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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6

       채팅창에서 저들끼리 다투는 이들을 내버려 두고서 두루마리를 열었다. 두루마리의 안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속으로 되뇌이면 여기에 글자가 떠오른다는 거겠지?

       

       찾기는 바라는 것은 지금 어느 산에서 은거하고 있을 옛 무림의 고수 중 하나.

       

       한 때 화산의 장문제자였으나 다른 무공을 익히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보장된 미래를 버리고 문파에서 도망쳐 나온 광인.

       

       내가 정파를 박살내던 당시 내가 불태워버린 장소에 찾아가 잔해를 뒤지던 모습은 썩어가는 시체를 탐닉하는 들개와 같았으니.

       

       무림에서 그를 부르는 호칭은 시탐견이라 했다.

       

       정작 시탐견 자신은 무공을 연구하고 널리 퍼트리는 사람이란 의미에서 무공연구가라 불러달라고 하였지만 그 누구도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지.

       

       한 때 그 놈과 협력을 해보았던 입장에서 말하자면 시탐견은 그럭저럭 멀쩡한 인간이었다.

       

       약자에겐 즉시 이빨을 보이고 강자에겐 꼬리를 마는 쓰레기인데다 귀한 무공을 익힐 수 있다면 자기 가족도 팔아넘길 놈이라는 걸 제외한다면.

       

       인성적인 문제를 제외한다면 그 놈은 내가 하려는 일에 적합한 자라 할 수 있었다.

       

       자하신공을 대성하였으며, 수많은 무공을 배우고 전파시킨 경험이 있으니 가르치는 데에 능숙할 것이고, 또한 내가 박살을 내주면 저 알아서 주제를 파악하고 꼬리를 말 터이니.

       

       이만큼 사용하기 좋은 인재가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마음속으로 시탐견이 어디에 있는 지를 알려달라고 되뇌이자 두루마리의 위에 검은색 붓글씨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한중의 빈민가로 가시오.]

       

       역시나 내가 생각했던 곳에 머무르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 이게 나왔단 건 자하신공의 사용자가 있단 거지?

       – 매화검법 쓸 수 있는 건가?

       – 아직 몰라. 자하신공 쓴다고 그걸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 기대컨 하셈.

       – 애초에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다.

       – 그런 말 하는 사람 특) 기대하고 있음.

       

       “일단 이 두루마리가 알려준 대로 한중 쪽으로 가보도록 하자꾸나.”

       

       한중과 화음 간의 거리는 상당하다.

       

       이전의 내가 화산에 방문할 때처럼 가벼이 걸어갈 수 있는 거리는 결코 아니지. 최소한 몇 날 며칠을 보낼 각오를 가야하는 거리다.

       

       허나 지금의 나에겐 아무런 문제도 없다. 왜냐하면 프롤로그를 끝마친 지금 나에겐 지역이동 기능이 있으니까.

       

       화룡무인의 기능 창을 연 후 아래로 내리자 지역이동 기능을 찾을 수 있었다. 그 글자를 손가락으로 건드리자 창이 넘어가며 무림의 지도가 나왔다.

       

       그 후 한중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을 하자마자 지도에서 한중이 표시되었다.

       

       [이 곳으로 가시겠습니까?]

       “그래.”

       [10초 후 지역이동기능을 실행합니다.]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내 아래에 동그란 원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게 다 그려지면 지역이동이 되는 모양이구나.

       

       “흐어?!”

       

       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바루가 어깨 위에 서서 바닥에 그려지는 원을 노려보고 있었다.

       

       “민가야. 무슨 사술에 당하고 있는 것 아니더냐?! 저 원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심상치 않다!”

       “내가 직접 사용한 것이다.”

       “…네가? 그대는 도술도 사용할 줄 알았던 것인가?”

       

       크게 보면 틀린 것도 아니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더니 바루가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감탄이 느껴지는 저 눈빛이 상당히 부담스럽구나.

       

       “그래서 이것은 무슨 도술이더냐? 내 어지간한 것은 다 안다 자부한다만 이런 건 처음 본다!”

       “이제 알게 될 거다.”

       

       [지역이동을 실행합니다.]

       

       원이 모두 그려지자마자 원을 중심으로 새하얀 빛이 올라와 주변의 시야를 가렸다.

       

       얼마 있지 않아 새하얀 빛이 사라졌을 때 우린 바뀐 주변의 풍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음도 그리 작은 마을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그 곳은 약간 변방의 도시라는 느낌이 강했다면 한중시는 사람들이 모이는 중심지라는 느낌을 줬다.

       

       땅 하나를 비우는 게 아깝다는 듯이 길게 늘어선 건물들과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여러 사람들.

