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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5

        [별포크: (지도 링크)]

        [별포크: 1차 장소입니당!!! 다들 내일 6시에 여기서 봬용ㅎㅎㅎㅎㅎ]

        [별포크: 2차는 여기로 예약해뒀어요! 8시부터 2차!]

        [별포크: (지도 링크)]

        [별포크: 혹시 늦게 합류하시면 말씀주세요!!!]

         

        [궁탁: 아이고 고맙습니다]

        [궁탁: 우리 총무 최고!]

         

        [고라박스: ㅠㅠㅠ 저는 급한 레코딩이 잡혀서 1차는 못 갈 것 같네요..죄송합니다]

        [고라박스: 2차로 바로 가겠습니다. 죄송해요.]

       

        [아크: 네네네 천천히 오세요!]

       

        [별포크: 넵넵! 걱정하지 마세요! 2차가 더 재밌을 거예요 😄 일정 변경 생기시면 말씀 주세요!]

       

        [궁탁: 헉 이거 남자가 나랑 레반쌤 뿐이면 좀 그런데]

        [궁탁: 내가 너무 아저씨같아 보이잖아]

        [궁탁: 우리 빡쓰 빨리 와!]

       

        [고라박스: 네, 형님. 후딱 녹음하고 가겠습니다.] 

         

       * * * *

       

       

        아침.

         

        커튼의 틈새로 파고든 햇살이 눈을 찔러대며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강제로 알려주는 시간.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는 빛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며, 멍한 정신을 추슬렀다.

         

        머리맡을 더듬거려 핸드폰부터 쥐어 확인해보니- 이제 겨우 새벽 6시.

        

        암막 커튼을 대충 치고 잠든 대가를 치르는구나.

         

        기왕 일어난 김이니……톡부터 접속해서, 전날에 오간 톡을 천천히 읽어 내렸다.

        

        대회에서 생긴 인연들이 만든 톡방이 생각보다 오래 활성화되고 있는 탓에 새로이 생긴 일과다.

         

        내가 톡을 보내는 경우는 없었다. 그럼에도 굳이 확인하는 건, 어찌 되었든 그룹에 포함된 사람으로서의 의무감 때문이기도 했지만……그보다는, 저기서도 열심인 별포크를 구경하는 재미가 의외로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아침에 가볍게 보는 스낵컬쳐로는 이만한 것이 없더라.

         

        가끔, 글자들이 조금 흔들리기는 하는데. 오늘처럼.

         

        ……과음했나.

         

        숙취는 전혀 없었다. 아직 몸에 명확한 취기가 남아 있는 탓이겠지만.

        

       그러니까……다시 말해, 숙취가 아직 미처 오지도 못한 상태다.

         

        과음했네.

         

        주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마시게 되는 소주와 달리, 와인은 다소 남용하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취하고 나면, 그냥 달달한 맛에 계속 들이붓게 되는 탓이려나. 정확하게 몇 잔을 마셨는지 가늠이 안 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그냥, 게임이 재밌어서 그랬던 걸지도. 어쩌면 와인은 무죄일지도 모르겠다.

        

       더 로그.

        

       이 정도로 오래 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한 게임이다. 하다가 잠든 게임이 얼마만인지.

        

       처음에는 분명 그럭저럭 사실적인 서바이벌 느낌이 마음에 들었을 뿐인데- 일주일 가까이 즐기는 사이, 더 로그는 여유로운 전원생활의 만족감을 선사하는 갓게임이 되어버렸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게임 시간으로 30일, 현실 시간으로 대략 4일이 지난 시점부터……다소 귀찮던 전투조차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추격대가 오는 트리거가 다 소모되어 버려 생긴 버그인 건지, 아니면 원래도 그 정도 죽이면 더 이상 올 적이 없다는 기획 의도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열심히 날을 갈아 두었던 단검은 생선 머리를 토막치는 데에만 사용되고 있었다. 

        

       멀티 플레이를 해금하는 방법이 있다는 이야기를 보고, 멀티를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기도 했다.

        

       양심적으로 생각했을 때, 추격대가 계속 오는 걸 버티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레반과 나 둘 뿐이겠지만- 싹 클리어해버리고 전원 생활을 즐기는 분위기로 간다면, 다같이 해도 즐거울 것이 틀림없으니까.

