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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4

   크라슈는 유적을 나온 후 하링과 함께 제일 먼저 치료부터 받았다.

   다른 이들도 부상이 만만치 않았지만, 크라슈와 하링 두 사람의 상태가 제일 심했기 때문이다.

     

   크라슈야 말할 것도 없고.

   하링의 경우 크라슈의 옆에 있느라 전신 화상부터 시작해 백청단을 사용해 온 부하.

   데카라비아에게 일격을 당한 몸이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두 사람 다 사실상 정신을 붙잡고 유적 밖까지 나온 게 기적일 정도였다.

     

   그러니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쌍아단 마학 출신과 신학 출신의 학생이 두 사람을 치료부터 했다.

     

   그렇게 대충 치료를 마친 후.

     

   크라슈는 모두와 함께 무사히 데브람으로 귀환했다.

     

   귀환한 데브람에서는 쌍아단 일원 모두를 극진하게 대접해주었다.

     

   자신들에게 있어 무척이나 귀찮은 임무를 처리해줬으니 그에 관한 보답이었다.

   하지만 정작 크라슈는 데브람의 호의도 거절하고, 아카데미로 돌아가기로 했다.

     

   “알았어. 바로 돌아가도록 준비해줄게.”

     

   아닉스는 크라슈가 돌아가는데 딱히 토 달지 않았다.

   크라슈가 쌍아단 정식 일원도 아니고, 일이 다 끝마친 만큼 굳이 잡고 있을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 그전에 이거 하나만 좀 부탁하자.”

     

   대신 크라슈는 가기 전에 아닉스에게 데브람에서 유명한 디저트 하나를 주소에 보내달라 부탁했다.

   주소지가 청송관이었던만큼 아닉스가 의문을 보이자 엘핀이 귀띔해 주었다.

     

   “아, 약혼자를 챙기는 거구나.”

     

   그리고 곧 아닉스가 옅게 웃었다.

     

   “하긴, 그때 네 약혼자를 소중히 하긴 했었지. 알았어. 보내 놓을게.”

     

   크라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갈게.”

     

   그리고 그런 크라슈를 따라 하링도 귀환하기로 했다.

   그녀도 굳이 스타론 중심인 쌍아단에 남아 있을 이유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럼 난 돌아간다. 연구 건은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응.”

     

   크라슈는 기어코 방까지 데려다주려는 하링을 돌려보내곤 방에 돌아왔다.

   더는 눈꺼풀이 무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곤 침대에 눕자마자 뻗어 잠만 잤다.

     

   그렇지 않고서야 멸화수라를 쓴 대가를 회복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크라슈가 뻗은 채 잠만 자고 있자 그의 귓가에 몇 마디 목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하아, 당신, 또 이런 꼴로 돌아오고, 소식 듣고 상태 확인하러 와서 다행이지. 자연 치유로 해결될 게 아니잖아. 왜 치료받으러 안 오고 기숙사에서 그냥 자버리는 거야.”

     

   그건 아마 아스트리아의 목소리였다.

   잠결에 들은 목소리긴 하나 몸이 한결 가벼워진 걸 보면 그녀가 들른 게 맞겠지.

     

   하지만 잠의 수마가 너무 강했던 만큼 크라슈는 한마디조차 못한 채 새근새근 잠들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사흘이 지났을 무렵.

   크라슈가 드디어 눈을 번쩍 떴다.

     

   “…….”

     

   그는 너무 오래 자서인지 침침한 눈을 살짝 찌푸리며 주위를 살폈다.

     

   기숙사 방이다.

   멸화수라를 쓴 대가로 비몽사몽이었어도 귀소본능 하나는 좋은가 보다.

     

   “—–.”

   “—그쵸.”

     

   그 순간 방 밖에서 누군가 대화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크라슈는 살짝 지끈거리는 머리를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가볍게 몸을 휙휙 움직이자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움직여졌다.

     

   잠결에 아스트리아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역시 그녀가 치료해준 모양이었다.

     

   ‘다음에 만나면 감사 인사라도 좀 해두든가 해야지.’

