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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4

       

       

       

       

       현실이랑 드라마는 전혀 다른 얘기라더니…….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그대로 정신을 잃은 권대한.

         

       그 광경을 보니 저절로 탄식이 나온다.

         

       음…….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닌데.

         

       당연히 화풀이 겸 몇 대 더 쥐어 박아줄 생각이었다.

         

       근데 어째서인지 권대한은 겨우 한 방 맞고 쓰러져 버렸다.

         

       지금까지 나는 싸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방금을 포함해 딱 두 번 했다.

         

       이다혜를 괴롭힌 스토커와 눈앞에 쓰러진 권대한.

         

       문뜩 이런 의문이 든다.

         

       스토커의 맷집이 비정상적으로 좋았던 걸까, 아니면 권대한이 더럽게 약했던 걸까.

         

       둘 다 워낙 극단적으로 끝을 맺어서 뭐가 문제인지 도통 모르겠다.

         

       어쨌든 이렇게 싱겁게 끝낼 생각은 없었기에 그냥 기절할 걸 모르는 척하고 몇 번 밟아주려고 했건만…….

         

         

       “그만!”

         

         

       내가 권대한에게 점점 다가서자 한 여학생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생전 처음 눈앞에서 마주하는 거였지만, 제법 익숙한 얼굴이었다.

         

       감민지.

         

       후에 권대한을 개과천선 시켜줄 드라마 ‘꽃같은 커플’의 주연 인물 중 한 명.

         

       사실상 박하준을 제외하면 주요 인물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것과 다름없었고,

        감민지는 내가 쓰러져 있는 권대한에게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대충 눈치챈 듯 약간 두려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눈빛을 보니 그녀의 올곧은 성격이 발동된 모양이다.

         

       그나저나…….

         

         

       ‘이러니까 뭔가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잖아.’

         

         

       억울하게.

         

         

       “김우범! 류우민! 뭐해 네 친구 안 도울 거야?”

         

         

       그때 감민지의 다급한 외침을 듣고 정신을 차린 김우범과 류우민. 그들은 서둘러 권대한에게 다가갔다.

         

       그것을 확인한 감민지는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만하면 됐잖아요.”

       “…?”

       “아무리 권대한 저놈이 쓰레기에 인성 안 좋고, 돈 좀 많다고 거만하고, 재수 없고, 그냥 대놓고 재수 없어도 그만하면 됐다고 생각해요.”

       

         

       나는 감민지의 진심이 담긴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왜냐하면 친구들의 도움으로 겨우 몸을 일으킨 권대한, 어느샌가 정신을 차린 그가 벙찐 표정으로 감민지의 얘기를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요. 저는 고작 이걸로 끝낼 생각이 전혀 없어서요.”

       “그게 무슨…….”

         

         

       결국 나는 감민지의 의문에 시원하게 답을 해주진 못했다.

         

         

       ─무슨 일입니까!

         

         

       소란을 듣고 영광고등학교 교사진 측이 다급히 현장으로 달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사건의 중심인 나와 설소영, 그리고 권대한은 자연스럽게 영광고등학교의 이사장실로 불려 가게 되었고, 나는 마지막으로 여전히 의문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는 감민지의 얼굴을 쳐다봤다.

         

       뭐…….

         

       사실 어렸을 때 나는 감민지라는 여인을 참 좋게 봤었다.

         

       불의를 참지 않고, 이 영광고등학교에서 유일하게 서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기죽지 않고 행동하는 그런 소신 있고 강인한 캐릭터.

         

       오랜만에 그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새삼 감회가 조금 새로웠으니…….

         

         

       ‘그녀를 생각해서라도 조금 적당히 패야겠네.’

         

         

         

       ***

         

         

         

       영광고등학교의 현 이사장.

         

       유재현.

         

       실질적인 경영자인 영광그룹의 대리인으로서 그 능력을 인정받아 영광그룹에 섭외되어 이사장 자리를 맡게 되었고, 그렇기에 사실상 학교의 주인이라는 ‘무게감’보다는 상하관계가 좀 더 명확한 느낌이다.

         

       때문에 영광그룹의 후계자가 될 권대한은 그로서도 감히 막기 힘든 존재고, 이번에 터트린 사건 역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재 그를 더 머리 아프게 하는 것은…….

         

         

       [서은우. 그 학생 무조건 보호해. 억지로라도 시간을 끌어. 안 그러면 너도 망하고 나도 망해.]

         

         

       자신의 누나인 유연정으로부터 갑작스럽게 온 문자 때문이었다.

         

       남동생의 시선으로 봐도 조금 싸가지가 없는 누나이긴 한데 그 능력만큼은 인정한다.

         

       그도 그럴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마 제작사를 이끌고 있지 않은가? 사실 그거면 말 다 했다.

         

       문제는 그런 누나가 어떻게 서은우라는 학생이 현재 영광고등학교에 있는 것을 알고 있냐는 점이다.

         

       솔직히 나름 유명한 학생인 건 맞다.

         

       꿈꾸는 아이들이라는 연극의 대본을 만들었으며, 이번 아이돌 스토커 사건의 말 그대로 영웅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서은우와 스튜디오엔믹스 사이에 연관점은 딱히 없어 보였다.

         

         

       “대, 대한아! 얼굴이 왜 이래!”

         

         

       어쨌든 이제 고민 같은 것을 할 시간은 더 이상 없었다.

         

       권대한이 다른 학교에서 찾아온 학생과 싸웠다는 소식을 듣고 다급히 달려온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홍연화 여사.

         

       권대한의 어머니 되시는 분이 이사장실에 다짜고짜 들이닥쳤다.

