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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5

       

       

       

       

       사우디의 계승 서열 1위이자 실질적인 주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그는 최근 며칠까지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았다.

         

       원래 표정에서부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은 그가 그냥 대놓고 표정에서부터 기분이 안 좋다고 말하고 있었다.

         

       때문에 사우디 왕정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었다.

         

       지금 저 상태의 무함마드 왕세자를 잘못 건드렸다간 어떤 꼴을 당할지 너무나도 뻔한 일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가장 긴장감을 가지고 하루에 임하는 사람들은 무함마드 왕자의 최측근들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그의 근처에 있는 만큼 무함마드 왕세자의 기분이 왜 안 좋은지도 잘 알고 있었다.

         

       며칠 전,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들려온 소식 때문이었다.

         

       그것도 아마 927 작가와 관련된 소식이 아닐까 싶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전에 방한(訪韓)을 했던 이유는 오로지 927 작가 때문이었으니.

         

       하지만.

         

         

       “……그런가.”

         

         

       지금까지 기분이 그닥 좋지 않아 보였던 무함마드 왕세자의 표정이 어째서인지 단번에 밝아졌다.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지금 당장 한국에 방문하도록 하지.”

         

         

       그러곤 갑작스럽게 방한 일정을 잡았다.

         

       물론 그에 토를 다는 사람도, 애초에 달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왕세자시여. 한국에 있는 주한 사우디 대사관에는 무슨 연유로 방한을 한다 전해두면 되겠습니까?”

       “친구의 병문안이라고 전해두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무함마드 왕세자는 씨익 웃었다.

         

       지금까지 그는 절대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계속 참아왔다.

         

       자신이 대놓고 움직였다간 서은우가 927 작가라고 광고하는 꼴이었으니까.

         

       그건 친구가 바라는 일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법 특별한 상황이 찾아왔다.

         

       평생 자신에게 부탁이란 걸 절대 안 해올 것 같았던 친구가 먼저 도움을 요청해왔다는 것.

         

       이것은 정말 큰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을 예고하는 뜻이기도 했다.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무함마드 왕세자는 기뻐한 것이고, 동시에 927 작가가 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참아왔던 인내심을 시원하게 풀 곳이 필요했다.

         

         

       “한국의 영광그룹에 관해 조사해 보게. 그리고 우리 쪽에서 그 기업에 투자한 자들이 있다면 서둘러 매도하라고 전하시오. 만약 이를 어길 시 빈 살만의 아들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이겠소.”

         

         

       당연히 유럽 쪽이나 미국 쪽이 훨씬 시장 규모도 크고 장래도 밝지만, 의외로 현재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쪽에서 한국 기업에 투자한 큰손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이유에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방한과 한국에 있는 한 각본가와 큰 연관이 있었고, 영광그룹 역시 이 여파의 수혜자 중 한 곳이었다.

         

       다만.

         

         

       “왕세자시여. 그러면 한국 경제에 엄청난 혼란이 찾아올 겁니다.”

         

         

       그런 투자자들이 일제히, 그것도 한순간에 주식을 팔고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빼버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뻔했다.

         

       하지만 천하의 무함마드 왕자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고, 그렇기에 그는 되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대가 무얼 걱정하는지는 잘 알고 있소.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려줘야 하지 않겠소? 사우디 왕가의 친구를 건드리면 어떤 꼴을 당할지를.”

         

         

       그렇게 친구의 도움 요청을 받고 서둘러 방한 길에 오른 무함마드 왕자.

         

       곧이어 무함마드 왕자의 명령에 가까운 부탁으로 영광그룹에 손을 대고 있던 중동 쪽 큰손들이 순식간에 발을 빼기 시작했으며, 그것은 주가의 폭락을 예고하는 말 그대로 사형선고였다.

         

         

         

       ***

       

         

         

       영광그룹 중동 쪽 투자자들의 대거 손절.

         

       사실 그것만으로도 비상사태인데 거기에다가 기름을 들이붓는 사건이 하나 더 일어났다.

         

       바로 영광그룹의 후계자인 권대한이 일으킨 설소영 납치 사건.

         

       가뜩이나 평소 인성으로 논란이 있던 그가 또 한 번 큰 사고를 일으켰기에 사람들은 자연스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후에 권대한이 이끌 영광그룹의 미래는 어떨 것인가?

         

       투자라는 것은 현재의 기업적 가치를 보고 할 때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미래가 그만큼 밝느냐다.

         

       그런 의미에서 권대한이 이끄는 영광그룹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생각해 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뻔했다.

         

       물론 그럼에도 영광그룹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여전히 한국 최고의 대기업이라는 이름값을 가지고 있다.

         

       큰 난항을 겪게 되더라도 어렵지 않게 이겨낼 수 있다는 의미고, 정말 크게 주가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넣어만 둬도 크게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지는 폭이 서서히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한순간에 커진다면 사람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단체로 손이 벌벌 떨리면서 패닉이 오겠지.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지금이 가장 고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매도를 할지 안 할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면서.

         

       그 와중에 조금만 더 지켜보자는 쪽과 서둘러 발을 빼자는 쪽으로 나뉘긴 할 건데 딱히 의미가 없는 얘기였다.

         

       후자의 수가 아무리 적어도 중동 투자자들이 발을 뺀 소식이 전해진다면, 그 순간 어느 쪽으로 기울 지는 뻔한 소리였으니까.

