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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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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동적인 아버지와 자식의 만남(?)이었지만, 리안에겐 충격과 공포만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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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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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의 추천으로 나간 소개팅에서 촉수 외계인이 수줍게 앉아있는 걸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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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개그 세계 출신 닮게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곧바로 어린 정령에게 부탁해 주변 상황을 알려달라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어린 정령은 살아남은 흑마법사들이 목소리 높여 떠드는 대화를 그대로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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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식으로 얻어낸 정보는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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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 캡슐이 가득하던 메인 실험실이 쑥대밭이 된 건 메인 캡슐을 통해 누군가가 정체불명의 피를 주입해 실험체들을 죄다 괴물로 만들어버린 탓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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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눈을 도르륵 굴리며 이상한 캡슐 안에 손을 밀어 넣었다가 핏물을 왈칵 쏟아 넣었던 장면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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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때문이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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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주민 특허 기술, 웃으며 대충 넘기기를 사용한 리안은 이내 태연한 얼굴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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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실험체도 다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잘됐지 뭐.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사라지는 것 같다니까. 그냥 두고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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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깔끔하게 생각을 정리한 후 비상 통로를 통해 연구소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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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르간도아 이 건물 한 번에 없앨 수 있을까?’
    [ 저번처럼 건물만 무너뜨리면 되는 건가? ]
    ‘가능하면 건물 안에 있는 생명체를 전부 죽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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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정령의 말에 의하면 건물에 남아있는 건 잔혹한 실험을 자행하는 흑마법사들 뿐이었다. 전투 병기를 만들 수 있는 자료도 없애야 하지만, 전투 병기를 만드는데 손을 보탠 이들도 이왕이면 다 처리하는 게 깔끔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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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는다고 생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다가, 죽음을 가벼운 콘텐츠처럼 소비하는 세계에서 살아왔던 탓에 리안은 정신적 충격 없이 잔혹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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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지직! 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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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연구소는 검붉은 빛에 통째로 삼켜져 개미 한 마리 크기로 압축되었다. 완벽한 뒷처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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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럼 이제 애들을 찾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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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마검의 도움을 받아 날듯이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찍이서 달리고 있는 노아 일행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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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
    “…! 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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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편했던 탓일까, 아니면 마음이 너무 급했던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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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제 뒤쪽에 무엇을 달고 있는지 반쯤 잊은 상태였다. 그 탓에 노아는 거대한 여성이 리안의 어깨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두 눈에 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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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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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당황으로 굳었다면, 아이리스는 그 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고 칼을 뽑았다. 탈출 중에 죽어있던 연구원에게 뺏은 검이라 마기가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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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답무용, 아이리스는 그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은 채 리안의 뒤에 붙어있는 정령을 베어버리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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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자하게 웃고 있던 정령의 얼굴이 귀신처럼 일그러졌다. 제 새끼를 공격한다고 착각한 정령왕이 분노하여 어둠의 힘을 손끝에 파지직하고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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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지고 노아 일행이 각자 검을 뽑아 들며 전투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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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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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몸을 낮춘 채 이를 내보이는 제스의 모습에 어깨를 움찔 떨었다. 제스가 싸우는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던 탓에, 살기가 너무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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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로 있다간 큰 싸움이 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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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머릿속에 경보음이 마구 울리는 걸 느끼며 다급히 두 손을 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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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잠깐만! 진정해! 이분은 적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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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시탐탐 리안을 노리는 세 명의 여성과 달리 제대로 이성을 갖추고 있던 릴리는 리안의 말에 곧바로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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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 제스! 멈춰! 언니! 오빠가 적이 아니라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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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이성적이던 노아까지 검을 뽑아 들고 덤비려는 모습에 릴리가 큰 목소리를 내 말렸다. 노아는 손끝을 움찔거리곤 겨우 이성을 되찾았다. 하지만 시선은 리안에게 매달려있는 여자에게서 떨어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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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정도 상황이 마무리되자 리안은 식은땀을 흘리며 정령왕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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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잠시만 떨어져 주실 수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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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을 잃은 정령왕은 대화가 되지 않기에 리안의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그래도 ‘혹시’라는 경우가 있었기에 간절한 마음으로 몇 번이고 떨어져 달라 말하자 정령왕은 생각보다 쉽게 스르륵 떨어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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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간단히 풀어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해 눈을 크게 뜨자, 정령의 어머니가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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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와 내 아이들의 자유를 찾아주어 고맙구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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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정령왕은 연구소가 마검에 의해 무너지고 난 후 완전히 이성을 되찾았다. 그 덕분에 리안이 제 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했지만, 리안이 자신을 향해 “어,엄마”라고 했던 장면이 머릿속에 콕 박혀 남아있던 탓에 모성애가 마구 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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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이유로 리안을 꼭 껴안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불편하게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니었기에 리안의 정중한 부탁에 떨어져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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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분명 이성이 없다고 했잖아.”
    “어어.. 분명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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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는 망할 아줌마가 제 귀한 오빠를 탐낸다는 생각에 눈이 가늘어졌다. 특히 그녀의 시선이 정령왕의 풍만한 곳을 향할 땐 더욱 눈빛이 매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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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곳에 핀트가 꽂힌 아이리스와 달리 릴리와 네로, 노아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파악하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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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연구소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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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원작에 대한 이야기는 전부 빼고 흑마법사가 정령들을 잡아다가 실험을 하고 있으며, 정령의 어머니는 그들에게 붙잡혀서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자 나사 하나 빠진 것처럼 버벅거리던 노아가 고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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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다음으로 나온 건 먼저 나간 네스트 조직원들을 찾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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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쪽으로 쭉 가면 만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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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정령의 도움으로 쉽게 해결되었다. 다들 한 실력 하다 보니 달리는 속도도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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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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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는 동안 제스가 장난감을 바라보는 고양이처럼 마검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진 마검을 쓸 때마다 리안이 최대한 마기를 조절하여 불쾌감이 덜했지만 지금은 대놓고 풀풀 풍기고 있었다.
   
