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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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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리안의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이는 전부 아래층에서 보았던 끔찍한 ‘결과물’들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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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콧수염이 인상적인 남자는 반사적으로 조금 전에 직접 보고 겪었던 지옥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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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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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노아네가 잡혀있는 연구실을 빠져나온 남자는 메인 실험실로 가던 중 가벼운 복장을 한 여자와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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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 안녕하세요! 저기 죄송하지만, 부천역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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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는 딱 봐도 연구원도 실험체로도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은 곧 침입자라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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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여자인가? 빨리 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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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였다면 제압해서 정보를 얻으려 했겠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기에 여자를 죽이라 명령내렸다. 그가 내린 명령은 잔혹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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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꺅! 왜 이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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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마법과 검으로 공격한 순간 여자가 비명을 내지르며 손에 들고 있던 작은 가방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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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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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방에 얻어맞은 이는 목이 꺾여 죽었고, 가방이 휘둘러지면서 일어난 검격이나 다름없는 바람에 연구원들이 날아가 벽에 박혀 숨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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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인지한 남자는 소수의 연구원을 데리고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자리를 피하지 못한 연구원들의 비명이 그의 등 뒤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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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실험실에 도착했을 때 처음 마주한 건, 손가락만 한 소인(小人)들이 이쑤시개 같은 칼을 들고 우르르 몰려다니며 “전쟁! 승리! 우우!”라고 소리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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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연구원들에게 매달려 칼로 이곳저곳을 찔렀다. 개그 필터가 적용되었다면 간지러운 자극밖에 되지 않았겠지만 잔혹하게도 이곳은 다크판타지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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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인이 하나라면 문제없지만 그들의 수가 천이 넘어가면 문제가 된다. 개미 떼처럼 연구원에게 달라붙은 소인들은 가차 없이 온몸을 날카로운 칼로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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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쑤시개나 다를 바 없다고는 하나 전부 날이 선 칼이다 보니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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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다음에 나타난 건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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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르르릉! 컹컹컹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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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납게 생긴 개는 기이하게 목줄을 착용한 채였고, 주인이 목줄을 잡다 놓친 것처럼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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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는 눈을 부릅뜬 채 연구원을 쫓아가 엉덩이를 물어뜯어 버렸다. 개그 세계에선 “아이고!”라는 비명을 내지르며 허공에 날아오르고 끝났겠지만 여기선 그대로 다 뜯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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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앙! 쾅! 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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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가 중력을 무시한 듯 거꾸로 솟은 주황 머리 남자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며 앞을 가로막는 벽과 장치들을 무자비하게 부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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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하핫! 그 어떤 것도 날 막지 못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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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기이한 것은 남자의 눈동자에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 어떤 나쁜 목적도 없이 상쾌한 표정으로 달려 나가는 남자의 모습은 괴이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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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악 – 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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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기이할 정도로 커다랗고 눈동자가 점처럼 작은 새가 기분 나쁘게 울며 연구원들의 머리 위에 하얀 똥 싸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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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똥을 얻어맞은 연구원은 갑작스럽게 행운 치가 팍 낮아진 것처럼 발이 꼬여 넘어지다가 책상 모서리에 부딪혀 뒷머리가 깨지고 비틀거리며 움직이다가 중력을 무시한 남자에게 부딪쳐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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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이런 식으로 정열적인 남자에게 치이면 하늘의 별이 되는 장면이 이어지지만, 다크 판타지 세계에선 벽으로 날아가 모자이크 처리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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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익! 죽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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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 있는 연구원들은 모두 실력 있는 흑마법사였기에 곧바로 흑마법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려 했다. 그들이 날린 공격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한곳을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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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에는 소매에 레이스가 나풀거리고, 눈동자가 보석을 수십 개 박아넣은 듯 기이하게 반짝거리는 남자가 있었다. 느끼하게 생긴 남자는 두 손을 머리 뒤로 넘긴 채 허리를 옆으로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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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훗, 무브무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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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이 확 오를 정도로 기분 나쁘게 엉덩이를 튕기며 모든 공격을 가볍게 피한 남자는 윙크를 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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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heart를 맞추려면 좀 더 노.력 하라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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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면을 목격한 흑마법사들은 완전히 이성을 잃고 마법을 난사하다가 분노로 마기가 역류하여 털썩털썩 쓰러져 피거품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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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이거 쓸만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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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쪽에서는 오크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온몸이 근육으로 이루어진 2m 크기의 남자가 흡족하게 웃으며 유리 캡슐을 뽑아 들어 스쿼트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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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 이걸론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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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내 지나가던 연구원을 무작정 잡아 캡슐 안에 집어넣곤 허벅지를 조지기 시작했다. 조금 편해졌다 싶으면 연구원을 더 데려와 처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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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연구원만 넣은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지나가는 다른 괴이한 실험체들도 잡아다가 무작정 유리 캡슐에 넣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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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세계에선 캡슐에 가득 찬 사람들이 이리저리 짓눌려 출근 시간대 지하철 같은 모습을 보일 뿐 어떠한 피해도 받지 않지만 여기선 -…. 온몸이 짓뭉개져 뼈가 부러지는 소리나 비명이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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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잔혹한 실험을 자행했던 이들조차 기겁할 만한 지옥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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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쯧! 일이 귀찮게 됐군. 그래도…꽤 흥미로운 결과야. 어떻게 해야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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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지옥 속에서도 콧수염 남자는 의외로 겁을 먹지 않았다. 그가 만들어내려던 결과물은 저런 괴물들보다 더 무시무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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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실험체를 정리하고 조사해봐야겠군. 이대로 있다간 인력이 부족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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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만들어내려는 결과물이 최강의 병기인 만큼 이런 상황은 당연히 대비해둔 상태였다. 