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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5

    <125 – 불길한 정보>

     

    3학년에도 편차는 있다.

    강한 놈은 진짜 강하고, 약한 놈은 이딴 게 3학년? 소리가 나올 정도로 약하다.

    지고쿠의 총에 맞고 기절한 놈은 약한 놈중 하나였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순찰뺑뺑이 일퀘나 받으면서 포인트 버는 애들이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겠어?

    진짜 괴물들은 그거 할 시간에 훨씬 많은 포인트나 이권이 걸린 임무에 참여하고 다니는데.

     

    ‘3학년이 된 모브 수준이겠네!’

     

    냉정하게 평가해서 딱 그 정도 수준의 선배다.

     

    “1학년이 3학년을 이겨?”

    “상급반인가봐.”

    “이런. 어쩐지 약을 팔아도 쫄지를 않더라니.”

     

    3학년들이 작게 중얼거렸지만 <청각>기능 경험치가 조금 있던 덕분에 대화내용이 들렸다.

    잠시 후, 편대장인 이카루스가 느릿하게 날아오며 위해를 끼칠 의사가 없음을 보였다.

     

    “미안하게 됐어, 후배들. 우리 편대원이 잠시 더위를 먹었나봐.”

    “가까이 오지 마세요. 또 공격하면 학생회에 이를 거예요!”

    “하하. 그런 거 아니야. 저기 꼴사납게 기절한 친구를 데려가려고 왔을 뿐이니까 좀 봐줘.”

     

    나무에 처박혀서 기절한 편대원을 다른 대원들을 시켜 회수한 이카루스.

     

    “그 혈석, 조심하는 게 좋아. 가치를 아는 녀석들이라면 분명 탐낼 수밖에 없거든.”

    “알아서 할게요!”

     

    경계심 만땅인 내 태도에 이카루스는 괜히 말재주 부렸다가 민원참교육을 맞을까봐 두려워하는 공무원처럼 입 꾹 다물고 돌아갔다.

     

    “어떻게 했어? 총을 쏴야 멈추는 놈들을 말 몇 마디 나누고 돌려보내다니.”

    “권력의 힘을 빌렸어요!”

    “권력?”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학생회의 힘은 어디 왕국 국왕의 칙령에 못지않은 대단한 힘을 지녔다.

    일례로 일국의 왕녀가 학칙을 위반하여 학생회에 끌려가는 사건이 있었다.

    국왕이 너 우리 딸 건드리면 책임지고 인생 조져버린다는 장문의 협박문을 보내자 학생회 임원은 “응 이민가면 그만이야~”를 시전 했다고 한다.

    그 선배는 979기 재학생으로 현재 3학년이며, 학생회에 현역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런 선배에 비하면 순찰이나 도는 선배들은 아무것도 아니지!’

     

    지고쿠가 나를 보는 눈에 감탄이 섞였다.

     

    “안 도와줘도 혼자 잘했겠는데?”

    “아니에요. 지고쿠가 비싼 속성탄까지 써준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던 거죠! 우리가 만만하다 싶었으면 힘으로 뺏고 학생회에 이르든 말든 묵살했겠죠.”

    “그러냐? 흠흠. 좋게 봐준다니 뭐 다행이고.”

     

    지고쿠가 은근한 어조로 고개를 숙여 귓속말을 했다.

     

    “이걸로 지난번에 진 빚은 갚은 거다?”

    “마수창고 건 말이죠?”

     

    조마조마해하며 눈치를 보는 지고쿠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자, 긴장으로 굳은 얼굴이 활짝 펴졌다.

     

    “오크노디, 어떻게 된 거야? 위에서 무슨 소릴 했길래 선배들이 그냥 돌아갔어?”

     

    뒤늦게 달려온 헤스티아와 모두에게도 상황을 전해주자 로지니가 우려를 드러내었다.

     

    “정말로 위험한거면 어떡해?”

    “흥. 절대 그럴 일 없어요.”

    “어떻게 그걸 확신해?”

    “이런 건 세상에서 제가 가장 잘 알아요!”

     

    에너지를 담은 물질은 아카데미 내에서도 귀하다.

    혈석은 혈마법을 펼치는데 쓰이는 재료.

    마나통이 딸리는 마법사들이 생물체의 피에 담긴 생체마나를 이용하는 건 어떻겠냐는 발상에 착안하며 찾아낸 새로운 에너지원이다.

