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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6

       장삼.

         

       그간 온갖 인간군상을 다 만나본 백우진의 눈에도 그는 특이하고, 특별한 사람이었다.

         

       그는 영혼을 볼 수 있다.

         

       또한 물질계에서는 절대로 위해를 가할 수 없는 존재에게 간섭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는 마기에 잠식된 태백호가 자신이 씹어 삼킨 인간의 영혼을 재료로 삼아 만들어 마을 사람들의 등 뒤에 붙여 놓은 창귀를 모조리 퇴치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그 몸의 진짜 주인 말이오.”

         

       그가 아닌 다른 이가 말했다면 코웃음 치며 넘겼을 그 한마디를,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백우진’은 죽었다.

         

       장삼 또한 이를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가 말을 꺼냈다는 건.

         

       “너…,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올 수 있냐.”

         

       그것밖에 없다.

         

       장삼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도 보이기도 했고, 셈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장삼은 조금 전 백우진의 물음에 답했다.

         

       “확신할 수는 없소.”

         

       하지만.

         

       “가능성은 있소.”

         

       장삼의 설명이 이어졌다.

         

       “일전에 얘기한 바 있듯, 내 사문은 모산파의 영술을 이어받았소.”

         

       과거 구파일방의 성세를 능가했던 모산파에는 갖가지 비술들이 존재했다.

         

       부적술, 주술, 강시술 등.

         

       이제는 사술 취급당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것들.

         

       영술 또한 그중 하나였다.

         

       “영술은 말 그대로의 의미를 담고 있소. 영혼을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고, 입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하여 나아가선 영혼이 지닌 힘을 이용하기 위한 무공이지.”

         

       영혼을 이용하는 방법이야 다양하다.

         

       단순히 그들의 눈과 귀를 빌리거나 그들의 지식을 빌리는 간접적인 방법이 있는가 하면, 그들을 몸으로 받아들여 직접적으로 힘을 빌리는 방법 또한 존재했다.

         

       “다양한 방법들 중에는 조장이 말한 것도 존재하오.”

         

       영혼으로부터 다양한 것을 배우고, 빌릴 수 있는 영술사가 나아갈 길은 단 하나뿐이었다.

         

       구천에 떠도는 혼이 아닌, 이미 미련을 털고 떠나가 버린 혼을 이 세계에 다시 불러오는 것.

         

       과거 세상에 한 획을 긋고 떠난 옛 선인들을 다시 불러들여 제 몸에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리게 되지 않겠는가.

         

       “우리는 이를 강령술(降靈術)이라 부르오.”

         

       수많은 시행착오와 희생 끝에 영술사들은 강령술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에 성공했다.

         

       비로소 이승을 떠난 영혼을 일시적으로 다시 불러올 수 있는 길을 튼 것이다.

         

       “이 강령술을 통해 조장이 신세지고 있는 육신의 진짜 혼을 불러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백우진이 입을 뗐다.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렇소.”

         

       강령술이 서서히 토대를 갖추고 발전할 때.

         

       모산파의 절기들이 모두 사술로 취급받는 세상이 찾아왔다.

         

       실존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면서 영혼을 숭고한 존재로 여기는 사람들은 영술을 그중 최악의 사술로 지정했고, 그때 많은 영술사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당연하게도, 영술의 발전은 멈추었고 그들의 갖은 노력이 담긴 영술서는 난리통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사실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단순히 조장의 고민을 덜기 위해서만은 아니오.”

         

       어려서 부모에게조차 버림받고, 사이비 취급받는 사문에서 자라온 장삼이 현재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영술의 인식을 변화하는 것과 더불어 이를 더욱 발전시키고, 부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 선결되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나는 이 영술서를 찾고 싶소.”

         

       선인들의 지혜가 담긴 영술서를 찾아내는 것.

         

       황산파에 전해져 내려오는 영술은 반쪽짜리다.

         

       이를 완전하게 만들어내기 위해선 실전된 영술서을 찾아내야만 했다.

         

       장삼은 이 모든 것을 이룩하기에 백우진의 곁에 붙어있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는 영웅이다.

         

       훗날 찾아올 중원의 위협을 막아내고 세상에 우뚝 설 인간.

         

       ‘그때 내가 옆에 있다면.’

         

       영술로써 그를 도왔음이 알려진다면, 백우진이 자신을 비호해준다면.

