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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6

        – 헉?!

        – 노렸네 노렸어!

        – 미친!

        – 나 이거 눈동자에서 본 것 같은데?

        – 태그 공유좀여!

        – ㅎㄷㄷ

        – 허미

        – 미쳤네.

        – 너모 야해욧!

       

        채팅창이 시끄럽다.

        진짜로 시끄럽다는 의미가 아닌, 수많은 채팅들이 올라온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만약 이 채팅들이 단순한 글이 아닌, 진짜 인간들의 목소리였다면 지금쯤 이곳은 굉장히 시끄러웠겠지.

       

        “아이들아. 진정하거라.”

       

        – 어떻게 진정함?

        – 했어요? 했나요?!

        – 헉헉헉! 빨리…… 다음 편을!

        – 오오오오오!!

        – 왈왈왈왈!! (야한걸 보면 짖는 개)

        – ㄹㅇㅋㅋ

       

        “…….”

       

        너무 흥분한 것 같은데?

        여기서 또다시 용언을 사용해야 하나…… 잠시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용언을 사용한다면 손쉽게 진정시킬 수 있겠지만, 매번 이럴 때마다 용언을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나에게 그럴 마음이 없다고 하더라도, 초월자의 의지를 담아 사용하는 용언은 어쩔 수 없이 필멸자에게 영향을 주는 법이다.

        자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럴 때는 역시 도움을 받아야겠지.’

       

        “매니저들이여. 시작하거라.”

       

        띠링!

       

        [이모티콘 전용 채팅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내 선언과 함께 매니저들이 채팅 설정을 조정해 주었다.

        처음에는 그다지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일단 갖춰 놓으면 언젠가는 쓸 때가 있는 법이다.

       

        열심히 일하는 매니저들을 간단하게 치하…… 아니, 칭찬해 준 후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충분히 진정했다고 판단되어서야 채팅창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이제 진정했느냐?”

       

        – 네.

        – 죄송합니다.

        – ㅠㅠ

        – 다신 안 그럴게여.

        – ㅠㅠㅠㅠ

        – 네

        – ㅜㅜㅜ

        – 죄송여

       

        음음. 착한 아이들이다.

        진정한 아이들을 바라보다 과일 음료수로 목을 축였다.

        달달하고 새콤한 맛을 느끼며 잠시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렇게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            *            *

       

       

        나는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이내 동굴의 벽에 뒷다리가 닿는 것을 느끼고는 이를 악물었다.

       

        ‘뭐야. 이놈이 어떻게 여기에…….’

       

        아니, 그보다 이놈. 뭔가가 달랐다.

        단순히 덩치가 커진 것이 전부가 아니다.

        덩치가 커진 것은 당연하지만 그보다 무언가가 더 커진 것 같은 느낌.

       

        ‘마치 이놈 존재 자체가 더 커진 것 같은…….’

       

        이전에도 이놈의 덩치는 나보다 컸지만, 그때는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쫓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의 이놈에겐 이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 아니, 오히려 도망치고 싶다.

        마치 생쥐가 강철로 만들어진 호랑이의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

        절대로 저항할 수 없는 포식자의 앞에, 어떠한 무기 없이 맨몸으로 던져진 것 같은 느낌이다.

       

        덜덜덜덜…….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발정기에 들어선 내 몸의 열기는 그 뜨거움을 계속해서 더해간다.

        마치 눈앞의 우월한 수컷을 받아들이라는 듯한 느낌이랄까?

       

        = 내 여자. 아픈가?

       

        녀석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고는 천천히 나에게 코를 가져다 대고는,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킁킁킁…….

       

        = 음?!

       

        그러곤 내 상태를 알아차렸는지, 녀석이 천천히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시작되는 구애의 춤.

       

        덩실덩실…….

       

        쿠궁! 콰광!

       

        ‘미친놈아!’

       

        구애의 춤을 추는 것은 익숙하지만 왜 하필 그것을 내 둥지에서 펼친단 말인가.