         

         

       “설한용 사장님은 소식을 들으시고 점심부터 급하게 출장에서 한국으로 복귀 중이라고?”

       “네. 어머니는 지금 출발하신 것 같아요.”

       “그래? 음… 그럼 그냥 이화영 여사님도 오지 말라고 전해줘. 귀찮으실 것 같은데.”

         

         

       그리고 그런 난리 통 속에서도 태평하게 자신들만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설소영과 서은우.

         

         

       “이사장!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야!”

         

         

       그때 아들의 상태를 확인한 홍연화 여사가 잔뜩 얼굴을 붉히며 유재현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유재현은 벌써부터 피곤함을 느끼며 천천히 상황을 설명했다.

         

         

       “아드님이신 권대한 학생이 한빛예술고등학교의 설소영 학생을 강제로 영광고등학교로 데려왔습니다. 돌아가겠다고 하는 것을 힘으로 억지로 막으면서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애 얼굴을 누가 이렇게 만들었냐고!”

       “그건……”

         

         

       유재현은 누나의 충고를 떠올리며 잠시 대답을 망설였지만, 딱히 소용없는 짓이었다.

         

         

       “전데요.”

         

         

       홍연화 여사가 크게 소리를 치는 상황 속에서도 당사자가 자신 있게 손을 들며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었다.

         

         

       “……뭐?”

       “저라고요. 권대한 때린 학생.”

         

         

       서은우의 뻔뻔한 말을 들은 홍연화 여사는 너무나도 기가 차서 탄식을 내뱉었다.

         

       그런 홍연화 여사의 반응을 본 서은우는 피식 웃으며 이어서 얘기했다.

         

         

       “근데 먼저 때린 건 저 새끼… 가 아니라 저 친구인데 제가 뭘 어쩌겠어요?”

       “그래서 우리 아들이 먼저 잘못 했다?”

       “네. 거기에다가 제 옆에 앉아 있는 설소영의 납치 건까지 추가로 더 얹으셔야겠죠.”

       “허, 누구 마음대로?”

         

         

       홍연화의 뻔뻔한 말에 서은우는 쓴 미소를 지었다.

         

       어찌 보면 권대한이 삐뚤어지고 저런 거만한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은 어머니인 홍연화 여사의 영향이 큰 것을 서은우는 알고 있다.

         

       애초에 이 사람, 원작에서도 거의 빌런 역할이었다.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 봐요?”

         

         

       서은우의 순수한 물음에 홍연화는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그걸 내가 왜 직접 말해주겠니. 어차피 후회는 나중에 가서 하면 될 텐데.”

         

         

       홍연화는 생각했다.

         

       어차피 여기서 영광그룹의 강력한 힘을 사용한다면 조금 손해를 보겠지만, 평소처럼 아들의 잘못이 금방 묻히게 되고 그 손해마저도 순식간에 복구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설소영 쪽은 제일그룹이 매우 만족할만한 합의를 해준다면 아마 긍정적인 반응이 오겠지.

         

       즉, 눈앞의 버르장머리 없는 남학생만 어떻게 하면 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만만해 보이는 저만 어떻게든 굴복시키면 된다. 대충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신 건 아니죠?”

         

         

       마치 자신의 생각을 간파한 듯한 남학생의 말에 홍연화 여사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남학생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아버지는 생산직 정직원, 어머니는 미술 학원 교사, 친누나는 대학생. 나름 권대한의 어머니이시니까 이 정도로 평범한 집안은 쉽게 망가뜨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말대로다.

         

       그 말대로이긴 한데…….

         

       자신의 속을 그렇게 쉽게 간파했으면서 왜 약점이 될만한 정보를 스스로, 저렇게 쉽게 알려주는 거지?

         

         

       “근데 말이에요. 제가 부모님께 일을 그만두라고 해도, 돈을 드린다고 해도 한사코 거절만 하시더라고요.”

       “그게 지금 무슨……”

       “엄청 좋은 분들이시죠. 능력 좋고, 돈도 많이 버는 아들에게 부양 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누누이 말씀 하시니. 뭐… 제가 하는 일에 관심이 많은 건 조금 그렇지만요.”

         

         

       이어지는 남학생의 말을 들으며 설소영을 제외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자연스레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저 남학생이 말하는 능력이 좋다는 의미는 뭐고, 어떻게 저 나이에 가족을 부양할 정도로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인지를.

         

       그때였다.

         

         

       지이이잉-

         

         

       똑같이 그런 의문을 품고 있던 유재현, 갑자기 그의 휴대폰이 전화라도 온 듯 진동했다.

         

       역시나 확인해 보니 전화가 온 것이 맞았고, 본관 쪽에서 한창 현장 상황을 정리하고 있던 학년 주임에게서 온 전화였다.

         

       

       ─크, 큰일 났습니다! 이사장님!

       “……제가 잘못 들었습니까?”

         

         

       그리고 엄청난 사람이 현재 영광고등학교에 방문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동시에 홍연화에게도 마찬가지로 전화가 걸려왔다.

         

       이것은 그의 남편이자, 영광그룹의 회장 권해수에게서 걸려온 것이었다.

         

       평소라면 절대 전화를 먼저 걸지 않은 고지식한 남편이 전화를 걸었다?

         

       당연히 홍연화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고, 조심스럽게 남편의 전화를 받았다.

         

       

       ─대한이랑 당신! 도대체 밖에서 뭘 하고 다니는 거야!

       “…네?”

         

         

       수화기 너머에서 느껴지는 남편의 엄청난 분노.

         

       홍연화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그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남편에게서 매우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건 바로 영광그룹의 주가가 한순간에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는 것.

         

       이유는 한 중동 거물의 선동으로부터 이어진, 중동 투자자들의 대거 이탈 때문이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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