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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5

        

       “어제 사공현 저 늙은이가 우리를 불러 모으더니 도우 이야기를 하더군. 아이들의 행동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말이야.”

         

       “음…그렇습니까.”

         

       “그렇네. 어느 문파가 아니겠냐만은…우리 점창은 교육에 꽤 관심이 높은 문파라고 할 수 있지.”

         

       확실히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무림천하에서 보통 체계가 있는 문파들이 제자를 육성하는 방법은 다 동일하다.

         

       우선 아이들을 모아 무리를 만들고 그 무리에 공용무공들을 가르친다. 그중에서 두각을 보이는 이는 윗 무리로 올려 보낸다. 그런 식으로 뛰어난 아이를 선출해서 그 아이를 누군가의 제자로 붙인다.

         

       그러니까 단체 교육을 하다가 싹이 괜찮다 싶으면 사부 후보 중 누군가에게 붙이는 것이다. 뭐 스스로 가르쳐보겠다고 제자를 들이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걸 현대식으로 해석하면 그냥 자기 제자를 알아서 개별교육시키라는 뜻이기도 했다.

         

       기초적 단련은 문파에서 제공하지만 제자에게 심화과정을 가르치는 것은 전부 스승의 책임과 역량 하에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이 무림천하에서는 문파를 이끌어갈 동량은 우수한 사부에게 과외를 맡기는 게 올바른 교육법이라 여기는 것이다.

         

       반면 점창의 제자 육성방식은 학원식이다. 여러 스승이 여러 제자를 가르친다.

         

       각 무공별로 담당이 나누어진 것은 아니고…다스승 다제자라고 할 수 있을까.

         

       어느 체계의 교육이 우수한지는 내가 평가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다른 문파에 비해 점창이 훨씬 교육에 관심이 많은 문파라는 것은 확실했다.

         

       결국 나쁘게 말하면 다른 문파는 제자를 가르치는 교수법은 담당 사부가 알아서 하라고 짬때린 것이니까. ‘제자 육성법은 사부 개개인이 알아서 고민하세요.’랑 ‘문파 전체가 제자들의 육성법에 대해 고민해보자’중 어느 쪽이 더 교육에 관심있는지는 뻔한 일이다.

         

       “고작 며칠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극적인 효과를 보이니 우리 모두 자네의 머릿속에 관심이 많다네.”

         

       소름 돋는 말이었다. 내 머리를…뭐요? 선사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몸을 떨었다.

         

       “자네의 행동은 우리에게 꽤 많은 영감을 주었지. 우선 우리들이 얼마나 아이들을 재미없게 기르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네.”

         

       “후우…노친네들만 모여서 아이들을 키우려니 쉽지가 않아! 그냥 애들은 풀어 주기만 하면 알아서 잘 뛰어논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가 엿 한 조각 사오실까 매일 저녁만 되면 아버지가 오는 길을 마중 나가고는 했는데 왜 그걸 잊고 있었을꼬…”

         

       “허허, 그랬지. 우리 아버지는 닭튀김을 사오셨었지.”

         

       갑자기 추억여행을 떠나버린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헛기침을 해 끊어냈다. 이 흐름에 말려들면 못해도 한 시간이다.

         

       “흠흠…미안하군. 본 주제로 돌아가세. 사실… 자네의 행동은 우리 늙은 도사들의 머리는 잘 이해가 가질 않아! 그냥 당과를 나누어 주는 일로 아이들의 의욕을 고취할 생각을 하고 어제는 즉석에서 사공현의 협조를 받아냈다지?”

         

       “이해를 못했으면 베끼기라도 해야지. 아이들을 다루는 방편으로 방금 자네가 한 행동 그 자체를 모방하고자 하네. 아이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신상필벌을 가려서 보상을 주고 스스로 뉘우치게 하는 행동들 말일세.”

         

       “음…”

         

       나는 뒷목을 긁었다. 내가 뭐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 뭘 알겠는가? 어디서 주워 들은 잡지식과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강의 정도가 내 가방끈의 한계였다. 무인 육성법은 알아도 아이 육성법은 젬병이다.

         

       “그 뭐시냐…제 손기술은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만…선사님들이 바라는 아이들 교육법은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제가 뭐 아이들을 키워 본 것도 아니고 그냥 애들 흥미나 끌고 과자나 준 것 뿐인데요.”

