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26

       

       

       

       

       이사장실을 나와 바깥으로 나오니 어느덧 노을이 지고 있었다.

         

       현재 시각은 6시 30분.

         

       권대한이 일으킨 사건을 해결한다고 제대로 시간을 날려버렸다.

         

       문제는 아직 이번 사건이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권대한 모자에게서 제대로 된 사과는 받아냈다. 결국 설소영 앞에서 자존심을 버리고 무릎까지 꿇었으니 뭐…….

         

       결과적으론 최도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결정타였지 않았을까 싶다.

         

       홍연화도 그의 등장에 당황한 모습을 보였고, 그때부터 나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아졌으니.

         

       추가로 최도진 대통령님께서 내 연락처도 가져가시고, 조금 사적인 대화를 더 나누긴 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영광그룹에 관한 것 등등.

         

       어쨌든 영광그룹에 관한 제대로 된 얘기는 최도진 대통령의 도움을 받아, 그곳의 회장인 권해수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지금쯤 영광그룹의 주가 때문에 한강 수온 체크 같은 말을 내뱉으며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꽤 있을 테니까.

         

       일단 최도진 대통령님께서 나머지 상황을 정리해주겠다고 말하며 나와 설소영을 먼저 돌려보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면서 나 PD님에게 연락을 해뒀으니 이제 몇 분 안에 영광고등학교를 벗어날 수 있겠지.

         

         

       “고생하셨어요.”

         

         

       그때였다.

         

       줄곧 내 옆에서 말을 아끼고 있던 설소영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뭔가 그 말을 들이니 이제야 사건이 조금 일단락된 것 같아서 묘하게 안심되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후… 역시 이런 일은 영 체질에 안 맞네.”

       “말은 그렇게 하셔도 잘하시던데요? 협박.”

        “……이왕이면 처세술이라고 해줘. 그리고 손목은 괜찮아?”

         

         

       설소영은 내 말에 자신의 손목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 보면 멍 자국이 남은 정도였다.

         

         

       “……?”

         

         

       근데 어째서인지 설소영이 내 볼에 갑자기 손을 가져다 대었다.

         

       약간 차가운 감촉. 곧이어 그녀의 엄지손가락이 점점 내 입술 쪽으로 향했다.

         

       나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윽!”

         

         

       그녀가 엄지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건드리자 순식간에 고통이 밀려 들어온다.

         

         

       “입술이 터졌어요. 병원부터 가요.”

         

         

       미안한 눈빛과 함께 그리 말하는 설소영.

         

       문뜩 그녀가 내 얼굴을 보며 입술이 터졌다고 하니 생각나는 원인은 하나밖에 없었다.

         

       아마 낮에 권대한의 주먹을 맞아주면서 생긴 상처겠지.

         

       하긴, 내가 무슨 초인도 아니고…….

         

       직격으로 얼굴에 주먹을 맞았는데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내 볼을 쓰다듬을 생각인 걸까, 이 여자.

         

       물론 딱히 말릴 생각은 없었다.

         

       생각해 보면 내 입장에선 겨우 2, 3일 만에 만난 것 같은데 설소영의 입장에선 무려 12일 만에 내가 정신을 차린 모습을 본 거니까.

         

         

       “솔직히 물어보고 싶은 게 아주 많이 있어요.”

       “잠깐, 그전에 나도 너한테 궁금한 게 하나 있어.”

       “뭔데요?”

       “예전에는 둘이 있을 때도 반말을 했는데 그날 이후로 계속 존댓말을 해서.”

         

         

       여기서 그날은 관람차 안에서 있었던 일을 의미한다.

         

       그리고 내가 927 작가라는 것을 인정한 순간부터 설소영은 나랑 둘이 있을 때, 지금처럼 존댓말을 써 왔다.

         

       사실은 스토커 사건 이전부터 계속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리고 설소영은 내 질문에 그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야 당신은 제게 있어서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니까요.”

       

         

       ……라고.

         

         

         

       ***

         

         

         

       설소영에게 있어서 서은우라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만약 설소영이 이 질문을 직접 받았다면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구원.

         

       설소영은 서은우에게 구원받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은우는 과장이라며, 전혀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겠지만 설소영의 입장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

         

       배우의 길을 걷게 해준 것과 자신의 연기력을 개화(開花)시켜준 것.

         

       자신과 어머니인 이화영 여사를 위한, 오직 둘만의 작품을 만들어줬으며 끝내 어머니를 직접 설득해 수술을 받게 해준 것.

         

       또, 마약 사건에 휘말릴 뻔한 것을 사전에 차단해 준 것.

         

       오늘 자신을 위해 영광고등학교로 달려와 권대한 모자로부터 당당하게 사과를 받아낸 것까지…….

         

       그리고 그는 그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는다. 자신으로부터 어떠한 대가를 원하고, 얻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당신은 나의 구원이며.’

         

         

       동시에 그에 대한 호감과 관심 역시 점점 쌓여갔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그에게 구원받고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그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결국 새로운 감정이 싹을 트였다.

         

       그건 아마도……

         

         

       ‘사랑.’

