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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5

       매화검법.

       

       내가 있었던 무림에는 존재치 않았던 검법이다만 이 곳 현대에선 모르는 사람이 더 드물 정도로 유명한 검법인 모양이더구나.

       

       방송을 보던 아해들이 검법을 보여 달라 난리를 치던 걸 생각해보면 인기도 상당한 듯 하고.

       

       이를 미끼삼아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겠지.

       

       다만 아쉬운 부분은 내가 매화검법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는 거다.

       

       백일이 이야기했듯 매화검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화산에 존재하는 여러 무공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요 자하신공의 이치를 숙달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전제가 없다면 비급서에 적힌 글귀를 뜬구름 잡는 소리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을 터.

       

       나야 아는 무공보다 모르는 무공이 더 적다 자부하는 인간이다 보니 비급서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무공을 이해하는 것과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매화검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선 자하신공을 대성해야했다.

       

       본인이 사용하는 것은 천마신공. 어디로 보아도 정파의 무공인 자하신공과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 없는 무공이다.

       

       천마신공의 내기를 이용해 억지로 매화검법을 펼친다 하여도 제대로 된 결과는 나오기 않는다.

       

       검붉은 핏물이 흩날리는 검을 어찌 매화검법이라 하겠는가.

       

       그러니 이 검법을 제대로 익히고 남들에게 전수하기 위해서는 자하신공을 익힌 다른 무인을 필요로 했다.

       

       그것도 무에 재능이 있는데다가, 가르치는 것에도 소질이 있고, 내가 시키는 것을 고분고분 따를 만한 자가.

       

       화산이 완전히 멸문해버린 지금 자하신공의 사용자를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이 일의 적임자를 하나 알고 있었다.

       

       자하신공뿐만 아니라 여러 무공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데다 다른 이들에게 가르치는 일에 재능이 있는 남자를.

       

       성격이 괴팍한 것이 문제기는 하다만 그거야 내가 교정을 해주면 그만이지.

       

       그 놈을 찾아간다 해도 일개 낭인에 불과한 나를 만나주진 않겠지만 상관은 없다.

       

       머무르는 곳에 깽판을 쳐 놓으면 나오기 싫어도 나오게 될 테니까.

       

       

       *

       

       다음 날 아침 어학당에 들리니 책상에 이마를 박고 있는 엔리가 보였다.

       

       주변의 소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게 꼭 시체 같았지만 등이 고르게 오르내리는 것이 살아있긴 한 것 같았다.

       

       옆으로 가서 앉아 책을 다 꺼낸 후에도 엔리는 깨어나지 않았다.

       

       어제 방송을 했다고 들었는데 거기서 뭘 했기에 이런 상태가 된 걸까.

       

       마음 같아선 더 재우고 싶었지만 슬슬 수업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엔리의 어깨를 흔들어 그녀를 깨우자 엔리가 비척이며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잠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한 건지 엔리는 잠시 고갤 들었다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리곤 다시 머리를 처박았다.

       

       정상적인 방법으론 일어나지 않겠구나.

       

       엔리의 혈도 중 하나를 꾸욱 눌러주니 즉각적인 반응이 나왔다.

       

       “끄헙?!”

       

       여자가 내기엔 방정맞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킨 엔리는 주변에서 쏟아지는 시선에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입가에 묻은 침을 닦아냈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날 확인하더니 옅게나마 화가 담긴 어투로 내게 물었다.

       

       “뭘 하신 건가요?!”

       “깨워드린 건데요.”

       “평범한 방식으로 깨워줘도 되잖아요!”

       “그랬는데 안 일어났잖아요.”

       

       네가 일어났으면 내가 귀찮게 혈을 건드렸겠느냐.

       

       그리 대답을 하자 엔리는 입을 다물더니 자기 앞에 놓인 텀블러를 들어 커피를 들이켰다.

       

       커피의 색이 무척이나 진하구나. 저건 이미 맛이나 향을 즐기기 위한 물건이 아니라 잠을 쫓아내기 위한 약이나 다름없겠지.

       

       “엔리. 어제 잠 안 잤죠.”

       

       그녀의 눈가에는 누구라도 알 수 있을 만큼 진한 피로가 묻어나 있었다. 하룻밤을 꼬박 새운 것이 아닐까.

       

       “네.”

       “뭐 하신다고.”

       “아피스했어요.”

       

       이번엔 또 뭐에 꽂힌 것이냐. 금강의 자리에 오른 후로 아피스는 잘 건드리지도 않더니.

       

       설마.

       

       “강등 당했어요?”

       

       올라간 지 얼마 되었다고 패배를 쌓아 아래로 떨어진 것이냐? 그래서 그를 복구하기 위해 무작정 게임을 하다 나락으로 떨어진 게야?

