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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6

       락테아가 인기 게임으로 자리잡고, 엔딩을 보기 위한 수많은 빌드들이 연구될 무렵, 혜성처럼 등장한 공략법이 있었다.

         

       – 이거, 메인 NPC들 굳이 전부 챙겨야 되는거임?

       

       메인 NPC들은 분명 스토리 후반부에도 즉시 전력으로 쓰일 수 있을 정도로 강했지만, 그렇다고 다루기 쉽다는 뜻은 아니었다.

       한 분야의 정점에 도달한 이들답게, 하나같이 자존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 아무리 생각해도 메인 NPC 전부 챙기는 건 불가능함.

         

       그래서 등장한 공략은 다음과 같았다.

         

       – 메인 NPC 중 황녀만 호감작하고, 나머지는 전부 방치하는거임. 후반부 생각하면 성녀랑 키엘도 중요하긴 한데, 성녀는 어차피 알아서 도움 주러 찾아와서 별 상관 없음. 그리고 아리아가 황제 되면 다른 NPC들도 입맛대로 부릴 수 있음.

         

       유저는 아리아를 황제로 옹립하고, 전투를 제외한 모든 분야를 아리아에게 떠넘기는 공략.

         

       올리비아 또한 예전에 이 공략을 참고했었던 적이 있었다.

         

       “…….”

       

       올리비아는 생각했다.

         

       지금 회차가, 어떤 회차의 에필로그인지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키엘 로트실드]

       – 호감도 : 10

         

       키엘과의 호감도가 평이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차피 아리아의 최측근이 된 이상, 굳이 키엘과 친해지지 않아도 명령권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철컥.

         

       앞서 걸어가는 키엘의 갑옷 부딪히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올리비아는 클리어 조건이 무엇일지를 떠올려 보았다.

         

       <특별 퀘스트 – 육체의 주도권 되찾기>

       – 클리어 조건 : ???

         

       ‘……여기서 도대체 뭘 하라는건데?’

         

       이 세계의 마신은 이미 죽어버렸을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일단 생각나는 것은 호감도 올리기 뿐인데…….

         

       “이런 외곽 지대에서 무얼 하고 있었던 거지?”

         

       키엘이 지나가듯 말했다.

       사무적이기 그지 없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키엘과 어떤 관계인지를.

         

       “황제 폐하께서 자네를 얼마나 오랫동안 찾으셨는지 아는가?”

         

       여기서 말하는 황제 폐하라 함은, 분명 아리아일 것이다.

         

       전(前) 황제는 아가레스가 이끄는 마신교에게 살해되었기 때문이다.

         

       올리비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혹시 지금이 제국력으로 몇 년이야?”

       “……1013년이다.”

       

       키엘이 한심하다는 기색을 가득 담아 말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그런 키엘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1013년이라는 숫자에 너무나도 놀라버린 탓이다.

         

       ‘잠깐……1013년?’

         

       마신이 강림하는 년도가 제국력으로 정확히 1000년이니까, 그로부터 13년이나 흘렀다는 소리였다.

         

       아는 정보가 하나도 없는 시간대였다.

       아는 것이라고는, 이 회차의 결말이 노말 엔딩이었다는 것 뿐이다.

         

       목적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멀리서, 거대한 텔레포트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키, 키엘 대공 전하!”

       

       마법사들이 놀란 목소리로 경례한다. 로브의 색깔로 보아하니, 청탑 소속 마법사인 듯 했다.

         

       “……청탑?”

        “대, 대현자님까지!”

         

       낯부끄러운 칭호를 애써 무시한채, 올리비아가 그들 중 수장격으로 보이는 마법사에게 물었다.

         

       “왜 텔레포트 게이트를 청탑이 관리하지? 원래 금탑이 담당하던 거 아니었나?”

         

       본래 금탑이 담당하는 분야가 시간과 공간이었으니 말이다.

         

       이 근처가 청탑이 담당하는 구역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래도 최고 선임자는 금탑을 상징하는 금빛 로브를 입고 있어야 맞다.

         

       “금탑……말씀이십니까?”

         

       청탑 마법사의 얼굴이 이상해졌다. 그는 키엘의 눈치를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대현자님. 금탑이 무너진지 15년도 더 지났습니다.”

         

       마법사의 말에, 올리비아가 주춤거렸다.

         

       “……그럼 금탑주 멜리나는?”

       “그 분도 마찬가지로, 15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독에?”

        “예, 미진한 제가 감히 말씀드리자면, 마신의 하수인들이 히드라의 독을 이용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올리비아가 입을 다문다. 그런 올리비아의 모습이 낯선 듯, 키엘이 눈을 가늘게 뜨고 올리비아를 쳐다보았다.

         

       ……멜리나가 죽었다고?

         

       순간적으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렇다면 텔레포트 게이트를 다른 마탑에서 관리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멜리나가 없는 금탑은, 얼마든지 다른 마탑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까.

         

       올리비아는 문득 불안해졌다.

         

       이 회차에 없는 사람이, 멜리나 뿐일 것 같지는 않았다.

         

       키엘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오늘의 자네는……참으로 이상하군.”

       “……그래?”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마치 다른 사람 같군.”

         

       키엘은 제 입으로 말하고도 어이가 없었는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황제 폐하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지는 마라. 자네가 폐하와 가까운 사이인 것은 알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것이 있다.”