그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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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결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연구원들이 죽어 나가는 꼴을 구경하고 있던 이유는 연구소 내 힘의 축을 망가뜨리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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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상황이 잘 마무리된다고 해도 죽은 연구원은 돌아오지 않으니 세 갈래로 나뉜 힘의 축이 무너질 터다. 이는 남자의 권력이 강해진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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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너무 많은 수의 연구원이 죽으면 연구 속도가 줄어들 테니 남자는 슬슬 상황을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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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마도구를 사용했다. 그러자 그의 기척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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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쪽이었지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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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곧바로 비상 장치를 작동시키기 위해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실험실 구석에 자리한 방 앞에 도착했다. 그는 곧바로 문을 열려다가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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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만. 왜 아무도 비상 장치를 작동시키지 않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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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정신없는 혼돈의 상황이더라도 수많은 연구원 중 한명도 비상 장치를 누르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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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아아아악! 사, 살려… 그르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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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에서 끔찍한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수석 연구원의 비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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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비상 장치를 작동시키지 않은 게 아니라 작동시키지.. 못..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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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석 연구원은 아무나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남자 정도는 아니더라도 꽤 강한 흑마법사라는 말이다. 그런 수석 연구원의 비명이 쩌렁쩌렁 울려 퍼지자 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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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해도 비상 장치는 작동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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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굳은 표정으로 가지고 있는 모든 마도구를 작동시키고 몸을 보호하는 마법을 몇 겹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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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한 빠르게 들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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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머릿속에 계획을 몇 번이고 그려본 후 달칵하고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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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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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문이 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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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먼저 보인 건 새하얀 파마머리에 작은 안경을 쓴 둥글둥글한 중년 남자의 얼굴이었다. 남자는 얼굴 반쪽이 기계로 이루어진 사이보그였다. 콧수염 남자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사이보그의 모습에 쩌적하고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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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보그 아니, 매드사이언티스트는 손에 드릴을 든 채 고개를 갸웃거리며 배가 갈라진 채 장기가 엉망으로 짓이겨진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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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음, 도대체 왜 죽는 거지? 이해가 안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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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통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매드사이언티스트는 이내 혀를 차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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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잉 새로운 실험체나 찾아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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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책상 위에 있는 시체를 대충 집어서 휙 뒤로 던져버렸다. 철퍽하고 날아간 시체는 이미 죽어버린 시체 산 위에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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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럼 새로운 실험체를 -…오?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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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해맑게 웃으며 콧수염의 남자를 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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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체가 걸어들어오다니! 오늘은 운이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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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의 눈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콧수염의 남자는 수많은 미친 연구원을 만나봤지만, 저만큼 미친놈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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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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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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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사이언티스는 옷 안쪽에서 조종기를 꺼내 들어 버튼을 꾹꾹 눌렀다. 그러자 바닥이 지이잉하고 갈라지더니 기계손 같은 게 튀어나와 남자를 덮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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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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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걸어놓은 마법이 기계손을 튕겨냈다. 안심하는 것과 동시에 한 겹의 방어 마법이 깨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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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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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서클 마법을 못 해도 3번 이상 막아주는 방어막이 괴상하게 생긴 손 한번 튕겨냈다고 깨져버리니, 남자의 눈이 태풍이 불어닥친 바다처럼 마구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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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팅! 티잉! 팅!팅!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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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식간에 다가온 손이 무차별적으로 방어막을 부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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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히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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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사이언티스트의 광기 섞인 웃음에 남자는 기절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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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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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사용한 마도구 덕분에 책상 위까지 끌려갔다가 겨우 도망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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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후훗, 나랑 재미있는 거 하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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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에 여장남자에게 습격받아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매드사이언티스트에게 붙잡히고, 겨우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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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에도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것들을 떨쳐내고 겨우겨우 이곳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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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상황에 들려온 낯선 이의 목소리는 그를 식겁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는 덜덜 떨며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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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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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게 죽어가던 남자의 눈에 번쩍 광명이 들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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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남아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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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 병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필수 재료, 어둠의 정령왕이 웬 인간 몸에 붙어있었다. 그의 얼굴이 환희에 젖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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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저것만 있으면 빠른 시간 내에 전투 병기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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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그리 두려워하던 괴이한 존재들의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한 탓에, 그는 멍청한 선택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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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 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쓰고나니까 정말 무섭네요. 개그 세계…(덜덜)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남자는 리안의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이는 전부 아래층에서 보았던 끔찍한 ‘결과물’들 때문이었다.

