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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4

       “오만하군. 천마신공의 사용자답게.”

       

       답을 하는 백일의 눈에 날이 섰지만 화령은 그걸 보고서도 미소 지을 따름이었다.

       

       “그래서 안 볼 건가?”

       “아니? 보여주겠다는 데 왜 거절을 하겠나. 날 그런 머저리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군.”

       

       화령의 행동에 의문을 느끼는 건 백일 뿐만이 아니었다. 하린도 그러했다.

       

       정보의 독점은 화룡무인에서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게임에서 정보란 곧 힘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상승의 심법을 독점할 수 있다면 남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강해질 수 있다.

       

       뛰어난 무공을 지닌다면 남들과 같은 수준일 지라도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인맥을 독점한다면 남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게임이 오래 되어 어지간한 것이 다 널리 알려진 지금은 크게 체감할 수 없지만 화룡무인의 초창기엔 이런 독점으로 여러 문제가 생겼었다.

       

       지금도 알게 모르게 정보의 독점은 이루어지고 있다. 유저 상위 문파마다 독점하고 있는 정보들이 몇 가지는 존재하니까.

       

       하린이 보기에 화령이 얻은 매화검법은 독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무공이었다.

       

       저 무공이 강한지 약한지는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매화검법이 지닌 상징성이었다.

       

       화룡무인에서 매화검법을 익히고자 했던 이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저 무공을 독점할 수 있다면 분명 어느 쪽으로건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그걸 아무런 대가 없이 남들에게 공유하겠다니.

       

       어. 잠시만.

       

       “화령님. 지금 방송 켜 놓은 상태시죠?”

       “그래.”

       “그럼 시청자들에게도 다 보여주실 생각인가요?”

       “그래야지. 지금 방송을 보는 아해들이 이걸 보여 달라고 얼마나 성화인지 아느냐?”

       

       분명 게임 들어오기 전에 확인했을 때 시청자 수가 수천 명에 가까웠으니까. 사실상 오늘 부로 매화검법은 화룡무인 전역에 퍼진다고 봐야겠지?

       

       그렇단 소리는 저 비급서가 지니는 가치는 오늘로 사라진다고 봐야겠네.

       

       하린은 아쉽다 생각했지만 화령을 말리진 않았다. 옳냐 그르냐를 따지면 정보를 공개하는 쪽이 옳은 일이니까.

       

       화령이 서책을 펼치자 객잔 안에 있던 사람들이 그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매화검법의 비급서 안에 적힌 건 모두 다 매화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매화가 지었다 피는 것을 묘사한 구절 이후에 매화가 지닌 여러 특성에 대한 것들이 이어졌다.

       

       그 어디를 보아도 검을 어떻게 휘둘러야 할지에 대한 문장은 없었다.

       

       이걸 검법이라고 할 수가 있나?

       

       하린이 비급서에 적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탓인지 그녀가 비급서를 다 읽었음에도 무공을 익혔다는 메시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대체 이게 뭐지? 하린은 의아함을 느끼며 고개를 들어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한 게 자신 뿐인건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다른 유저인 무림최강의 표정은 그녀와 비슷했다.

       

       매화검법을 다루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그이기에 어떻게든 이해를 하려 하는 듯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의 얼굴에 새겨진 의문은 커질 뿐이었다.

       

       그 끝에 한숨을 내쉰 무림최강은 백일을 바라보며 한탄에 가까운 목소리를 냈다.

       

       “영감님. 영감님은 이거 이해되십니까?”

       “조금은.”

       “그럼 이해한 거 설명 좀 해주십쇼. 전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이 무공을 깨칠 수 없음을 이해했다.”

       “그게 뭔 소리입니까?!”

       

       NPC 중에서도 고수에 속하는 백일조차 비급서에 적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

       

       술에 꼴은 화음군수나 무공에 큰 관심이 없는 바루에겐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하린은 마지막으로 화령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러 기행을 벌인 그녀라면 무언가를 깨닫지 않았을 까하고.

       

       글귀를 읽다 고개를 든 화령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보곤 고갤 갸웃거렸다.

       

       “왜 그러느냐.”

       “화령님은 비급서에 적힌 글귀가 이해되세요?”

       “그래. 꽤나 재밌는 검이구나.”

       “이를 이해했다고?”

       

       화령의 말에 백일이 끼어들었다. 그는 의심어린 눈초리로 화령을 노려봤다.

       

       “내 정확히 아는 건 아니지만 이 무공은 화산의 무공을 아는 이들만 이해할 수 있도록 적혀 있다. 그런데 천마신공을 다루는 그대가 이를 이해했단 말이더냐?”

       “그대의 상식으로 나를 재단하지 않아주었으면 한다만.”