         

       “허허. 그렇겠지. 자네가 선생은 아니니까 말일세. 교육적인 부분이야 대화를 통해 차차 알아가면 그만일세. 그나저나 자네 손기술을 넘기는 쪽에는 거부감이 없나? 사실 자네 수준이 너무 높아서 당황했다네. 그냥 아이들 눈이나 속여 넘기는 줄 알았거늘…”

         

       영율 선사의 당혹스러움을 이해했다. 그냥 아이들 눈을 현혹시킬 줄 아는 잡기술인줄 알았는데 막상 까보니 이게 화경 고수도 감쪽같이 속여 넘길 수 있는 도신급 기술이었다. 영율선사의 머릿속에 있던 예상지출액을 한참 넘어서는 상황이겠지.

         

       “아이들을 상대로 가볍게 펼칠 기술이 필요하시다면 그 정도 수준에서 알려 드리면 그만입니다. 제 기술 전부도 제대로 된 값만 주신다면 전수해 드릴 수 있지요.”

         

       “일단 자네 기술 전체에 대한 값을 치르는 일은 당장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겠군…그래 세부적인 부분은 차차 조율하기로 하고 내 제안은 이것일세. 자네는 아이들을 즐겁게 하는 기술과 아이들을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우리는 자네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는 것이지.”

         

       그러니까 혁기린 대신에 화경의 고수들이 날 가르쳐 준다는 뜻인데.

         

       “일과 시간에는 우리들 중 하나가 자네 무공을 봐 줄 걸세. 그리고 석식 이후에는 우리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거나 아이들을 다루는 법을 알려 주거나.”

         

       음…이게 뭐랄까.

         

       까놓고 말해서 남장하긴 했지만 귀여운 혁기린에게 배우다가 갑자기 늙은 어르신들에게 배운다는 이야기인데…

         

       아 물론 그래. 스승으로서의 능력치는 선사님들이 혁기린보다 훨씬 뛰어나겠지. 훨씬 뛰어난 스승에게 배우는건데…감정적으로는 왜 손해보는 느낌이지? 이거 이득 맞지?

         

       뭔가 마음 한구석에 억울함이 차올랐지만 이 제안을 승낙했다.

         

       “하겠습니다.”

         

       단순히 스승이 바뀌기 때문만은 아니었고…저 멀리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기웃거리는 흑묘를 고려한 선택이었다.

         

       내가 빠지면 흑묘는 혁기린에게 집중 수련을 받을 수 있다. 사실 효율적인 분배라면 흑묘가 화경인 선사들에게 배우고 일류따리인 내가 혁기린에게 배우는 것이 맞지만…아무래도 흑묘의 태음지체에 내성이 있는 혁기린에게 배우는 것이 안전하겠지.

         

       흑묘는 오후에 몇 시간 혁기린에게 배우는 것만으로도 날이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재능이니 뭐니 투덜거리긴 했지만 사실 나와는 달리 흑묘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다.

         

       평생을 탑을 쌓아 온 흑묘와 달리 내 탑은 기껏해야 1년치에 불과하다. 15세부터 16세 사이에 쌓은 1년치. 그 뒤로는 그저 이류라는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그리고 도박기술을 배우기 위해 투자한 세월들 뿐이었다.

         

       독학의 한계로 인해 잘못 쌓여진 탑의 조형이 빠르게 고쳐지며 쭉쭉 성장하는 흑묘와 달리 나는 벽돌을 만들기도 바쁘다.

         

       나만의 성장뿐만이 아니라 흑묘의 성장까지 고려하면 이게 맞다.

         

       “제가 선사님께 배우게 되면, 혁기린 대협은 제 동료의 수련을 전담하게 되는 게 맞다면 말이지요.”

         

       “후후, 혁기린이 그대들의 수련을 봐 주는 것은 점창의 보답일세. 걱정 마시게나.”

         

       그렇게 점창 생활을 시작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 ***

         

       다음날 아침부터 곧바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흐음…자네는 어린 시절 오랜 기간 와병 생활을 했나?”

         

       “어렸을 때 기억은 없지만 그렇진 않을 텐데요…”

         

       이 호천안의 몸은 좋지는 않았지만 또 나쁘지도 않았다. 손가락 힘줄이야…뭐 어린 시절 손가락 한번 정도는 다 부러져 보는 법이고 [덜 자란 몸]역시 영양이 부족하면 흔히 나오는 특성 중 하나다.

