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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6

       지난 일주일간, 이예나의 방송은 그야말로 유래없이 길게 이어졌다. 하루에 10시간은 기본에, 12시간 동안 방송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으니.

       

       방송 역사상 가장 성실한 스케줄이었다. 녹화방송을 트는 만행을 저질렀던 챌린저 등반 시즌을 제외하면.

         

        그 시간의 9할 이상이 더 로그를 하는데 투입되고 있지만 않았다면 더욱 좋았겠으나- 어쩌겠는가.

       

       그녀의 팬들은, 더 로그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이런 방송시간이 없었으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슬금슬금, 사실 더 로그 방송은 소통 시간이 많아서 나오나보다 좋다는 무리들조차 생겨나는 와중이었으니.

         

        소수였을 때는 ‘악성육수’ 혹은 ‘스캇매니아’ 따위의 불명예스러운 낙인이 찍힌 채 채팅창이나 위게더에서 몰매를 맞았으나- 그러한 탄압 아닌 탄압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세를 불리는 속도는 가공할 정도였다.

         

       불친절하고 불완전한 게임에서 스트리머가 터전을 하나하나 일구어 나간다. 그 모습을 몇 시간이고 라디오로 틀어 놓다가, 영 안 된다며 끙끙거리면 조롱하는 도네이션을 보내서 놀리며 다같이 낄낄대는 하루.

       

       그리고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 문득 다시 보면, 허접해보이던 거처가 어느새 놀라울 정도로 훌쩍 성장해있으니- 채팅에 솔직한 감탄을 표하고 있으면, 이예나는 아주 조금 톤이 올라간 목소리로 이게 어떻게 만든 건지 설명을 시작한다.

        

       이를 반복하다보니, 익숙해진 풍경에 애착이 생기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함께 만든 듯한 추억이 서려버렸기에.

        

       그런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제 기능을 안 함에도 장식품으로 만들어서 설치해둔 낚싯대들도.

        

       축사만도 못하다는 조롱을 샀지만, 실은 제법 낭만이 있었던 집도.

        

       이젠 보기만 해도 귓가에 오카리나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던 모닥불도.

        

       합주를 하게 된다면 여기서 하겠노라고 선언하며 돌무더기를 모아 만든 간이 무대도.

       

       채집 대상인 과일넝쿨을 통채로 뜯어 옮겨 오고는, 이제부터 여기는 과수원이라고 선포했던 텃밭도.

        

       그 모든 것이 사라진 채, 도적은 처음 리스폰 된 곳과 크게 구별되지 않는 숲 속에 혼자 덩그러니 서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벙쪄있던 시청자들은, 미니맵을 강조하듯이 움직이는 마우스 커서가 몇 차례나 맴돈 이후에야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차렸다.

        

       최종 목적지를 나타내는 황금색 느낌표가, 플레이어로부터 2 센티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번쩍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뭐야 저거 용사 아니야?』

       『???』

       『이제와서?』

       『왜 여기옴』

       『어제 여기 아니지 않았나요』

       『여기가 멧돼지 젠되는 자리임?』

       『용사파티 합류지점이잖아』

         

        《음……아마, 맞을 거예요. 용사파티.》

         

       이예나가 마우스를 돌림에 따라 시선이 천천히 옮겨지고- 황금빛 테두리에 둘러싸인 텐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도 식별이 가능한 거리.

       

       무기를 뽑아 든 용사 일행이, 저 쪽에서 주변을 경계하며 서있었다.

        

       《아마, 저기로 가면……클리어 아닐까요. 7일간의 여정이 마무리되는 순간이네요. 정말 어려웠……네. 어려운 도전이었어요.》

         

        -흐흫.

         

        『어』

        『진짜 클리어 하게?』

        『어렵긴 개뿔 클각은 첫날 3시간만에 봤잖아 텐련아』

        『엥 좀 급하지 않나』

        『멧돼지 사육해보기로 했자나』

        『여긴 언제왔어.』

        『낚시는?ㅠㅠ』

         

        《아. 멧돼지……그러게요. 음. 다음에 다시……기회가 있지 않을까요. DLC가 나온다든가. 여기는, 어제 방종하고 왔어요. 아마도.》

         

        -아따먹 통역가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마도 = 술 취해서 필름 끊기고 더 한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억울하네요.》

         

       시선을 빠르게 휘휘 돌리며 주변을 보여주었다. 적막한 분위기를 풍기는 숲은 어딘가 을씨년스러웠다.