       “그리 자신이 있다면 증거를 보여라.”

       “그러도록 하지.”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난 화령은 객잔 바깥으로 나와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녀가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검의 궤적을 따라 무언가가 흩날렸다.

       

       그것은 꽃잎이 아니었다. 검붉은 색을 지닌 피와도 같은 섬뜩한 무언가였다.

       

       화령의 일검을 더욱 기이하게 만든 것은 그 섬뜩한 것에서 매화 향이 느껴졌다는 점이었다.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가 결합된 것만 같은 그 모습에 하린은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역시 이것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무공이군.”

       “화령님. 방금은 대체?”

       “매화검법이다.”

       

       방금 그게 매화검이라고? 하린은 화령이 하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생각하던 매화검은 훨씬 더 아름다운 것이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매화가 흩날려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무공이었다.

       

       저런 식으로 섬뜩한 감상을 주는 게 아니었단 말이다.

       

       “혹여나 오해할까 싶어 설명을 하자면 제대로 된 매화검은 아니다. 본인이 사용하는 천마신공의 영향을 받아 엉망이 됐지.”

       “그…렇죠? 원래 그런 거 아니죠?”

       

       다행이다. 매화검법이 저런 무서운 검이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을 테니까.

       

       “이 무공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선 자하신공을 익히는 게 우선 되어야 할 것 같구나.”

       “선행조건이 필요한 무공이었군요.”

       

       가끔 그런 무공들이 존재한다. 동자공을 익혀야 배울 수 있는 거라던가. 몸의 체질을 바꿔야 익힐 수 있는 거라던가. 특정 심법을 익히지 못하면 얻을 수 없는 거라던가.

       

       매화검법 같은 경우엔 화산의 신공인 자하신공을 익혀야만 대성할 수 있는 무공인 모양이었다.

       

       하긴 다른 여러 매체에서 화산을 대표하는 무공으로 나온 게 화산과 관련이 없다면 이상하겠지.

       

       “백일. 이 정도면 증거가 되었다고 본다만?”

       “…그렇군. 미안하네. 본인의 안목이 낮았어.”

       

       화령이 펼친 무공을 본 백일은 그 이상 무어라 하지 않고 얌전히 화령의 실력을 인정했다.

       

       자신의 눈앞에서 이해를 보였으니 부정을 할래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과를 하는 백일을 보며 역시 화령님이야! 같은 생각을 하던 하린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지금 자하신공을 대성한 사람이 화룡무인 세상에 남아 있던가?

       

       하린은 의문을 떠올리자마자 무림최강에게 말을 걸었다.

       

       “최강님. 지금 화산 유저 중에서 자하신공을 배운 사람이 있었나요?”

       “있긴 하죠. 저나 몇몇 초창기 화산 유저들은 입문 정도는 했거든요.”

       “제대로 쓰지는 못하시고?”

       “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자하신공을 제대로 다루는 유저가 없단 소리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NPC중에서는요?”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없죠.”

       

       화산의 장문인과 장로가 모두 죽어버렸으니까.

       

       자하신공은 화산의 독전무공이다. 화산에 머무르던 이가 아니라면 그를 익혔을 가능성은 한없이 낮다. 그러니 NPC중에서도 더 이상 자하신공을 익힌 이가 없다 보아도 무방하다.

       

       “그럼. 그럼 자하신공에 관한 비급서는 남아 있는 게 있나요?”

       “없을 겁니다. 있어도 못 찾을 테죠. 그건 장로들이 극비리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 장소를 아는 이들이 모두 다 사라졌으니까요.”

       

       큰일 났다. 진짜로 큰일이 나버렸다.

       

       화산이 망해버린 지금. 매화검법은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무공이 되어버린 거잖아!

       

       *

       

       [매화검법 구절임]

       

       <매화검법 비급서 속의 글귀가 찍힌 사진>

       

       화령이 방송에서 공개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이거 보면서 익혀 보셈.

       

       나는 저 안에 든 게 뭔 개소린지 모르겠어서 포기했음.

       

       게임 안에서 몇 번이고 외워봤는데 아무것도 안 되더라.

       

       – 이거 검법맞음? 매화 이야기밖에 없는데?

       └ ㅇㅇ. 검법임.

       – 화령이 바꿔치기 한 거 아냐?

       – 그거 이해하려면 자하신공 익혀야 한다는데?

       

       [개같이 멸망]

       

       화산 부활의 마지막 희망이 날아가 버렸는데 어쩌냐. 진짜 꼬접마렵네.

       

       – 먼 일 남?

       – 이미 망한 화산을 아직도 붙잡고 있었냐.

       └ 매화검법이 있으면 어떻게 될 줄 알았지!