   
   그 탓에 제스는 본능적으로 마검을 경계하고 있었다. 불길한 기운을 풀풀 흘리는 것이 제 주인과 함께 있으니 동공이 자연스럽게 수축과 확장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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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마검에게 눈치를 주자, 마검이 혀를 차며 불길한 기운을 거둬들였다. 노아와 릴리, 네로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얼굴을 했지만 당장 물어볼 상황이 아니었기에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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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그때 부러뜨렸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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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는 리안이 마검으로 제 몸을 상처 내던 걸 잊지 않았다. 그저, 저 마검이 없으면 제 오빠가 위험한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단이 없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기에 내버려 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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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과 마검에 대한 생각, 떨어져 버린 일행, 수상한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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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생각으로 각자의 머릿속이 복잡한 가운데 자이언트 거미에게 붙잡혔다가 탈출하게 된 일행을 먼저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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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리안님!”
    “구원자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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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한 리안교 신도들이 된 이들이 기이하게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일행을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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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는 제 주인의 위대함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된 것 같아 뿌듯함이 얼굴 가득 맺혔고, 아이리스는 그들의 반응이 당연하다는 듯 덤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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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에게 맹목적인 두 사람에 비해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릴리, 네로, 노아의 얼굴에 선명한 물음표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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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 이게 무슨…?”
    “피아 언니..?”
    “형…이 구원자가 맞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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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친 사람 없어 보이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 아니면 기이한 분위기에 당황해야 할지 세 사람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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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이 리안은 신도들에게 둘러싸여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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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거 같은데?’
    [ 후훗, 그런 위대한 힘을 마주했으니 칭송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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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검의 힘이 아니라 신성력을 보고 끔뻑 넘어간 거지만, 마검에겐 그게 그거였기에 마구 의기양양해 할 뿐이었다. 리안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마검은 평소답지 않게 꽤 지혜로운 말을 덧붙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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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한 힘을 경외하고 신격화 시키는 건 일반적인 일이다. 나약한 정신을 가졌으니 본능적으로 강자에게 의지하려는 것이지. ]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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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마검의 말이 듣고 보니 맞는 말처럼 들려 신도들의 행동을 ‘힘들어서 의지할 곳을 필사적으로 찾는 사람들’ 정도로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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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멀쩡한 신이 존재하니까 진짜 신을 믿으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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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새하얀 새와 냥냥 거리던 신의 모습을 떠올려보곤 초점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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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그냥 저대로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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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신적인 존재처럼 대단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적어도 그런 신들 보단 훨씬 의지가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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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별생각 없이 내린 판단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돌아올지 이때의 리안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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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커진 무리는 빠르게 이동해 마을로 향하던 나머지 조직원들과 재회할 수 있었다. 잔혹한 연구소에서 모두가 상처 없이 돌아왔다는 것에 다들 ‘기적’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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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 그분의 자비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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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무섭게 리안의 신도 집단이 조용히 움직였다. 피아에게 배운 그대로 신도들은 암살자처럼 조용히 그들 사이를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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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리안의 교가 점점 크기를 키워가고 있을 때, 리안은 다른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의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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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부숴버린 게 마왕군의 연구시설 중 하나라서 미리 정했던 일정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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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릴리가 연구소를 빠져나오기 전에 얻은 정보를 통해 알아낸 사실이었다. 리안은 원작을 본 덕분에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처음 듣는 사실인 것처럼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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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좀 더 위험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마왕의 땅을 벗어날 길을 찾고 있을 때, 정신을 차린 후 몸을 어린 정령만큼 축소 시키고 있던 정령의 어머니가 리안의 어깨에 앉아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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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구나.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으으… 이 파트 쓰는 내내 너무 재미없어서 몇 번 엎다가 그냥 빠르게 전개하기로 결론내렸습니다.
(본인이 재미없으면 쓰는 속도 디버프 걸림)
앞으로도 재미없을 것 같은 내용은 팍팍 줄이고 재미있는 부분만 빠르게 가져오겠습니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감동적인 아버지와 자식의 만남(?)이었지만, 리안에겐 충격과 공포만 안겨주었다.

