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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6

       이번 나아아 9화의 핵심은 바로 나와 유 설의 경쟁 서사라고 할 수 있었다.

         

       나아아 내에서 계속 1위와 2위를 번갈아 차지했던 나와 유 설.

         

       처음에는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며 꽤나 위기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오디션 계에 길이길이 남을 레전드 무대를 남겼다.

         

       이런 이야기는 제작진 측에서도 환영할 만한 소재긴 했지만….

         

       ‘두 사람……, 어디 두고 봅시다.’

         

       나는 저번에 나와 말다툼을 벌인 신PD가 내 분량을 줄이던가 악마의 편집을 하는 식으로 내게 보복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유 설(JJ) : 하예린 참가자를 지목하겠습니다.]

         

       [……!!]

         

       [와 씨…!]

         

       [대박…!!]

         

       [술렁이는 장내]

         

       [과연 하예린 참가자의 대답은?]

         

       [하예린(형제기획) : …저는.]

         

       [하예린(형제기획) : …받아들이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예상과 달리 내 분량은 상당히 정상적이었다.

         

       지난 회차들 보다 분량이 적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서사가 서사인지라 평소보다 더 많은 분량을 받은 느낌이 있었다.

         

       게다가 제작진들이 딱히 악마의 편집을 한 것도 아니었다.

         

       [하예린(형제기획) : …윽.]

         

       [발목이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하예린 참가자!]

         

       [Q : 혹시 발목을 다치신 건지?]

         

       [하예린(형제기획) : 아…, 넵. (사정이 있어서) …조금 다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Q : 혹시 보여주실 수 있는지?]

         

       [하예린(형제기획) : 아…, 넵. 여기.]

         

       [괜찮다고 말했지만 퉁퉁 부어 있는 하예린 참가자의 발목!]

         

       [많이 아플 텐데 고통을 참는 여력이 넘쳐났다.]

         

       오히려 제작진 측에서는 내 다친 발목을 통해 새로운 감동, 성장 서사를 부여하고 싶었는지 이를 부각하며 따뜻한 모습을 연출했다.

         

       방송만 보면 내가 자기 몸도 챙기지 않고 무대에만 집중하는 미련스러울 정도로 열정적인 소녀로 보일 정도였다.

         

       거기에….

         

       [자고 있는 하예린 참가자의 발목에 얼음 주머니를 올려놓는 유 설 참가자!]

       

       [경쟁을 하기 위해 만난 두 소녀에게 깊은 우정이 싹튼다.]

         

       나와 유 설과의 따뜻한 장면도 넣으면서 우리 서사의 깊이를 더했다.

         

       이번 화의 주인공은 누가 보더라도…, 나와 유 설이었다.

         

       ‘이상하다…, 이렇게 정상적으로 편집을 했다고…?’

         

       분명 신PD라면 치졸한 짓을 벌였을 줄 알았는데….

         

       이에 나는 조금 당황스러운 심정으로 방송 시청을 이었고….

         

       “…어?”

         

       이내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잠깐, 무슨.”

         

       “왜? 예린아? 무슨 문제 있어?”

         

       내 인상이 빠르게 파래지자 옆에 있던 이지우가 고개를 갸웃하며 내게 물었다.

         

       “내가 볼 때는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는 것 같은데? 예린이 너 분량 엄청 잘 탔잖아.”

         

       “아니…, 제가 아니라….”

         

       …없다.

         

       “혜정 언니…, 그러니까 제가 계속 말했던 친한 언니 분량이 너무 없어요.”

         

       …분량이 적은 수준이 아니다.

         

       마치 물의를 빚은 참가자가 방송에서 통편집을 당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이혜정의 분량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단체샷이 찍힐 때 몇 번씩 얼굴을 비칠 뿐 단독샷은 기대도 할 수 없을뿐더러 이혜정 조의 모습이 아예 방송에 비치지 않은 것이었다.

         

       ‘혜정 언니 조 무대가 망한 것도 아니었어. 오히려 잘 됐는데….’

         

       이혜정은 상대 참가자와 꽤나 완성도 있는 무대를 선보인 후 당당하게 1대1 매치에서 승리했었다.

         

       그 장면이 올곧게 나갔으면 이혜정은 많은 득표수를 끌어 올릴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이는 제작진 측에서도 꽤나 괜찮은 소재였을 텐데….

         

       ‘설마….’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에 나는 떨리는 손으로 폰을 들어 내 인별 게시물을 살폈다.

         

       누가 봐도 이혜정과 친하다는 걸 어필한 듯한 사진들.

         

       내 인별 팔로워는 무려 156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 정도 화제가 되는 일이라면 나아아 제작진 측도 내가 인별을 개설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터.

         

       ‘설마 내가 이혜정을 밀어 주고 싶어 한다는 걸 눈치채고….’

         

       나 대신 이혜정을 묻어 버린 건가…!

         

       나는 이미 나아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참가자가 된 반면 이혜정의 포지션은 상당히 애매했으니까.

         

       나는 건드리긴 힘들어도 이혜정을 건드리긴 쉬웠을 터.

         

       “…….”

         

       내가 신PD와 싸운 것 때문에 이혜정이 대신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니 깊은 허무감과 함께 후회감이 밀려왔다.

         

       나는 이혜정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 했는데…, 지금까지의 내 노력이 신PD의 손가락질 몇 번에 무너진 기분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일전에 한시우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르며….

         

       ‘예린 양,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 PD에게 대들다니…, 이는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출연자가 연출자에게 대드는 게 무슨 의미인지 깨닫게 되었다.

         

       ‘…젠장, 젠장.’

         

       나 때문에 이혜정이….

         

       이에 내가 얼굴을 굳히자 이지우가 덩달아 심각해진 얼굴로 내게 물었다.

