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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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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주민에겐 흑마법이 거의 통하지 않아 그저 털리기만 했지만, 콧수염을 기른 남자는 고서클의 흑마법사였다. 정령왕과 정정당당하게 싸워 이길 정도의 실력은 아니지만 약화된 정령왕 정도는 제압할 실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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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서류를 마구잡이로 집어넣었던 가방 안에서 둥그런 마도구를 하나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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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령왕을 제압하기 위해 공들여 만든 감옥을 조종할 수 있는 마도구를 손에 꽉 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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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우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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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도구가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리안과 정령왕이 서 있던 방 안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회색 벽에 밝게 빛나는 선이 기하학적인 문양을 그렸고, 바닥엔 복잡한 마법진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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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령왕을 구속하고 힘을 추출했던 힘이 그곳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동시에 투명한 막이 남자가 서 있는 방과 리안이 서 있는 실험실 사이를 갈라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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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크흐흣”하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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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를 얻었으면 곧바로 도망쳤어야지. 멍청하게 남아있다가 험한 꼴을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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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의 얼굴엔 정령왕을 이미 얻은 것 마냥 오만함이 가득했다. 리안은 주절주절 무어라 떠들기 시작한 남자를 가뿐히 무시하며 속으로 마검에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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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못 부숴?’
    [ 흠…두꺼운 종이 수준이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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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언트 거미의 거미줄처럼 찢어버릴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 말에 리안은 마검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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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차라리 잘됐어. 이참에 모든 영광을 나 혼자 독차지 하는 거야! 크하하핫! 역사에 기록되는 건 나 혼자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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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를 포함한 세 명의 흑마법사가 전투 병기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중 두 명은 매드 사이언티스트에게 걸려 죽었으니,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실험의 결과물은 그 혼자 독차지할 수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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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정령왕을 제압했다 결론 내리곤 앞으로 누리게 될 영광에 취해 경박한 웃음을 연신 터뜨렸다. 이내 기분 나쁠 정도로 히죽히죽 웃으며 두 번째 마법을 발동시키고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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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제 다시 사슬에 묶일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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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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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리안이 투명한 막을 마검으로 푹 찌르더니 가볍게 잘라버렸다. 사각형 모양의 틀로 쿠기 반죽을 잘라낸 것처럼 네모난 구멍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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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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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콧수염의 남자가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실험실에서 성큼 걸어 나오는 리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개그 세계였다면 콧물까지 흘릴 법한 바보 같은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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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얼굴에는 ‘뭐지?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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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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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실성한 듯, 한 손으로 눈가를 가린 채 웃음을 흘리다가 이내 빠르게 이성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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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아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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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남자의 몸에서 새카만 마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기운, 하찮은 모습에 비해 고명한 힘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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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위기에 몰린 악역이 응당 그러듯 혼자서 무어라 중얼중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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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정령 왕이더라도 혈흑석으로 이루어진 이곳에선 절반 이하의 힘밖에 쓸 수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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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령 왕이 만들어냈던 새카만 구와 비슷한 형태의 마법구가 순식간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남자가 만들어낸 마법구는 크기가 2m는 되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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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촤라락! 와장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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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구가 크기를 키워감에 따라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가 부서지고 천장 일부가 무너졌다. 나무 벽지가 벗겨지자 검붉은색의 혈흑석이 드러났다. 그것은 마기와 공명하듯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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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오! 파트너 저 ‘혈흑석’이라는 것 꽤 멋진 것 같군! 나중에 이 몸의 방을 만든다면 반드시 저 ‘혈흑석’이라는 놈을 써주게! ]
    ‘방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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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이 자아가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검이었다. 검 수집에 미친 놈이 아니고서야 검에게 개인적인 방을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리안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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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긴 안드로이드도 방을 얻어 사는 세상에 마검이 방 하나 가지는 게 뭐 이상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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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생각을 하며 마검을 비스듬히 늘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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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거 벨 수 있을까?’
    [ 통째로 집어삼킬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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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칭) 최강 마검 앞에선 마을 하나 정도는 가뿐히 날릴 수 있는 공격도 파리의 하찮은 날갯짓이나 다를 바 없었다. 리안은 든든한 기분에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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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지지직! 쿠구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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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만들어낸 마법구에서 스파크가 튀고, 어느새 3m 크기가 되어 넓은 방 안을 가득 채울 듯 거대해졌다. 마검은 마법구와 반대로 핏물을 머금은 것처럼 오싹한 기운을 흘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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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시무시한 두 기운이 당장이라도 격돌할 것 같은 상황에 어린 정령이 어깨를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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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순간 작은 침묵이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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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르릉! 샤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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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크기의 마법구가 갑작스럽게 사람 머리만 한 크기로 응축되어 바람보다 빠르게 리안을 향해 쏘아지고, 리안의 마검은 날아오는 마법구를 정확히 베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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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콰지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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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에게서 뻗어나간 핏물처럼 진한 검격이 마법구를 깔끔하게 양쪽으로 갈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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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하학! 멍청한 놈! 베어봤자 폭발할 뿐이다! 