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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6

       “두 분.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고 있으신가요?”

       

       

       딸과 함께 집으로 들어오는 용사의 아내는 나와 용사를 보며 물었다.

       

       

       “그냥 뭐,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지. 네가 듣기에는 그리 재밌는 이야기는 아닐테지만.”

       

       

       은근슬쩍 아내의 질문을 흘려내는 용사.

       

       하지만…. 이 문제는 네 아내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만.

       

       

       나는 용사의 등을 가볍게 퍽 때리고서 용사의 아내를 보며 말했다.

       

       

       “네 딸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였단다.”

       

       “누님?!”

       

       “시끄럽다. 네 아내도 알 권리가 있지 않느냐.”

       

       

       나는 다시 한번 용사의 등짝을 퍽!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하, 하지만….”

       

       “시끄럽다. 바보녀석.”

       

       

       그렇게 일방적인 폭력으로 용사를 두드리고 있으니, 용사의 아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50대의 여성이 하기에는 지나치게 젊어보이는 몸짓이지만, 30대 정도로 보이는 외모니까 딱히 이상하진…. 음…. 30대도 좀 소화하기 힘든가.

       

       

       “제 딸의 미래라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요?”

       

       “음. 그 아이 속에 있는 나의 마력이 문제가 될 것 같아서 말이다.”

       

       “마력? 그게 뭔지는 모르겠는데, 제 몸 안에 고모의 마력이라는게 들어 있는 건가요?”

       

       

       용사의 딸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나에게 되물었다.

       

       음. 놀랄만하지. 인간에게 있어서 마력이란 아직 미지의 존재. 막연히 존재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인 힘이니까. 그런게 몸 속에 흐르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놀라는게 당연할게야.

       

       음, 그러고보면 프로키온에서도 마력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는 없었던 모양이고.

       

       아차, 말이 옆으로 새었군.

       

       

       “제 안에 뭘 넣으신거에요? 괜찮은거 맞죠?”

       

       “오히려 그러지 않았으면 네가 살아있지 못했을게다.”

       

       

       나는 검지손가락으로 딸아이의 이마를 살짝 밀었다.

       

       그러자 그 아이의 몸 속에 스며들어 있는 나의 마력이 아주 살짝 움직였고, 용사의 딸은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바, 방금 뭐에요?”

       

       “네 안에 스며들어 있는 나의 마력이 아주 약간 움직인 것이란다. 아주 약간 움직인 것만으로도 그런 영향이 나올 정도지.”

       

       “무, 무서운데요! 이거! 어떻게 못없애나요?”

       

       

       그 말에 나는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것이 있기에 네가 아직도 살아있는 것이란다. 태어날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말이야.”

       

       

       나약한 갓난아기가 이렇게 자랄 정도로 지켜주었으니까 말야.

       

       그런 딸의 모습을 보며, 용사의 아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저, 용의 무녀님? 그 마력이라는건 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나요?”

       

       

       영향이라.

       

       

       “인간을 벗어나 나와 흡사한 존재가 되어가겠지.”

       

       

       용사와는 달리, 용사의 아내에게는 모든 이야기를 말할 수 없었다.

       

       용사는 내 정체를 알고 있지만, 용사의 아내는 내가 그저 용의 무녀라고 알고 있으니 말이야.

       

       

       “용의 무녀님과 흡사한 존재…? 다음번 용의 무녀가 되는건가요?”

       

       “고모처럼 되는거야? 나? 그건 좀 싫은데.”

       

       

       아니, 나처럼 되는 것이 싫다니. 이건 또 예상 밖의 대답이로군.

       

       

       “나처럼 되는게 어때서 그러는게냐?”

       

       “하지만 고모. 아무런 일도 하지 않잖아요.”

       

       

       아, 아닌데! 일 하는데! 생명의 여신 겸 창세신룡으로 매일같이 일하는데!!!