     

   침대에서 일어난 크라슈가 방문을 열자 거기에는 두 사람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한 명은 갈색 머리카락이 눈에 띄는 크라슈의 시녀 알리샤였고.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아슬란의 전속 시녀 리리나였다.

     

   “어, 일어나셨네요?”

     

   크라슈를 돌아본 리리나가 밝게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그런 그녀를 잠시 멍하니 보던 크라슈는 눈을 비볐다.

     

   그녀는 아슬란이 죽은 이후 크라슈의 전속 시녀로 옮긴 적이 있었으니.

   눈 뜨자마자 그녀를 보니 옛날 생각이 났던 탓이다.

     

   괜히 그때가 떠올라 기분이 싱숭생숭해졌다.

     

   “크라슈 님, 편히 주무셨사옵니까.”

     

   그러는 사이, 알리샤가 물수건을 건네며 크라슈에게 정중히 물어왔다.

   크라슈는 그녀에게 받은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적당한 온기의 물수건으로 닦으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리리나 씨가 왜 여기 있답니까.”

   “그야, 다들 한창 수업 중이시니까요. 저희 시녀들은 쉬는 시간이죠.”

     

   그랬었나.

   크라슈는 물수건을 다시 알리샤에게 돌려주었다.

     

   물수건으로 닦고 나니 이제야 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무리하셨다고 하는데. 왜 저는 크라슈 님이 항상 쓰러져만 있는 거 같을까요?”

   “불가항력입니다.”

     

   이쪽도 쓰러지고 싶어서 쓰러지는 게 아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정신 줄 다 잡고 돌아와 뻗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정말 주위 사람들도 조금은 생각해 주세요. 크라슈 님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아슬란 님도 그렇고, 물론 저도 그렇고요.”

     

   하지만 리리나의 말도 틀리지는 않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순간 리리나가 주섬주섬 편지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크라슈 님이 주무시는 동안 편지 한 장이 왔답니다.”

   “편지요?”

   “누구 편지일까요? 수신인은 여기 적혀 있는데 말이죠.”

     

   그녀의 짓궂은 웃음을 보며 크라슈는 편지를 받았다.

   그리고 곧 크라슈는 누구 편지인지 알아차렸다.

     

   ‘비앙카.’

     

   크라슈는 편지를 뜯어보았다.

   그러자 안에는 편지를 꽉 채운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비앙카의 글씨였다.

   비앙카는 글씨를 상당히 잘 썼다.

     

   어릴 때부터 책을 달고 살아서 그런가.

   책에서 본 글씨와 똑같아질 정도였다.

     

   크라슈는 천천히 비앙카의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크라슈 발하임 님께

     

   크라슈 님, 무화과 쿠키 잘 받았어요. 무척이나 달아서 맛있었어요.

     

   어느새 봄이 조금씩 끝나가고 있는 거 같아요.

   아직 내년 봄이 오려면 한참 남았는데 저는 내년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요즘 가끔씩 크라슈 님 방에서 잘 때가 있어요.

   아직은 크라슈 님의 온기가 남아 있는 거 같아서 편안해요.

   하지만 역시 크라슈 님 곁이 더 좋아요.

     

   제나 스승님은 조금 더 엄격해지셨어요.

   제가 상당히 재능이 있다고 하세요.

   그래서 최근에는 비수술도 배우고 있어요.

   손이 작은 편이라 검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요.

   크라슈 님의 손은 컸는데 말이에요.

     

   열심히 수련해서 빨리 크라슈 님과 라헬른 아카데미를 같이 다녀보고 싶어요.

   크라슈 님은 못 본 사이에 또 무리하고 있을까 봐 걱정되니까요.

     

   낮에는 괜찮지만 매일 밤에 자면 크라슈 님이 생각나요.

   그래서 밤에 잘 때 무화과 과자를 하나씩 아껴서 조금씩만 먹고 있어요.

   먹고 있으면 크라슈 님이 주신 거라 생각 들어 기분이 좋아요.

     

   그러고 보니 최근에 제 담당 시녀로 있어 준 엘리가 결혼한다고 해요.

