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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7

        

       마차 창문으로 주황빛 석양이 들어온다.

         

       마차 의자에 앉아 잠든 데비앙.

         

       더운지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어 손수건으로 조심스럽게 닦아준다.

         

       최근 얼마나 바빠 보이던지.

         

       대공부에서 항상 회의하거나 외부에서 누군가 찾아오거나 하며 바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편하지 않다.

         

       미안해요… 도움 되지 못해서.

         

       그는 내가 이 광활한 제국을 통치할 때. 나의 나침반과도 같다.

         

       어두운 밤.

         

       길을 잃은 숲속에서 북쪽을 훤히 밝혀주며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북극성처럼.

         

       그는 항상 나에게 갈 길을 알려주기에.

         

       이런 시급한 상황에 그를 도와줄 수 없다는 게 서글프게 느껴진다.

         

       “으윽…”

         

       얼마나 힘든지 요즘 잘 때 이런 앓는 소리를 들으면 나 자신이 너무 처량하다.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

         

       -끼익.

         

        마차의 창문을 열고 빼꼼 고개를 내미는 메리가 말한다.

         

       “오빠는 태평하게 자네?”

         

       “너무 그러지 마. 오늘도 두 시간 밖에 못 잤대.”

         

       손수건으로 그의 땀을 닦아주며 내가 말하자, 메리가 양손을 들며 한숨을 내쉰다.

         

       “치. 나는 신혼인데. 남편을 놔두고 이 멀리 부르다니.”

         

       퉁명스러운 메리의 말.

         

       “진짜 오빠랑 가주만 아니었어도 콱!”

         

       주먹을 들어 올리는 메리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진다.

         

       이런 가녀린 여자애가 그렇게 잘 싸우다니.

         

       예전 토너먼트에서 메리가 싸우는 모습은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솔직히 믿어지지 않는다.

         

       저런 작은 체구에서 성인 남자 수십 명에 둘러싸여 목검으로 두들겨 패는 모습은…

         

       내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믿기 어려웠으리라.

         

       “근데 얼마나 더 가면 돼?”

         

       내 말에 메리가 품속에서 지도를 꺼내며 말한다.

         

       “한두 시간? 그 정도면 도착할걸?”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까지. 데비앙 푹 자게 내버려 둬.”

         

       내 말에 메리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새언니는 그렇게 오빠가 좋아?”

         

       그 말에 조금 얼굴이 달아오르지만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응. 좋아. 그를 사랑해.”

         

       작지만 확고한 내 말에 메리가 피식 웃는다.

         

       “헤에?”

         

       메리가 짓궂은 얼굴이 된다.

         

       “언니, 그거 알아? 처음 오빠가 언니랑 결혼할 때. 오빠는 언니 엄청 무서워했던 거?”

         

       그 말에 내가 의아해진다.

         

       데비앙이 나를 무서워하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 메리의 말에 내가 물어본다.

         

       “그가 나를 무서워 할 이유가 있나? 오히려 모든 걸 갖고 있는 그이인데?”

         

       내 말에 메리가 웃긴다는 듯.

         

       “큭큭!, 사실 황궁에 있는 내 시녀들 있잖아? 걔네들 오빠가 왜 빌린 줄 알아?”

         

       그 말에 내가 잠시 생각해 본다.

         

       결혼식 이전에 내가 가족들을 데리고 로만을 떠나려 했던 적이 있다.

         

       아마 내가 허튼짓을 못하게 하기 위함으로 알고 있었는데?

         

       데비앙의 군인들은 대부분 남자.

         

       그들로서 숙녀를 따라다니며 감시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아서라고 알고 있다.

         

       “그거야, 남자들이 여자를 하루 종일 따라다니는 건 불가능해서 아니야?”

         

       실제로 목욕하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 그들은 밖에서 지키니까.

         

       같은 여자라면 보필한다는 핑계로 따라 들어와 옷을 갈아입거나, 목욕시중을 들어주기도 하니.

         

       “푸흡… 땡!, 그때 오빠는 언니가 자기를 독살할까 두려워서 내 시녀를 빌려 간 거야.”

         

       그 말에 내가 어이없음을 느낀다.

