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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5

       *

        앨리스가 교황청이 있는 도시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일주일이었다.

        ​

        처음 이틀 동안은 쉬지 않고 걸었다.

        ​

        사흘째에 발견한 마물에 의해 쑥대밭이 된 마을에서 마구간에 묶여 있던 짐말을 간신히 발견했지만, 그래봤자 명마와는 거리가 먼 시골의 늙고 병든 짐말이기에 속도는 기대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

        하지만 앨리스에게 불평할 여유는 없었다.

        ​

        오히려 그 긴 이동시간을 이용해, 앨리스는 그동안 쉬지 않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있었다.

        ​

        최대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 교황청에 도착한 후 보고할 내용을 미리 전부 만들어 암기했고, 보고 이후 자신이 준비해야 할 물건을 구하기 위한 루트를 짰다. 

        ​

        숲으로 돌아갈 때 날쌘 명마를 구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기에, 두 경우를 모두 고려한 시간제한을 만들기도 했다.

        ​

        사실 어떤 경우를 생각해보아도 시간은 촉박하기 짝이 없었지만, 교황 혹은 교단 전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분명 제한 시간 안에 모든 준비를 마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었다.

        ​

        남은 시간엔 마왕성으로 갈 세 사람의 무력을 예상하며 대형과 전술 등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

        이동에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생각해야 할 건 그보다 훨씬 많았기에, 앨리스의 머리는 단 한 순간도 쉬질 못한 채 핑핑 돌아갔다.

        ​

        물론 그녀의 몸도 그에 지지 않을 만큼 혹사당하고 있었다.

        ​

        사흘에 한 번씩만 잠자리에 들고, 말이 지쳐 쓰러지려 할 때면 억지로 신성력을 부어 일으켰다.

        ​

        그러나 마침내 교황청이 있는 도시에 도착했을 때,

        ​

        앨리스는 상황이 자신의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걸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

        ​

        ​

        “…맙소사, 여신이시여.”

        ​

        ​

        ​

        교황청이 있던 자리엔 커다란 그을음을 잔뜩 몸에 바른 기둥과 벽이 간신히 흔적만 남긴 채 겨우 서 있었다.

        ​

        거리 곳곳에는 인간들의 시체와 마물들의 고깃덩이가 뒤섞여 널브러져 있었고, 모든 집과 가게들은 텅 비어있거나 무너져 내려 있었다.

        ​

        간혹 발견되는 사람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정신을 놓고 멍하니 돌아다니는 이들과 그런 이들을 습격해 옷가지와 먼지 한 줌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작은 소지품마저 강탈하려는 강도들 뿐이었다.

        ​

        앨리스는 아연실색했다.

        ​

        보고는 둘째치더라도, 이런 상황에선 검이나 갑옷은커녕 돌아갈 말조차 구할 수 없을 게 분명했다.

        ​

        그녀가 타고 온 늙은 짐말마저, 도시에 도착한 직후, 픽 쓰러지고는 그대로 죽어버렸다.

        ​

        ​

        ​

        “… 늦었나.”

        ​

        ​

        ​

        앨리스는 넋이 나간 목소리로 담담히 중얼거렸다.

        ​

        아직 마왕이 부활하기도 전이거늘, 이미 나라는 멸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

        이 나라, 아니 이 대륙 전체의 사람들이 간직하고 공유하는 기본적인 상식과 사상의 중심인 여신교의 교황청이 무너진 걸 보니, 어쩌면 멸망한 것은 나라뿐이 아니라 이 대륙 전체.

        ​

        어쩌면 인류 전체일지도 모르겠다는 싸늘한 감상만이 앨리스의 머릿속을 거칠게 긁으며 지나갔다.

        ​

        그때였다.

        ​

        ​

        ​

        “앨리스.”

        ​

        ​

        ​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앨리스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

        가구가 마구 넘어져 있는 한 술집 안에서 경첩이 떨어져 덜렁거리는 문짝 사이로 누군가 앨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

        남자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의 손에는 안쪽에 잔뜩 때가 낀 큼직한 술병 하나가 들려 있었다.

