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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5

       

       암주의 판단은 빨랐다. 상대가 대악마임을 확인한 순간,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단도를 내질렀다. 

         

       턱.

         

       “성질도 급하셔라.”

       

       아스모데우스는 암주의 팔을 붙잡으면서 그런 말을 했다. 손목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악력에, 암주가 눈을 부릅떴다.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아가레스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빠르다.

         

       “너무 긴장하지 마요. 당신들을 죽일 생각으로 온 건 아니니까.”

         

       아스모데우스는 보란 듯 암주의 손목을 놓았다. 그녀는 새침한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올리비아를 가리켰다.

         

       “제가 원하는 건 저 인간 한 명 뿐이거든요.”

         

       아스모데우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올리비아를 향해 다가갔다. 그녀가 올리비아 앞에서 멈춰설 때까지, 그 누구도 그녀를 막아서지 못했다.

         

       암주는 벌겋게 부어오른 손목을 매만지며 수십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상대는 대악마 중 최강자다. 반면 우리는 셋. 이길 수 있을까?’

       ‘에리야스가 현신하여 맞서고, 혁명가가 시선을 끌고…….’

       ‘내가 뒤를 노린다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악마가 인간계에 강림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영혼을 필요로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는 뜻은 아스모데우스는 적어도 수 천에서, 많게는 수십 만에 달하는 영혼을 제물로 바쳤다는 소리였다.

         

       그 많은 영혼을 아스모데우스 혼자 죽였을리는 없다.

         

       ‘……추종자라도 있는건가.’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아스모데우스 혼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암주는 일단 한 발 물러나기로 했다.

         

       “정말, 아름다운 얼굴이네요…….”

         

       아스모데우스의 손이 올리비아의 뺨을 더듬는다. 흘러내린 핏물에 손가락을 적셔 입술로 가져가려는 순간, 암주의 두 눈이 번뜩거리며 아스모데우스의 목을 꿰뚫었다.

         

       “선 넘지 마라.”

       “흐음? 원수인 줄 알았는데……치정 싸움이었나요? 안타깝게도…….”

         

       아스모데우스가 제 목을 꿰뚫은 단도를 보며 미소를 자아낸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단도를 붙잡아 제 목을 수평으로 베어낸다.

         

       단도가 움직이기 무섭게 상처가 메워진다.

       

       “……!”

       “그러면 말을 하시지.”

         

       치이이익!

         

       그 말과 함께, 시커멓게 변해버린 단도가 땅에 떨어졌다.

         

       “그래도, 성수는 조금 기분 나쁘네요. 다음부터는 조심하세요.”

       

       그렇게 말하는 아스모데우스는, 어느새 암주의 등 뒤로 이동해 있었다.

        아스모데우스가 암주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이번은 특별히 봐줄게요.”

       

       그녀의 손톱이, 암주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

         

       흠칫하는 암주를 보며, 아스모데우스는 웃음을 삼켰다. 인간치고는 감정을 숨기는 능력이 뛰어났지만, 아스모데우스는 알 수 있었다.

       암주가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아무래도 암주 본인은 부정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나저나…….’

         

       아스모데우스는 고개를 숙여 올리비아를 응시했다.

       참으로 탐스러운 영혼을 가지고 있는 인간.

         

       대악마 중에서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녀조차도, 순간 이성을 잃고 덤벼들 뻔했다.

         

       그만큼, 탐나는 영혼이었다.

         

       자꾸 입맛을 다시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분명 맛있을텐데, 취하지 못하니 입맛만 다시는 것이다.

         

       만약 올리비아를 데려오라고 명령한 것이 마왕이었다면, 아스모데우스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마왕을 배신하고 올리비아를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왕보다 더 높으신 분께서 명령하셨으니, 따를 수 밖에.

         

       아스모데우스는 침착하게 호흡을 고르며 올리비아를 한쪽 어깨에 들쳐맸다.

         

       “막으려면 지금뿐이랍니다?”

         

       도발에 가까운 말에, 에리야스의 눈동자에 일순 파문이 일었다.

         

       드드드드드.

         

       에리야스의 주변 자갈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깊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에리야스는 코웃음을 치며 몸을 돌렸다.

         

       “……흥.”

        “어머나.”

       “빌어먹을. 진작에 죽여놓자니까.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그런 에리야스를 보면서 아스모데우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른 드래곤도 아니고 그 레드 드래곤 에리야스가 자존심을 굽힐 줄이야.

         

       “설마, 인간의 손에 길들여지기라도 한건가요? 당신이?”

       “허튼 수작 부리지 말고. 꺼져버려라.”

         

       에리야스가 짜증스런 목소리로 내뱉었다. 만전이었다면 모를까, 드래곤 하트가 기능을 반쯤 상실한 지금 싸운다면 필패였다.

       

        “……꼬리를 내리기까지.”

        “한 번만 더 지껄이면 네 아가리를 찢어주마.”

        “순순하네요. 제가 이 육체를 가지고 무엇을 할 줄 알고.”

       “보나마나 제물로 바치거나 혼을 탐하겠지. 내가 올리비아를 양보하는 건, 네년이 악마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올리비아를 구하려 들 자였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것은 악마중에 악마였다.

         

       어찌 되었든 올리비아가 죽는 것은 마찬가지다.