   저도 나중에 크라슈 님이랑 그렇게 결혼을 하는 걸까요.

     

   식을 올리는 엘리는 참 예뻤는데 저는 나중에 훨씬 더 예쁠 거래요.

     

   크라슈 님도 예쁜 게 좋으실까요?

   어서 빨리 보고 싶어요.

     

   비앙카 하덴하르츠가

     

     

   편지를 다 읽어 내린 크라슈는 어느샌가 웃고 있었다.

   크라슈는 자기 입꼬리가 올라가 있음을 뒤늦게 깨닫고 입가를 만지고 있자 리리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좋으신가요?”

   “……편지를 읽는데 우중충한 표정을 지을 수는 없잖습니까.”

   “그런 걸 고려해도 얼굴에서 애정이 뚝뚝 떨어지셔서요.”

     

   크라슈는 살짝 헛기침을 내뱉었다.

   비앙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편지라 무심코 웃음 짓고 말았다.

     

   크라슈는 조심히 편지를 정돈하여 다시 봉투에 넣어 두었다.

   무화과 과자를 아껴 먹고 있다는데 이것저것 더 보내 줘야 할 듯싶었다.

     

   “아, 저도 궁금했는데.”

   “남의 편지 보는 거 아닙니다.”

   “그야, 그렇지만요.”

     

   리리나는 어째선가 조금 툴툴거리는 기색으로 크라슈를 힐끗 보았다.

     

   “크라슈 님은 생각보다 더 애처가였네요. 라헬른 아카데미 온 지 아직 그리 많이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편지 한 장으로 그렇게 좋아하시는 걸 보면요.”

   “평범한 거 아닐까요.”

   “아닌데요. 비앙카 님은 좋겠어요. 부러워요.”

     

   리리나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그만 일어났다.

     

   “아, 나는 어디 좋은 남자친구 없으려나. 혼자라서 쓸쓸하네요.”

     

   크라슈는 밖으로 걸어 나가는 리리나를 바라보았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크라슈는 그 감정을 저편으로 보내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회귀 전 자신의 첫사랑에게 지녔던 감정이니까.

     

   “……리리나 씨라면 좋은 사람 잘 만날 겁니다.”

     

   크라슈가 그리 말을 전하자 리리나가 살짝 고개를 돌려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가장 좋은 사람을 만날 방법은 없는걸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리리나가 방문을 열고 나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크라슈는 목을 잠시 손으로 매만졌다.

     

   [ 일어났느냐? ]

     

   그러는 순간 때마침 크림슨가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녀석의 목소리를 들으니 정신이 돌아왔다.

     

   [ 일어나자마자 여자부터나 찾고, 쯧쯧. ]

   “너부터 찾아야 했냐.”

   [ 멍청아, 나도 여자다. ]

     

   그거야 그렇지마는.

     

   “크림, 월묘 쪽에서 움직임은 어때.”

   [ 별다른 움직임은 없더구나. 애초에 주요 이르마라는 놈은 달토끼 녀석이 시험 삼아 던져둔 씨앗일 게다. 처음부터 크게 신경 쓰지 않았겠지. ]

     

   그건 참 다행인 이야기다.

   만약 월묘가 자기 종을 죽였단 이유로 들이닥치면 그건 그거대로 머리 아프니 말이다.

     

   크라슈는 비앙카의 편지를 정리하며 방 안으로 들어가 서랍에 잘 넣어 두었다.

   그러고는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수업들이 대충 마칠 시간이다.

     

   “다른 단들은 임무에서 전부 돌아왔냐.”

   [ 돌아온 녀석들도 있고, 아직인 녀석들도 있겠지. ]

   “그럼 내일부터 나도 수업이겠네.”

     

   보통 임무를 받고 돌아오면 단에 따라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 휴식과 훈련으로 재충전 기간을 가진다.

     

   그러니 아직 아무런 단에도 속하지 않은 크라슈는 모든 단이 돌아오기 전까지.

   다른 동기생들과 마찬가지로 수업이나 훈련하게 될 것이다.

     

   다른 단들이 귀환해 본격적으로 임무를 받게 될 때쯤에 또다시 아카데미 밖으로 움직이게 되겠지.