        ​

        ​

        ​

        “…에릭?”

        ​

        “어디 있다가 이제 와?”

        ​

        “대체 무슨 일이…”

        ​

        “그만, 일단 조용히… 우선 자리를 옮기자. 따라와.”

        ​

        ​

        ​

        에릭은 검지 손가락을 제 입술에 붙여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보이고는 그 손가락으로 따라오라는 듯 앨리스를 향해 까닥거렸다.

        ​

        ​

        ​

        ​

        ​

        ​

        ​

        ​

        ​

        ​

        *

        에릭을 따라 들어간 주점 안에는 멀쩡한 가구 하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

        의자건 책상이건 죄다 다리가 부러져 기울어져 있었고, 사방에는 깨진 유리 조각이 널려있었다.

        ​

        시체 하나도 마치 장식품처럼 구석에 앉아 몸을 축 늘어트리고 있었고, 그런 시체 주위엔 하루살이들이 쉴 새 없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

        에릭은 술집 카운터 뒤쪽 바닥에 설치된 문을 열었다.

        ​

        보통은 창고로 쓰이는 공간이었다.

        ​

        앨리스는 에릭을 따라 지하 창고로 들어갔다.

        ​

        ​

        ​

        “아늑하지?”

        ​

        ​

        ​

        에릭은 헛소리를 내뱉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우스갯소리를 내뱉는 친구의 여유가 반갑기는 했지만, 앨리스의 시야가 닿는 모든 곳은 어떻게 봐도 아늑 보다는 엉망이라는 단어가 훨씬 어울리는 광경이었다.

        ​

        앨리스는 구태여 맞장구치지 않았다.

        ​

        시간이 없었다.

        ​

        ​

        ​

        “어떻게 된 거야? 교황청이 없어지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건데?”

        ​

        “뭐야, 여신교 갑옷을 안 입고 있길래 상황을 아는 줄 알았는데?”

        ​

        “갑옷은 잃어버렸어.”

        ​

        “그래서 그렇게 얇게 입고 있던 거야?”

        ​

        ​

        ​

        에릭은 피식 웃으며 커다란 술통 위에 걸터앉았다.

        ​

        앨리스는 그런 에릭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내가 도시를 떠나있는 동안 겪었던 일이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일 중에 하나일 거라 생각했는데, 여기도 만만치 않네.”

        ​

        “여기 이야기는 딱히 놀라울 게 없어.”

        ​

        “무슨 소리야?”

        ​

        “지금 온 나라가 다 이 모양이니까.”

        ​

        “…뭐?”

        ​

        ​

        ​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직접 들어 확인하게 되니 그 충격이 남달랐다.

        ​

        아무래도 이 나라는 멸망한 모양이었다.

        ​

        ​

        ​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하나…”

        ​

        “…폭동이야?”

        ​

        “그렇지.”

        ​

        “원인은?”

        ​

        “…”

        ​

       

       

       에릭은 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술병을 입에 가져다 대더니 단숨에 들이켰다.

        ​

        분명 처음엔 투명한 유리병이었겠지만, 지금은 안의 내용물이 아주 간신히 비쳐 보일 만큼 탁하고 더러운 유리병.

        ​

        분명 마실만한 술이 아닐 테지만, 아마도 지금, 이 순간 에릭이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술이었을 게 분명해 보였다.

        ​

        맛 역시 끔찍한지, 에릭의 목 넘김은 몇 달 전 맥주를 마실 때와 다르게 거칠게 삐걱거리고, 이따금 울컥 역류하기도 했다.

        ​

        ​

        ​

        “에이, 씨발.”

        ​

        ​

        ​

        에릭은 손으로 입가에 흘러넘친 술을 대충 닦아 털어냈다.

        ​

        바닥에 떨어진 술의 향은 무척 고약하기 짝이 없었다.