    마나포자낭도 불법양식을 해다가 냠냠쩝쩝 먹어치우는 판에 혈석이라고 못 쓸 이유가 없다.

    심지어 모두가 귀한 줄 아는 마나포자낭과 달리, 현 시점의 혈석은 그런 고리타분한 기술을 요즘 누가 쓰냐는 인식 탓에 평가가 박한 시점이다.

     

    ‘구하기는 쉽지만 제 값을 인정받지 못한 물건. 소위 말해서 로또가 터질 수도 있는 물건이란 말이지!’

     

    아카데미 외부초빙교수 가운데 조만간 혈마법사가 하나 추가된다.

    어쩌면 고학년들은 이미 혈마법사의 교육을 받기 시작한 시점일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거든 마나 부족하면 피 뽑아서 쓰겠다고 혈마법이 유행 타면서 혈석 가치도 연일 대폭등!

     

    ‘그런 위험한 마법에는 당연히 안전사고가 뒤따르고 규제도 깐깐해지지만.’

     

    조금만 지나도 혈마법은 사고방지를 위해 사용규제 및 자격조건이 우르르 박힌다.

    그때 되면 혈석 가치는 다시 떡락한다.

    하지만 고인물인 자신은 그전에 팔아치우면 그만이니, 존버해서 최고가에는 못 팔아도 적당히 값이 오를 때 마차정기권을 얻기엔 충분하다.

     

     

    * *

     

     

    로지니는 마법학부 지망생.

    자연마법의 대가인 위어드 교수뿐만 아니라 다른 교수들의 강의도 여럿 듣고 있다.

    싹수가 보이는 후배인지라 조교로 활동하는 몇몇 선배들은 로지니를 좋게 보아주었고, 때때로 잡담을 나누거나 이런저런 정보를 듣기도 했다.

     

    -로지니는 위어드 교수님 강의 듣는다고 했지? 조심하는 게 좋아.

    -왜요?

    -그 교수님, 4학년들한테 돌을 먹이면 자연친화력이 오르는지 시험하고 있다더라고.

     

    소문을 듣고 보니 오크노디에 대한 별난 소문도 덩달아 이해가 됐다.

     

    ‘오크노디가 모자란 애라서 돌을 먹는 게 아니라 자연친화력을 올리려고 돌을 복용하고 있었구나!’

     

    분명 그냥 먹는 건 아닐 것이다.

    마탑에서도 엉뚱한 연구과제가 잡히면 뜻밖의 현실적인 접근으로 분석을 하고는 했다.

    돌을 소화하는 마법, 위산의 산도를 조절하는 특수한 약물이나 체질, 비전기술 따위도 있겠지.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무식하게 돌을 먹일까?

    세계제일의 아카데미 교수와 4학년인데?

     

    ‘에이 설마.’

     

    그렇게까지 무식하진 않겠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인간은 돌을 소화 못 한다.

    당연히 함부로 따라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래도 깨달음은 얻었다.

    돌에 대해서는 오크노디는 정말 박식한 편이라고.

    특히나 저 아이는 먹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 마당에 먹을 수 있는 돌은 얼마나 또 좋아하고 잘 알겠는가!

    심지어 이번에 오크노디가 얻은 물건은 혈‘석’.

    자신들에게 인당 50포인트라는 열 끼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거액의 포인트를 줘가며 일일 파티원으로 모집했을 정도로 꼭 얻고 싶어 했던 물건이다.

     

    지가 먹든 연구용으로 쓰던 알아서 하겠지!

     

    “모기는 좀 무서웠어.”

    “…너, 옆에서 비명 지르느라 내 귀가 아직까지 먹먹한 거 알기나 해?”

    “진짜 무서운 걸 어떡해? 세상에 그렇게 큰 모기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고.”

     

    겁쟁이 질럿이야 그렇다고 쳐도 독설가 에코는 포인트를 정말 날로 먹었다.

     

    “넌 어떻게 손 하나 까닥 안할 수가 있어?”

    “직원 잘못 고용해서 월급루팡짓 시켰으면 그건 사장 잘못이지 직원 잘못이 아니야.”

    “내 돈 주고 고용한 거였으면 받은 돈 다 토해내라고 했을 텐데. 오크노디도 참 사람이 착해.”

     

    50포인트를 날먹한 에코는 혀를 베에 내밀며 약올리고는 돌아갔다.

    아무튼 포인트를 번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로지니도 기분 좋게 돌아갈 수 있었다.

     

     

    * *

     

     

    “오크노디와 헤스티아가 뭐라고 대화하고 있나요?”