     

   크라슈는 그런 단들이 돌아오기 전에 할 일들이 있었다.

     

   ‘하링 녀석이나 찾아가야겠네.’

     

   하링과 이야기해 두었던 독과 저주 연구.

   이쪽 방면으로 이래저래 실험해보고픈 게 있었다.

     

   그러니 크라슈는 씻은 뒤 무학과 수업이 끝날 시간에 맞춰 적당히 이동하기로 했다.

     

   한창 수업 시간이라서일까.

   무학관을 향해 걷는 길은 꽤나 한산했다.

     

   새로 만들어진 학교답게 걷는 길은 한눈에 보기에도 편안한 공원 길이었다.

   매일 같이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일부러 이렇게 조성한 것이겠지.

     

   아직도 꽃잎을 흩날리는 데 여념 없는 신목을 올려다보던 크라슈가 무학관에 도착했다.

   무학관 훈련장 쪽에서는 때마침 와작지껄 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수업이 끝난 모양이었다.

     

   무학관 수업은 1기생, 2기생 할 거 없이 함께 이루어진다.

   그래서인지 대충 보아도 인원수가 꽤 상당했다.

     

   ‘시간 잘맞춰 왔네.’

     

   크라슈가 뿌듯한 마음과 함께 무학관 훈련장 쪽 입구 벽에 기대어 기다렸다.

   그러자 하나둘 아이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크라슈를 알아본 이들도 있었다.

     

   “어, 크라슈 발하임이다. 병상에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일어난 건가.”

   “누구 기다리는 모양인데.”

   “쌍아단 인원분들이 말하는 거 들었나요. 7성급 침식종을 단칼에 박살 냈다던데요.”

   “발하임답네. 샬롯만큼 괴물인 건가.”

     

   수군거리는 목소리들이 여러 차례 들려왔다.

   크라슈의 귀에 다 들어가고 있음을 알아도 딱히 신경 쓰지 않는 이들은 대부분 1기생이었다.

     

   자기 능력과 지위에 확신이 있는 놈들.

   그런 놈들은 이제 발하임이라는 이름 하나만 보고 두려워하지 않았다.

     

   크라슈는 저런 놈들이 결국 창공의 세대를 이끌게 될 녀석들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크라슈에게 호의를 보내지 않는 놈도 있었다.

     

   “발하임이 뭔 대수라고. 샬롯 같은 게 또 있을 거 같아?”

   “하하, 귀여울 때네.”

     

   발하임이라는 이름이 오히려 호승심을 불러일으키는 놈들도 있으니까 말이다.

     

   ‘대충 어느 단이 안 돌아 왔는지는 알겠네.’

     

   크라슈는 눈으로 대충 인원을 파악하며 돌아오지 않은 단을 짐작했다.

     

   “거봐, 내가 더 강하다니까.”

   “헛소리 마라. 어쩌다 한 방 성공한 거 가지고.”

   “그런 것 치곤 막 날아가던데!”

     

   때마침 크라슈는 자신과 함께 특급과에 포함된 2기생 인원들이 보였다.

     

   한쪽은 아닉스와 같은 스타론의 삼걸 발락 호그마.

   다른 한쪽은 메리 다이아나의 사촌 동생, 글렌 다이아나였다.

     

   ‘저 녀석들이 있다는 건.’

     

   크라슈는 눈을 옮겨 뒤편을 보았다.

   그러자 때마침 밖으로 걸어 나오는 인물이 한 명 더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가짜 아서였다.

   아서와는 미묘하게 달라 은근히 짜증 나는 면상이었다.

     

   그는 밖으로 걸어 나오다가 크라슈와 눈이 마주쳤다.

   크라슈는 그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딱히 피하지 않았다.

     

   여기서 눈을 피하는 게 더 의심 사기 좋아질 테니 말이다.

     

   ‘저놈 속내를 낱낱이 뒤져 봐야 하는데.’

     

   아무런 정보도 없는 아서와 유일하게 이어질 수 있는 녀석이다.