       

       여러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합쳐져 배경음악을 만들어 내는 거리엔 사람의 생기가 넘쳐났다.

       

       한중이 규모 있는 도시이기는 했다만 이 정도로 거대한 곳이었던가?

       

       분명 과거 제갈세가를 박살내던 무렵에 이 곳도 한 번 불탔을 터일 텐데 이리 규모가 커지는 게 가능한가?

       

       보통 내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면 어지간해선 화룡무인의 유저와 관계있는 경우가 많으니 이번에도 그런 거겠지.

       

       “와아아!”

       

       그리 홀로 납득하고 있으려니 옆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바루는 사람으로 가득한 도시의 모습을 보며 쉴 새 없이 꼬리를 움직이다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신이 나서 목소리를 냈다.

       

       “민가야! 그대는 이런 이적을 사용할 정도로 뛰어난 도술가였던 것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외부인이 지닌 특성 중 하나지.”

       “호오. 나를 돌산에서 불러내는 것도 그렇고 이런 이적을 쓰는 것도 그렇고 외부인이란 실로 놀라운 존재로구나.”

       

       내가 생각해도 유저라는 존재는 사기적인 존재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단 것으로도 놀라운데 여러 특수한 기능을 지닌 데다가 퀘스트니 보상이니 하는 걸로 남들보다 더 빠르게 강해질 수도 있으니.

       

       지금이야 내가 그 당사자이니 별 말은 하지 않는다만. 평범한 무림의 사람 중 하나였다면 불평 정도는 했을 것이야.

       

       “이 곳은 어느 도시이기에 이리도 사람이 많은 것이냐?”

       “한중이다.”

       “한중. 대도시라 듣기는 했다만 이 정도로 거대할 줄이야. 이 도시를 돌아다니기만 해도 며칠을 보낼 수 있을 것 같구나!”

       

       바루는 거대한 도시를 보는 것 만으로 신이 나는 모양이었다.

       

       나는 바루가 마음껏 거리의 풍경을 구경하도록 내버려 둔 채 주변을 살폈다.

       

       거리의 모습은 얼핏 보기에 내가 나타나기 전과 달라진 게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많은 이들이 나를 곁눈질로 살피고 있었다.

       

       그들은 나름 내게 관심을 가진 걸 숨기려 했으나 본인의 기감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무림의 사람들이 나 같은 초출에게 관심을 가질 리 없으니 이 시선의 주인들은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라 봐야겠지.

       

       “솔직하게 말하거라. 지금 방송을 보는 이들 중에서 내 근처에 있는 이들이 있느냐?”

       

       – 저요.

       – 나도.

       – 나나나난나.

       – 나도 거기 있음.

       

       질문을 던지자마자 채팅창에서 미친 듯이 글이 올라왔다. 아무래도 한중에 머무르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닌가 보구나.

       

       온라인 게임이니 이전에 하린을 만났던 것처럼 다른 유저들을 만날 수도 있겠다 생각을 했지만 이 정도로 많을 줄은.

       

       “설마 나를 쫓아 한중으로 온 것은 아니겠지?”

       

       – 요즘에 그러는 미친 놈 거의 없어.

       – 잘못하면 게임 밴 당할 수도 있으니까.

       – 아무리 화령님이 보고 싶어도 기껏 키운 계정이 날라 가는 건 좀.

       

       “그럼 왜 이리 유저들이 많은 것이냐.”

       

       – 한중엔 원래 유저 많아.

       – 제갈세가가 유저 친화적인 정책을 펼쳐서 다 여기 있지.

       – 한중을 중심으로 하는 유저 문파만 해도 수십 개 되지 않나?

       – 수십 개 넘을 걸.

       

       애초부터 유저가 많은 곳이기에 내 방송을 보는 이들도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 걱정 마셈. 님이 먼저 말하는 거 아니면 안 끼어듬.

       – 예전엔 몰라도 요샌 방송 하는 사람 악질적으로 방해하면 며칠 정지 먹으니까.

       

       괜히 개입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하려 했으나 시청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내 걱정에 답해 주었다.

       

       방해받을 일이 없다니 다행이긴 하다만 예전에 무슨 문제가 있었기에 그런 정책이 생겨난 것이더냐?

       

       나중에 한 번 엔리에게 물어봐야겠구나. 방송을 오랫동안 해 온 그녀라면 알고 있을 것 같으니.

       

       새로운 궁금증을 안은 채 발을 움직였다.

       

       생각해보면 두루마리에 새겨진 글이 애매모호하긴 하구나.

       

       무작정 한중의 빈민가로 가라니.