         

       “왜…, 예린아. 무슨 일인데….”

         

       “저 때문에…, 혜정 언니가…, 제가 PD한테 대들었던 것 때문에….”

         

       “예린아, 횡설수설하지 말고 처음부터 천천히 얘기해 봐.”

         

       “…그게.”

         

       나는 이지우에게 내가 신PD와 겪었던 마찰부터 천천히 이야기했다. 그것 때문에 이혜정이 대신 피해를 본 것 같다는 것까지.

         

       그리고 이를 들은 이지우는….

         

       “시발…, 그 새끼 생각보다 더 개새끼였네….”

         

       신PD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나를 꼬옥 껴안아 주었다.

         

       “예린아, 이상한 생각하지 마. 네가 잘못한 게 아니라 PD 그 새끼가 잘못한 거야. 네가 자책할 필요 따위 전혀 없어.”

         

       “하지만…, 저 때문에 혜정 언니가 피해를….”

         

       “아직 파이널이 남았잖아. 파이널에서 잘하면 돼.”

         

       “…파이널.”

         

       내가 중얼거리자 이지우가 내 옆머리를 뒤로 넘겨 주며 말을 이었다.

         

       “파이널에서 이혜정 그 친구랑 좋은 무대를 보이면 돼. 후회는 모든 결과가 나온 다음에 해도 늦지 않고 설사 잘못 된다 하더라도 그게 네 잘못은 아니야.”

         

       “…….”

         

       “그러니까 예린아. 마지막 촬영 앞두고 너무 의기소침해 하지 마. 시청자들에게 좋온 모습을 보여야 그 친구도 데뷔시키고….”

         

       그 다음 이지우가 잠시 뜸을 들인 다음 굳건한 눈동자로 말했다.

         

       “너도 나아아에서 우승을 하지.”

         

       나아아 우승.

         

       그 단어를 말하는 이지우의 악센트가 강조되어 있었다.

         

       “이제 딱 한 번밖에 안 남았어. 그러니까 멘탈 잡고, 응? 네가 잘해야 그 친구도 챙길 수 있어.”

         

       이지우의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멘탈 잡을게요.”

         

       …그래, 아직 파이널 무대가 남아 있다.

         

       내가 잘해야 이혜정도 챙길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잘해야 마지막에 나아아 우승도 차지할 수 있다.

         

       여기까지 달려온 이상 우승을 바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나아아 우승에 앞서 신경 쓰이는 것이 있긴 하다만….

         

       ‘예린아, 그때 네가 부탁했던…, 유 설 그 친구에 대해 뒷조사를 조금 해봤다. 근데 말이다, 그 친구….’

         

       …그렇다고 그게 내가 우승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처음 나아아에 출연할 때와 지금 나의 마음가짐은 상당히 달랐다.

         

       우리 집의 빚을 갚기 위해 도피성으로 시작했던 아이돌이었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이었다.

         

       그러니…, 나는 이번 파이널을 마지막으로 데뷔를 할 것이다.

         

       나아아 우승을 차지하고…,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룬 채 그렇게 나아아를 끝낼 것이다.

         

       그렇게 나는 이를 갈고 마음을 굳히며 그날 밤을 보냈다.

         

         

         

       **

         

         

         

       나아아 파이널에 대해 간절한 것은 하예린 뿐만 아니었다.

         

       다른 참가자들도 하예린만큼…, 아니 하예린보다 더 간절하게 나아아 파이널 전날 밤을 보냈다.

         

       [혜정 언니! 이번에 예린이 인별 계정 타고 넘어왔어요! 응원해요! 투표도 꼭 할게요!]

         

       [언니…, 오늘 언니 분량 왜 이렇게 없었죠? ㅠㅠ 너무 걱정 마세요. 저희가 투표 많이 할 게요.]

         

       “그래…, 해 보자.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야. 포기하지 말자….”

         

       누군가는 팬들의 응원을 보며 마지막으로 희망을 다졌다.

         

       “내일이면 드디어 나아아 파이널…. 파이널만 끝나면 예린 언니랑 같이 데뷔할 수 있어…!”

         

       “유진아! 내일 중요한 날인데 일찍 자야지!”

         

       “네, 엄마. 저 지금 침대 누웠어요.”

         

       누군가는 좋아하는 사람과 같은 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고.

         

       “여보, 한나 뭐 하고 있어요?”

         

       “자고 있어요.”

         

       “…지금 이제 저녁 7시인데?”

         

       “내일부터 나아아 파이널이라고 10시간은 넘게 미리 자둔데요.”

         

       누군가는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일찍 잠에 들었으며.

         

       “…지금까지 관계를 생각했을 때 파이널 무대에서 유 설 팀에 들어가는 건 좀 애매해. …역시하예린 팀에 무조건 들어가야 서사가 예뻐.”

         

       누군가는 마지막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지금 어머님 상황이 많이 악화되셨습니다.”

         

       “…….”

         

       “빠른 시일 내 재수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병원 정책상 병원비가 이렇게 많이 연체되어 있는 분에게는 수술이 불가합니다.”

         

       “그러면….”

         

       “다른 곳으로 병원을 옮기거나…, 아니면 최대한 빨리 밀린 병원비를 수납하셔야 합니다.”

         

       나아아에서 반드시 우승해야 할 이유를 마음속에 새겼다.

         

       그렇게 참가자들은 각기 다른 이유 그리고 각기 다른 방법으로 마지막 밤을 보냈고….

         

       드디어 나아아 파이널 시작의 아침이 밝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YuSeol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원래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는 말이 있죠. 신PD는 영원히 고쳐 쓸 수 없는 인물입니다!

    그런 신PD가 과연 어떤 최후를 맞이할지 저도 궁금해지네요.

    그때까지 지금처럼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늘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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