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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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그리 소리친 후 몇 겹의 실드를 제 몸에 둘렀다. 뒤이어 일어날 거대한 폭발에 대비에 눈을 질끈 깜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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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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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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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런 폭발도 일어나지 않자 남자가 슬그머니 한쪽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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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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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폭발되었어야 할 방은 너덜거리긴 했지만, 전과 다를 바 없었다. 마검을 든 리안 또한 멀쩡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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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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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입을 헤 벌린 채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기 시작했다.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사라져버린 제 마법구를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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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제 마법구로 추정되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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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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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엔 수박만 한 검은색 구가 반으로 잘린 채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개그 필터에 당한 마법구는 결국 제 형태를 잃고 예쁘게 잘린 과일처럼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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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알 리 없는 흑마법사는 비현실적인 장면에 뇌가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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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어떻게…마법이… 마법의 형태는 절대 저리..저리 될 수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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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글던 지구가 사실은 사각형이며, 우리가 우주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 바다고 바다가 사실 우주라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처럼 흑마법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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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굳이 그런 흑마법사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가 허접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 만만하다는 것도 있지만, 이왕이면 정보를 캐낸 후 처리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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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넋을 놓은 흑마법사를 제압하고자 리안이 움직이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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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훗..”
    “헉..!”
   “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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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과 흑마법사. 두 사람 모두 소름이 끼치는 목소리에 어깨를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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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링…~ 당신 같은 남자를 기다려왔어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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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훤히 열린 문밖에서 부숭부숭한 다리털을 훤히 내보이고 있는 여장바바리맨이 나타났다. 리안은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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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뒤를 돌아본 흑마법사는 여장 바바리맨이 코트를 활짝 열어버린 탓에, 모든…것을 실시간으로 눈에 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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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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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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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큰 정신적 충격에 그대로 굳어버리자 “으흥.”하는 기묘한 소리를 내며 다가온 변태는 망태 할아버지처럼 흑마법사를 코트로 감싸 납치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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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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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순식간에 방을 떠나고 혼자 남은 리안은 이마부터 턱까지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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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강적이었어.”
    [ …요즘 인간들은 다 저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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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동물처럼 암컷, 수컷 따위로 나누어 생각하는 마검에게도 식겁할만한 장면이었던 탓에 마검의 목소리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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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럴 리가 없잖아!’
    [ 그,그럼 다행이군! …혹시 그런 취향이 있다면 언제든지 속 편하게 말하도록. 최…최대한 취향에 맞춰서 옷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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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멋들어진 제복이 아닌 바바리맨 코트를 입고 다니는 제 모습을 상상해봤다가 심마를 마주하고 말았다.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끔찍한 이미지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자 입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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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심마에서 벗어나고자 가까운 벽에 머리를 박아, 머릿속을 깨끗하게 만들려 했다. 벽에 냅다 머리를 박으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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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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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히 리안의 등에 붙어있던 말랑한 쿠션..이 아니라, 정령의 어머니가 손을 뻗어 리안의 이마를 덮었다. 몸 크기만큼 손도 거대해서 얼굴을 다 가릴 만한 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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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손이 얼굴을 덮자 시원한 물을 삼킨 것처럼 정신이 맑아졌다. 리안은 제 눈가를 덮고 있는 손을 잡아 내린 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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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마워.”
    [ 흥, 나도 그 정도는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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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이 툴툴거리는 소리를 뒤로한 채 서재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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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끄아아악!”
    “사,살려…커허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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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서 아련하게 비명이 들려왔다. 리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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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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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세계에서나 볼법한 여장을 한 바바리맨이 왜 이곳에 등장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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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상황을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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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 시체가 널려있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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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모자이크 처리된 시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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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핫핫! 나와 함께 저 노을을 향해 달리는 거다!”
    “이, 이거 나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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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력을 무시한 머리를 가진 남자가 눈을 반짝거리며 흑마법사를 어깨에 들쳐멘 채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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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흑마법사의 몸이 초등학생의 신발 가방처럼 흔들렸다. 뒷머리가 천장과 벽 따위에 부딪히자 핏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비명이 뚝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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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지나지 않아 정열적인 남자의 품에 남은 건 싸늘하게 식은 시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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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다음화 퇴고 중… 12시 전에 가져오는게 목표지만.. 만약 늦게 된다면 새벽안에 꼭 가져오겠습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개그 주민에겐 흑마법이 거의 통하지 않아 그저 털리기만 했지만, 콧수염을 기른 남자는 고서클의 흑마법사였다. 정령왕과 정정당당하게 싸워 이길 정도의 실력은 아니지만 약화된 정령왕 정도는 제압할 실력이 있었다.

