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27

       [날 듯이 달려가는 당신의 발걸음은 물 위라도 두렵지 않습니다.]

       [당신의 발걸음에 강한 힘이 실리기 시작합니다.]

       [거침없이 달려 나가는 당신의 다리에 무시무시한 속도가 붙기 시작합니다.]

       [맹렬히 타오르는 업화조차 당신에게는 어린양과 같습니다.]

       [대지에서 꿈틀거리는 지면의 힘이 당신의 몸을 타고 흐릅니다.]

       [당신의 판단은 전황을 바꾸는 힘이 되어줍니다.]

       [‘수중 질주’, ‘힘 있는 민첩성’, ‘질주’, ‘타오르는 화염’, ‘거친 바위의 틈새’, ‘흔들리지 않는 통찰력’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총합 레벨 보상으로 속도가 2, 마력이 2, 정신이 1 상승합니다.]

       

        “…와!”

         

       촤르륵 올라오는 폭업 리스트.

       이리 다 모아보니 장관이었다.

         

       여기에 추가적인 것도 있었다.

         

       [당기는 활시위에서 적의 죽음을 직감합니다.]

       [‘활’을 획득합니다.]

       [현재 소유자의 능력치가 스킬의 가치에 비해 너무 높습니다.]

         

       ‘오…활까지?’

         

       이렇게 바로 얻을 줄은 몰랐는데…

         

       아, 물론.

       내가 생각해도 잘 쏘긴 했었다.

       비록 여러 가지 스킬의 도움 덕에 가능했던 거지만 말이다.

         

       이걸로 내가 가진 무기술은 총 8개.

         

       ‘검, 격투, 둔기, 도끼, 단검, 창, 방패, 활.’

         

       좋아, 아주 순조롭다.

       <랭킹 1위>가 말한 ‘그것’을 얻기 위한 조건은 거의 만족하였다.

         

       띠링-!

         

       뒤이어 이어지는 추가적인 선택지.

         

       [‘진화의 길’이 발동됩니다.]

       [‘질주’ → ‘파고드는 질주’ or ‘거침없는 질주’]

         

       “…음.”

         

       고민은 짧았다.

         

       [두려울 필요가 없는 당신의 질주는 곧 하나의 바람이 됩니다.]

       [‘거침없는 질주’로 진화합니다. 레어(Rare)등급 능력입니다.]

         

       [파고드는 질주]는 좁은 곳을 통과할 때 이동 속도를 대폭 증가시켜 주는 옵션이 있었다.

         

       뭐, 이런 상황이 얼마나 자주 나오겠는가.

         

       이걸 고를 바에는 그냥 아무런 조건을 타지 않고, 무조건[질주]보다 빠른[거침없는 질주]가 좋았다.

         

       ‘만족스럽네.’

         

       나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

         

       내가 나아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대로만 성장하면 충분히 내가 원하는 엔딩에 도달할 수 있음을 말이다.

         

       ―세하야~

       ―유세하!

       ―세하!

         

       아, 이런!

         

       너무 오랫동안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일행의 목소리에 손을 흔들며 몸을 돌린다.

         

       아니, 돌아서려 했다.

         

       “응?”

         

       나는 뒤늦게 <세이렌>의 시체에서, 뭔가 불그스름한 구체가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음?

       설마…

       진짜로?

         

       “오잉?”

         

       정말로 <특성 룬>이잖아?

         

       *

         

       “돌아왔어.”

       “고생하셨어요.”

         

       동료의 환대를 받으며 착지.

         

       여기저기서 대체 노랫소리는 어떻게 저항한 거냐 등등의 질문을 받던 때였다.

         

       “…세하?”

       “응?”

         

       문보라가 나의 손에 들린 구체를 보며 놀란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그건…?”

        “아, <세이렌>의 룬이야. 마침 잘됐다. 문보라 너 룬 전용 보관 통 있지? 이것 좀 담아줄래.”

         

       <룬>은 30분~1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만다.

         

       주머니를 꺼내 든, 문보라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추, 축하드려요. 역시 <시련>이라 그런가. 룬 드랍률이 높네요. 여담이지만 무슨 스킬이었나요? 혹시 [매혹의 노래] 같은 1등 상을…-”

         

       “-아 [미색 증가]야.”

         

       “……네?”

         

       “[미색 증가]라고.”

         

       좌중에 침묵이 감돈다.

         

       평소의 나였다면, 이 불길한 침묵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알아차렸을 거다.

         

       그러나 오랜만에 아는 것을 물어봐서 그런가.

         

       또, 설명충 기질이 작동되고 말았다.

         

       <세이렌>을 멋지게 처치한 것에 대한, 고무감도 좀 있었고 말이야.

         

       “저, 정말요? 분명 엄청 귀한 거로 아는데…”

        “응, 솔직히 왜 그리 좋은 대우를 받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레어도만 따지면 매우 귀한 룬이야.”

         

       [미색 증가].

       일종의 패시브 스킬로, 꽤 귀한 대접을 받는 룬이었다.

       이름에서 알겠지만, 효과는 간단하였다.