         

        분명, 다른 스트리머들의 클리어 영상에서는 화살비가 쏟아지고, 뒤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오는 장면이었는데.

         

        본래 긴박하게 조여와야 할 추격대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러면 용사 파티와 합류하자마자 공격해오는 추격대를 격퇴하는 컷씬이나, 멋지게 등을 맞대며 싸우다가 ‘죽었다 부활한 놈 치곤 쓸만하지?’ 라고 말하는 장면 등등은 어떻게 되는 거냐는 질문이 채팅창에 떠오르는 사이.

         

        이예나는 잠시 침묵을 지키며, 용사 일행을 내려다보았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진짜 -왕- 이야? ㅠㅠ 이제 좀 재밌어지는데 끝은 너무 아쉽다…】

       

       《음……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끝이 아니라, 잠시 마무리하는 거예요. 이런 게임은 한 번 클리어하고 나서부터가 진짜라고 하던데. 다시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동료들이 기다리잖아요.》

       

       『기다리던 파티는 늙어 뒤졌을 테니 저건 2세들일듯』

       『아니 이제와서 동료 생각을?』

       『어림도없지 니들이 즐기기 시작한 이상 이건 다신 안 한다』

       『나오나? 드디어 나오나?』

       『멧돼지까지만 키워보고 가자ㅠㅠ』

       『낚시는 모드 있던데?? 제대로 된 낚시 못해봤자나』

       『진짜 돌아올 거지? 이거 유기 아니지?』

       『캬 이 좆망겜이 드디어 끝나는구나』

       『이걸 다시 하면 당신은 죽소』

       『응~ 또 해봐~ 니 위게더에 무슨 일이 일어나나 함 보자~』

        

       미련이 넘치는 반응이 쏟아졌다. 물론, 기뻐하는 시청자들도 잔뜩 있었지만- 처음 더 로그 방송을 시작하던 날의 반응과 비교하면,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채팅창이었다.

        

       반복하여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에게 스톡홀름 신드롬이냐며 일갈하는 도네이션이 쏟아질 지경이었으니.

        

       그러나 이딴 게임 하지 말자는 2만명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그녀가, 이제와서 클리어를 미루자는 목소리를 들을 리가.

        

       단검을 품 속으로 수납한 도적이 허리춤에서 피리를 단호하게 뽑아 들었다. 

       

       《그러면……가볼까요.》

       

       한 손으로 피리를 쥔 채, 굴러 떨어질 듯한 가파른 언덕길을 능숙하게 타고 내려가는 도적. 순간순간 균형을 잡기 위해 무게중심을 옮기는 키를 연타하는 키보드 소리가 방송에 요란스럽게 울려 퍼지고-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도적은 언덕 아래에 도달했다.

         

        【Rogue! Is……is it really you? You’re alive- oh, fuck! All, prepare for combat!】

        [도적! 저……정말 너야? 네가 살아있- 이런, 제길! 모두, 전투 준비!]

         

        게임에 포함된 몇 없는 음성이 자막과 함께 출력되는 순간.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따먹님 오늘 뒤풀이 가세여???】

         

        『아』

        『씨1발』

        『눈치 좀 씨발아』

        『넌 나가라 씨발』

        『7일 한 게임 엔딩에 도네를 씨발』

        『아 도네 좀 끄지』

       

       눈치 없는 도네이션이 흘러나왔고-

       

       촉새같은 목소리를 BGM 삼아, 용사는 허공을 향해 방패를 들어올리며 이를 악물고 멋진 척을 하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서 마법사는 비어있는 산등성이를 향해 파이어볼을 몇 발이나 다급하게 쏘아내며 로브를 펄럭이고 있었고- 성녀는, 상처 하나 없는 도적에게 황급히 달려와 눈물을 흘리며 힐을 시전했다.

