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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5

       

       

       “오늘은 좀 어때?”

       

       “아, 선배. 별일 없는 것 같은데요.”

       

       “그래? 다행이네.”

       

       “이대로만 가면 며칠 내로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시우는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선배에게 대꾸했다.

       

       시우와 아르테가 마음에 든 건지, 회의 때부터 꾸준히 말을 걸어주는 선배.

       

       오늘은 아르테 대신 이 선배가 우리와 함께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그 아이가 늦잠이라니. 이유는 뭐야?”

       

       “술 먹었어요. 숙취때문에.”

       

       “술? ···아하. 너 때문이구나?”

       

       “···.”

       

       “잘 좀 대해줘. 남친이 안 놀아주니까 화난 거잖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의 정보통인 선배가 이런 말을 하는 걸로 보아하니, 이미 소문은 퍼질 대로 퍼진 모양이었다.

       

       

       “아직 사귀는 거 아니에요.”

       

       “그래, 그래. 열심히 해봐. 예쁘던데.”

       

       

       전혀 믿어주는 눈치가 아니네.

       

       내가 불편해한다는 것을 깨달은 걸까.

       

       선배님이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나는 진짜 모르겠네. 찾고 있는 거 맞아? 그냥 걷고 있는 거 아냐?”

       

       “그냥 걷고 있는 거 맞아요.”

       

       “···그럼 어디로 가는지는 어떻게 알고?”

       

       “감이요.”

       

       

       그 이상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감.

       

       그저 그렇게밖에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단서도 없이, 어렴풋이 이쪽이라는 것을 알 것 같다는 말을 감 외에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황당한 표정을 짓는 선배에게는 조금 미안했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제 능력이 직감이라는 건 알고 계시는 거 아니었나요?”

       

       “알고는 있었는데···. 나는 뭔가 힌트 같은 걸 알아내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알 것 같은 거예요.”

       

       “···그거 탐지 맞아?”

       

       “글쎄요.”

       

       

       선배가 의문을 표하는 것도 당연했다.

       

       내가 아는 한, 탐지계 능력은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주위를 둘러보면 내게 보이는 것은 온통 회색빛으로 물든 도시의 풍경뿐.

       

       그러나 탐지계 능력자들에게는 다르게 보일 터였다.

       

       마수의 발자국이나 흩어져 있는 털이 상세하게 보인다던가, 냄새를 맡는다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대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마나의 분포 같은 걸 눈으로 본다던가.

       

       대부분의 탐지 능력자들은 그런 식이다.

       

       한정되어있는 단서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다채롭게, 그리고 정교하게 정보를 입수한다.

       

       그리고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결론을 도출해내지.

       

       ···이게 나와 다른 탐지계 능력자들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나에게 이 도시는 그저 멸망해버린 회색빛 도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탐지계 능력자들에게는 정보의 보고 같은 이 장소는, 내게는 그저 하나의 배경일 뿐이었다.

       

       다른 초인들에 비해 감각이 날카로운 편이라고는 해도 그저 그뿐.

       

       그쪽 관련 능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지.

       

       그런데도 알 수 있었다.

       

       탐지계 능력자들보다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들은 정보를 기반으로 추측한다. 그렇기에 이상한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존재하지.

       

       하지만 시우는 확신했다. 이 방향이 확실하다고. 이곳에 우리가 찾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앞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탐지로도 쓸 수 있는 무언가, 라고는 생각하고 있어요.”

       

       

       도로시의 강화를 받은 채로 수련하던 도중, 시우는 문득 깨달았다.

       

       자신의 능력이 그저 직감 따위가 아니라는 걸.

       

       그저 직감이라는 말로 치부하기에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가 뇌리에 직접 꽂히는데, 과연 이걸 직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낱 직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정보량이 너무 많았다.

       

       ···그런 생각은 시우가 매일같이 수련하며 매일같이 성장하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죽을힘을 다해서, 어떻게든 그 빌런에게 한 방 먹이고자 했을 때 보였던 그 광경.

       

       그 광경이, 요즘은 손쉽게 보여지고 있었으니까.

       

       강화 한 번만 해도 슬쩍슬쩍 튀어나온다.

       

       몇 초 뒤의 광경이 어떻게 될지.

       

       내가 행동하는 방향에 따라서 어떤 결과가 될지, 미리 알게 되는 것 같은 느낌.

       

       미래 예지?

       

       글쎄.

       

       그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 뭐. 잘 모르겠지만 우리야 임무만 마치면 그만이니까.”

       

       “그거야 그렇죠.”

       

       “지금은 어때? 알 것 같아?”

       

       “아, 네. 아마 이틀 정도 뒤면···.”

       

       

       ···직감이 경종을 울려댔다.

       

       무언가가, 치명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은 기분.

       

       전제부터가 잘못되어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 왜 그래?”

       

       “···.”

       

       

       이 느낌, 느껴본 적 있어.

       

       그때.

       

       아르테에게 붙어있던 그 기괴한 존재감의 무언가를 보았을 때와 비슷한 감각이었다.

       

       그 외에도 몇 번 느낀 적이 있었다. 마치 세상이 뒤틀리는 것 같은 감각을.

       

       ···그리고 그때마다 무슨 일이 일어났었지.

       

       마치 사건의 전조라는 듯.

       

       젠장!

       

       

       “빨리, 통신기!”

       

       “어, 어···?!”

       

       “빨리요!”

       

       

       무례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급히 선배의 통신기를 빼앗아 무전을 시도했다.

       

       

       “본대, 본대. 응답! 응답하라! 여기는 수색대!”

       

       “···무슨 일이지, 시우 학생? 오늘은 별일 없을 거라고 하지 않았나?”