콧수염이 인상적인 남자는 반사적으로 조금 전에 직접 보고 겪었던 지옥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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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노아네가 잡혀있는 연구실을 빠져나온 남자는 메인 실험실로 가던 중 가벼운 복장을 한 여자와 마주쳤다.

“앗! 안녕하세요! 저기 죄송하지만, 부천역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나요?”

여자는 딱 봐도 연구원도 실험체로도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은 곧 침입자라는 말이었다.

“미친 여자인가? 빨리 치워!”

평소였다면 제압해서 정보를 얻으려 했겠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기에 여자를 죽이라 명령내렸다. 그가 내린 명령은 잔혹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꺅! 왜 이러세요!”

흑마법과 검으로 공격한 순간 여자가 비명을 내지르며 손에 들고 있던 작은 가방을 휘둘렀다.

우드득!

가방에 얻어맞은 이는 목이 꺾여 죽었고, 가방이 휘둘러지면서 일어난 검격이나 다름없는 바람에 연구원들이 날아가 벽에 박혀 숨이 끊어졌다.

이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인지한 남자는 소수의 연구원을 데리고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자리를 피하지 못한 연구원들의 비명이 그의 등 뒤에 울려 퍼졌다.

겨우 실험실에 도착했을 때 처음 마주한 건, 손가락만 한 소인(小人)들이 이쑤시개 같은 칼을 들고 우르르 몰려다니며 “전쟁! 승리! 우우!”라고 소리치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연구원들에게 매달려 칼로 이곳저곳을 찔렀다. 개그 필터가 적용되었다면 간지러운 자극밖에 되지 않았겠지만 잔혹하게도 이곳은 다크판타지 세계였다.

소인이 하나라면 문제없지만 그들의 수가 천이 넘어가면 문제가 된다. 개미 떼처럼 연구원에게 달라붙은 소인들은 가차 없이 온몸을 날카로운 칼로 베었다.

이쑤시개나 다를 바 없다고는 하나 전부 날이 선 칼이다 보니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다음에 나타난 건 개였다.

“크르르릉! 컹컹컹컹!”

사납게 생긴 개는 기이하게 목줄을 착용한 채였고, 주인이 목줄을 잡다 놓친 것처럼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개는 눈을 부릅뜬 채 연구원을 쫓아가 엉덩이를 물어뜯어 버렸다. 개그 세계에선 “아이고!”라는 비명을 내지르며 허공에 날아오르고 끝났겠지만 여기선 그대로 다 뜯겨나갔다.

콰앙! 쾅! 콰아앙!

머리가 중력을 무시한 듯 거꾸로 솟은 주황 머리 남자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며 앞을 가로막는 벽과 장치들을 무자비하게 부수고 지나갔다.