        

       그 와중에 도적은,

        

       -삐이이

        

       전장(아님)의 한 가운데에서 피리(아님)를 불고 있었다. 

       

       웃음소리가 섞인 탓일까. 조금 들어줄만 하다 싶었던 이예나의 오카리나 연주는, 다시 거친 삑사리로 가득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었다.

       

       모의 훈련이라고 해도 눈 뜨고 봐주기 어려울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전투와, 그에 걸맞는 끔찍한 연주. 

       

       그 모든 것이 끝난 직후, 어째서인지 갑자기 온 몸에 격렬한 전투의 흔적이 가득해진 성녀와 용사가 어색하게 달려와 플레이어를 껴안는 영상까지.

        

       【I knew it! I knew, I knew……I knew, you would……you would make it here. Praise the Lord, oh, praise the Lord…….】

       [알고 있었어! 알았다고. 알고 있었어……나는, 네가, 네가……여기까지 올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고 있었어.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So, tell us! What happened? How did you get here?】

       [그래서, 말해줘! 무슨 일이 있었어? 어떻게 여기로 온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많은 일이 잇엇어 진짜』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되냐』

       『전원생활을 존나 만끽하다 왔다고 고백하자 빨리』

       『신: 아니 난 아무것도 안 했어…』

         

        똥겜답다면 똥겜다운- 그런 마무리였다.

       

        《봐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즐거웠어요.》

         

        플레이한 본인은, 어째서인지 몹시도 만족한 듯했지만.

       

       * * * * 

       

       [작성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제목: 죄송합니다 🤭]

       [(사진)

        

       도장깨기에 성공해버렸네요. 안타깝습니다. 🥳

        

       하지만 시청자분들께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아닐까요. 일부러 패배한다니. 그런 파렴치한 일을 할 수는 없었어요.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캠 사진을 올려드려요. 청테이프가 참 탄탄하게 붙어있네요.

        

       (사진)

        

       잘 붙였죠? 어쩌면 포장이사가 적성일지도 모르겠어요.

        

       다음 방송은, 언제일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기 전에 공지를 올릴게요.

        

       감사합니다.]

       –     정말 잘 봤습니다ㅠㅠㅠㅠ 여운이 아직도……다음에 또 해주세요

       –     ㄴ 여운 같은 소리하고있네 콱 씨

       –     아니 이걸 아침에 기습 클리어ㅠㅠㅠㅠ 제발 다시보기 남겨주세요

       –     거 테이프 참 꼼꼼히도 붙이셨습니다 시1발

       –     ㄴ 이걸 칭찬을 들을 거라고 생각한 게 제일 놀라워 진짜

       –     ㄴㄴ 그냥 꼴받으라고 보여주는 거 아닐까

       –     ㄴㄴ 일단 씨1발 이모티콘부터가 존나 신나 있잖아

       –     ㄴㄴ 그건 그냥 클리어해서 신난 걸 수도 있긴 해

       –     더 로그 진짜 같이 살 별장 짓는 기분이어서 너무 좋았어요ㅠㅠ 스토리 상관 없는 게임이니 다음에 꼭 다시 했으면

       –     ㄴ 진짜 기분이 뭔가뭔가였음…

       –     ㄴㄴ 육수새끼들 대가리를 뭔가뭔가로 내려치고 싶어진다 진짜

       –     ㄴㄴ ㄹㅇ 대검으로 싹 다 머리를 날려버려야 됨

       –     근데 님들 이제 티어 안 써도 됨?(브론즈)

       –     ㄴ 더 좃그 전문 스트리먼데 티어가 어딨어 씨1발아

       –     도장뺏기 잘 봤고 다시는 하지 마십쇼

       –     이 미친1년이 순순히 캠을 킬 거라 믿은 내가 잘못했지……내가 잘못했어……

       –     캠 사진은 대체 왜 올리는 건데 지랄하지 말고 니 사진을 올리라고 씨발

       –     ㄴ 욕은 좀 자제하시죠 여기가 갤러리도 아니고

       –     ㄴㄴ 방장이 자제를 안 하잖아

       –     ㄴㄴ 부처도 익명으로 쌍욕 박고 감 ㄹㅇ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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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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