남자는 서류를 마구잡이로 집어넣었던 가방 안에서 둥그런 마도구를 하나 꺼내 들었다.

정령왕을 제압하기 위해 공들여 만든 감옥을 조종할 수 있는 마도구를 손에 꽉 쥐자.

우우웅 -…

마도구가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리안과 정령왕이 서 있던 방 안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회색 벽에 밝게 빛나는 선이 기하학적인 문양을 그렸고, 바닥엔 복잡한 마법진이 생겨났다.

정령왕을 구속하고 힘을 추출했던 힘이 그곳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동시에 투명한 막이 남자가 서 있는 방과 리안이 서 있는 실험실 사이를 갈라놓았다.

남자는 “크흐흣”하고 웃으며 말했다.

“자유를 얻었으면 곧바로 도망쳤어야지. 멍청하게 남아있다가 험한 꼴을 보는 거다.”

남자의 얼굴엔 정령왕을 이미 얻은 것 마냥 오만함이 가득했다. 리안은 주절주절 무어라 떠들기 시작한 남자를 가뿐히 무시하며 속으로 마검에게 말을 걸었다.

‘이거 못 부숴?’

[ 흠…두꺼운 종이 수준이군. ]

자이언트 거미의 거미줄처럼 찢어버릴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 말에 리안은 마검을 들어 올렸다.

“그래, 차라리 잘됐어. 이참에 모든 영광을 나 혼자 독차지 하는 거야! 크하하핫! 역사에 기록되는 건 나 혼자로 족하다!”

그를 포함한 세 명의 흑마법사가 전투 병기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중 두 명은 매드 사이언티스트에게 걸려 죽었으니,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실험의 결과물은 그 혼자 독차지할 수 있을 터였다.

그는 정령왕을 제압했다 결론 내리곤 앞으로 누리게 될 영광에 취해 경박한 웃음을 연신 터뜨렸다. 이내 기분 나쁠 정도로 히죽히죽 웃으며 두 번째 마법을 발동시키고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자, 이제 다시 사슬에 묶일 시간 -..”

지이익.