         

       예전에 나와 차를 마실 때. 독살 따위 아랑곳하지도 않아놓고?

         

       결혼 전.

         

       그가 나와의 결혼을 계획할 때.

         

       나는 그와의 결혼이 죽기보다 싫었던 때가 있었다.

         

       꽤 오래된 거 같은데. 실제로는 아직 일 년도 되지 않은 이야기.

         

       감히 나와 결혼을 생각하는 그를 골려주려 식사에 초대한 적이 있다.

         

       그때 음식을 먹은 그에게 내가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해 음식에 독을 탔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었지.

         

       하지만 그는 태연한 척 음식을 먹으며…

         

       [만약 제가 죽으면 제 병사들이 폭주할 텐데. 과연 그 혼란을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이렇게 말했었다.

         

       자신이 죽으면 로만은 끝난다는 듯.

         

       그렇게 말했으면서 뒤에 가서는 덜덜 떨었다니.

         

       어쩌면 데비앙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현명하고 지혜로우며 마음도 여리다.

         

       항상 옳은 일을 하지만 그가 가는 길에 피를 뿌려야 한다면, 심사숙고 끝에 피를 뿌리고 뒤에 가서 슬퍼할 사람이 바로 데비앙이다.

         

       철인과 같지만 그 누구보다 여린 사람.

         

       “그는 한없이 강한 거 같지만, 마음은 여리잖아.”

         

       그렇게 말하며 사랑스러운 데비앙의 땀을 닦아 준다.

         

         

         

       ***

         

         

         

       황금기사단 진지 근처에서 양을 풀어놓고 몰래 황금기사단과 대공국의 병사들이 조우 한 곳을 바라본다.

         

       화려한 마차에서 내리는 대공과 황제.

         

       꽤 먼 거리지만 마법이 걸린 외안경을 쓴다면 멀리 떨어진 곳도 한눈에 다 보인다.

         

       그의 눈에 대공과 윌리엄의 만남을 목격한다.

         

       ‘역시 둘이 접촉했군.’

         

       니케아의 첩보원으로 황금기사단과 대공의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파견된 첩자다.

         

       평범한 양치기로 위장한 첩자는 그 둘을 지켜본다.

         

       ‘아무래도 대공과 윌리엄이 오해를 풀었다고 보는 게 맞겠군.’

         

       니케아에서 대공과 윌리엄의 동향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현재 니케아에서 제국의 부대 중에서 제일 두려워하는 부대가 바로 황금기사단과 거인병단.

         

       예전 바빌론 제국의 공격으로 국경이 뚫릴뻔할 때마다 도움을 주러 온 그들의 무공은…

         

       니케아에 제대로 두려움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숫자는 우리가 훨씬 더 많다.’

         

       거기다가 직접적인 교전 이전에 중요 거점은 니케아가 장악하게 된다면 제국으로서 꽤 골치가 아플 테니까.

         

       잠시 뒤 대공과 황제, 윌리엄과 메리 공녀가 마차 안에 들어가는 걸 본 첩자는 품속에서 종이와 작은 깃펜을 꺼내고 풀밭에 엎드려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자… 황금기사단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듀폴의 샛길로 듀폴로 진입하거나, 길을 크게 돌아 에렌이나 보헤미로 갈 게 뻔하다.

         

       회담 이후 황금기사단이 북쪽으로 향한다면 에렌이나 보헤미로 갈 것이고, 동쪽으로 간다면 듀폴로 간다고 보고서에 적고 전서구를 띄우기만 하면 끝인 어쩌면 손쉬운 일이나 다름없다.

         

       이내 마차에 내리는 윌리엄.

         

       ‘자, 어디로 갈 것이냐?’

         

       위풍당당한 윌리엄의 모습을 보며 그는 침을 꿀꺽 삼킨다.

         

       그와 황금기사단의 행방이 전쟁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첩자는 숨을 죽이며 그들을 바라보지만…

         

       “엉?”

         

       그다음 장면은 첩자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흘러간다.

         

       윌리엄이 두 주먹을 쥐고 크게 무어라 외치자…

         

       황금기사단이 갑옷을 벗기 시작한다.