       

       뭐 자잘한 특성은 둘째치고 그냥 능력치가 평균적인 수치였고 와병 생활을 오래 하거나 하면 부정적인 특성이 붙기 마련이니 그냥 유년기는 평범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자네는 사천 낭인이니 실전 경험을 묻는 것은 의미가 없을 테고…생사의 고비에는 몇 번이나 처해 보았는가?”

         

       “….글쎄요. 꽤 많습니다만.”

         

       15세 호천안으로 살았던 시절에는 진짜 한 달이 멀다하고 생사의 고비가 찾아왔지. 사천낭인이 된 이후에도 생사의 고비는 몇 번 겪었지만 그 이전의…야생에서의 삶은 진짜 치열하게 살았다.

         

       “흐음…솔직히 말해서 자네의 기를 제어하는 수준이 매우 떨어지네. 이 기라는 것은 곧 천지만물인지라 응당 사람이 살아왔다면 무의식적으로 소통하기 마련이지. 자네의 내공운영 능력은 자네의 체질이라는 것을 제하더라도 기껏해야 열 살 아이 수준이로군.”

         

       이건 어떤 의미로 아주 정확한 진단이라 살짝 등골이 서늘했다. 어쨌든 나는 15세의 호천안 몸으로 빙의했고…기를 제어하는 기관이 영혼이라면 난 8년전 기라는 것을 처음 접한 셈이었다.

         

       “음…하지만 기를 감지하는 능력은 제법 뛰어나다 자부합니다만.”

         

       “그런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네. 흠…뭐 원인이 뭐가 중요하겠나. 해결책이 중요하지.”

         

       “오, 해결책이 있습니까?”

         

       “나이를 먹으면 되네.”

         

       나도 모르게 영허 선사를 바라보았다. 영허 선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허허 웃으며 설명했다.

         

       “나이를 먹는다고 기의 제어력이 늘어난다면 늦은 나이에 무공에 입문하는 자들도 나름의 성취를 보여야 하겠지만 어디 현실이 그렇던가? 자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의 제어력에는 한계가 있네. 자네도 뭐…서른 중반쯤 되면 남들과 동등한 제어력을 갖추겠지.”

         

       “이런…”

         

       “물론 수련을 통해 보충할 것이니 그리 우거지상을 짓지 말게나. 초조함과 조급함이야말로 무인의 심지를 갉아먹는 적이니 자네는 성취가 없다고 조급해 하지말고 마음을 편히 먹으란 말일세.”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특급 강사에게 배우는 사람의 심리는 무엇일까. 다른 강사에게는 바랄 수 없는 특급 강사만의 특별한 비법을 배우길 기대하지 않을까. 나 역시 그랬다. 화경 고수라면 무언가 특별함이 있을 줄 알았는데 결론이 ‘세월이 약이다’ 라니.

         

       하지만 내 상태에 대한 진단은 정확하게 내렸으니 믿고 따라가 봐야지.

         

       알찬 듯 알차지 않은 듯 잘 알 수 없는 하루가 저물고 석식을 위해 채선당으로 향했다.

         

       “아! 선배!”

         

       채선당에서는 흑묘와 마주쳤다. 오늘 하루 혁기린의 집중 교육을 받은 탓인지 흑묘의 기도가 또 미묘하게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좀더 흑영기공이 정제되고 피부 가까이 붙은 느낌?

         

       “잘 되어가고 있는 모양이네.”

         

       “뭐. 스승이 좋으니까요. 안 그래요 스승님?”

         

       “후후. 흑묘 소저께서 잘 흡수해 주신 덕분이지요.”

         

       두 사람은 하루종일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냈는지 어째 우애가 더 돈독해진 모습. 나는 진전이 없었지만 흑묘가 진전이 있었으면 됐다.

         

       “아, 그러고보니 오늘도 기도회를 하실 겁니까?”

         

       “음. 뭐 하긴 할 겁니다.”

         

       내가 하는 건 아니고.

         

       지금 열불나게 마술을 연습중인 선사님들 중 한 분이 하시겠지.

       

       가장 잘 하는 사람이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마술을 가장 잘 하는 단 한놈만이 살아남는 판이여! 어이 영율선사씨! 그 패 사쿠라여?

    *업로드가 조금 늦었습니다!

    *22/08/11일 86~104화 리메이크가 적용되며 화수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104화 이후에 내용을 감상하시던 독자님들은 2편이 삭제되며 내용이 당겨졌으니 2회 뒤로가기를 누르시면 제 진도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변경 내용이 궁금하신분은 공지 참조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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