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리안이 투명한 막을 마검으로 푹 찌르더니 가볍게 잘라버렸다. 사각형 모양의 틀로 쿠기 반죽을 잘라낸 것처럼 네모난 구멍이 생겼다.

“어?”

콧수염의 남자가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실험실에서 성큼 걸어 나오는 리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개그 세계였다면 콧물까지 흘릴 법한 바보 같은 얼굴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뭐지?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아,하하…하….”

그는 실성한 듯, 한 손으로 눈가를 가린 채 웃음을 흘리다가 이내 빠르게 이성을 되찾았다.

“…아직, 아직이다!”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남자의 몸에서 새카만 마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기운, 하찮은 모습에 비해 고명한 힘이 느껴졌다.

그는 위기에 몰린 악역이 응당 그러듯 혼자서 무어라 중얼중얼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정령 왕이더라도 혈흑석으로 이루어진 이곳에선 절반 이하의 힘밖에 쓸 수 없을 터!”

정령 왕이 만들어냈던 새카만 구와 비슷한 형태의 마법구가 순식간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남자가 만들어낸 마법구는 크기가 2m는 되어 보였다.

촤라락! 와장창!

마법구가 크기를 키워감에 따라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가 부서지고 천장 일부가 무너졌다. 나무 벽지가 벗겨지자 검붉은색의 혈흑석이 드러났다. 그것은 마기와 공명하듯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 오오! 파트너 저 ‘혈흑석’이라는 것 꽤 멋진 것 같군! 나중에 이 몸의 방을 만든다면 반드시 저 ‘혈흑석’이라는 놈을 써주게! ]

‘방이… 필요해?’

마검이 자아가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검이었다. 검 수집에 미친 놈이 아니고서야 검에게 개인적인 방을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리안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긴 안드로이드도 방을 얻어 사는 세상에 마검이 방 하나 가지는 게 뭐 이상하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마검을 비스듬히 늘어뜨렸다.

‘저거 벨 수 있을까?’

[ 통째로 집어삼킬 수도 있다. ]

(자칭) 최강 마검 앞에선 마을 하나 정도는 가뿐히 날릴 수 있는 공격도 파리의 하찮은 날갯짓이나 다를 바 없었다. 리안은 든든한 기분에 씩 웃었다.

치지지직! 쿠구궁…

남자가 만들어낸 마법구에서 스파크가 튀고, 어느새 3m 크기가 되어 넓은 방 안을 가득 채울 듯 거대해졌다. 마검은 마법구와 반대로 핏물을 머금은 것처럼 오싹한 기운을 흘리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두 기운이 당장이라도 격돌할 것 같은 상황에 어린 정령이 어깨를 움츠렸다.

일순간 작은 침묵이 흐르고.

쿠르릉! 샤아악!

거대한 크기의 마법구가 갑작스럽게 사람 머리만 한 크기로 응축되어 바람보다 빠르게 리안을 향해 쏘아지고, 리안의 마검은 날아오는 마법구를 정확히 베어냈다.

콰지지직!

마검에게서 뻗어나간 핏물처럼 진한 검격이 마법구를 깔끔하게 양쪽으로 갈라버렸다.

“흐하학! 멍청한 놈! 베어봤자 폭발할 뿐이다! 실드!”

남자는 그리 소리친 후 몇 겹의 실드를 제 몸에 둘렀다. 뒤이어 일어날 거대한 폭발에 대비에 눈을 질끈 깜았다.

..

.

“…?”

아무런 폭발도 일어나지 않자 남자가 슬그머니 한쪽 눈을 떴다.

“…??”

분명 폭발되었어야 할 방은 너덜거리긴 했지만, 전과 다를 바 없었다. 마검을 든 리안 또한 멀쩡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뭔…?”