       

       나야 시탐견이 있는 위치를 대충 알고 있으니 망설임 없이 걷지만 다른 이들이었다면 여러모로 헤맸을 게 분명했다.

       

       이런 불평을 속으로 하고 있으니 나의 앞에 화살표가 하나 나타났다. 이전에 검선이 본인을 시험하려 했을 때 나왔던 것과 똑같은 모양의 화살표가.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바라는 것을 찾아준다고 할 수 있지.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은 내가 가려는 곳과 일치했기에 발을 돌릴 필요는 없었다.

       

       “민가야. 어디로 가는 것이냐?”

       

       멀어지는 중심가를 보며 바루가 아쉬움을 드러냈다. 도시의 풍경을 구경하는 게 즐거웠나보구나.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다.”

       “단순히 관광을 하러 온 것이 아니었느냐? 허어. 그럼 어쩔 수 없지.”

       

       귀가 축 처지는 것이 도시를 구경하는 걸 기대했던 모양이다.

       

       하기야 평생을 돌산에 틀어박혀 있던 그녀에게 활기찬 도시의 풍경은 무척이나 놀라운 것이었겠지.

       

       “일이 끝나면 같이 도시를 돌아다녀 보도록 하자꾸나.”

       

       내 바뀐 한중의 도시에 관해 잘 알지는 못한다만 시청자들은 그에 관해 잘 알고 있을 것 아니더냐.

       

       그들에게 물어서 돌아다닌다면 분명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을 터.

       

       “정말이냐?”

       “내 거짓말을 할 것 같으냐?”

       “약속한 것이다?”

       “그래. 약속했다.”

       

       방금 전까지 기가 죽어가던 것이 연기였던 것 마냥 바루는 내 어깨 위에서 콧노래를 불러 댔다.

       

       이거야 원. 이 녀석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려면 하루 종일 어울려 다녀야 할 것 같구나.

       

       화살표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빈민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사람들.

       

       무슨 약이라도 한 건지 벽에 기대서 웃음을 흘리는 남자.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건물들과 퀘퀘한 냄새.

       

       그리고 나를 경계하는 여러 개의 시선들.

       

       이 곳의 풍경은 여전하구나.

       

       머무르는 사람들의 뼈에 살이 좀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이전보다 사는 것은 훨씬 더 나은 듯 하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어.

       

       화살표를 따라서 쭈욱 걸어가니 낡아빠진 상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파는 것이라고는 말라 비틀어진 채소나, 썩어가는 곡물 같은 것이 전부인. 장사를 할 생각이 있는 건지도 의심스러운 곳이.

       

       그 앞에 서자 상점의 가판대를 지키고 있던 노인이 나를 훑어보았다.

       

       “뭐 찾는 거 있수?”

       

       내 기억이 맞다면 여기서 노인에게 무엇을 얼마에 사겠다 이야기를 하면 숨겨진 장소로 들여 보내줄 터이나 암호가 정확히 뭐였는지 생각이 안 나는구나.

       

       이전에는 암호를 말하지 않아도 내 얼굴을 보면 알아서 들여보내 주었으니까 말이다.

       

       잠시 고민을 하던 나는 말없이 노인을 지나쳐 화살표가 시키는 대로 안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이! 뭐 하는 거야!”

       

       노인이 큰소리를 내며 나를 제지했으나 무시했다. 어차피 저 자에겐 날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대로 걷다 보니 낡은 찬장이 내 앞을 가로 막았다.

       

       보기에는 벽처럼 보였지만 화살표는 여전히 그 뒤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단 소리는 하나지. 이 뒤에 공간이 있다는 것.

       

       아마 무슨 장치로 이 장을 움직일 수 있을 터이다만 나는 귀찮게 머리를 쓰는 건 질색이라서 말이다.

       

       권을 내질러 찬장을 박살냈더니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아래에 시탐견이 있는 것인가.

       

       숨겨진 통로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빈민가에 들어왔을 적부터 내 모습을 살피던 놈들이 서 있었다.

       

       “너. 뭐하는 년이냐.”

       

       상점을 지키던 노인은 그들의 대표라도 되는 냥 날 선 목소리를 냈다.

       

       “제대로 말해. 헛소리 지껄이는 순간 널 조져버릴 테니까.”

       “조진다고? 니놈들이? 나를?”

       

       그거 참 재밌는 소리구나.

       

       마침 잘 되었다.

       

       안 그래도 깽판을 쳐서 시탐견을 불러낼 생각이었거늘.

       

       네놈들을 박살 내어 시탐견의 관심을 이끌어 내도록 할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총 조회수가 80만을 넘겼습니다!
    100만이라는 조회수가 예전엔 높아만 보였는데 이제는 더 노력하면 닿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이게 다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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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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