       

       게다가 죽음의 신들도 나한테 일거리를 조금씩 넘기려는 불온한 움직임을 보여서 혼낸 적도 있는데!

       

       생명 신전쪽의 일은 대부분 드래곤들이 알아서 조율하고 있어서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가끔씩은 내 의견을 물을때가 있어서 상담해주는데!!!

       

       단, 전부 집에서 원격으로 일하고 있어서 그렇지!

       

       

       “맨날 집에서 노닥거리고 있고, 가끔 바람 좀 쐬자고 손을 잡아끌어도 싫다며 방 안에 콕 틀어박혀 있고. 아빠도, 엄마도. 모두 바쁘게 일하는걸요. 오직 고모만 일하지 않아요.”

       

       

       크윽. 나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이 아이에게 내 정체를 밝힐 수 없고 말이야!

       

       용사는 내 정체를 알고 있어서 어색하게 웃고 있지만.

       

       

       “아무튼, 고모처럼 되고 싶진 않아요. 엄마 아빠처럼 되는게 좋은걸요?”

       

       “그, 그렇니…. 하지만 나처럼 된다면 큰 힘을 얻을 수 있고, 수명도 엄청 늘어날텐데?”

       

       “큰 힘? 그걸로 뭘 할 수 있어요?”

       

       

       무엇을 할 수 있냐라….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저 아이에게 있는 마력량으로도, 평범한 인간과 비교하기에는 막대한 양일테니까.

       

       전부 다 쓴다면 생명이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일은 어지간해선 없겠지. 응.

       

       

       “내가 하고 싶은건 엄마 아빠 고모랑 행복하게 사는 것 뿐인걸?”

       

       

       녀석. 기특한 소리를 하는구나.

       

       그런 작은 아이의 말에 용사와 용사의 아내도 감격한 것인지, 눈빛이 촉촉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힘이 있다면 정말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텐데?”

       

       “음…. 하지만 가족이랑 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 외에 딱히 하고 싶은 것은 없는걸요.”

       

       

       세상 만사 태평하게 살아가는 욕심이 없는 녀석이로다.

       

       

       “수명이 늘어나서 오래 살 수도 있는데?”

       

       “음…. 오래 살면 뭐가 좋아요?”

       

       

       

       아이의 순진한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오래 살면 뭐가 좋냐라.

       

       

       “하고 싶은 일들을 전부 해본다거나?”

       

       “나는 가족들이랑 행복하게 사는 것 말고는 딱히 하고싶은게 없는걸?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엄마아빠랑 고모가 해주잖아요?”

       

       “세상 곳곳을 여행다닌다거나?”

       

       “지금도 가고싶은 곳이 있으면 고모가 데려다 주는걸요 요전에 바다에 갔을때는 재미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거나?”

       

       “가족들만으로도 충분한걸요?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면 피곤하고.”

       

       

       어린아이 답지 않은 대답들.

       

       오래 살면…. 뭐가 좋은걸까.

       

       긴 세월을 지내오면서 생각치도 못한 의문이 내 머릿속을 채워간다.

       

       생명은…. 어째서 살아가는걸까….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함일까? 후손을 널리 퍼트리기 위함일까?

       

       생명이 가진 의미란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생명의 여신으로 불리우면서, 그런 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가.

       

       생명의 여신으로서, 생명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생명의 여신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고모?”

       

       

       그런 나의 생각은 용사의 딸에 의해 끊어졌다.

       

       무언가 중요한 것과 이어지는 느낌이 끊어졌다.

       

       

       “아, 음. 잠깐 다른 생각을 했구나.”

       

       

       크흠. 그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하자.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고찰보다는, 지금은 이 아이의 미래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할테니까.

       

       

       “그리고 아빠 이야기에 많이 들었는걸요! 용사로 활약하면서 많이 고생했다고! 그런 힘이 있다면 나도 용사 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용사를 해야 하는건 아니다만…. 그 힘을 노리고 다른 사람들이 다가올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귀찮을 것 같은데.”

