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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6

       “여어, 할배!!”

       

       “오늘도 기운차구나, 루루야.”

       

       소년 기사는 루루의 안녕태클을 안정감 있게 받아주고는, 그녀를 안은 채로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고 오랜 기억을 더듬어 그가 노인이었을 적 말투를 떠올려냈다. 젊음을 되찾은 이후에는 자신의 나이를 특정 짓는 말투를 삼가는 편이었지만, 루루의 앞에서는 이렇게 맞춰주곤 했다.

       

       나이 차이를 생각하면 할아버지가 어린 손녀를 품에 안고 놀아주는 셈이었지만, 서로의 비주얼이 비주얼인지라. 키가 160 언저리로 비슷비슷한 꼬꼬마들끼리 부둥켜안고 노는 모습이었다.

       

       루루는 소년 기사의 품에 얼굴을 묻고 냄새를 맡았다.

       

       약초와 흙냄새가 난다. 그는 언제나 이랬다. 왜 항상 이런 냄새가 나느냐고 물어보았던 적이 있는데, 소년 기사는 ‘지나가다 약초가 보이면 캐 먹어서’라고 했다.

       

       한 열흘쯤 아무것도 안 먹어도 정정한 양반이,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약초를 왜 씹고 다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루루는 한참이나 그러고 있다가 문득 달력을 바라보았다. 할배 오는 날(추정)이라고 표시해 둔 동그라미는, 지금보다 훌쩍 미래에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

       

       “일찍 왔지.”

       

       소년 기사는 팔짱을 끼고 탐탁잖은 표정으로 혀를 찼다. 도시 하나를 청소하고, 부패 귀족 하나와 흑마법사 다섯을 베었지만, 결국엔 허탕이었다.

       

       “못된 놈들 뿌리를 뽑을 생각이었는데, 빨리도 도망치더구나. 도마뱀 아니랄까 봐 꼬리를 잘라내는 솜씨가 예술이야.”

       

       “어, 나 그거 TV에서 봤어! 도마뱀이 꼬리를 물리니까, 이렇게 똑 하고 떼서 달아나는 거! 그거 보고, 오대수한테 우리도 팔 붙잡히면 똑 떼고 달아나면 되겠다구⋯⋯.”

       

       “⋯⋯TV가 무어냐? 오대수는 누구고?”

       

       “아. TV는, 그러니까 이따시만하게 크고, 이것저것 영상이 나오는 거고! 그리고, 오대수는⋯⋯ 친구야.”

       

       소년 기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친구?

       

       지금까지 속 터놓고 말할 사람 하나 없었던 가엾고 딱한 아이에게 친구라니. 

       

       루루는 정이 고픈 순진한 아이인 데다가, 머리를 굴리는 데에는 소질이 없었다. 그러니 그 오데스라는 자는 친구라고 구색을 붙여 이득을 취하려는 날파리일 가능성도 있었다. 

       

       환경을 가꾸지는 못 해주더라도, 엄한 날파리가 붙는 것은 베어주어야지. 소년 기사는 의자에 앉아서 자상하게 물었다.

       

       “자세히 좀 얘기해 보려무나.”

       

       루루는 그 말에 눈동자를 오른쪽 위로 잠깐 올렸다가, 어물거리면서 말했다.

       

       “음, 그게⋯⋯ 죽었어.”

       

       “저런.”

       

       어딜 어떻게 봐도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다만 100% 거짓은 아니고, 진실과 거짓이 애매하게 섞여 있다고 해야 할까. 

       

       소년 기사는 감히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생각이냐며 엄포를 놓는 대신, 좀 더 부드럽고 온건한 방법을 쓰기로 했다.

       

       부하를 시켜서 뒷조사를 하는 거다.

       

       건실한 녀석이면 루루의 좋은 친구로 남겨 두고, 사악한 녀석이면 조용히 실종시키면 될 터. 소년 기사는 바쁜 사람이었지만, 정 붙인 아이를 위해서 손을 써 줄 정도의 시간은 있었다.

       

       놀아줄 시간도 넉넉했고.

       

       “그럼⋯⋯ 가볍게 몸이나 풀어 보겠느냐?”

