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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6

        

       “선사님들….께서 말입니까? 하루만에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뭐, 당과를 나타나게 하는 딱 한 동작만 하는 건데요.”

         

       “어…그게…음…”

         

       혁기린이 뭐라고 말하고 싶은지는 이해했다. 뭐 아마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었습니까?’ 같은 의문이겠지.

         

       뭐 외부에서 당과 나타나는 마술을 펼칠 수 있느냐를 따지면 아무리 초절정, 화경의 고수일지라도 고작해야 몇 시간의 수련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이곳 점창파의 아이들에게는 가능하다. 마술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 완벽함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마술이란 마술의 트릭을 간파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있는 상황이라 가정하고 시작한다. 의심의 여지조차 주면 안된다. 여지를 주면 그곳에서부터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그런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는 것 자체가 마술의 목적달성을 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지.

         

       그러나 지금 점창파의 아이들은 어떤가?

         

       후예님이 당과를 주신다고 믿고 있으며 내가 그걸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보여 주었기에 ‘후예님이 낭인님 손아귀에 당과를 넣어 주시는 것은 상식이잖아?’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뭐 상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을 일이다.

         

       그러니 선사님들의 기도 동작이 느리다던가. 뭔가 부자유스러운 동작이 있다던가 해도 어차피 기도만 하면 선행여부에 따라 당과가 나오는 시스템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아이들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터였다.

         

       만약 선사님이 실수해서 소매에서 당과가 튀어나오더라도.

         

       ‘이런 잠시 전송 오류가 있었구나. 허허허.’

         

       이래도 아이들은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지 않을까.

         

       “정 걱정되시면 같이 가실까요?”

         

       “아닙니다. 선사님들 체면이 있지 어찌 대사제인 제가 선사님들의 기술을 점검하러 갈 수 있겠습니까.”

         

       뭐 혁기린에게는 선사님들이 다 스승님들일테니 의심하는 것 자체가 불경이려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남은 밥을 입에 밀어넣고 일어섰다.

         

       자 오늘 선사님들 진도 상황좀 살피러 가 볼까?

         

       *** ***

         

       사실 마술의 동작 자체는 간단하다. 아 물론 기술적인 난이도는 매우 높지만…무공고수에게는 기의 수발이 전제되지 않은 일반적인 육체동작은 아무리 고난이도라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무공고수라는 족속은 평상시에 신체를 다루는 것보다 기를 다루는 것에 훨씬 더 의식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의 운용을 놓아버린다는 극단적인 전제 하에 일반인과 육체제어력이나 집중력 같은 것을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짝!

         

       “음. 그럭저럭 쓸만해졌구만.”

         

       “뭐 이 정도라면 아이들 속이기에는 충분할 것 같군.”

         

       괜히 화경의 고수가 아닌 모양인지 합장으로 당과를 꺼내는 동작 자체는 선사님들 전원이 반나절만에 완성한 모양이었다.

         

       “흠. 그나저나 이런 기술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군.”

         

       “딱히 대단할 것까지도 없는 단순한 동작입니다.”

         

       “허허…단순하기는 하지. 이리 단순한 동작으로 귀결되기까지 과연 얼마만큼의 피땀과 노력 그리고 연구가 있었을지는 감히 짐작할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네만.”

         

       “에잉…고작 손동작만으로 이렇게 간단히 눈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니. 인생 헛살았어. 젊을 때 나는 이런 거 생각 안 하고 뭐했나 몰라.”

         

       “…하하하.”

         

       그렇죠. 저도 게임 속 깨달음이나 암기하는 겜창인생에 쉬는날 유투부에서 마술사 타짜 영상이나 보고 있었던 놈팽이였거든요.

         

       아무튼 혁기린의 걱정이 무색하게 선사님들은 엄청난 학습 능력을 보유하고 계셨으며 적어도 당과를 꺼내 합장하는 동작을 숙지했다는 점이었다.

         

       “자! 자! 시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일단 동작을 완성한 선사님들은 한번 보여 주시지요!”

         

       열한 명 선사님들의 동작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다 오늘 하루 충분히 실전을 펼칠 수 있는 기량을 갖춘 상태였다.

         

       “자 그럼 오늘은 어떤 선사님께서 하실 생각이십니까?”

         

       잠시 선사들의 눈치싸움이 시작되고 영율 선사가 한숨을 내쉬며 나섰다.

         

       “무량수불…빈도가 하도록 하지.”

         

       “그래. 영율이 똑바로 하라고!”

         

       “크크크…실수라도 했다가는 바로 동심을 파괴하게 되니깐!”

         

       선사님들은 영율 선사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분위기였다. 아니 뭐 실제로 실패하기를 바라는 분위기라기보다는 고생 좀 해 봐라 이놈! 같은 분위기?

         

       “음…”

         

       선사님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아무래도 고작해야 반 나절 배운 마술을 아이들 앞에서 선보여야 하는 부담감이 상당했는지 ‘나는 안 걸려서 다행이다’같은 느낌이었고 영율 선사는 그래도 선사들의 대표인지라 책임감을 가지고 나섰다고 해야 할까.