        심지어 예전의 덩치라면 모를까, 지금 저 녀석의 몸은 이전보다 더더욱 거대화한 상태였다.

        내 둥지에도 간신히 낑낑대며 들어왔을 정도인데, 그런 상황에서 몸을 흔들면 내 둥지가 버텨 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붕괴하기 시작하는 내 둥지의 모습에, 나는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황급히 무너지는 내 둥지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을 놀리지만 앞은 저 녀석에 의해 막혀 있는 상황이다.

        내 생각으로는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상황.

       

        ‘여기서 죽을까 보냐!!’

       

        그렇기에 나는 녀석의 품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 녀석은 전신이 철로 이루어져 있으며, 동시에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다.

        그렇기에 동굴이 무너져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적고, 이 녀석의 안쪽으로 파고든다면 나 역시 토사에 의한 압사를 피할 수 있다.

       

        콰과과과광!!

       

        어마어마한 진동과 흙먼지, 그리고 파괴음이 울려 퍼진다.

        그리고 붕괴가 끝난 후…….

       

        ‘……살았나?’

       

        나는 온통 어둠밖에 남지 않은 공간 속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죽는 줄 알았다.

       

        내 둥지…… 아니, 집에 균열이 일어나는 광경을 보는 순간 그대로 죽는 건가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하늘을 날기 위해 몸을 극단적으로 경량화했기에, 저런 토사에 깔리면 그대로 죽었을 테니까.

        동시에 이 사태를 일으킨 놈에 대한 분노가 일어났다.

       

        ‘무식한 놈 하나 때문에 내 집이…….’

       

        내가 이 집을 찾고 꾸미는데 얼마나 많은 정성을 썼는데!

        화가 나서 녀석의 가슴 혹은 아랫배로 추정되는 부위를 물어뜯었다.

        ……비늘에 가로막혀서 유의미한 피해는 주지 못했지만 말이다.

       

        한숨을 내쉬며 몸을 웅크렸다.

        녀석의 품속으로 파고드는 것으로 간신히 살아남는 데는 성공했지만, 내 힘으로 쌓인 토사를 치워낼 수는 없는 노릇.

        여기서는 녀석이 흙과 바위를 치워서 길을 만들어 낸 순간 탈출하는 것으로…….

       

        = 오오오오오오오!!!

       

        ‘??’

       

        ……왜 이래?

        나는 갑자기 기쁨에 찬 사념? 텔레파시?

        아무튼, 그런 목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내 여자! 내 구애를! 받아주었다!

       

        ‘?????????’

       

        네? 제가요?? 언제요?!

        사람이 너무 뜬금없는 소리를 들으면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고 했던가?

        나는 상상도 못 한 소리에 입을 쩍 벌렸다.

       

        = 나에게 몸을 맡겼다!

       

        ‘뭐?’

       

        그 말에 입을 떡 벌리다 문득 눈치챘다.

       

        동굴이 부서지기 전에 이놈은 발정기에 들어선 내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내가 발정기라는 것을 눈치채고는 또다시 구애의 춤을 추었다.

        그 때문에 동굴이 무너지게 되었고, 나는 살기 위해 이놈의 품속에 파고들었다.

        ……그래.

       

        ‘구애의 춤을 춘 녀석의 품속에 내 발로 파고들었다!’

       

        이게 문제다.

        튼튼하고 강건한 육체를 지닌 놈에게 동굴이 무너지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자기 품속으로 파고드는 내 행동을, ‘자기 구애를 받아들였다’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 이놈 반응을 보아서는 그게 확실할 것이다.

       

        ‘아, 아니야! 아니라고!’

       

        크와아앙!!

       

        화들짝 놀라며 몸을 바둥거렸다.

        하지만 주위는 온통 어둠과 토사로 둘러싸여 있었고,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곳은 오로지 녀석의 품속뿐.

        몸을 웅크린 채 바둥거리는 나를 향해 녀석의 페로몬이 훅! 하고 몰려온다.

       

        ‘큭!’

       

        이것은 이성을 유혹하는 종류의 페로몬. 발정기인 지금의 내가 내뿜는 페로몬과 같은 종류이다.