        ​

        에릭은 입에 고인 침을 뱉으며 말했다.

        ​

        ​

        ​

        “마왕.”

        ​

        “…!”

        ​

        “하, 반응을 보니 사실인가 보네. 마왕이 부활한 거야? 아니면 안 죽은 거야? 아니면 새로운 마왕이 나타난 건가?”

        ​

        “…어떻게 알았어?”

        ​

        “소문이 돌았지. 뭐 그냥 마물들이 날뛰는 바람에 세상이 워낙 흉흉해지니까 나온 개소리인 줄 알았지만,”

        ​

        ​

        ​

        에릭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알싸한 알코올 냄새가 앨리스의 코를 훅 찔렀다.

        ​

        ​

        ​

        “사실 감이 좋은 놈들은 다 느끼긴 했어, 뭔가 존나 큰일이 날 것 같다고.”

       

       “…”

        ​

        “그야 그렇지. 이 분위기를 사실 모르기란 쉽지 않잖아?”

        ​

        ​

        ​

        에릭의 말은 사실이었다.

        ​

        이 세상 사람들은 고작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마왕이 건재하던 시기를 살고 있었다.

        ​

        그렇기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

        공기 중을 떠도는 멸망의 향기를.

        ​

        정확한 사실까지는 알 수 없었겠지만, 정보가 아닌 본능이, 머리가 아닌 피부가 먼저 느낀 것이리라.

        ​

        ​

        ​

        “처음엔 사람들이 죄다 교황청과 곳곳의 성당으로 몰려들어 갔지. 네 덕분에 여신교가 워낙 인기 좋았잖아.”

        ​

        “..”

        ​

        “그러다 어떤 미친 또라이 도둑놈이 교황청을 털었어.”

        ​

        ​

        ​

        에릭의 욕설에서 앨리스는 어떤 친근함 같은 느낌을 감지해냈다.

        ​

        기계 심장이 살짝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앨리스는 간신히 분노를 억누르며 물었다.

        ​

        ​

        ​

        “… 네 조직원이야?”

        ​

        “존나 슬프게도 맞아.”

        ​

        ​

        ​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었다.

        ​

        ​

        ​

        “네가… 시켰어?”

        ​

        “아무도 안 시켰어. 그냥 사람들이 많아지니 헌금도 많을 거라 생각한 병신 새끼의 단독행동이었지.”

        ​

        “…”

        ​

        ​

        ​

        앨리스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

        어느샌가 쥐어져 있던 주먹이 부들거렸다.

        ​

        앨리스는 심호흡하며 천천히 손을 풀었다.

        ​

        에릭은 그런 앨리스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설명을 이었다.

        ​

        ​

        ​

        “근데 그 새끼가 가져온 물건 중에는 마왕이 사실 안 죽었다는 교황의 자필 문서가 껴 있던 거야.”

        ​

        “난리가 났겠네.”

        ​

        “하, 난리가 났지.”

        ​

        “그걸 퍼트린 거야? 정보상한테 팔아넘겼어?”

        ​

        “미쳤어? 당연히 입단속 시켰지, 근데 어떤 놈이 술 처먹고 떠드는 건 못 막았어. 뭐 시발, 조직이래 봐야 엠창 인생들 모아둔 건데 입단속이 될 리가 있나.”

        ​

        “…”

        ​

        ​

        ​

        에릭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조적인 미소를 짓다가 다시 술을 들이켰다.

        ​

        ​

        ​

        “대충 그다음은 알겠지, 당연히 난리가 났지. 무려 마왕이잖아. 그런 엄청난 소식을 숨겼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리가 없지.”

        ​

        “교황님은…”

        ​

        “죽었어. 교황청 안에서도 비밀이었는지, 사제들이 앞장서서 목을 베더라.”

        ​

        “…맙소사.”

        ​

        ​

        ​

        앨리스는 충격에 입을 틀어막았다.