         

       그리고 대공국의 병사들이 그들의 손을 묶고…

         

       “어? 저거 왜 저래?”

         

       마치 죄인처럼 포박해 행렬을 만들고 있는 모습에 첩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설마… 체포하는 건가? 그 황금기사단을?’

         

       설마라는 생각에 첩자는 유심히 그 상황을 지켜본다.

         

       이내 그들을 끌고 로만으로 향하는 장면까지 다 지켜본 첩자는 기존에 썼던 보고서를 박박 찢어 버리고 품에서 새 종이를 꺼내 급하게 무언가를 새로 적는다.

         

       ‘황금기사단이… 체포되다니.’

         

       자신을 포함해 대다수 이런 상황을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구국의 영웅을 체포하다니. 대공이 미친 건가?

         

       첩자는 이 중요한 소식을 한시바삐 니케아의 수도 비잔티온으로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윌리엄과 황금기사단을 체포하고 로만의 감옥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고 있다.

         

       감옥 앞 수많은 제국민이 그 모습을 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이 가득하다.

         

       반응은 내가 생각했던 대로네.

         

       구국의 영웅인 윌리엄과 황금기사단이 감옥에 들어간다면 제국민이 동요할 거는 예상했다.

         

       이 사실을 요아네스가 알면 쌍기 들고 좋아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그들이 감옥에 갇히는 걸 지켜본다.

         

         

       황금기사단 전원에게 수감 시키기 위해 기존 로만에 수감 중인 죄수 중에서 형이 가벼운 자들은 사면령을 내리고 무거운 사람들은 전부 다른 지역으로 옮겨 수용시켰다.

         

       이제 정보부 요원만 감옥에 배치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미소 짓는다.

         

       “우선 이렇게 한 건은 마무리됐고.”

         

       “근데… 정말 그들을 감옥에 계속 썩게 만들건 아니죠?”

         

       테오도라가 불안한 얼굴로 말하자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응. 곧 그들이 할 일이 있어. 그때까지 만이야.”

         

       누구 좋아하라고 황금기사단이라는 최고의 무력 집단을 놀리겠나?

         

       그래도 처음 감옥에 수감되는 거니까. 정보부에 미리 말해서 술과 고기를 마음껏 먹게 해줘야 하겠네.

         

       내 말에 테오도라가 안심된다는 고개를 끄덕인다.

         

       “믿어요.”

         

       그때.

         

       “대공 전하!, 대공 전하! 긴급 보고입니다!”

         

       말을 타고 온 전령이 나에게 종이를 건네주어 봉인을 뜯고 펼쳐본다.

         

       “아…”

         

       에렌과 보헤미에 보냈던 내 경고가 효과가 있었던지 생각보다 군대를 많이 소집했다.

         

       모두 6만.

         

       내가 보낸 1만 명까지 합치면 총 7만이다.

         

       13만 대군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쉽게 무너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희망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네.

         

       듀폴의 전황은 그리 좋지 않지만, 에렌과 보헤미가 무너지지 않으면 승기는 이쪽에 있다.

         

       “당신 무슨 소식이길래 그렇게 미소를 지어요?”

         

       테오도라가 궁금하다는 듯 물어봐 내가 편지를 건네준다.

         

       “어? 이거 좋은 소식 아니에요?”

         

       “좋은 소식이지. 에렌과 보헤미가 바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이러면 아드리아 해 상륙작전이 유효할 거라 생각되어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제 곧 연합왕국의 배가 대공국에 도착한다.

         

       즉. 이제 슬슬 연합왕국과 동맹 조약을 의회에서 통과 해야 할 시기라 볼 수 있다.

         

       황제파들은 상황이 시급하니 대체로 찬성하는 쪽이지만 중립 파벌은 꽤 고심하는 분위기다.

         

       우선 통과는 확실한데…

         

       “다행이네요. 좋은 소식이 들려와서.”

         

       테오도라가 방긋 웃으며 말하자, 순간 나도 모르게 설렘을 느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선작 추천 댓글은 저한테 큰힘이 됩니다!

    다들 사랑해요!

    그리고 오늘도 후원해주신 이상민_743님 너무 감사합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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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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