         

         

       그리고 그 감정을 알아챈 순간 설소영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 사람에 대한 생각뿐이었고, 문뜩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지금껏 자신에게 벌어진 모든 일이 우연일까? 라고.

         

       ……그럴 리가 없겠지.

         

       무명이었던 자신을 다짜고짜 캐스팅한 것도, 미리 마약 사건을 알아차리고 자신에게 경고를 준 것도, 오늘 권대한이나 홍연화가 이미 어떤 잘 사람인지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말투까지.

         

       사실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그가 이미 무언가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그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을.

         

       하지만 설소영은 무엇이 진실인지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을 구원해줬다는 것.

         

       이러한 사실은 설소영의 안에서 서은우라는 존재를 더더욱 높게 만들었다.

         

       구원과 사랑에서 더 나아가, 아마도…….

         

       물론 설소영은 그것을 굳이 정의하진 않았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조금 음습(?)한 생각이었니까.

         

         

       “그야 당신은 제게 있어서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니까요.”

         

         

       어쨌든 이 말에는 틀림이 없었다. 물론 듣기 불편하다면 바로 존댓말을 그만둘 생각이었지만.

         

         

       “아니야. 그냥 편한 대로 해.”

       “그렇군요. 그럼 이번에는 제 차례인가요? 일단 이것부터 해명해주세요.”

       “……해명?”

         

         

       설소영은 그 말을 하며 갑자기 자신의 휴대폰을 켰다.

         

       그러곤 어떤 사진을 서은우에게 보여주었다.

         

       점심에 영광고등학교로 오기 전, 자신과 이다혜가 사이좋게 입맞춤을 하고 있는 사진을.

         

       아니…….

         

       이 사진이 찍힌 경위는 대충 예상이 된다. 그때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던 학생들이 많았으니까.

         

       근데 이걸 왜 눈앞의 설소영이 가지고 있는 거지?

         

       덕분에 서은우는 무언가가 잘못 흘러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지금 실시간 검색어 1등이 영광그룹이고 2등이 이다혜거든요. 그래서 혹시 몰라서 눌러봤는데 이런 사진이 먼저 보여서요.”

       “…….”

       “방금까지만 해도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정말 멋있는 그림이었는데 그 그림이 그려지기 전에 이런 일이 있었군요?”

       “그… 음.”

       “괜찮아요. 딱히 추궁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다만?”

       “먼저 고백한 건 전데 설마 저보다 먼저 대답해주신 건 아니죠? 그러면 진심으로 질투 날 것 같은데. 그리고……”

         

         

       설소영은 무언가 이어서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 말하지 못했다.

         

         

       “……!”

         

         

       서은우가 설소영에게 갑자기 다가가 그녀의 입을 완전히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흔히 키스라고 불리는 것으로…….

         

       그렇게 잠깐의 키스를 끝마친 설소영은 깜짝 놀란 눈빛으로 서은우를 바라보았다.

         

       이런 면에서 그의 성격상 조금 낯을 가릴 줄 알았는데 이렇게 그의 주도하에 먼저 받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래 정신을 차리면 곧바로 대답해주려고 했어. 근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바로 못 해줬네.”

       

         

       그리고 서은우는 쓴 미소를 지으며 이어서 말했다.

         

         

       “2년 전에 나는 정말 우연히 카페에 앉아 있는 너를 봤어. 그리고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이라는 대본을 곧바로 떠올렸지. 사실 내 첫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너 덕분이야. 너에게서 영감을 얻어서 겨우 만들 수 있었어.”

         

         

       따지고 보면 플라이 하이도 설소영 덕분에 탄생한 드라마다.

         

       하지만 각 잡고 만든 것이 아닌, 정말 신이 내린 운명처럼 겹치고 겹쳐서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바로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이었다.

         

       그렇기에 서은우에게 있어서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곧바로 첫 작품이 튀어나올 것이다.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너를 특별하게 생각했는지도 몰라. 조금 부끄럽지만, 흔히들 예술가들이 뮤즈라고 말하는 존재로. 물론 지금은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반면에 설소영은 지금 그가 내뱉고 있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좋아해.”

         

         

       고백.

         

       그 말을 듣자마자 설소영의 가슴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자신을 향한 ‘좋아해.’라는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진심으로 그를 사랑했기에 더욱더 와 닿고 기쁜 말이었다.

         

       그러니…….

         

         

       “입술의 상처. 침 바르면 조금 나아질 것 같은데.”

       “뭐?”

         

         

       서은우의 고백을 설소영이 거절할 일은 절대 없었다.

         

       그렇기에 설소영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은우를 향해 순식간에 얼굴을 들이밀었고,

         

       

       쪽-

       

       

       

       아까와 마찬가지로 입술이 서로 맞닿는 소리가 났다.

       

       다만, 아까와는 분명하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아마도 조금.

         

       어쩌면 조금이 아니라 많이 길었을지도 모르는……

         

       그런 찐한 키스였다.

         

         

       

       

       

       

       

       

       

       

       

       

       

       지이이이잉-

         

         

       그리고 눈치 없게 그 길었던 키스를 끊은 것은 서은우로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이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