       

       

       어디에서 배운 것인지, 상당한 귀차니즘을 자랑하는 작은 아이였다.

       

       

       “힘도, 긴 수명도 딱히 필요 없어요.”

       

       

       아주 사소한 것인양 말하는 작은 아이. 그정도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목숨도 바칠 수 있을 자들이 셀 수 없이 많을텐데. 중요하지 않은듯이 말하는구나.

       

       뭐, 그것도 나쁘진 않을테지.

       

       

       “대충 방향은 결정되는 것 같구나. 용사.”

       

       “네. 그런 것 같군요. 제 딸이지만 참 비범하군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을 저렇게 쉽게 포기하다니. 이 아이도 보통은 아니야. 보통은.

       

       하지만, 혹시 모르니 한가지 안전장치를 준비해주자.

       

       

       “이 아이의 뜻이 이러하니 봉인을 하는 것이 맞겠으나…. 음. 지금 당장은 임시로 봉인해두고, 나중에 네가 성인이 된 이후에 다시 한번 물어보도록 하마.”

       

       “네? 귀찮지 않나요?”

       

       “그만큼 중요한 일인게지. 네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완전히 봉인하도록 하마. 알겠지?”

       

       

       시간이 지나서, 이 아이의 생각이 바뀔 수 있지 않은가.

       

       그때는, 봉인을 풀어주면 될테니까.

       

       

       “그 봉인이 이 아이에게 다른 영향을 끼치진 않나요?”

       

       “영향이라. 음…. 대충 머리색이 조금씩 원래의 색을 되찾는 정도일까?”

       

       

       이미 자라난 머리카락은 은발인 상태일테지만, 새로 자라는 머리카락은 본래의 색을 되찾겠지.

       

       이미 어느정도 완성된 골격이나 외모는 큰 변화를 가지기 힘들테지만.

       

       

       “네? 머리색이요?”

       

       

       용사의 아내는 자신의 딸의 머리를 감싸안았다.

       

       

       “이 빛나는 은발이 사라진다니! 그건 안될 말이에요! 이 아이의 은발이 얼마나 아름다운데요!!”

       

       “아니, 그렇게 말한들….”

       

       “그, 그렇다면 머리카락만 유지할 순 없을까요? 이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을 때마다 꼭 용의 무녀님과 자매인 것 같은 느낌인지라,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데….”

       

       

       어, 음…. 결혼하더니 어딘가 이상해진건가?

       

       나는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게 가능하겠느냐?”

       

       “하지만….”

       

       “엄마도 참. 주책이야!”

       

       

       용사의 딸은 제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며 투덜거렸다.

       

       

       “고작 머리색가지고! 별 것 아니잖아요!”

       

       “별 것 아니라니….”

       

       “자아, 두 사람. 일단 진정하자고. 응?”

       

       

       그런 둘 사이에 용사가 끼어드는 것으로 분위기가 조금 진정된다.

       

       

       “그러면 일단 임시로 봉인하고, 성인이 된 이후에 한번 더 묻는 것으로 완전히 봉인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그걸로 괜찮겠지?”

       

       “지금 당장 봉인해도 괜찮지만요!”

       

       “으으, 용의 무녀님과 같은 은발이….”

       

       “엄마도 참!”

       

       

       그런 한 가족의 모습에, 나는 작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후원 메시지… 바꿔줬으면 좋겠당… 흑…

    잠깐 눈 붙인다고 침대에 누웠는데, 깨어나니 오후 5시네요.

    뭐야 이거. 스탠드 공격인가.

    큰 힘과 긴 수명을 포기하고 안빈낙도의 삶을 살아간다…. 솔직히 저는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지만요.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 음… 영문을 모르겠어.

    하지만 그게 그 사람의 삶이니까요.

    하는 김에 표지도 바꾸기!!!

    오늘도, 내일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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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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