       

       “출장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으면, 피곤한 거 아냐?”

       

       “이제는 남 생각도 해주는구나, 기특하기도 하지.”

       

       주변 사람들이 이제 와서 루루에게 사회성을 심어주려고 하지는 않았을 테니, 이 변화는 그 ‘친구’로 인한 것이리라. 가산점 1점 추가.

       

       소년 기사는 검을 뽑아 자연스럽게 늘어뜨렸다.

       

       그 모습이 나무에 나뭇가지가 달린 것처럼 자연스럽다. 담금질 된 쇠로 만들어진 날붙이는, 원래 그렇게 자라난 것처럼 손에 붙어 있었다.

       

       루루는 주먹을 쥐었다.

       

       그녀가 보기에, 소년 기사는 커다란 산맥처럼 보였다. 이전까지의 그녀는 ‘더 세게 때리면 산맥도 언젠가는 무너지겠지’라고 생각해 왔으나, 지금은 살짝 달랐다.

       

       상상 속의 오대수가 루루에게 잔소리를 시작했다.

       

       ‘머리를 써라, 머리를! 무작정 들이박지 말고, 어디가 약한지는 생각해 보고 주먹을 휘두르라는 말이야!’

       

       음⋯⋯.

       

       “으으음⋯⋯.”

       

       저 할배는 약해 보이는 부분이 없는데 대수야.

       

       ‘완전무결은 있을 리가 없어. 실력 차이가 많이 나서 네 눈에는 안 보일 뿐이지.’

       

       안 보이면 어디를 찌르라는 건데?

       

       ‘적을 파악할 수 없으면,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를⋯⋯ 템트리를 생각해. 회복이 있으면 치감을 가고, 방어력이 단단하면 블클 올려.’

       

       그럼.

       

       산맥을 무너뜨리려면, 좁쌀만 한 구멍으로는 안 될 테니까. 아무래도 커다란 폭발이 필요할 것 같아. TNT 같은 거. 유튜브 쇼츠에서 봤어.

       

       우우우우웅──!!

       

       루루는 주먹에 마력을 모았다. 상상하는 건 커다란 폭발. 그녀의 의지가 가해지자, 마력의 성질이 조금씩 바뀌어나갔다. 아주 원시적인 방법이었다.

       

       정교한 기술과 공식에 의한 성질변환이 아닌, 간절히 바라는 것으로 효과를 내는 원시 마법. 그 효율은 극히 낮았으나.

       

       기술을 아예 안 쓰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쩌적. 쩌저적.

       

       루루의 오른손에 밀집된 마력이 고체화되어, 마력 결정이 마치 건틀릿같은 모양새를 띄었다. 그리고 부여된 폭발의 성질. 마력 결정은 옅은 분홍색으로 물들었다.

       

       “할배, 간다──!!”

       

       “오려무나.”

       

       그리고, 정권 지르기.

       

       “『로데오 임팩트』──!!”

       

       약간의 기교를 포함한 무시무시한 일격이 휘둘러졌다. 소년 기사의 눈동자는 주먹에 담긴 위력과, 그 피해를 정교하게 산출해 냈다.

       

       그대로 맞고 터지면, 수도기사단 본부 건물 반쪽이 폭발로 날아간 뒤에, 후폭풍으로 저택 세 채를 무너뜨리고 끝나겠군. 

       

       이전의 루루와 비교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위력이 5할은 늘어난 듯했다. 

       

       지워야겠다.

       

       느슨히 늘어져 있던 소년 기사의 검이, 소리도 형태도 없이 움직였다.

       

       “우화(羽化), 『격물(擊物)』.”

       

       하나, 둘, 셋.

       

       루루는 소년 기사의 검격을 볼 수는 없었으나, 그것이 세 번 휘둘러졌음을 느꼈다. 한껏 힘을 모아서 때린 『로데오 임팩트』가, 세 번에 나뉘어 베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재앙에 가까운 마력이 사라진 뒤 남은 것은, 소녀의 앙증맞은 펀치뿐이다.

       

       텁.