         

       지긋지긋한 사술 취급은 그날로 끝이리라.

         

       “지금의 영술로는 앞으로 걸어갈 조장의 행보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오.”

         

       하지만.

         

       “실전된 영술서를 찾는다면 강령술을 이용하여 두 사람과의 연을 정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장의 행보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음을 확신하오.”

         

       흐린 눈동자 속에 가려져 있던 그의 의지와 신념이 비로소 드러났다.

         

       정기 넘치는 두 눈이 백우진에게 향했다.

         

       “만약 조장이 영술서를 찾는 것을 도와준다면, 난 조장을 주군으로 모시며 내 모든 걸 바치겠소.”

         

       별안간 백우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우.”

         

       소름이 돋았다.

         

       눈살을 찌푸린 백우진이 그에게 핀잔을 주었다.

         

       “모든 것까진 필요없어, 자식아.”

         

       남자의 몸 따위가 무에 쓸모 있다고 모든 걸 바친다는 소릴 하는지.

         

       팔에 오소소 돋아난 닭살을 해소하기 위해 술잔을 말끔히 비워낸 그가 재차 말했다.

         

       “아무리 나라도 어디 있는지 모를 영술서를 찾는 건 불가능해.”

         

       그 먼 옛날 실전된 영술서가 지금까지 온전히 남아 있을지도 의문이거니와, 설령 여지껏 보존되어 있다고 한들 어디에 있는 줄 알고 찾는단 말인가.

         

       허나, 광수와 달리 장삼은 바보가 아니다.

         

       이 땅에 존재하는지 의문인 녀석을 다짜고짜 찾아달라고 요청할 만큼 막무가내인 녀석은 더더욱 아니고.

         

       “짐작가는 곳이 몇 군데 있소.”

         

       기다렸던 답이 돌아왔다.

         

       정무학관에 들어오기 전, 장삼은 방방곡곡을 돌며 영혼과 교감을 나누었다.

         

       그렇게 남들은 절대 알 수 없는 과거의 이야기들을 눌러 담았고, 그중에는 영술서가 실전될 당시의 상황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모산파가 멸문지화를 당하게끔 분위기를 조장한 세력이 있소.”

         

       구시대 무림에서 모산파는 태산북두였다.

         

       허나 술법과는 다른 무공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세력은 점차 힘을 잃어갔다.

         

       “가만히 두었어도 명맥만 간신히 잇거나, 스스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테지만.”

         

       그 시간마저도 참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술법을 사술이라 칭하며 모산파를 악의 무리로 내몰았다.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한뜻으로 외치면 그런가 보다, 하고 정론이 되는 법이다.

         

       오랜 세월 동안 칭송받던 모산파는 악의 구렁텅이가 되었고, 끝내 멸문하게 되었다.

         

       덤덤하게 말을 잇는 장삼을 보며 백우진이 물었다.

         

       “그들을 원망해?”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감정은 없소.”

         

       모산파의 맥을 이었다곤 하나, 어디까지나 장삼의 사문은 황산파다.

         

       그런 비화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 제법 놀랍기는 했으나 딱 거기까지일 뿐, 복수심 따위는 요만큼도 없다.

         

       그저 영술서의 위치만 알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다만 내가 그 이야기를 꺼낸 건.”

       “…그 세력 중 하나가 영술서를 가지고 갔을 확률이 높아서인가.”

       “그렇소.”

         

       지금은 별 볼 일 없다는 듯이 말하지만, 지금 장삼의 능력도 충분히 대단하다는 것을 백우진은 알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주변에 흐르는 영기라 부르는 것이 단 하루도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조금씩 짙어져 가는 것이 그 증거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모든 걸 바치겠다고 말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이유는 뻔하다.

         

       “그놈들 아직도 잘 먹고, 잘 사나 봐.”

         

       장삼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다.

         

       과거 모산파를 몰아내고 새로운 중심이 된 이들은 지금도 그 중심에 머물러 있다.

         

       “어딘데.”

         

       장삼은 말하기 곤란하다는 듯, 우물쭈물하더니 이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 도교 계열의 문파들과 그 외에 몇몇 문파들이….”

       “……?”

         

       백우진의 표정이 요상하게 변했다.

         

       “야.”

       “…예.”

       “도교 계열의 문파에 어디가 있는지 아냐.”

         

       장삼은 입을 꾹 닫았다.

         

       “읊어봐.”