        

       겸사겸사, 도적 포교도 하고. 레반이 도적을 플레이하고 있는 스크린샷을 찍어서, 광전사 게시판에도 올리고.

        

       클립을 따서 레반이나 도댓의 방송에 영상 도네이션도……이건 허락을 받아야 하려나.

        

       아무튼, 일석삼조에 가까운 계획이었다.

        

       시청자들이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요즘은, 시청자들도 나름 즐기고 있는 티가 나니까. 괜찮지 않을까.

        

       사냥이나 낚시, 채집이 단순하고……빈 말로도 컨텐츠가 아주 다양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게임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몰입감이 서서히 올라가는 게 체감될 정도였다.

        

       역시 대자연에는 현대인의 가슴을 건드리는 매력이 있는 것이다.

       

        과연 이 평화로운 생활을 두고 용사파티에 합류해 전쟁을 시작할 필요가 어디에 있을까- 라는 혼잣말을 하자마자 삽시간에 들고 일어난 시위대를 생각하면……아무리 자연이 매력적이어도, 클리어 포기는 수용 범위 밖이었던 듯하기는 한데.

        

       그조차도 좋았다. 반응이 퍽 재밌었으니.

        

       펄떡이는 채팅창을 보고 있노라면, 옅은 만족감과 함께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게 뭐라고- 아니. 내가 뭐라고, 그리도 흥분해주는 건지, 하는.

        

       기분을 환기할 겸, 위게더에 접속해 새로운 글을 기계적으로 읽어 나갔다.

        

       소중한 장소다. 그 안에 파묻혀 잠시 머물고 있자면 침잠하던 마음이 가벼이 떠오르는. 이런 저런 욕망이 넘실거리는 곳이지만……아무튼.

        

       [작성자: ㅇㅇ]

       [제목: 사람이 기다린다고!!]

       [동료들이!

        

       너를!

        

       기다린다고!!

        

       합류 좀 해 텐련아!

       

       너 죽은 줄 아는 동료들이 있다고!]

       –     어우 몰입력이 상당하십니다

       –     과몰입 ㄴ

        

       왜 그다지 추천을 받지도 못하고 묻힌 이 글이 유독 눈에 밟혔는지.

       

       컨셉 괜찮네, 하고 치워버리려 했는데, 왜 잘 되지 않았는지.

        

       지금도 잘은 모르겠다.

         

        뒤풀이 따위에 나가거나, 사람들을 만나고……그러지 않고, 이렇게 혼자 지내는 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었는데.

         

        별 뜻 없이 적었을 글이 기억에 남아,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모르겠듯이.

         

        살짝 웃음이 나오는 건, 취기 탓일까.

         

        글쎄.

         

        그 역시 모르겠지만,

       

        방송이 하고 싶어졌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평화롭네요]

        

       * * * *

        

        아침 7시.

         

        새벽까지 방송을 이어가던 성실한 스트리머들은 잠들고, 낮방송을 추구하는 스트리머들은 아직 출근 준비 중인- 인터넷방송의 공백기.

         

        평소 낮 4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랜덤으로 시작되던 이예나의 방송이 이 시간에 예고조차 없이 켜질 것이라고는, 그녀의 골수 팬을 자청하는 이들조차도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평화롭네요]

         

        『아하~』

        『캬 아침뱅송』

        『전설의 0군들 헐레벌떡 오는 거 보소 ㅋㅋㅋㅋㅋㅋ』

        『이 시간에 켜면 내가 못 볼 줄 알아? 오늘 학교 안 간다』

        『부장님 저 오늘 연차 씁니다 불멍해야돼요』

        『나오나? 드디어 나오나?』

        『아침은 나오나지 뭔 좆로그여』

        『선생님 저희 집 강아지가 많이 아픕니다 수의사 선생님이 나오나 대검기사를 보면 금방 다시 나을 거라고 했어요 제발 저희 강아지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부탁입니다 대검기사』

        『멧돼지 사육장 드가자~』

        『좆오좆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오늘이야말로 지붕을 만들거여』

         

        따로 알림 설정을 해 놓지 않은 이상에야 들어올 수 있을 리가 없는 방송이었음에도, 불과 5분만에 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밀려들어왔다.