“하하하핫! 그 어떤 것도 날 막지 못 하리라!”

더 기이한 것은 남자의 눈동자에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 어떤 나쁜 목적도 없이 상쾌한 표정으로 달려 나가는 남자의 모습은 괴이 그 자체였다.

“까악 – 깍 -..”

눈이 기이할 정도로 커다랗고 눈동자가 점처럼 작은 새가 기분 나쁘게 울며 연구원들의 머리 위에 하얀 똥 싸질렀다.

똥을 얻어맞은 연구원은 갑작스럽게 행운 치가 팍 낮아진 것처럼 발이 꼬여 넘어지다가 책상 모서리에 부딪혀 뒷머리가 깨지고 비틀거리며 움직이다가 중력을 무시한 남자에게 부딪쳐 날아가 버렸다.

보통 이런 식으로 정열적인 남자에게 치이면 하늘의 별이 되는 장면이 이어지지만, 다크 판타지 세계에선 벽으로 날아가 모자이크 처리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익! 죽어엇!”

이곳에 있는 연구원들은 모두 실력 있는 흑마법사였기에 곧바로 흑마법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려 했다. 그들이 날린 공격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한곳을 쏠렸다.

그곳에는 소매에 레이스가 나풀거리고, 눈동자가 보석을 수십 개 박아넣은 듯 기이하게 반짝거리는 남자가 있었다. 느끼하게 생긴 남자는 두 손을 머리 뒤로 넘긴 채 허리를 옆으로 튕겼다.

“훗, 무브무브 ~ ”

열이 확 오를 정도로 기분 나쁘게 엉덩이를 튕기며 모든 공격을 가볍게 피한 남자는 윙크를 하며 말했다.

“내 heart를 맞추려면 좀 더 노.력 하라고 ~ ”

이 장면을 목격한 흑마법사들은 완전히 이성을 잃고 마법을 난사하다가 분노로 마기가 역류하여 털썩털썩 쓰러져 피거품을 물었다.

“오! 이거 쓸만해 보이는데?”

또 한쪽에서는 오크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온몸이 근육으로 이루어진 2m 크기의 남자가 흡족하게 웃으며 유리 캡슐을 뽑아 들어 스쿼트를 하기 시작했다.

“아아 -.. 이걸론 부족해!”

이내 지나가던 연구원을 무작정 잡아 캡슐 안에 집어넣곤 허벅지를 조지기 시작했다. 조금 편해졌다 싶으면 연구원을 더 데려와 처넣었다.

문제는 연구원만 넣은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지나가는 다른 괴이한 실험체들도 잡아다가 무작정 유리 캡슐에 넣어버렸다.

개그 세계에선 캡슐에 가득 찬 사람들이 이리저리 짓눌려 출근 시간대 지하철 같은 모습을 보일 뿐 어떠한 피해도 받지 않지만 여기선 -…. 온몸이 짓뭉개져 뼈가 부러지는 소리나 비명이 울려 퍼진다.

온갖 잔혹한 실험을 자행했던 이들조차 기겁할 만한 지옥이 그곳에 있었다.

‘쯧! 일이 귀찮게 됐군. 그래도…꽤 흥미로운 결과야. 어떻게 해야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지?’

그 지옥 속에서도 콧수염 남자는 의외로 겁을 먹지 않았다. 그가 만들어내려던 결과물은 저런 괴물들보다 더 무시무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실험체를 정리하고 조사해봐야겠군. 이대로 있다간 인력이 부족해질 테니까.’

그들이 만들어내려는 결과물이 최강의 병기인 만큼 이런 상황은 당연히 대비해둔 상태였다. 그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해결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연구원들이 죽어 나가는 꼴을 구경하고 있던 이유는 연구소 내 힘의 축을 망가뜨리기 위해서였다.

이 상황이 잘 마무리된다고 해도 죽은 연구원은 돌아오지 않으니 세 갈래로 나뉜 힘의 축이 무너질 터다. 이는 남자의 권력이 강해진다는 의미였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수의 연구원이 죽으면 연구 속도가 줄어들 테니 남자는 슬슬 상황을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마도구를 사용했다. 그러자 그의 기척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저쪽이었지 분명.’