그가 입을 헤 벌린 채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기 시작했다.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사라져버린 제 마법구를 찾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제 마법구로 추정되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설마…”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엔 수박만 한 검은색 구가 반으로 잘린 채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개그 필터에 당한 마법구는 결국 제 형태를 잃고 예쁘게 잘린 과일처럼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이를 알 리 없는 흑마법사는 비현실적인 장면에 뇌가 정지했다.

“아니, 어떻게…마법이… 마법의 형태는 절대 저리..저리 될 수 없는데..?”

둥글던 지구가 사실은 사각형이며, 우리가 우주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 바다고 바다가 사실 우주라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처럼 흑마법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리안은 굳이 그런 흑마법사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가 허접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 만만하다는 것도 있지만, 이왕이면 정보를 캐낸 후 처리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넋을 놓은 흑마법사를 제압하고자 리안이 움직이는 순간.

“우훗..”

“헉..!”

“힉!”

리안과 흑마법사. 두 사람 모두 소름이 끼치는 목소리에 어깨를 움츠렸다.

“달.링…~ 당신 같은 남자를 기다려왔어옹❤”

훤히 열린 문밖에서 부숭부숭한 다리털을 훤히 내보이고 있는 여장바바리맨이 나타났다. 리안은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뒤늦게 뒤를 돌아본 흑마법사는 여장 바바리맨이 코트를 활짝 열어버린 탓에, 모든…것을 실시간으로 눈에 담아야 했다.

주르륵.

그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너무 큰 정신적 충격에 그대로 굳어버리자 “으흥.”하는 기묘한 소리를 내며 다가온 변태는 망태 할아버지처럼 흑마법사를 코트로 감싸 납치해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남자가 순식간에 방을 떠나고 혼자 남은 리안은 이마부터 턱까지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느꼈다.

“진정한… 강적이었어.”

[ …요즘 인간들은 다 저러나? ]

인간을 동물처럼 암컷, 수컷 따위로 나누어 생각하는 마검에게도 식겁할만한 장면이었던 탓에 마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럴 리가 없잖아!’

[ 그,그럼 다행이군! …혹시 그런 취향이 있다면 언제든지 속 편하게 말하도록. 최…최대한 취향에 맞춰서 옷을… ]

리안은 멋들어진 제복이 아닌 바바리맨 코트를 입고 다니는 제 모습을 상상해봤다가 심마를 마주하고 말았다.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끔찍한 이미지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자 입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리안은 심마에서 벗어나고자 가까운 벽에 머리를 박아, 머릿속을 깨끗하게 만들려 했다. 벽에 냅다 머리를 박으려는 순간.

슥.

조용히 리안의 등에 붙어있던 말랑한 쿠션..이 아니라, 정령의 어머니가 손을 뻗어 리안의 이마를 덮었다. 몸 크기만큼 손도 거대해서 얼굴을 다 가릴 만한 크기였다.

그녀의 손이 얼굴을 덮자 시원한 물을 삼킨 것처럼 정신이 맑아졌다. 리안은 제 눈가를 덮고 있는 손을 잡아 내린 후 말했다.

“고마워.”

[ 흥, 나도 그 정도는 할 수 있다. ]

마검이 툴툴거리는 소리를 뒤로한 채 서재를 빠져나왔다.

“끄아아악!”

“사,살려…커허헉!”

저 멀리서 아련하게 비명이 들려왔다. 리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개그 세계에서나 볼법한 여장을 한 바바리맨이 왜 이곳에 등장한단 말인가?

리안은 상황을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

[ 시체가 널려있군. ]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모자이크 처리된 시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핫핫핫! 나와 함께 저 노을을 향해 달리는 거다!”

“이, 이거 나아악!”

중력을 무시한 머리를 가진 남자가 눈을 반짝거리며 흑마법사를 어깨에 들쳐멘 채 달리고 있었다.

남자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흑마법사의 몸이 초등학생의 신발 가방처럼 흔들렸다. 뒷머리가 천장과 벽 따위에 부딪히자 핏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비명이 뚝 끊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열적인 남자의 품에 남은 건 싸늘하게 식은 시체뿐이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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