        평소라면 그냥 무시하거나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발정기라는 것이 문제였다.

       

        ‘의식이…….’

       

        인간으로서의 이성보다, 괴물의 몸이 가진 본능이 더욱 강해진다.

        나의 몸이 녀석을 받아들이기를 원하기 시작한다.

       

        철퍽!

       

        ‘뭐, 뭐지?’

       

        그 순간 무언가가 내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어둠 속이라서 보이지는 않지만, 차가운 무언가가 마치 액체처럼 흐르며 내 몸을 감싼다.

        동시에 내 몸은 녀석의 품 한가운데에 갇히게 되었다.

       

        = 내 여자. 내 가족. 내…… 아내!

       

        ‘아, 아니야아아…….’

       

        그리고 흐릿해지는 내 의식은, 점점 몰려오는 열기에 의해 끊어졌다.

       

       

        *            *            *

       

       

        열락의 밤이 지나갔다.

        점점 떠오르는 태양 빛을 받으며,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몸이 가벼워.’

       

        발정기마다 몸을 휘감던 열기가 지금은 느껴지지 않았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이 보였다.

        그새 하루가 지났나?

       

        다시 고개를 돌리자, 주변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눈을 뜬 곳은 흙으로 만들어진 구덩이였다.

        마치 개미귀신이 만들어 낸 구멍과 비슷한 모양새랄까?

        정황상 그 철룡이 토사를 치워 낸 흔적으로 보였다.

       

        ‘그 녀석은…… 없나?’

       

        주위를 둘러보지만, 녀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긴…… 예상한 일이 아니었던가?

       

        애초에 야생 동물 중에서 암컷과 수컷이 계속 붙어 지내는 경우는 적다.

        특히 다른 짐승을 죽여 고기를 먹는 육식동물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늑대나 사자와 같이 무리를 이루는 경우가 아닌 이상, 육식동물들은 대부분 발정기를 제외하면 짝짓기를 한 암컷과 수컷이라도 서로를 적으로 여기니까.

        녀석도 나와 짝짓기를 하고 나면 이렇게 떠날 것 정도는 이미 예상하지 않았던가…….

       

        한숨을 내쉬며 몸 상태를 살핀다.

        몸은 거의 정상으로 되돌아온 상태다.

        다만…… 호르몬과 혈류의 흐름이 약간 어색했다.

        자궁으로 흐르는 혈류의 양이 미미하게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 의미는…….

       

        ‘임신…… 해 버렸나?’

       

        나는 내 아랫배를 감싸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피하고 싶었지만…… 결국 이렇게 될 운명이었나 하는 자조감이 나를 휩쓴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바닥에는 지난밤을 떠올리게끔 하는 흔적이 어질러져 있었지만, 그것을 애써 무시하며 흙 언덕을 올랐다.

        비록 어젯밤 첫 경험을 치렀지만, 휴식을 취할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새로운 보금자리도 찾아야 하고, 먹이도 사냥해야 해.’

       

        우선은 나의 첫 경험을 가져간 후 홀라당 사라진 개자식이 부숴놓은 내 보금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장소를 찾아야지.

        그 후엔 열심히 사냥을 하며 먹이를 저장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언젠가 배가 불러와서 사냥을 못할 때를 대비해야…….

       

        = 일어났나. 부인.

       

        ‘어?’

       

        흙구덩이에서 올라온 나를 맞이한 것은 또 다른 태양이었다.

        ……아니, 아니었다. 태양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황금 덩어리였다.

       

        전신이 번쩍번쩍한 누런 황금으로 이루어진 거체.

        마치 고릴라처럼 거대한 앞발로 상체를 지탱하는 거대한 몸체.

        그리고 자애로운 미소로 나를 내려다보는 드래곤의 얼굴.

       

        어제는 어두운 내 둥지, 그리고 무너진 토사 속에 있었기에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철룡의 모습.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9금 달아야 할지 조금 고민해봤는데, 일단은 직접적인 행위는 나오지 않았기에 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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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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