         

        그동안 그녀가 본의 아니게 쌓은 콘크리트 층의 규모를 보여주는 광경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방제 뭐야』

        『???도적부흥운동 어디갓어』

        『도적부흥운동은 시즌 종료야……? 드디어?』

        『방제 시발 또 좆로그하겠단 거지』

         

        알림을 확인하자마자 허겁지겁 달려온 시청자들이 처음으로 목격한 건, ‘도적부흥운동’이라는 단어가 빠진 방제였다.

         

        그녀의 방송을 초창기부터 보던 사람들로서는 제법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애초에 제대로 된 방송은 할 생각도 없이, 도적부흥운동을 하겠답시고 투닥거리던 그녀 아닌가.

         

        하다못해 쿡방을 할 때도 ‘도적부흥운동 설명회’ 따위의 방제를 붙였고-

         

        도적 방송의 수가 부족하다며, 시청자들이 방송하라며 절반 이상을 강퇴하던게 불과 몇 개월 전 일이다.

         

        대회로 유입된 사람들 입장에선, 그저 오늘도 그들이 원하는 나오나는 안 주겠다는 의미였지만- 이예나의 첫 방송부터 봐왔던 이들의 입장에선, 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방제를 지적하는 채팅들은 오래 남지 못했다.

         

        -흐흫

         

        짧게 흘러나오는 웃음소리 때문이기도 했지만-

         

        [작성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제목: 방송]

        [합니다

         

        짧게

         

        아주]

         

        방송을 켠 채 적고 있는 공지글 때문이기도 했다.

         

        아주 짧게가 무슨 뜻이냐, 이대로는 못 살아, 10시간 미만 방송으론 살 수 없어요, 강도가 우리 집에 침입해서……따위의 채팅들이 범람하는 사이. 다시 한번 작은 웃음을 흘린 이예나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 잘 들리시나요.》

         

        -흠흠

         

        《아, 짧방……네. 짧게 할 생각이에요. 오전이니까요. 오전에 길게 방송하면, 좀 이상하지 않나요. 아침에 삼겹살 구워 먹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미묘한 말투와, 흘러가는 채팅들을 집어내서 대답해주는 페이스. 오늘도 채팅창을 읽어주는 날이라는 걸 모두가 눈치채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청자들 입장에선, 이것만큼은 진심으로 반가운 일이었다.

       

       더 로그를 시작한 후, 이예나는 방송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소통에 제법 열린 자세를 견지하고 있었으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혹시 채팅을 아예 꺼둔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지경이었으니.

        

        《오늘은 뭐 하냐……글쎄요. 준비도 안 하고 켰냐……네. 그렇네요. 원래는 안 그러는데, 오늘은 그냥……보고 싶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니까, 문득.》

         

        『ㅠㅠㅠ우리도 누나 보고싶었어』

        『쒸1불련 육수 우리는 거 보소 내 가슴이 펄펄 끓는다』

        『우리 아따먹 하고 싶은 거 다 해! 오카리나 불어도 좋아!』

        『목소리 살살 녹네 진짜』

        『그러면 나오나 해주시면 안 되나요』

         

        -흐흫.

         

        《나오나……나오나. 사실, 이제는 하고 싶어지긴 했는데. 도장깨기, 약속했으니까요. 그렇네요. 지금 마무리 해볼까요.》

         

        어딘가 위태롭게 흔들리는 듯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또렷해지더니, 방송 송출 화면이 암전했다.

         

        The Rogue’s Return.

         

        타이포그래피에 쓸 돈은 없었다는 듯이 심플한 타이틀 로고가 지나가고- 이내, 높은 언덕 위 숲 속에서 홀로 서있는 도적이 화면에 비쳤다. 

         

        강가에 만들어낸 아늑한 안식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뭐야』

        『어제 여기였어요?』

        『엥 여기 어디임』

        『뭐지 어제 방송 더 했음?』

        『집 어디감』

        『???』

        『엄마 우리 집 어디갔어?』

        『님도 집에서 쫓겨남?』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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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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