         

       그가 재촉하자, 작게 한숨을 내쉬며 하나둘씩 문파의 이름을 대기 시작했다.

         

       “점창파, 청성파, 화, 화산파….”

         

       서서히 말끝을 흐리는 장삼을 향해 눈을 부라리는 백우진.

         

       “조, 종남파, 무당파…, 그리고 그…, 고, 곤륜파.”

       “야, 이 새꺄!”

         

       참다 못한 백우진이 허공을 날아 양발차기로 장삼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쿠헥!”

         

       괴상한 소리를 내며 나가떨어지는 장삼.

         

       그런 그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 바닥에 쓰러져 헤롱거리는 녀석의 멱살을 붙잡고 흔들었다.

         

       “왜, 아주 그냥 무림 전체를 들쑤시라고 하지!”

         

       현 정파 무림에서 가장 강성한 문파들이 죄다 껴있다.

         

       “내가 거기다가 대고 당신들이 멸문시킨 모산파에서 가져간 영술서 주십쇼, 하면 뭐라고 할 것 같냐. 응?”

       “그, 그게….”

       “그래, 최소 또라이 아니면 사술에 손대려는 미친놈 취급이겠지!”

         

       빠악!

         

       “컥!”

         

       통렬한 박치기로 녀석을 잠재운 백우진이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었다.

         

       일순간 치솟았던 분노가 서서히 가라앉을 즈음, 잠시 정신을 잃었던 장삼도 깨어났다.

         

       “야.”

       “마, 말씀하시오.”

       “도교 계열 문파 제외하고, 남은 곳은 어딘지 읊어봐.”

         

       장삼이 눈을 질끈 감았다.

         

       “나, 남궁세가!”

         

       이젠 화도 안 난다.

         

       오히려 앞서 나온 문파들과 비슷한 가문이라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 그 정도는 나와야 다른 문파들이랑 급이 맞지.”

         

       이게 끝이 아니라는 듯, 장삼의 마지막 외침이 이어졌다.

         

       “흐, 흑산도가….”

       “허허.”

         

       백우진은 웃었다.

         

       어이가 없다 못해 가출할 것만 같아서.

         

       그것 아는가.

         

       흑산도가(黑山桃家).

         

       현재 무림맹과 팽팽하게 세력다툼을 하고 있는 사흑련을 이끌어가는 일황(一皇).

         

       천하제일인이라 불리는 천마와 그나마 맞붙어볼 수 있다고 일컬어지는, 현경에 이른 고수 흑사패황(黑邪覇皇)의 가문이 흑산도가라는 것을.

         

       이것도 아는가.

         

       사흑련은 오로지 흑사패황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사파의 연합체라는 것.

         

       말인즉, 흑산도가를 건드린다는 건 사흑련 전체를 건드리는 것과 진배없는 말이라는 것을.

         

       벌벌 떠는 장삼을 두고 백우진은 제 호리병에 담긴 술을 연거푸 들이켠 뒤, 차갑게 웃으며 이죽거렸다.

         

       “야, 너 마교 첩자지? 그래서 나 죽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무, 무슨 그런 심한 말을…!”

         

       장삼이 발끈하여 소리치자 백우진이 달려들었다.

         

       “심한 말? 심한 말은 네가 지금 나한테 한 게 심한 말이고!”

         

       퍼억! 퍽!

         

       쿠당탕!

         

       “말해!”

       “자, 자꾸 뭘 말하라는 거…, 켁!”

       “천마 머리 색깔이 무슨 색인지 넌 알 거 아니야, 말해에에에에!”

       “내, 내가 그걸 어찌…, 억!”

         

       

       막무가내로 이어지는 드잡이질 속에서, 밤은 깊어만 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연 백우진은 장삼을 도와 강령술을 쓸 수 있을까요,,,

    더 험난해질 그들의 예정,,, 불쌍했,,,!

    여러분 덕분에 어느덧 조회수 230만을 넘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개무량한 수치네요… 진짜 처음엔 10만까지만 가보자, 하는 식이었는데…

    앞으로 완결까지 최선을 다 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또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P.s 후원 감사의 말씀

    에러발생 님!

    후원 감사합니다! 신녀의 일러스트는 픽시브의 크로옹 작가님께서 그려 주셨습니다!!

    에어링 님!

    후원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메시지는 감탄사로 생각해도,,, 되겠지요,,,?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쓰겠습니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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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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