       

       그럴 수 있지.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엔리 그대는 아직 거기에 오르기엔 실력이 부족하니 말이다.

       

       내가 혼자서 납득하고 고갤 끄덕였더니 엔리가 재빠르게 말을 더했다.

       

       “저 아직 다이아거든요?! 0점이긴하지만.”

       “그럼 왜 갑자기 아피스에 푹 빠졌어요?”

       “요번에 대회에 참가하게 돼서요.”

       

       엔리가 말하는 대회는 내가 했던 1:1 형식의 대회가 아니었다. 아피스의 다른 모드인 5:5에서 벌어지는 팀전이었다.

       

       엔리는 그 대회의 팀원 중 하나로 선정되었고 대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감각을 살려놓기 위해 5:5모드를 계속해서 돌렸다는 모양.

       

       “아피스 5:5모드를 안 한 지 엄청 오래됐거든요. 기껏 대회에 참가하는 데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를 끼칠 순 없으니까 열심히 했죠.”

       “진지한 대회인가봐요?”

       “나오는 사람들 수준은 다 거기서 거기지만 스트리머들 팬덤이 크다보니까 과열되는 느낌이 있죠.”

       

       기대 받은 것보다 못하면 대회를 진행하는 동안 방송을 켜는 게 힘들어진다며 엔리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게 부담스러우면 출전을 거부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알고는 있지만…”

       “있지만?”

       “팀겜이 주는 그 맛이 있단 말이에요!”

       

       잘은 모르겠다만 부담이 큰 만큼 얻는 보상도 크다 생각하면 되겠느냐?

       

       그대가 한 선택이 그렇다면 만류하지 않으마. 이런 쪽으로는 나보단 그대가 더 잘 알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아라 씨. 어제도 화려하게 일을 벌이셨다면서요?”

       “들었어요?”

       “어제 방송하는 데 시청자들이 알려주더라고요.”

       

       워낙 말이 많이 나와서 게임을 준비하는 중에 틈틈이 커뮤니티의 글을 확인했다는 엔리는 자신이 두 눈으로 내 방송을 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그 매화검법인가? 그거 때문에 커뮤니티에서 엄청 난리가 났던데요.”

       

       무협게임에 잘 모르는 엔리조차 알 정도로 크게 화제가 된 것인가.

       

       잘 됐군. 매화검법이라는 미끼를 던지면 따라 올 이들이 한 둘이 아니란 소리일 테니까.

       

       커뮤니티에서 어떤 내용이 돌아다니고 있냐 물으려던 때에 문이 열리고 교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런. 질문은 나중으로 미뤄야겠군.

       

       *

       

       엔리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매화검법에 관심을 지닌 이들이 멸문한 화산의 부지로 모여들고 있다고 했다.

       

       그들은 자하신공 없이는 매화검법을 다룰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혹시나 남아있을지 모를 자하신공의 비급서를 찾아 헤매는 중이라는 모양이다.

       

       그 정도로 간절한 이들이라면 내가 매화검법을 배울 수 있다는 조건을 걸면 어지간한 말은 따르겠지.

       

       그들을 기반으로 하여 유저들 사이에 이치를 따르는 것의 중요성을 점차 퍼트려 나가도록 하자꾸나.

       

       그리 생각을 하며 화룡무인에 접속을 했더니 화음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제 방송을 끄기 직전 동료 소환의 기능을 시험하기 위해 바루를 돌산에 데려다 놓고 이 곳에서 불러내 보았었지.

       

       시청자들에게 한소리를 들으며 시행착오를 겪었던 탓에 난 어렵잖게 동료 소환을 발동할 수 있었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니 살짝 짜증이 샜다.

       

       본인이 무슨 실수를 하기만 하면 비웃음을 흘리고 답답하다 성화를 하니 원.

       

       곰방대를 꺼내 잎을 담고 있으려니 허공에서 여우의 모습을 한 바루가 튀어 나와 내 어깨 위로 착지했다.

       

       그녀는 방금 전까지 잠들어 있었던 건지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내쉬더니 내 목에 목도리마냥 걸쳐서는 눈을 감았다.

       

       “이 놈아. 일어나거라.”

       “싫다… 어제 너무 격한 활동을 한 탓에 지쳤단 말이다…”

       

       바란다면 평생을 자지 않아도 문제없는 녀석이 무슨 피로는 피로더냐.

       

       내 재차 타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루는 굳건했다. 그녀는 조금만 더 자겠다는 말을 하더니 이내 눈을 감고 고로롱거리는 소릴 내었다.

       

       하아. 그래. 어차피 당분간은 그대가 할 일이 없다시피 할 테니 잠시 내버려 두마.

       

       곰방대를 입에 문 채 연기를 몇 번 내뱉던 나는 한 가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방송을 켜야 하나?