       

       키엘이 눈짓하자 마법사들이 다급히 마법진을 작동시킨다.

         

       “좌표는 수도로 설정하면 되겠습니까?”

       “그러도록 하라.”

         

       마법진이 빛을 뿜어낸다. 아득한 부유감과 함께, 빛이 올리비아의 몸을 감쌌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낯익은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변한 환경에 적응할 새도 없이,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황궁 소속으로 보이는 마법사였다.

         

       “키엘 대공 전하, 그리고 대현자 올리비아 님. 미리 연락받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이용하시는 데에 불편한 점은 없으셨는지요.”

        “없었다.”

       “다행입니다. 자, 지금부터는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황궁 마법사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나름 중책을 맡고 있을텐데도, 고개를 숙이는 데에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항상 증오어린 시선들만 마주하다, 순수한 경외가 담긴 시선을 마주하니 너무나도 낯설었다.

         

       “확실히 자네가 맞군.”

         

       황궁 복도를 나란히 걷던 키엘이 쿡 찌르듯 말했다.

         

       “자네는 누군가가 추앙하듯 쳐다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 의태한 간자(間者)일 가능성은 접어도 되겠어.”

       “말이 심하네.”

        “글쎄. 마신을 퇴치하기 무섭게 잠적한 자네가 할 말은 아닌 듯 싶은데.”

       

       잠적이라는 말에 올리비아가 눈을 크게 떴다.

         

       “……잠적? 내가?”

       

       그 반응이 의외였는지 키엘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젠 잠적했다는 사실조차 부정할 셈인가?”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황제 폐하를 상처입히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그런 변명은 하지 마라.”

         

       올리비아는 입을 다물었다.

       키엘의 말에 정곡을 찔렸기 때문은 아니었다.

         

       도열한 근위대를 가르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정한 금단발. 올리비아 자신과 똑같은 색깔의 눈동자.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 올리비아의 머릿속에 옛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 내 오라비들은 유능해. 둘 중 누가 황위를 잡더라도 제국을 전보다 발전시킬 수 있겠지.

       

       – 내가 잡으면 어떻게 되냐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만일 그리 된다면 일단 대륙부터 통일시켜야겠지. 너무 빠르게 발전시킨다면 후대가 고통받을테니, 문명은 적당히 한 세기 정도만 앞당기는 정도로 만족하지 않을까 싶네.

         

       단정한 금발의 여인이, 올리비아의 앞에서 멈춰섰다.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조금 변하기는 했지만, 틀림 없었다.

         

       “자그마치…….”

         

       철혈의 여황제라는 수식언을 가진 아리아가, 씁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그마치 10년이었다. 우리가, 아무 말도 없이 헤어질 그런 사이였나?”

       “…….”

       “대답해.”

         

       올리비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애초에 락테아는 에필로그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게임이었다.

       

       마신을 잡으면 그 즉시 게임이 종료되고, 유저를 맞이하는 건 [새로운 회차를 시작하시겠습니까?]라는 알림창 뿐이다.

         

       지금 같은 상황은, 아무리 올리비아라고 한들 답을 망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참 동안 입만 달싹거리던 올리비아가 가까스로 말문을 토해냈다.

         

       “……미안.”

       

       할 수 있는 건, 한없이 정석에 가까운 말뿐.

         

       “그래도 미안한 줄을 아는구나.”

       

       아리아가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고작 말 한마디에 앙금이 풀렸을리가 없다. 그럼에도, 납득한다.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것이다.

         

       아무말 없이 사라져도,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이해해주는.

         

       동시에 떠오르는 알림창.

         

       [아리아 락테아]

       – 레벨 : 42

       – 직업 : 황제

       – 호감도 : 100

       – 칭호 : 대륙을 일통한 자, 철혈의 군주, 대현자의 친우, 검술을 맛만 본 자, 마법을 맛만 본 자, 암기술의 달인…….

         

       줄줄이 떠오르는 정보들을 보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왜일까.

         

       “…….”

         

       아리아가 잔잔하게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근위대가 일제히 목례하며 바깥으로 사라졌다.

         

       “키엘 대공. 그대도 나가주시게.”

        “예, 폐하.”

         

       집무실 문이 닫혔다.

         

       “좋아. 말도 없이 사라졌다가, 왜 이제서야 돌아왔는지는 묻지 않을게. 네 인생의 목적이 마신을 저지하는 것이었으니, 목적을 이룬 후 방황의 시기가 찾아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래도 10년은 너무 길었지만. 아리아가 덧붙였다.

         

       “그래도, 네 유일한 친구로서 확답은 받아야겠어.”

        “……확답이라니?”

        “더 할거야, 아니면 여기서 만족하고 끝낼거야?”

       “……뭐를?”

         

       아리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직도 모르는 척 할 셈이야?”

       “나는 정말로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회귀.”

         

       올리비아가 그 자리에 우뚝 굳었다.

         

       아리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천천히 숨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방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씁쓸한 얼굴이었다.

         

       “몇 번째인지는 묻지 않을게. 하지만…….”

         

       황녀, 아니. 황제 아리아는.

         

       “나는 네가 여기서 끝냈으면 좋겠다.”

         

       너무나도 유능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참고로 이전 화에서 악마 사냥꾼, 드루이드, 카르시안은 기절 상태였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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