         

       여기서 문제는 이미 손해를 본 사람들이 미련 없이 손절만 하고 쿨하게 떠날 리는 절대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쯤 영광그룹으로 향한 분노가 가득 담긴 비난과 거센 항의 전화가 솟구치며 말 그대로 대혼란을 겪고 있을 것이다.

         

         

       “…….”

         

         

       그리고 현재 영광그룹에서 일어난 모든 소식을 그대로 접하게 된 홍연화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남편과의 통화를 끝마쳤다.

         

       ……어째서.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자신이 알고 있던 한국 최고의 대기업인 영광그룹이 고작 한순간에 이 정도로 큰 피해를 보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가?

         

       사실 이제는 딱히 의미 없는 의문이었다.

         

       애초에 실제로 그 일은 이미 일어나고 있었으니.

         

       그렇기에 홍연화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사장실 안에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아까부터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한 남학생을…….

         

       그 모습을 보며 홍연화는 단지, 남학생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생겼다.

         

       도대체 정체가 뭐냐고.

         

       하지만 이사장실을 다급히 방문한 누군가로 인해 홍연화는 그 질문을 남학생에게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사적인 자리에 나타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최, 최도진?’

         

         

       현 한국의 대통령.

         

       어째서인지 그가 이 자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최도진은 이사장실의 분위기를 한번 살펴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역시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재벌가의 자제들끼리 일어난 마찰, 영문도 모른 채 일어난 영광그룹의 주가 폭락.

         

       그리고 스튜디오엔믹스의 유연정 국장으로부터 전해 듣게 된, 가장 충격적인 소식.

         

       최도진은 한빛예술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는 남학생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권대한과 홍연화를 가볍게 지나치며 남학생의 앞에 섰다.

         

         

       “이제서야 드디어 정식으로 인사드릴 수 있겠군요.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여기서 더 놀라운 점은 최도진이 먼저 남학생에게 고개를 숙였다는 점이었다.

         

       물론 남학생 역시 최도진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행동에 깜짝 놀란 듯 손을 저었다.

         

         

       “그… 이렇게까지 저한테 예의를 차리실 필요는……”

       “아닙니다. 당신은 한국의 보물 같은 분이고, 개인적으로도 정말 팬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최대한 신경 써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저를 찾아오신 거예요?”

       “예. 제가 직접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훨씬 깔끔하고, 빨리 끝날 겁니다.”

         

         

       사실 서은우가 부탁한 것은 그의 손자인 정지훈에게 학교의 안내와 어느 정도 상황에 따른 도움을 받는 정도였다.

         

       정지훈 정도면 권대한을 따르는 학생들을 똑같이 컨트롤 할 수 있고, 학교의 출입과 이동도 편할 테니.

         

         

       ‘……미친.’

         

         

       한편.

         

       식은땀을 흘리며 그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영광고등학교의 이사장, 유재현은 남학생의 정체가 무엇인지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누나인 유연정이 주의하라고 경고할 정도로 스튜디오엔믹스와 깊은 관련이 있고, 최도진 대통령마저도 움직이게 할 정도의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인물.

         

       한국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선 딱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되려 이런 의문이 든다.

         

       그 신비로운 작가가 저기 있는 망나니, 권대한과 동갑이다? 심지어 작품을 만든 연도를 생각해 보면 훨씬 어린 나이에 만들었다는 뜻이 된다.

         

       정녕 그것이 가능한 것인가?

         

       정말 가능하다면 세간의 평가와 가치가 지금보다 더 올라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최도진 대통령이 선뜻 움직인 시점부터 이미 기정사실이 되어버린 것 같지만.

         

       그때였다.

         

         

       “홍 여사님.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설소영 학생과 서은우 학생에게 사과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최도진 대통령이 홍연화를 향해 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말은 누가 봐도 서은우와 설소영의 편을 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홍연화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도대체……”

         

         

       이윽고, 아직까지 남학생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한 홍연화가 최도진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남학생이 누구길래 그렇게 대놓고 편을 드시는 겁니까?”

       “그게 이 상황에서 굳이 중요할까요.”

         

         

       허나, 그 질문에 대답한 것은 질문을 받은 최도진이 아닌 남학생, 서은우였다.

         

       서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홍연화의 앞에 천천히 다가섰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내가 퇴원한 첫날부터 당신 아들이 내 신경에 거슬리는 짓을 시원하게 저질렀다는 거고, 그 잘못에 관한 책임도 제대로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어떻게……”

       “뭘 어떻게야. 지금 당장 모자(母子)끼리 사이좋게 소영이한테 가서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사과부터 해. 그래야 기분이 조금 풀릴 것 같으니까.”

         

         

       홍연화는 서은우의 말을 들으며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정말 그의 말대로 무릎이라도 꿇지 않는 이상, 이 사태가 더욱 최악으로 끝날 것 같다는 것을.

         

       차라리 그의 요구대로 무릎 한 번 꿇고, 제대로 사과를 하는 것으로 끝나는 사태면 오히려 싼 장사가 아닐까?

         

       하지만…….

         

         

       “설마 고작 그걸로 모두 끝날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시는 건 아니죠? 그런 상상은 별로 재미없는데. 애초에 그럴 거였으면 일을 이렇게 크게 벌이지도 않았겠죠.”

         

         

       남학생의 뻔뻔해진 말투와 사람 좋은 미소를 본 순간, 큰 착각이었음을 곧바로 깨달았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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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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