       

       소년 기사는 손바닥으로 루루의 주먹을 가볍게 받았다.

       

       “많이 늘었구나. 그만한 마력에 기교를 싣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잔소리 많이 들으니까 되더라!”

       

       “그 친구가 알려 준 게냐?”

       

       “응. 대수가 하루 종일 쪼아 대서.”

       

       루루가 단순무식하게 마력만 쏟아내던 것은, 그녀에게 그만한 마력을 정교하게 움직일 지혜가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대량의 마력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어서였다.

       

       작은 물줄기는 손짓만으로도 방향을 바꿀 수 있으나, 바다의 물길을 바꾸려면 커다란 힘이 필요하니까.

       

       훌륭한 교습. 가산점 1점 추가.

       

       소년 기사는 오데스라는 녀석이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물었다.

       

       “오데스라는 자는 남자냐?”

       

       “어⋯⋯.”

       

       루루는 골똘히 궁리하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둘 다?”

       

       “?”

       

       소년 기사 또한 생각의 시간에 잠겼다. 둘 다? 

       

       둘 다라는 게, 둘 다 달렸다는 소리야, 둘 다 없다는 소리야. 아니, 그걸 안다는 건 까 봤다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그러면 가산점을 줘야 하나 빼야 하나, 심오한 고민이었다.

       

       소년 기사가 상상 속에서 오데스인지 뭔지의 모습을 그려내는 사이, 루루는 팔짱을 끼고 가슴을 쭉 편 뒤에 당당하게 말했다.

       

       “나 하고 싶은 거 생겼어 할배!”

       

       “하고 싶은 건 중요하지. 내가 도와줄 수 있다면 도우마.”

       

       “나 정의의 용사가 되고 싶어. 멋지더라!”

       

       “음⋯⋯.”

       

       정의.

       

       정의에 도취된 사람 중 십중팔구는 비참하게 죽는다. 어지간한 힘으로는 지켜내기 힘든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보통은 만류하는 편이었으나.

       

       루루는 어지간한 힘이 아니라 엄청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 정의를 꿈꾸어도 신변에 이상은 없을 터. 소년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러면, 수도기사단 3팀 부장 로널드에게 물어보려무나. 그가 잘 알게다.”

       

       “할배가 알려주면 안 돼?”

       

       “나는 정의롭지 않거든.”

       

       소년 기사는 점잖게 웃으면서 루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루루는 그가 정의의 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게 내심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온갖 못된 놈들을 때려잡고 제국에 평화를 가져오는 사람이 정의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라는 말인가. 루루는 그냥⋯⋯ 할배가 부끄럼을 타나 보다 하고 넘겼다.

       

       그나저나, 수도기사단 3팀이라.

       

       그건, 콧수염 아저씨가 이끄는 팀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루루의 기억에 남은 그들의 모습은, 영 맥아리가 없었다.

       

       “걔네가 잘 알아⋯⋯? 가끔 놀러 가면, 항상 일은 안 하고 놀고 있던데⋯⋯.”

       

       ===============================================================

       

       건물 지하에 숨겨진, 수도기사단 3팀 지휘본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범죄자들을 처벌하기 위해서 힘쓰는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그들에게, 비명 담당 기사의 생체-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비상!!!”

       

       “뭐, 뭐냐! 비명 담당!! 상황을 보고해라!!”

       

       “수도기사단장 방문!! 수도기사단장 방문!!”

       

       “끼야아아아악!!”

       

       그 끔찍한 소식에 3팀 지휘본부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집안에 갑자기 코끼리가 비집고 들어오는 격이다. 

       

       코끼리는 기본적으로 초식동물에 무해하다지만, 성질을 건드리는 순간 집은 무너진다. 수도기사단장 또한 그렇다. 심지어 그녀는 무려 ‘호기심 많은 코끼리’였다!

       

       이 중차대한 위협에 맞서, 3팀 부장 로널드는 이번에도 명쾌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전원, 복종의 자세를 취한다-!! 곧 등장할 최상위 포식자에게, 우리는 전면적으로 무해하며, 대련이든 팔씨름이든 주사위 놀이든, 모든 종류의 도전에 즉각적으로 항복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몸으로 알려주는 거다-!!”