         

       뭐….자업자득이니 상관없나.

         

       공연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정도. 나는 마지막으로 영율 선사의 소매에 당과 주머니를 달아 주었다. 사천낭인의 무복은 팔뚝의 소매를 묶어내 활동성을 늘린 복장이지만 그와 다르게 선사님들의 기본 복장은 도포였기에 마술을 펼치기에 무척 유리했다.

         

       “흐음…의복의 도움도 받아야 하는가.”

         

       “물론이지요. 소매에 주머니를 다는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나는 당과 하나를 꺼내 내 무복의 소매 속 구멍에 넣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곳 무림천하는 거의 모든 의복이 프리 사이즈였고 당연히 소매 또한 품이 넉넉하기 그지 없었다. 무복은 그 소매가 활동 중 걸리지 않도록 팔목이나 발목 부분에서 가죽끈을 대 모아 정리한다.

         

       당연히 묶인 근처 옷은 심하게 주름이 질 수밖에 없고 그런 부위 근처에 구멍을 하나 뚫고 안에 주머니를 배치해 놓았다.

         

       “허어, 이런 곳에 주머니가…”

         

       “자, 이 토시를 끼시지요. 이 안에도 당과를 몇 개 넣으면 됩니다.”

         

       새로이 장착된 도구로 기술을 펼쳐 본 영율 선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충분히 적응되었구만.”

         

       그럼 이제 실전만이 남았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영율 선사와 다른 선사님들과 함께 내려가니 이미 관객들은 모두 포진해 있는 상황.

         

       “낭인님 기다렸어요!”

         

       “오늘은 내가 첫 번째야!”

         

       관객들의 호응에 가볍게 인사해 준 뒤.

         

       “헛흠. 오늘은 나 대신 이 영율 선사님께서 기도를 주관해 주실 거다!”

         

       잠시 아이들이 어리둥절한 기색이 스쳐갔지만 곧 영율 선사님 앞에 우르르 몰려갔다.

         

       “선사님도 신통력이 있으셨었나.”

         

       “낭인님도 있으니까 선사님이 있어도 이상하진 않은데.”

         

       “선사님 선사님! 기도해도 돼요? 오늘 착한 일 많이 했는데.”

         

       “허, 헛흠….그래. 우선 해정이부터 한번 이야기 해보겠느냐.”

         

        졸지에 아이들에게서 ‘신통력 있는 도사님’ 연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는지 얼굴이 벌개진 영율 선사가 더듬거리며 아이를 지목했다.

         

       다른 선사님들이 숨죽여 웃었다. 음…그래 뭐 자업자득이니까.

         

       “선사님! 오늘은요 청빈당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고 사공현 선사님이랑 마당 쓸고 마루도 닦았어요! 검술 수련도 엄청 열심히 해서 황선 사저가 성취가 늘었다고 칭찬도 해 줬고요! 오늘 시금치도 꼭꼭 씹어서 다 먹었어요! 경전 필사에서도 오늘 두 번째로…”

         

       나와 기도할때와는 달리 미주알 고주알 마구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해정. 뭐…조금은 섭섭함이 느껴지긴 하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들도 사천낭인에 대한 이야기 정도는 들어 봤겠지 아니 안 들어 봤다고 해도 나는 삿갓으로 얼굴 가린 시커먼 수상한 아저씨에 불과하다. 당과를 주고 신기한 재주를 보여 주니 가까이 하기는 했지만…아이들이 날 진짜 친밀하게 여기지는 않았겠지.

         

       그러나 영율 선사는 아이들과의 친밀함이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율 선사는 점창파의 어른이다. 점창파에서 열심히 일하고 행동한 것을 외부인에게 칭찬받는 것도 기쁘지만 점창파 가족에게 더 자랑하고 칭찬받고 싶지 않을까.

         

       “허허허…그렇구나.”

         

       긴장감에 굳어 있던 영율 선사도 끝없이 이어지는 자랑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라고 기도를 올릴래요!”

         

       “그래. 같이 기도를 올리자꾸나.”

       

       풀린 긴장이 다시 올라왔는지 살짝 표정이 굳기는 했지만 영율 선사는 훌륭하게 합장으로 기술을 펼쳤다.

         

       해정이가 기대 반 미심쩍음 반의 시선으로 영율 선사의 손바닥을 응시했고 손바닥이 펼졌을 때 당과가 드러나자 아이들은 다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 선사님이 신통력을 부리셨어!”

         

       “선사님! 선사님 저도 기도해도 돼요!?”

         

       “허허허…! 물론이지.”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아이들은 각자 오늘 잘한 일을 자랑하거나 아니면 오늘 실수한 일을 변명하거나 하면서 영율 선사와 기도를 했고 아이들은 빨리 제 자랑을 하고 싶어서 영율 선사 앞에서 얼쩡거렸다.

         

       그야말로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모습!

         

       “음…”

         

       “크흠…”

         

       아이들이 즐겁게 떠드는 모습을 지켜보며 기뻐하던 선사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부러우십니까?”

         

       “크흠. 컴! 누가 부럽다고 그러나!”