        ​

        ​

        ​

        “여신상이란 여신상은 죄다 개박살이 났고, 높은 신분의 사람들을 집요하게 노린 테러가 매일 백 건씩은 일어났지. 귀족들은 매일같이 자신도 모르는 일이었다 소리치다 목이 떨어졌고.”

        ​

        “병사들을 대동한 귀족들을 일반 시민들이 어떻게…”

        ​

        “그 병사들이 앞장서서 귀족들을 두들겨 팼지.”

        ​

        ​

        ​

        알만했다.

        ​

        마왕이란 그런 존재였다.

        ​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킬 만큼 강렬한 공포를 동반하는 이름.

        ​

        사람들이 이렇게나 광기의 소용돌이에 무력하게 휩쓸린 이유는 희망의 부재 때문이었다.

        ​

        마왕이 건재하던 시절엔 용사마저 건재했다.

        ​

        그러나 지금은 용사가 없었다.

        ​

        마왕을 무찌를 존재가 아무도 없었다.

        ​

        앨리스는 새삼 왜 교황께서 마왕의 존재를 그토록 비밀에 부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

        ​

        ​

        “아, 그리고. 네 양돈장도 다 박살 났어.”

        ​

        “… 풀려났나?”

        ​

        “아니 모조리 다 죽었지.”

        ​

        ​

        ​

        에릭은 조금 남은 술병을 빤히 바라보다 바닥에 휙 집어 던졌다.

        ​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 난 술병의 유리 조각들이 사방으로 튕겼다.

        ​

        ​

        ​

        “여기만 난리 난 게 아니랬잖아. 수도는 어떻겠어? 이런 고급 정보를 숨겨온 윗대가리들을 향한 분노가 어디로 향했겠냐고.”

        ​

        “왕…”

        ​

        “그리고 양돈장에도 왕족 하나 있지 않았어?”

        ​

        ​

        ​

        그랬다.

        ​

        발더를 잡으러 갔던 항구마을.

        ​

        그곳에서 발 더 대신 찾은 왕국의 제3 왕자 베론 시오리드.

        ​

        분명 그를 양돈장에 가둬 뒀었다.

        ​

        ​

        ​

        “양돈장에 있던 놈들, 다 한 쓰레기 하는 것들이었잖아. 사람들 분노가 하늘을 찔렀지. 죄다 끔찍하게 죽었어. 네 양돈장이 차라리 천국으로 보일 지경이었지.”

        ​

        “…하,”

        ​

        “뭐 그 덕분에 네 인기는 조금 유지가 됬었거든? 그때 네가 있었다면 이 광기가 조금은 수그러들었을지도 모르겠다.”

        ​

        “…”

        ​

        ​

        ​

        앨리스는 더 이상 화도 나지 않았다.

        ​

        타이밍이 어쩌면 이렇게까지 엇나갈 수 있는지, 그저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었다.

        ​

        에릭에게, 혹은 에릭이 몸담고 있던 조직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었다.

        ​

        애초에 누구의 책임인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

        진실을 숨긴 여신교,

        ​

        진실을 떠벌린 에릭의 조직,

        ​

        자리를 비운 앨리스. 

        ​

        아니, 이 모든 일의 책임은 실비아였다.

        ​

        마왕을 못 죽였고, 앨리스를 짓이겨 묶어두었으니 말이다.

        ​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상황을 해결할 사람도 오직 그녀뿐이었다.

        ​

        이 인류의 희망이 있다면, 결국 그 빌어먹을 년뿐이었다.

        ​

        ​

        ​

        “자, 그럼 브리핑은 여기까지.”

        ​

        ​

        ​

        에릭은 살짝 풀린 눈으로 앨리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

        ​

        ​

        “넌 씨발, 대체 여태까지 어디서 뭘 하다 온 거냐?”

        ​

        “…”

        ​

        ​

        ​

        에릭은 욕설을 섞으며 앨리스에게 이죽거렸다.

        ​

        하지만 표현이 과격할 지언정, 그에게서 앨리스를 향한 분노는 보이지 않았다.