       

       시청자들이야 방송을 키는 것을 좋아하겠지.

       

       내가 방송을 키지 않고 무언가 일을 저지르면 다음에 방송을 켰을 때 그들이 난리를 칠 것도 분명하고.

       

       이를 알면서도 고민을 하는 것은 이번에 내가 할 일을 시청자들한테 납득가게 설명할 방법이 마땅찮았기 때문이다.

       

       아무도 모르는 자하신공의 사용자를 어떻게 찾았어요? 라고 물으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한단 말이더냐.

       

       솔직하게 대답을 해봐야 미친년 취급이나 받을 터인데.

       

       생각을 거듭하던 나는 내가 지닌 것 중에 이 상황을 해결할 물건이 있단 걸 떠올렸다.

       

       그래. 바라는 것을 찾아주는 두루마리.

       

       바루가 말을 하길 두루마리를 사용하는 방법은 그를 펼치고 생각을 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자하신공의 사용자를 찾아내겠다 말을 해두고 내가 찾는 이가 어디에 있는 지를 물으면 되는 것 아닌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고민이 해결되자마자 설정을 건드려서 방송을 켰더니 여느 때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 화하!

       – 오늘도 화룡무인이야?

       – ㅇㄱㅇ~

       – 어제도 그제도 레전드 찍었는데 오늘은 또 뭘 할까.

       – 아무리 화령이어도 어제보다 더 한 일을 벌이겠음?

       – 그거 플래그야?

       

       – 무협악질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운기브런치 하고 오셨나요?]

       

       방송을 킬 때마다 찾아와 헛소리를 지껄이는 녀석의 후원에 순간 험한 말이 튀어 나올 뻔 했지만 참았다.

       

       엔리가 말을 하길 이런 것에 화를 내면 되래 기뻐한다는 듯 했으니까.

       

       “조식은 했으나 중식은 하지 않았다.”

       

       심호흡을 한 후에 능숙하게 질문을 받아내었더니 채팅창에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 ㄴㅈ.

       – 이제 이걸론 반응도 안 하네.

       – 악질아. 새로운 거 없냐?

       – 다른 거 찾아와야 할 듯?

       

       “니놈들은 본인의 심기가 불편한 것을 보면 즐겁더냐?”

       

       – 당연한 걸 왜 물어봄?

       – 꿀잼인데.

       – 이런 거 할 때마다 반응이 찰져서.

        – 눈썹 움직이는 거 보면 후원을 안 할 수가 없다니까.

       

       취미가 고약한 놈들이구나. 본인이 화를 내고 그대들을 매도하는 걸 원한다니.

       

       “세상엔 다른 사람에게 비난당하는 걸 즐기는 이들이 있다 하였는데 그대들이 그런 종류였더냐?”

       

       – 그거랑은 좀 다르지.

       – 우린 악질이지만 변태는 아니거든요?

        – 화령님의 매도… 좋을 지도?

       – 미친 새끼. 저도 거기에 흥미가 있습니다.

       – 변태 맞는데?

       

       채팅이 올라오는 걸 보다 보니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이상하다? 왜 내 방송을 보러 오는 놈들은 다들 정신을 어딘가에 놓고 온 녀석들밖에 없지?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나?

       

       비슷한 화제를 끌고 가면 더 정신 나간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서 다급히 화제를 전환했다.

       

       “어제 내가 매화검법의 비급서를 공개한 후로 많은 이들이 실망을 한 것 같더구나.”

       

       – 난리긴 했지.

       – 매화검법에 환장하는 애들이 한 둘인가.

       – 화산에 있던 애들은 아직도 화산파 부지 뒤지고 있다던데.

       – ㄹㅇ?

       

       “결국 문제는 자하신공을 전수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지 않나. 내 비책이 하나 있다.”

       

       품 안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보이자 채팅창이 올라오는 속도가 무척이나 빨라졌다.

       

       – 맞다! 저거!

       – 저걸로 자하신공을 대성한 사람을 찾아낼 수 있겠네.

        – 근데 자하신공 사용자가 남아있긴 함?

       – 화산 독전무공이잖아. 화산이 망했는데 남아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있나.

       

       내가 꺼내든 두루마리를 보고서 왈가왈부하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샜다.

       

       혼자서 결말을 알고 있다는 게 이토록 즐거운 일이었던가.

       

       기대되는 구나. 자하신공을 수학 할 수 있을 거란 걸 알게 되면 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는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디어 깽판 치러 가십니다!

    ——–

    노벨피아 측에서 표지 위에 타이포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글귀 뿐만 아니라 그 옆에 채팅창까지!
    그림 뿐이라 허전하던 표지가 꽉꽉 채워진 느낌이네요!
    후기를 빌어 타이포를 만들어 주신 노벨피아 측에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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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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