       

       “사건 발생, 사건 발생! 빨리 주위를 경계하고 전투 준비하세요! 어서!”

       

       “···뭐?”

       

       “설명할 시간 없습니다! 빨리!”

       

       

       다행히 내 다급한 목소리를 믿어 준 것일까.

       

       사령관님이 다급하게 무언가 지시를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도 어서···!”

       

       “이미 준비했어요.”

       

       “우리가 한 두 번 보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쉽지.”

       

       

       다행히 아멜리아와 도로시는 내가 심각한 표정을 짓자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후퇴할 준비를 시작한 모양이었다.

       

       역시 이 녀석들, 평소에는 귀찮게 굴지만, 위험할 때는 믿음직하다니까···!

       

       

       “그래서? 어디로 가?”

       

       “본대로! 빨리 합류해야 해! 낙오되면 생사를 장담할 수도 없어!”

       

       “알았어.”

       

       “자, 잠깐···! 이게 무슨 짓이야! 무슨 일인지 설명을···해···줘야···.”

       

       

       의문을 표하는 선배의 말끝이 점차 흐려지고, 얼굴빛이 창백하게 변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믿기지 않는 거겠지.

       

       그건 우리들도 마찬가지였다.

       

       

       “···저거냐?”

       

       “···아마도. 아니, 확실해. 저거 맞아.”

       

       “오늘 잠자기는 글렀네요···.”

       

       

       그 누가 오더라도 눈앞의 광경을 바라본다면 잠깐 말을 잇지 못하겠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엄청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눈 앞의 광경을 단어로 표현하자면, 파도.

       

       검은 파도가 적절하겠지.

       

       마치 파도가 출렁이듯이, 엄청난 양의 거미 마수들이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으엑, 나 벌레는 조금 약한데···.”

       

       

       밝은 목소리로 농담하는 아멜리아의 표정에는 장난기라고는 전혀 없었다.

       

       있는 것은 오직 다급함.

       

       

       “빨리, 짐 먼저 다 나한테 줘. 내가 옮길 테니까.”

       

       “···괜찮겠어?”

       

       “괜찮고 자시고, 내가 제일 빠르잖아! 어서! 시간 없어!”

       

       “미안. 고생 좀 해줘.”

       

       “다녀올게!”

       

       

       최소한의 짐을 제외하고 모든 짐을 짊어진 아멜리아가 순식간에 시야에서 벗어났다.

       

       예전에는 저런 짐을 들면 훨씬 속도가 느렸을 텐데, 아멜리아도 많이 성장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멜리아를 바라보며 감탄할 만큼의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우리도 빨리 움직여야만 했으니까.

       

       

       “빨리, 합류하죠! 이곳에 가만히 있다가는 위험해요!”

       

       “으, 응! 움직이자!”

       

       

       이 순간만큼 내 능력에 감사한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눈대중으로 본대와 이곳의 거리를 가늠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반응이 조금 늦었으면 살아남는 건 아멜리아뿐이었을 것 같은데.

       

       눈에 보이는 거미들의 속도가 상상보다 빨랐다.

       

       크기도 작아 보이니 몇 마리라면 손쉽게 처치할 수 있겠지만···.

       

       한 번에 저 거미 떼에 휩쓸리는 순간 살아남기는 글렀다고 봐야겠지.

       

       한두 마리 수준이 아니니까.

       

       우선 최대한 빠르게 본대와 합류하기로 했다.

       

       

       

       ***

       

       

       

       “으음···.”

       

       

       감긴 눈을 뚫고 들어오는 햇빛에 눈살을 찌푸렸다.

       

       벌써 아침인가?

       

       몽롱한 정신으로 햇빛을 피하고자 몸을 뒤척거렸다.

       

       아, 그러고 보니 시우가 나를 껴안고 있었는데. 못 움직이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자연스럽게 몸이 넘어가자 고개를 돌렸다.

       

       어라, 시우가 왜 없지.

       

       무언가 싸한 느낌이 들어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확인하기로 했다.

       

       뭔가 가끔 느껴본 감각인데.

       

       이 세계로 넘어오기 전의 나도, 최근의 나도 잠을 푹 잔 적은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항상 아침에 일어날 때면 몸을 뒤척거리다가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에 짜증을 내며 일어나는 게 평소였는데.

       

       오늘은 무언가가 이상했다.

       

       ···왜 이렇게 몸이 가볍지?

       

       머릿속에 떠오른 최악의 시나리오 탓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렇게까지 몸이 가벼운 이유는 하나밖에 없잖아.

       

       황급히 들어 올린 휴대폰의 시간을 확인하고, 불안함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늦었다···!”

       

       

       노곤했던 기분은 어디로 가고, 순식간에 머리가 차게 식었다.

       

       시계는 어느새 11시.

       

       ···이렇게 퍼질러 잤으니 몸이 개운했구나.

       

       당연한 사실을 깨닫자마자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지각이다.

       

       그것도 성대하게.

       

       분명 오늘도 수색이 9시부터 있을 거라고 했었는데.

       

       벌써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잖아.

       

       

       “느, 느, 늦었다···! 작가님, 왜 안 깨워줬어요···!”

       

       [···이럴 때만 찾고.]

       

       “이런 건 좀 깨워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독자님의 애정이 식었어···.]

       

       

       작가님을 향해 짜증을 내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억눌렀다.

       

       지금은 그런 걸 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 이야기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애초에 애정을 가진 적도 없었거든요?!”

       

       [거, 거짓말···!]

       

       

       현실 부정은 그만 하세요, 작가님.

       

       도대체 내가 왜 그쪽을 좋아해야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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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춘기 딸(아님)에게 충격받은 엄마(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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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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