‘저게 뭐야?!’

친구의 추천으로 나간 소개팅에서 촉수 외계인이 수줍게 앉아있는 걸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리안은 개그 세계 출신 닮게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곧바로 어린 정령에게 부탁해 주변 상황을 알려달라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어린 정령은 살아남은 흑마법사들이 목소리 높여 떠드는 대화를 그대로 전해주었다.

그런 식으로 얻어낸 정보는 충격적이었다.

유리 캡슐이 가득하던 메인 실험실이 쑥대밭이 된 건 메인 캡슐을 통해 누군가가 정체불명의 피를 주입해 실험체들을 죄다 괴물로 만들어버린 탓이라고 한다.

리안은 눈을 도르륵 굴리며 이상한 캡슐 안에 손을 밀어 넣었다가 핏물을 왈칵 쏟아 넣었던 장면을 떠올렸다.

‘…나 때문이네. 하핫.’

개그 주민 특허 기술, 웃으며 대충 넘기기를 사용한 리안은 이내 태연한 얼굴로 생각했다.

‘어차피 실험체도 다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잘됐지 뭐.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사라지는 것 같다니까. 그냥 두고 나가자.’

리안은 깔끔하게 생각을 정리한 후 비상 통로를 통해 연구소를 빠져나왔다.

‘가르간도아 이 건물 한 번에 없앨 수 있을까?’

[ 저번처럼 건물만 무너뜨리면 되는 건가? ]

‘가능하면 건물 안에 있는 생명체를 전부 죽이고 싶어.’

어린 정령의 말에 의하면 건물에 남아있는 건 잔혹한 실험을 자행하는 흑마법사들 뿐이었다. 전투 병기를 만들 수 있는 자료도 없애야 하지만, 전투 병기를 만드는데 손을 보탠 이들도 이왕이면 다 처리하는 게 깔끔할 터였다.

죽는다고 생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다가, 죽음을 가벼운 콘텐츠처럼 소비하는 세계에서 살아왔던 탓에 리안은 정신적 충격 없이 잔혹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콰지직! 콰득!

그렇게 연구소는 검붉은 빛에 통째로 삼켜져 개미 한 마리 크기로 압축되었다. 완벽한 뒷처리였다.

‘자, 그럼 이제 애들을 찾으러 가자.’

리안은 마검의 도움을 받아 날듯이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찍이서 달리고 있는 노아 일행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노아!”

“…! 리…안?”