       설령 살려둔다고 해도, 죽음보다 더한 고통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에리야스의 말에 아스모데우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수천 년동안 살아오며 수많은 생명체들의 감정을 장난감 다루듯 해왔던 그녀로서도, 회귀자들의 의중을 알아낼 수 없었다.

         

       증오인가?

         

       아니, 그보다는 훨씬 복잡한 감정이었다.

         

       공존할 수 없는 감정들이 마구 얽히고 설켜 있었다.

         

       “이 여자가 뭐하는 인간이었는지……점점 궁금해지네요.”

       

       오히려 그래서 선택되었을 수도.

         

       츠츠츠츠츠츠!

       

       아스모데우스의 주변에 어둠이 차올랐다. 마계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올리비아를 들쳐맨 그녀는 미소를 가득 머금었다.

         

       “순순히 물러났으니, 제가 아는 걸 조금 알려드리죠.”

         

       아스모데우스의 신형이, 어둠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다시 만났을 때는, 꽤나 재미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기대해도 좋아요.

         

         

       *****

         

         

       의식이 무저갱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단서를 사용할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슬슬 자아를 잃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갈 때쯤, 올리비아가 가까스로 숨을 토해냈다.

         

       ……잠깐. 숨?

         

       [전이가 완료되었습니다.]

       

        “흐헉!”

         

       지독한 통증을 느끼며, 올리비아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딱딱한 촉감.

       의식만 전이된다길래 영혼 상태로 떠다닐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올리비아는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또 어디야.’

         

       분명, 의식이 다른 회차로 전이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디인지는 몰라도, 지금 있는 차원은 올리비아가 경험했던 무수한 회차 중 하나일 것이다.

         

       다행히 주변은 폐허가 아니었다.

       도로는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활기를 띈 채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 대악마들이 강림하기 전인 듯 싶었다.

         

       놈들이 강림한 후라면, 아무리 제국이라고 한들 도로가 이렇게 멀쩡하지는 않을테니까.

         

       올리비아는 일단 상태창부터 확인했다.

       레벨은 100. 직업 또한 마찬가지였다.

       몇몇 아이템이 자취를 감추기는 했지만, 그 정도야 허용 범위 내였다.

         

       ‘레벨로 보아하니 뉴비 시절은 아닌 모양이고.’

         

       락테아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죽었다.

       키엘에게도 죽고, 멜리나에게도 죽고, 대악마들에게도 골고루 수십 번씩 죽어보고, 마왕, 마신에게도 죽었다.

         

       100레벨을 찍기는커녕 대마법사 칭호도 달지 못하고 죽은 경우도 허다했다.

       

       만약 그런 ‘망한’ 회차로 전이됐다면, 정말로 절망했을지도 모른다.

       

       다행이다.

         

       올리비아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일단은 정보를 모을 필요성이 있었다.

         

       대체 뭐 하는 곳일까.

         

       올리비아가 가장 먼저 눈여겨 본 것은 도시의 구획이었다. 건축, 수원(水源), 환경, 기반 시설……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마치 전근대의 유럽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런 분야에는 까막눈이나 다름없는 올리비아가 봐도, 가히 완벽한 구획이었다.

         

       덕분에 더 혼란스러워졌다. 제국도, 심지어는 가장 근대적인 도시인 마키나조차도 이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별 퀘스트 – 육체의 주도권 되찾기>

       – 클리어 조건 : ???

       

       혹시나 해서 확인해 봤는데, 역시 클리어 조건은 드러나지 않는 듯 싶었다.

         

       ‘……설마 여기서도 마신을 잡으라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조금 너무하지 싶었다.

         

       올리비아는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썼다.

         

       이제는 이게 어떤 회차인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기억을 되짚어봐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바로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마치 잘 벼려진 검을 마주한 듯한 감각. 저기 길가를 돌아다니는 기사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존재감이었다.

         

       아니. 어떤 회귀자를 데려온다고 하더라도 이보다 강한 존재감을 내뿜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올리비아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대검. 어둠을 삼킨 듯한 검은 머리칼과, 그보다 짙은 눈동자.

       동시에, 이유 모를 안도감이 차 올랐다.

         

       키엘이었다.

         

       “드디어 찾았군.”

         

       그의 눈동자에는, 아무런 적의도 없었다. 그렇다고 친밀감이 담겨있지도 않았다.

       

       ‘잠깐만.’

       

       적의가 없다는 것은 분명 호재였지만, 친밀감이 없다는 것은 악재였다.

         

       올리비아는 다급히 키엘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키엘 로트실드]

       – 레벨 : 100

       – 직업 : 검성

       – 호감도 : 10

       – 칭호 : 홀로 마왕을 벤 자, 검의 구도자, 드래곤 슬레이어, 대공(大公)

         

       동시에, 올리비아의 입에서 새된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

       

       수 천, 수만 판을 플레이해온 고인물이라도, 한없이 무력해질 때가 있다.

         

       “대현자 올리비아. 황제 폐하께서 자네를 호출하셨다. 속히 입궁할 수 있도록.”

         

        미래가, 더는 아는 것이 아니게 될 때.

         

       ‘……잠깐만.’

         

       여긴, 마신을 처치한 이후의 세계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99렙과 100렙의 차이를 한 줄로 설명하면

    15렙 케일과 16렙 케일,

    15렙 카사딘과 16렙 카사딘 정도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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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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