   그리고 크라슈는 저놈을 꾀어낼 방법은 얼마 전에 하나 떠올렸다.

     

   그 방법을 위해서는 샬롯과 한 번 마주할 필요가 있겠지만.

   아직 사자단은 임무에서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는 사이, 가짜 아서 쪽이 먼저 흥미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걸어 나갔다.

     

   “아, 크라슈!”

     

   크라슈도 아서에게 시선을 떼던 찰나 발락이 이쪽을 알아보고 해맑게 손을 흔들어 왔다.

     

   남자치고 여전히 키가 작은 그가 제자리에서 방방 뛰는 모습은 성인이라 보기에 너무 어렸다.

     

   “방정맞게 뛰지 마라.”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글렌이 핀잔해주었다.

   이 녀석들 같은 단에 소속되어 임무를 나가더니 그래도 꽤 친해진 모양이다.

     

   발락 녀석이 친화력이 좋은 덕이겠지.

     

   “아닉스한테 듣기로 무리했다던데. 이제 괜찮은 모양이네!”

   “그래, 그보다 하링 녀석이 안 보이는데. 어디 있냐.”

     

   아이들이 다 나오고 있음에도 아직 하링이 안 나오길래 묻자 발락은 안을 가리켰다.

     

   “더 훈련 중일걸? 매일 그러고 있거든.”

     

   그래서 기다려도 안 나온 모양이다.

   들어가 봐야겠구만.

     

   “크라슈 발하임.”

     

   그러는 순간 이번에는 글렌이 불러왔다.

   크라슈가 그를 힐끗 보자 글렌은 창대를 늘어트린 채 조용히 물었다.

     

   “한 가지만 물어도 괜찮나.”

   “마음대로.”

     

   크라슈의 허락이 떨어지자 잠시 침묵하던 글렌이 곧 입을 열었다.

     

   “……네가 보기에 현재의 메리 다이아나는 어떻지.”

     

   과거, 메리를 신처럼 신봉하던 글렌이었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메리는 사실상 망가졌다시피 했다.

     

   그런 메리를 글렌은 무척이나 싫어하는 듯하였다.

     

   ‘아니, 이건 꼭 싫어하는 것만은 아니네.’

     

   사람 속내를 눈치채는 것 하나는 빠른 크라슈는 글렌이 메리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눈치챘다.

   그리고 그건 당장은 자신이 건드려서 좋은 감정도 아니었다.

     

   “몰라. 싸워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아냐.”

     

   대신 머릿속에 생각은 스쳤다.

   메리, 그 녀석을 확실하게 무너트릴 한 수는 글렌에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말이다.

     

   “……그런가.”

     

   글렌은 크라슈의 말을 듣고, 이내 말해줘서 고맙다고 해준 뒤 가버렸다.

   싱거운 녀석이었다.

     

   크라슈는 발락의 인사까지 받아두고, 훈련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훈련장 한쪽에 비수를 든 채 마법으로 만들어 놓은 침식종과 맞서는 하링의 모습이 보였다.

     

   훈련을 담당한 교수는 보이지 않았다.

   무학 수업 담당 교수가 누구인지 아는 크라슈는 제일 먼저 퇴근했겠다고 생각했다.

     

   “하링.”

     

   집중하는데 미안하지만 저렇게 뒀다간 하루종일 훈련할 거 같아서 크라슈가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뒤늦게 하링이 이쪽을 보았다.

     

   검은색에 보랏빛 머리카락이 뒤섞인 그녀는 크라슈와 눈이 마주치자 곧 그 눈을 커다랗게 떴다.

     

   “크라슈!”

   

   마치, 고양이가 한동안 안 돌아온 집사를 보고는 왜 이제 왔냐며 야옹거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링이 서둘러 비수를 정리하고, 이쪽으로 오려 했다.

   그러다가 훈련하던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렸는지 멈칫하곤 옷소매를 당겨 킁킁거렸다.

     

   땀 냄새가 날까 봐 신경 쓰는 모양이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크라슈는 가볍게 웃었다.

     

   “배 안 고프냐.”

     

   밥이나 먹으면서 이야기나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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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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