그는 곧바로 비상 장치를 작동시키기 위해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실험실 구석에 자리한 방 앞에 도착했다. 그는 곧바로 문을 열려다가 멈칫했다.

‘잠깐만. 왜 아무도 비상 장치를 작동시키지 않은 거지?’

아무리 정신없는 혼돈의 상황이더라도 수많은 연구원 중 한명도 비상 장치를 누르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끄아아아악! 사, 살려… 그르륵…!”

“…!”

안에서 끔찍한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수석 연구원의 비명이었다.

‘설마…비상 장치를 작동시키지 않은 게 아니라 작동시키지.. 못..한건가?’

수석 연구원은 아무나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남자 정도는 아니더라도 꽤 강한 흑마법사라는 말이다. 그런 수석 연구원의 비명이 쩌렁쩌렁 울려 퍼지자 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도 비상 장치는 작동시켜야 한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가지고 있는 모든 마도구를 작동시키고 몸을 보호하는 마법을 몇 겹으로 걸었다.

‘최대한 빠르게 들어가서..’

그는 머릿속에 계획을 몇 번이고 그려본 후 달칵하고 문을 열었다.

끼이익…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문이 열리고.

가장 먼저 보인 건 새하얀 파마머리에 작은 안경을 쓴 둥글둥글한 중년 남자의 얼굴이었다. 남자는 얼굴 반쪽이 기계로 이루어진 사이보그였다. 콧수염 남자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사이보그의 모습에 쩌적하고 굳어버렸다.

사이보그 아니, 매드사이언티스트는 손에 드릴을 든 채 고개를 갸웃거리며 배가 갈라진 채 장기가 엉망으로 짓이겨진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흐음, 도대체 왜 죽는 거지? 이해가 안 가네.”

도통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매드사이언티스트는 이내 혀를 차며 말했다.

“에잉 새로운 실험체나 찾아야겠네.”

남자가 책상 위에 있는 시체를 대충 집어서 휙 뒤로 던져버렸다. 철퍽하고 날아간 시체는 이미 죽어버린 시체 산 위에 안착했다.

“자, 그럼 새로운 실험체를 -…오?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남자가 해맑게 웃으며 콧수염의 남자를 직시했다.

“실험체가 걸어들어오다니! 오늘은 운이 좋군!”

남자의 눈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콧수염의 남자는 수많은 미친 연구원을 만나봤지만, 저만큼 미친놈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자자자.”

매드사이언티스는 옷 안쪽에서 조종기를 꺼내 들어 버튼을 꾹꾹 눌렀다. 그러자 바닥이 지이잉하고 갈라지더니 기계손 같은 게 튀어나와 남자를 덮쳐왔다.

티잉!

미리 걸어놓은 마법이 기계손을 튕겨냈다. 안심하는 것과 동시에 한 겹의 방어 마법이 깨져버렸다.

“뭐,뭣?!”

5 서클 마법을 못 해도 3번 이상 막아주는 방어막이 괴상하게 생긴 손 한번 튕겨냈다고 깨져버리니, 남자의 눈이 태풍이 불어닥친 바다처럼 마구 요동쳤다.

팅! 티잉! 팅!팅!팅!

순식간에 다가온 손이 무차별적으로 방어막을 부숴나갔다.

“히히힉!”

매드사이언티스트의 광기 섞인 웃음에 남자는 기절할 것만 같았다.

***

미리 사용한 마도구 덕분에 책상 위까지 끌려갔다가 겨우 도망칠 수 있었다.

“우후훗, 나랑 재미있는 거 하지 않을래?”

중간에 여장남자에게 습격받아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매드사이언티스트에게 붙잡히고, 겨우 탈출했다.

…이후에도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것들을 떨쳐내고 겨우겨우 이곳에 도착했다.

그런 상황에 들려온 낯선 이의 목소리는 그를 식겁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는 덜덜 떨며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허억…!”

검게 죽어가던 남자의 눈에 번쩍 광명이 들어찼다.

‘역시 남아있었어!’

전투 병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필수 재료, 어둠의 정령왕이 웬 인간 몸에 붙어있었다. 그의 얼굴이 환희에 젖어 들었다.

‘그래! 저것만 있으면 빠른 시간 내에 전투 병기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어!’

그가 그리 두려워하던 괴이한 존재들의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한 탓에, 그는 멍청한 선택을 하고 말았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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