        ​

        에릭 역시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

        이 사태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

        아니면 자신의 조직이 이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걸 알기에 강하게 추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거나,

        ​

        앨리스는 에릭을 보며 말하려다 잠시 터져나오는 웃음을 꾹 눌러 참았다.

        ​

        에릭에게 전해주면 깜짝 놀랄게 분명할 소식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가 꺼낸 이야기와 이 상황의 스케일이 너무 커, 자신의 이야기가 조금 시시해 보일 지경이었다.

        ​

        ​

        ​

        “…하하,”

        ​

        “…?”

        ​

        “… 별거 아니야. 에릭. 그저 애쉬를 찾았을 뿐이야.”

        ​

        ​

        ​

        에릭의 취기 어린 눈이 살짝 크게 뜨였다.

        ​

        ​

        ​

        “… 뭐?”

        ​

        “살아있다고, 애쉬.”

        ​

        “…”

        ​

        ​

        ​

        에릭은 앨리스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

        애쉬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일까, 아니면 취기에 말귀를 못 알아들은 것일까.

        ​

        앨리스는 에릭을 바라보며 말했다.

        ​

        ​

        ​

        “애쉬 뿐만이 아니야. 에릭.”

        ​

        “…그럼?”

        ​

        “일단 말해주기 전에…”

        ​

        “…?”

        ​

        “네가 있던 그 조직. 지금 조금이라도 유지가 되고 있어?”

        ​

        “아니, 다 개박살 났지.”

        ​

        “흠, 그럼 결국 너뿐이네.”

        ​

        “…?”

        ​

        ​

        ​

        지원해줄 여신교도, 검과 갑옷을 만들어줄 대장장이나 팔아줄 상인도 모조리 사라진 지금, 그녀가 의지할 곳이라고는 눈앞에 있는 에릭뿐이었다.

        ​

        기민한 도적이자 뛰어난 정보상인 에릭 말이다.

        ​

        ​

        ​

        “검과 갑옷, 말, 그리고 조사가 필요한 정보.”

        ​

        “뭔데, 설마 구해달라고?”

        ​

        “그래, 필요해 에릭.”

        ​

        “눈이 달렸으면 봐라, 지금 그딴 걸 어떻게 구해.”

        ​

        “어떻게든 해내야지 너랑 나. 둘이서.”

        ​

        “뭐?”

        ​

        ​

        ​

        앨리스는 짧게 심호흡한뒤, 입을 열었다.

        ​

        ​

        ​

        “애쉬는 실비아와 함께 있어.”

        ​

        “그게 누군데…?”

        ​

        “몰라?”

        ​

        “용사와 동명이인이라는 건 알지. 근데?”

        ​

        ​

        ​

        에릭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앨리스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거둔 채 말했다.

        ​

        ​

        ​

        “그 용사 본인을 말하는 거라면?”

        ​

        “…”

        ​

        ​

        ​

        에릭의 눈에서 취기가 걷어지는 것이 보였다.

        ​

        앨리스는 순간 기묘한 기분을 느꼈다.

        ​

        세상을 구할 열쇠가 그 자그마한 골드필드 영지 출신 촌년, 촌놈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

        ​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9회차 요약 – 임신공격으로 애쉬에게 기합 넣음.

    올해 연말은 조금 버겁네요.

    자세히 설명드리긴 어렵지만 집안일이 조금 안좋게 꼬였습니다.

    알바도 지난번 몸살때문에 며칠이나 쉬었던 바람에 잘렸고요.

    덕분에 주말동안 조금 취해 있었습니다.

    말 없이 휴재해서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I Can’t Run Away from the Woman Who Saved Me.

I Can’t Run Away from the Woman Who Saved Me.

나를 살려준 그녀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Score 4.2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aving lost all my family, I fled. As I was running away, she saved me when I was on the brink of death due to an accident. The moment our eyes met, I knew I couldn’t leave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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