    “혈석을 사줄 사람을 찾으러 가서 간을 보겠다고 했습니다.”

     

    치열한 임금협상 끝에 동물성 마약 캣닢 대신 벌꿀사탕을 의뢰비로 받은 벽력성천신교 수녀 니세는 벌꿀사탕을 쭙쭙 빨며 말했다.

     

    “정말 놀랍네요. 정말로 그런 무모한 작전을 실행해서 성공하고 심지어 3학년과 마주치고도 사망자 없이 무사히 돌아오다니.”

    “3학년은 몬스터가 아닌 선배입니다. 어째서 모기랑 싸울 때도 아니고 3학년이랑 싸워서 사망자가 나온다고 생각합니까?”

    “오크노디의 분위기가 이상했거든요.”

     

    아카디아는 떠올렸다.

    더 이상 착한 아이가 아니게 된 오크노디를.

    착한아이 콩깍지가 벗겨지자 거듭 떠오르는 오크노디를 향한 소문들을.

    오크노디가 소문 그대로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암살자는 아닐지라도, 자신이 알던 것처럼 착한아이가 아니라면 암살자적인 면모를 지녔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녀가 걱정했던 것은 오크노디가 선배를 죽이는 경우였다.

     

    “와이히엠하이 재단에 대해서는 들어보셨나요?”

    “세계각국에서 유능한 인재를 육성하는 장학재단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최근 오크노디가 재단에 의해 암살자로 육성되는 것을 거절한다면 창녀가 될 거라고 협박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어요.”

     

    안목키우기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비밀엄수를 약속했지만 소문에 밝은 아카디아는 강의를 들은 학생들에게서 비밀을 파헤쳐내었다.

     

    “그런 가혹한 재단에서 자라난 오크노디라면 동급생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선배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거든요.”

     

    뜻밖의 무거운 화제에 니세가 벌꿀사탕을 음미하는 것을 멈추었다.

     

    “아카디아님은 그 아이가 두려운 겁니까, 걱정되는 겁니까?”

    “둘 다죠. 그 아이가 잘못된 길을 걸을까봐 걱정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요.”

    “왜 그렇게까지 오크노디를 신경 쓰십니까?”

     

    니세의 의문은 합당했다.

     

    “재단 소속 장학생도, 창녀와 암살자 중 하나가 될 것을 선택받는 아이도, 기구한 운명에 처한 아이도 오크노디 하나가 아닙니다. 무엇이 아카디아의 눈에 그 아이를 특별하게 만들고 있습니까?”

    “처음에는 그저 귀여운 아이라서 좋아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아이의 상냥함을 보았어요.”

     

    문화력도 군사력도 약한 근본 없는 피렌체 왕국의 실상을 알면서도 오크노디는 왕국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며 배려해주었다.

    약하고 핍박받는 학생들을 지켜주며 불의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피렌체 왕국의 공녀 아카디아도.

    모두가 기피하는 버서커 헤스티아도.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열등생 모브도.

     

    들리는 소문으로도.

    직접 겪은 경험으로도.

    오크노디는 불우한 성장환경을 겪었다고는 믿기지 않는 순수한 마음씨를 지녔다.

     

    “물론 순수란 영원한 것이 아니에요. 그 아이의 마음도 재단의 손에 굴려지며 조금씩 더럽혀지고 깎여나가며 제 모습을 잃겠죠.”

    “그래서 지켜주고 싶은 것이군요. 그 아이를.”

    “그래요.”

     

    아카디아의 진심어린 고백에 니세는 그런 이유라면 납득할 수 있었다.

     

    “이해해주시는 건가요?”

    “이해했습니다.”

     

    니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공녀님이 조만간 큰 상처를 받을 거라는 걸요.”

    “…네?”

    “교관에게 포인트를 주고 산 정보가 있습니다.”

     

    니세는 말했다.

     

    “다음 주부터 각 학년 별 아카데미 내 평가점수 및 종합순위가 기재됩니다.”

    “점수요…? 그게 저나 오크노디와 무슨 상관이죠?”

    “매년 이 무렵,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열등생들이 사고를 일으킨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오크노디와 같은 소속의, 같은 재단의 아이들 중 가장 뒤처지는 아이가 사고를 친다.

     

    “같은 재단 출신인 오크노디에게도, 그 아이를 아끼는 아카디아 공녀님에게도 지금까지의 아카데미 생활과 멀어지는 분기점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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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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