       

       “예!”

       

       “저, 저기, 부장님⋯⋯. 복종의 자세가 뭡니까?”

       

       “너는, 신입이로군?! 좋아, 잘 봐둬라. 그건 바로 인체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 배를 보이고 드러눕는 거다-!!”

       

       발라당.

       

       3팀 전원은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몇몇 유능한 기사는, 준비해 둔 비상용 베개와 이불을 반출하여 수면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짐승은 수면을 취할 때 가장 무방비하니까!

       

       수도기사단장이 관심을 보일 만한 모든 것을 치운다. 애초에 전투광이 싸움을 걸어 올 건덕지를 주지 않는다. 이것이 해답.

       

       실제로 이 포메이션은 수도기사단장에게 효과적이었으며, 다른 부서가 한 번씩 불가피한 리모델링 공사를 당할 때, 3팀만큼은 그들의 본부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니 이번에도, 완전무결한 무방비로 대응하는 것이다.

       

       지이이잉.

       

       “저기, 나 물어볼 게 있어서 왔⋯⋯.”

       

       루루가 자동문을 열고 3팀 본부로 들어왔을 때, 모든 기사들은 죽은 동태 눈깔로 바닥을 굴러다니는 중이었다. 누구는 자리까지 펴고 이불 덮고 자고 있었다.

       

       항상 이랬다. 그녀가 방문할 때마다, 3팀 녀석들은 한껏 농땡이를 부리는 중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이 녀석들을 한 단어로 표현할 줄 안다. 

       

       “월급 루팡⋯⋯.”

       

       “⋯⋯⋯⋯.”

       

       정의?

       

       정의보다 직업윤리부터 공부해야 하는 게 아닐까.

       

       루루는 한숨을 내쉬면서 빈 의자에 걸터앉았다. 할배는 빈말을 안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3팀을 콕 찝어서 말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터.

       

       그래서 밑져야 본전으로 말해보기로 했다. 안대까지 쓰고 코를 골고 있는 3팀 부장 로널드가, 듣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있잖아, 나 정의의 용사가 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어서 찾아왔어.”

       

       “⋯⋯⋯⋯.”

       

       움찔.

       

       “할배한테 물어보니까 여기로 가라고 하더라고. 3팀 콧수염 아저씨가 잘 알 거래.”

       

       “⋯⋯⋯⋯!!”

       

       움찔움찔. 로널드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루루가 자꾸만 로널드의 행복버튼을 자극하자, 물밑에서 기사들끼리의 소리 없는 커뮤니케이션이 빠르게 오갔다.

       

       이건 함정입니다 부장님-!! 갑자기 수도기사단장이 저런 말을 내뱉는 건 이상합니다! 이대로 자는 척을 방해해서 부장님과 대련하려는 겁니다!

       

       하지만 무려 그 소년 기사, 제국의 검성이 내 샤라웃을 해 줬다는데⋯⋯!!

       

       구라일 겁니다 부장님! 결코 넘어가서는──!

       

       “나⋯⋯ 정의에 대해서는 잘 몰라. 정의가 뭔지도 잘 몰라. 그냥, 그게 멋져 보여서 관심이 생겼어. 사람들을 구하고, 무엇보다도 웃음을 주는 거 말야. 내 친구가 그랬거든.”

       

       “⋯⋯⋯⋯.”

       

       “그래서, 나도⋯⋯ 친구 옆에 나란히 서고 싶다고 해야 하나.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나도 떳떳하게, 이만큼 사람을 구했다고 자랑하고 싶⋯⋯.”

       

       로널드는 풋풋한 정의의 태동을 더 이상 참아낼 수 없었다. 이게 함정이라면 양심적으로 맞아줘야 했다.

       

       벌떡! 그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포효했다.

       

       “그렇다면 잘 찾아왔다, 이곳이 바로 정의 구현의 최전선! 우리는 강철같은 법의 집행자-!!”

       

       “⋯⋯어, 자고 있는 거 아니었어?”