너무 편했던 탓일까, 아니면 마음이 너무 급했던 탓일까?

리안은 제 뒤쪽에 무엇을 달고 있는지 반쯤 잊은 상태였다. 그 탓에 노아는 거대한 여성이 리안의 어깨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두 눈에 담아야 했다.

스릉.

노아가 당황으로 굳었다면, 아이리스는 그 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고 칼을 뽑았다. 탈출 중에 죽어있던 연구원에게 뺏은 검이라 마기가 감돌고 있었다.

문답무용, 아이리스는 그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은 채 리안의 뒤에 붙어있는 정령을 베어버리고자 했다.

인자하게 웃고 있던 정령의 얼굴이 귀신처럼 일그러졌다. 제 새끼를 공격한다고 착각한 정령왕이 분노하여 어둠의 힘을 손끝에 파지직하고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지고 노아 일행이 각자 검을 뽑아 들며 전투 준비했다.

“크르릉..”

리안은 몸을 낮춘 채 이를 내보이는 제스의 모습에 어깨를 움찔 떨었다. 제스가 싸우는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던 탓에, 살기가 너무 낯설었다.

‘이대로 있다간 큰 싸움이 나겠어!’

리안은 머릿속에 경보음이 마구 울리는 걸 느끼며 다급히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자,잠깐만! 진정해! 이분은 적이 아니야!”

호시탐탐 리안을 노리는 세 명의 여성과 달리 제대로 이성을 갖추고 있던 릴리는 리안의 말에 곧바로 반응했다.

“아이리스, 제스! 멈춰! 언니! 오빠가 적이 아니라고 했잖아!”

평소 이성적이던 노아까지 검을 뽑아 들고 덤비려는 모습에 릴리가 큰 목소리를 내 말렸다. 노아는 손끝을 움찔거리곤 겨우 이성을 되찾았다. 하지만 시선은 리안에게 매달려있는 여자에게서 떨어지질 않았다.

어느 정도 상황이 마무리되자 리안은 식은땀을 흘리며 정령왕에게 말했다.

“저… 잠시만 떨어져 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성을 잃은 정령왕은 대화가 되지 않기에 리안의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그래도 ‘혹시’라는 경우가 있었기에 간절한 마음으로 몇 번이고 떨어져 달라 말하자 정령왕은 생각보다 쉽게 스르륵 떨어져 주었다.

이렇게 간단히 풀어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해 눈을 크게 뜨자, 정령의 어머니가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

[ 나와 내 아이들의 자유를 찾아주어 고맙구나. ]

“…!”

사실 정령왕은 연구소가 마검에 의해 무너지고 난 후 완전히 이성을 되찾았다. 그 덕분에 리안이 제 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했지만, 리안이 자신을 향해 “어,엄마”라고 했던 장면이 머릿속에 콕 박혀 남아있던 탓에 모성애가 마구 샘솟았다.

그런 이유로 리안을 꼭 껴안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불편하게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니었기에 리안의 정중한 부탁에 떨어져 준 것이다.

“…오빠, 분명 이성이 없다고 했잖아.”

“어어.. 분명 그랬는데..”

아이리스는 망할 아줌마가 제 귀한 오빠를 탐낸다는 생각에 눈이 가늘어졌다. 특히 그녀의 시선이 정령왕의 풍만한 곳을 향할 땐 더욱 눈빛이 매서워졌다.

이상한 곳에 핀트가 꽂힌 아이리스와 달리 릴리와 네로, 노아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파악하고 싶어 했다.

리안은 연구소에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물론 원작에 대한 이야기는 전부 빼고 흑마법사가 정령들을 잡아다가 실험을 하고 있으며, 정령의 어머니는 그들에게 붙잡혀서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자 나사 하나 빠진 것처럼 버벅거리던 노아가 고쳐졌다.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다음으로 나온 건 먼저 나간 네스트 조직원들을 찾는 거였다.

[ 저쪽으로 쭉 가면 만날 수 있어요! ]

이는 정령의 도움으로 쉽게 해결되었다. 다들 한 실력 하다 보니 달리는 속도도 빨랐다.