         

       “도우, 그냥 우리는 우리도 기술을 펼치고 싶었을 뿐이라네!”

         

       갑자기 아이들에게 인기인이 된 영율 선사의 모습을 보니 부러웠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자업자득이라니까. 본인들이 등을 떠밀었으니 차마 바꿔달라는 말은 못하겠고 입맛만 다시는 모습이다.

         

       “선사님! 이번에는 제가 기도할래요!”

         

       “아앗, 아니에요! 제가 할거에요!”

         

       “허허허…녀석들. 순번을 지켜야지.”

         

       “저, 놈의 자식은…빨리 기도회나 진행할 것인지…에잉.”

         

       “시간도 늦었건만 애들도 자야지. 쯧!”

         

       질투심을 불태우는 노년의 선사님들을 보고 있자니 이게 뭔가 싶기는 했지만 뭐 의욕이 있는 건 좋은 일이었다. 선사님들은 내 기술을 배우는 일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해 줄 공연을 펼치기까지 한 달의 연습은 너무 짧다.

         

       그러니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경쟁을 붙일 필요가 있었다.

         

       “혹시 이런 생각을 해 보셨습니까?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음…그거야 생각이야 하지만은…”

         

       “잘 안 되시겠죠. 솔직히 말씀드려서 오늘 전 가장 잘 하는 선사님을 엄정하게 선별해서 공연자를 뽑을 각오를 하고 왔습니다.”

         

       선사들이 내 이야기에 고개를 돌리며 의문을 표했다.

         

       “저는 선사님들이 서로 나서겠다고 하실 줄 알았거든요. 아 이건 지금 선사님들의 태도가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냥….이해가 안 갔던 거지요.”

         

       “음…그런가. 솔직히 말해서 고작 반 나절 익힌 재주를 아이들에게 선보인다는 점이 부담이 좀 갔네.”

         

       “예. 그러셨겠지요. 하지만…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셨습니까?”

         

       “음…? 아이들이 우리에게 실망한다 이 말인가?”

         

       “하하하. 그럴 리가요. 아이들이 선사님들께서 열심히 연습했다는 것을 알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나는 의도적으로 선사님들을 둘러 보며 말꼬리를 흐렸다.

         

       “오늘, 영율 선사님께서 첫 번째로 신통력을 부린 선사님이 되셨을 뿐이지요.”

         

       선사님들의 얼굴에 의문이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단번에 이해가 가지 않은 모양.

         

       “오늘 아이들이 잘 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잘까요? 아 내일은 영율 선사님한테 어떤 착한 일 했는지 자랑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자겠지요.”

         

       “…!”

         

       그제야 선사님들 사이에서는 잔잔한 충격이 퍼졌다.

         

       “내일 다른 선사님이 기도회를 하면 아이들이 기뻐하겠죠. 그리고 아이들은 또 잘 때 그 선사님을 생각하며 내일은 그 선사님에게 무슨 말을 하지? 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겠지요. 그런데 그게 언제까지 갈까요?”

         

       “…그렇군.”

         

       “기도회의 순번이 밀릴수록…잊혀진다..?”

         

       “잊혀지다니요. 그냥 아이들은 ‘와 모든 선사님이 다 신통력을 하시는구나!’라고 생각하며 특별하게 여기지 않을 뿐이지요.”

         

       선사님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스쳐 지나갔다.

         

       “사실 저도 아이들이 어느 시점에서 ‘~선사님은 신통력을 발휘하시는구나 대단해!’에서 ‘모든 선사님이 신통력을 발휘하시는구나’로 바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순번이 늦으면..아시죠?”

         

       음. 그래. 이 긴장감으로 인해 공기가 쫄깃해지는 이 느낌. 바로 이거지. 이게 바로 바람직한 학습 환경 아니겠는가.

         

       “오늘 기도회가 끝나고 바로 내일 기도회에 사용할 기술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뭐…내일은 공정한 심사를 통해 가장 기술이 좋으신 선사님을 뽑도록 하지요?”

         

       라고 말하며 기도회 쪽을 가리켰다.

         

       “선사님! 선사님! 신통력은 언제부터 생기셨나요!”

         

       “선사님! 들어주세요! 아까는 생각이 안나서 말 안했는데요!”

         

       “허허, 녀석들 다 듣고 있단다.”

         

       행복한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율 선사. 선사님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부러움에 입술을 깨물고는 눈에 불을 켰다.

         

       “좋아! 내일은 나다!”

         

       “이 곰손 놈이 어디서 욕심을 부려! 자네는 찌그러져 있어! 내일은 나니까!”

         

       나는 선사들이 다투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양질의 교육을 받아서 좋고 흑묘는 혁기린이랑 둘이서 무공 수련해서 좋고 아이들은 재주 좋은 선사님들이 많이 생겨서 좋고.

         

       모두가 행복한 날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신통력 1개월 단기숙성코스

    *22/08/11일 86~104화 리메이크가 적용되며 화수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104화 이후에 내용을 감상하시던 독자님들은 2편이 삭제되며 내용이 당겨졌으니 2회 뒤로가기를 누르시면 제 진도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변경 내용이 궁금하신분은 공지 참조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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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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