뿐이다.

         

       “으하하하! 하, 하하…….”

         

       암주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키엘을 노려보았다. 한때 검성이라고 불렸던 인간이 광기에 사로잡힌 꼴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암주는 주머니를 뒤져 해독제를 꺼냈다. 어찌 되었든, 올리비아를 당장 죽일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독제를 먹이고, 마력 구속구를 채운 다음, 신체를 치료할 때.

         

       오싹.

         

       등골을 타고 오르는 소름에, 암주가 고개를 홱하고 돌렸다.

         

       “흐음.”

       

       새빨간 눈동자를 가진 여인이 그곳에 있었다. 그녀는 고혹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거, 의외네요.”

         

       목소리를 들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분명 동 공작과 서 공작을 단숨에 제압한 강자라고 들었는데…….”

         

       여인이 코 앞까지 다가왔지만, 암주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남부에서 대악마들을 만난 이후로, 곧바로 그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었다.

         

       서 공작, 벨페고르.

       남 공작, 바포메트.

       동 공작, 아가레스.

       그리고 북 공작, 아스모데우스.

         

       “한낱 필멸자들에게 당할 줄이야.”

         

       눈 앞의 여자는.

         

       아스모데우스라고 불리는 괴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 여러분들이 그토록 원하시던 모데우스를 데려왔습미다.

    대악마 레벨은

    벨페고르(90)
    바포메트(93)
    아가레스(96)
    아스모데우스(99)

    입니다.

    ??? : 암주 너무 치졸해요.

    암주는 치졸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암살자라는 직업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암살자에게 정정당당을 기대한 것부터가 잘못된겁니다.

    라고 하라고 해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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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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