       – 화룡무인에서 매화검법 써보는 게 꿈이었는데 꿈으로 남게 생겼네.

       

       [지금 이해 못하는 사람 들어와 보셈.]

       

       화령이 화산문주 때려잡고 보상으로 매화검법 받은 건 알지?

       

       근데 그 매화검법 쓰려면 전제조건으로 자하신공이 필요하댄다.

       

       근데 화산이 완전히 망해서 자하신공을 익히고 싶어도 익힐 수가 없거든?

       

       이해됨?

       

       매화검법이 나왔고 그 구절도 다 아는데 매화검법을 쓸 수가 없다고! 왜 줘도 먹을 수가 없는 거야!

       

       

       – 유저 중에 자하신공 전수할 수 있는 사람 없음?

       └  없음. 애초에 제대로 쓰는 애도 없는데 뭔 전수야.

        – 자하신공이 화산 독전무공인데 비급서나 뭐나 있을 거 아님?

       └  그거 숨겨두는 애들이 화산 장로였는데 걔네가 다 뒤졌어. 지금 어딨는지 모름.

       └  애초에 화령이랑 화산문주랑 싸우면서 화산 부지가 개박살 났는데 서적이 멀쩡하겠냐?

       └  일단 화산파 유저들끼리 모여서 뒤지고는 있는데 결과는 장담 못할 듯.

       

       

       [매화검법 배우고 싶은 애들 일단 화산 부지로 모여 봐.]

       

       자하신공 비급서 남아 있을 수도 있잖아.

       

       뒤져보자. 무공서적 글귀까지 다 공개 됐는데 그걸 못 쓴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봐야지.

       

       – ㄱㄷ. 접속중임.

       – 하. 또 화산 계단을 올라가게 될 줄은 몰랐는데.

       – 화산 생각만 해도 좆같은데 화산에서 못 벗어나는 내가 레전드다.

       └ 누가 칼 들고 화산 들어가라고 협박함?

       └ 내 마음 속 칼이 협박했다. 씨발새끼야.

       

       *

       

       바루를 돌산에 데려다 준 후 방송을 끈 나는 잠에 드는 대신에 베란다로 나왔다.

       

       시간은 새벽 한 시. 이미 어지간한 이들은 잠을 청하고 있을 고요한 시간이었다.

       

       나는 곰방대를 입에 문 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늘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채 하루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동안에 있었던 여러 일들은 결코 작지 않았다.

       

       화산으로 향해 그들이 타락한 것을 보았고, 혈교주 놈이 자신의 계획을 펼치는 것을 보았으며, 그 놈이 만들어 낸 작품을 박살냈다.

       

       그에 따라 바루에게 약속받은 보상을 얻었고, 바루가 나의 동료가 되었다.

       

       그리고 화룡무인 속 음식의 맛도 알게 되었지.

       

       빌어먹을. 내 살다살다 너무 맛있어서 화가 난 적은 처음이었다.

       

       이외에도 여러 일이 있긴 했다만 그 중에서 가장 가치 있었던 일이 무어냐 묻는다면.

       

       현대인들이 사용하는 무공이 왜 그 꼴이 난 건지를 알게 되었다는 거겠지.

       

       이전에 하린이 말을 하길 화룡무인은 가장 큰 규모의 무협게임이라고 했다.

       

       그 곳에서 이치보다 동작을 따르는 걸 가르치는 데 어찌 다른 게임을 하는 이들이 이치를 따르는 법을 익히겠는가.

       

       시작이 잘못된 것이다. 화룡무인의 무림이 개판이 났기에 현대의 사람들도 개판이 나버린 것이야.

       

       맨 아래에 깔린 기둥이 휘청거리고 있는데 어찌 그 위에 제대로 건물이 세워질 수 있을까.

       

       현대의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무공이 무엇인지 알리기 위해선 단순히 이치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했다.

       

       올바른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서는 그 토대부터 새로 잡아야 했다.

       

       뭐어.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긴 하다만 어쩌겠느냐. 현실이 이러한 것을.

       

       현 무림이라는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자고 하지는 않으마.

       

       과거의 나라면 모를까. 지금의 나는 그 정도로 정신 나간 인간은 아니니까.

       

       대신에 본래 있던 건물의 옆에 내 직접 새로운 건물을 세우도록 하겠다.

       

       건물을 세울 능력이야 애초부터 지니고 있었으니 신경 쓸 이유가 없고, 그 건물로 어찌 사람들을 끌어들일까를 고민해야 한다마는.

       

       이번에 내게 훌륭한 유인책이 생겼지.

       

       매화검법.

       

       아무래도 이 무공은 현대의 사람들에게 무척 인기가 있는 녀석인 듯 하더구나.

       

       쓸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활용을 해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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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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