지그시 -…

달리는 동안 제스가 장난감을 바라보는 고양이처럼 마검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진 마검을 쓸 때마다 리안이 최대한 마기를 조절하여 불쾌감이 덜했지만 지금은 대놓고 풀풀 풍기고 있었다.

그 탓에 제스는 본능적으로 마검을 경계하고 있었다. 불길한 기운을 풀풀 흘리는 것이 제 주인과 함께 있으니 동공이 자연스럽게 수축과 확장을 반복했다.

리안이 마검에게 눈치를 주자, 마검이 혀를 차며 불길한 기운을 거둬들였다. 노아와 릴리, 네로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얼굴을 했지만 당장 물어볼 상황이 아니었기에 입을 다물었다.

‘역시 그때 부러뜨렸어야 했는데.’

아이리스는 리안이 마검으로 제 몸을 상처 내던 걸 잊지 않았다. 그저, 저 마검이 없으면 제 오빠가 위험한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단이 없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기에 내버려 둘 뿐이었다.

리안과 마검에 대한 생각, 떨어져 버린 일행, 수상한 연구소.

여러 생각으로 각자의 머릿속이 복잡한 가운데 자이언트 거미에게 붙잡혔다가 탈출하게 된 일행을 먼저 만날 수 있었다.

“아아! 리안님!”

“구원자시여!”

훌륭한 리안교 신도들이 된 이들이 기이하게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일행을 환영했다.

제스는 제 주인의 위대함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된 것 같아 뿌듯함이 얼굴 가득 맺혔고, 아이리스는 그들의 반응이 당연하다는 듯 덤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리안에게 맹목적인 두 사람에 비해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릴리, 네로, 노아의 얼굴에 선명한 물음표가 떠올랐다.

“리안 이게 무슨…?”

“피아 언니..?”

“형…이 구원자가 맞긴 한데..”

다친 사람 없어 보이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 아니면 기이한 분위기에 당황해야 할지 세 사람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 사이 리안은 신도들에게 둘러싸여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거 같은데?’

[ 후훗, 그런 위대한 힘을 마주했으니 칭송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지. ]

마검의 힘이 아니라 신성력을 보고 끔뻑 넘어간 거지만, 마검에겐 그게 그거였기에 마구 의기양양해 할 뿐이었다. 리안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마검은 평소답지 않게 꽤 지혜로운 말을 덧붙여주었다.

[ 거대한 힘을 경외하고 신격화 시키는 건 일반적인 일이다. 나약한 정신을 가졌으니 본능적으로 강자에게 의지하려는 것이지. ]

‘그,런가?’

리안은 마검의 말이 듣고 보니 맞는 말처럼 들려 신도들의 행동을 ‘힘들어서 의지할 곳을 필사적으로 찾는 사람들’ 정도로 이해했다.

‘그래도 멀쩡한 신이 존재하니까 진짜 신을 믿으라고 -..’

리안은 새하얀 새와 냥냥 거리던 신의 모습을 떠올려보곤 초점을 흐렸다.

‘으음, 그냥 저대로 두자.’

본인이 신적인 존재처럼 대단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적어도 그런 신들 보단 훨씬 의지가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별생각 없이 내린 판단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돌아올지 이때의 리안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커진 무리는 빠르게 이동해 마을로 향하던 나머지 조직원들과 재회할 수 있었다. 잔혹한 연구소에서 모두가 상처 없이 돌아왔다는 것에 다들 ‘기적’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전부 그분의 자비 덕분입니다.”

기적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무섭게 리안의 신도 집단이 조용히 움직였다. 피아에게 배운 그대로 신도들은 암살자처럼 조용히 그들 사이를 녹아들었다.

그렇게 리안의 교가 점점 크기를 키워가고 있을 때, 리안은 다른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의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가 부숴버린 게 마왕군의 연구시설 중 하나라서 미리 정했던 일정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해.”

이는 릴리가 연구소를 빠져나오기 전에 얻은 정보를 통해 알아낸 사실이었다. 리안은 원작을 본 덕분에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처음 듣는 사실인 것처럼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좀 더 위험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마왕의 땅을 벗어날 길을 찾고 있을 때, 정신을 차린 후 몸을 어린 정령만큼 축소 시키고 있던 정령의 어머니가 리안의 어깨에 앉아 입을 열었다.

[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구나. ]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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