       

       “정의로운 영혼이 나를 깨웠지! 수도기사단장, 나는 지금 격렬하게 감동하고 있다⋯⋯ 정의란, 그래,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었지⋯⋯.”

       

       그동안 벌을 주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매몰되어 있었다. 그러나 법이란, 그것을 행함으로써 누군가에게 미소를 주는 것이 본질일 터!

       

       로널드는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감동에 떨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지나가던 코끼리에게 깨달음을 얻기도 하는 것이었다.

       

       루루는 좀 부담스러워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로널드는 건치 미소를 지으며 루루의 어깨에 손을 척 올렸다.

       

       “우리들의 정의가 정답이라고는 않겠다. 하지만 정의를 알아가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여기에 있는 모두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이들이니까!”

       

       “어, 으응⋯⋯. 그, 알았어.”

       

       “수도기사단장이 협력해 준다면, 여태 추진하지 못했던 여러 작전들도 가능⋯⋯ 하지만, 막 피어나려는 새싹에게 일거리만을 쥐여주는 것은 언어도단! 차근차근 일을 진행하며, 정의에 대한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도록 하자!!”

       

       “어, 응⋯⋯ 알았으니까 조금 떨어져서 얘기해 줄래?”

       

       루루는 로널드를 툭 밀어냈다. 쾅! 소리와 함께 로널드는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는 자연스럽게 뒷구르기로 전환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화이트보드 한켠을 가리켰다.

       

       “최근, 우리에게 심도 깊은 질문을 던져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건 바로, 크라운홀에 나타난 자경단!”

       

       “자경단⋯⋯?”

       

       “그래! 공권력이 아니며, 법의 테두리 밖에서 움직이는 자! 푸른 머리카락과 스커트를 나풀거리며 악인들에게 사적제재를 일삼는다고 하더군!! 그 용기와 정의로움은 높게 평가할 만하지만, 법이라는 것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

       

       “잠깐만.”

       

       흘려듣기에는 조금, 아니. 아주 많이 가슴이 뛰었다.

       

       루루는 주먹에 마력을 모았다. 아주 많이. 그러자 3팀 내부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그, 푸른 머리카락⋯⋯ 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 거, 다 말해 줘.”

       

       “보고 담당 에르빈, 발언하겠습니다! 해당 인물에 대한 목격 증언은 일주일 전부터 발생하였고, 그녀는 레이피어를 주 무장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 활동 무대는 ‘원 바깥’이지만, 도주경로로 추정컨대 ‘원 안’에 거점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 수도기사단에게 업무가 이관된⋯⋯.”

       

       “그거, 내가 해결⋯⋯ 아니지. 후, 침착해 김루루. 나, 그 사건을 해결하고 싶어. 그 자경단 여자애랑 만나고 싶고. 체포는 내가 할게. 내가 뭘 하면 되는지 알려 줄 사람?”

       

       “참고 대화로 해결하려고 하다니⋯⋯!! 확실히 변했군, 그래, 수도기사단장도 법과 불법 사이의 아이러니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모양이지⋯⋯?!”

       

       두근두근. 

       

       3팀 부장 로널드는 정의 뉴비를 키울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심지어 그게 승화급 전력이고, 무력을 휘두르는 대신 커뮤니케이션을 사용하려고 한다!

       

       김루루는 혹시나, 설마설마 싶어서 거세게 뛰는 심장을 억눌렀다. 실망하지 않기 위해, 그럴 리가 없다고 되뇌면서도, 기대는 식을 줄을 몰라서.

       

       동상이몽이라고 해야 할까.

       

       수도기사단장이라고 쓰고 전술-폭탄이라고 읽히던 루루는, 그렇게 수도기사단 3팀과 공조하게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예정) 까지가 제목 맞습니다. 깜빡하고 안 바꾼 거 아녜요.
    오늘은 아침에 먹은 도나쓰가 좀 잘못돼가지고, 컨디션이⋯⋯ 좀 그렇습니다. 속이 이상해요 스타크 씨⋯⋯.
    인제 죽도 먹고 약도 먹고 독도 먹고 영양도 먹고, 그 뒤에 푹 자려는 계획이에요. 잘 자요, 마이 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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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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