         

       “피부가 고와지고, 목소리에 매력적인 느낌이 들게 하고…또, 몸매가 더 돋보이게 하는 등의 효과가 있어. 듣기로 노화도 방지하는 기능이 있어서 주름살도 없애준다던데? 사실상 모든 여자들이 원하는 꿈의 능력이라나 뭐라나.”

         

       “……”

         

       내가 보기에는 하등 쓸모도 없는 능력이지만, 여자들 사이에서는 대우가 좀 다른 모양이다.

         

       과거, <헌터앱>으로 본적이 있었다.

         

       분명, 20억을 우습게 넘어가는 아주 고가의 룬이었다.

         

       ‘참 나 원…이런 게 왜 비싼지 이해가 안 되네…’

         

       개인적으로는, 이딴 미용 효과보다는 직접적으로 전투에 도움이 되는 게 나왔으면 더 좋았을 심정이었다.

         

       아무튼, 나온 것만으로 감사해야 하는 법.

         

       ‘나중에 팔아넘겨서 우리 므냥이 장비나 사줘야겠다.’ 생각하던 찰나.

         

       덥석-!

         

       누군가 내 팔을 강하게 붙잡았다.

       그것도 아주 세게…말이다.

         

       “…주나용? 좀 아픈데?”

       “유세하. 나한테 팔아.”

       “에?”

       “아니요. 저한테 파세요.”

       “…문보라?”

         

       말을 꺼낸 둘은, 서로를 한번 노려보았다.

         

       곧 옥신각신 다투기 시작했다.

         

       “얘들아…?”

         

       “야, 문보라! 너 이미 가슴도, 엉덩이도 큰 애가 뭘 이런 게 더 필요해!”

         

       “주, 주나용씨야말로! 길거리 지나갈 때마다 다들 쳐다보는데…굳이 더 꾸밀 필요도 없잖아요! 몸에 용의 피 흐른다면서요! 그럼 젊음도 오래갈 거 아니에요!”

         

       “하, 나 참. 뭘 모르네! 미리미리 관리해야 한다고! 용의 피가 만능인 줄 알아?”

         

       “그건 제가 할 소리거든요!”

         

       “저, 저기…”

         

       타오르는 열기에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이런 맙소사.

         

       므냥이와 최마리까지 군침을 삼키며, [미색 증가] 룬을 바라보고 있었다.

         

       “…므아아. 나이스바디 쭉쭉빵빵…나, 남자를 억압하고 지배하는 여자의 조건 중 하나…”

       

        “…므냥아? 너 설마 그 수업 몰래 넣었니?”

         

       “마우우…그러고 보니 들어본 적 있어요. 분명 여성의 미모를 기반으로 하는 성법이 있다고…”

         

       “…마리 선배?”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세하 동생.”

       “아, 네?”

         

       순간, 임혜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설마, 누님도?! 했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마치, 어리석은 것을 보는 듯 바라보던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미 존나 늦은것같긴한데. 한마디 해둘게. 처신 잘해.”

         

       “그게 무슨…?”

         

       “안 그러면 진짜 나중에 감당 안 된다.”

         

       “……네?”

       

         

       * * *

         

         

       잠시 뒤.

         

       결국 우리는 <세이렌>의 룬은, 다 깨고 최종 보상 정산에서 나누기로 하였다.

         

       이후로도 진행되는 <시련> 공략.

         

       30분.

       1시간.

       1시간 30분.

         

       그렇게 2시간.

         

       [보스 룸]을 코앞에 두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이유는 지금 상대하는 <중간 보스> 때문이었다.

         

       “크웨에에에에!!”

       “세하야. 옆!”

         

       들려오는 목소리에 번개처럼 몸을 숙였다.

         

       콰득-!

       

       육중한 꼬리가 머리 위를 스치며 지나간다.

         

       쾅-!

         

       동굴 벽을 마치 스티로폼처럼 부숴버리는 파괴력에 절로 오금이 저려온다.

         

       “동생, 온다!”

       “넵!”

         

       쉴 틈이 없었다.

         

       임혜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은색 액체가 날라왔으니까.

         

       닿기만 하여도 [상태 이상: 석화]를 일으키는 독 탄.

         

       나는 [패천검법]으로 썰어버리며, 전방을 직시하였다.

         

       전신에 철갑을 두른 듯한, 검은색의 뱀이 흉측한 안광을 드리운다.

         

       최소 15M는 될법한 크기.

         

       <바실리스크>.

         

       뱀들의 왕이라 불리는 존재이며, 아슬아슬하게 A급 턱걸이 정도 되는 보스몹이었다.

         

       원래라면 상대하기 쉽지 않았을 거다.

         

       아무리 이만한 인원수라고 하여도, 저 정도 되는 녀석을 잡는 건 여간 힘든 일이니까.

         

       ‘다행인 건 녀석도 <독의 가호>를 받은 놈인 거.’

         

       덕분에, 내가 아는 <바실리스크>보다는 모든 면에서 약했다.

         

       높게 쳐줘봤자 B급 최상위권이겠지.

         

       차분히, 침착하게 진행되는 싸움.

         

       이는 조금씩이지만, 우리들의 승기를 점해주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결정타를 날릴 기회가 찾아왔다.

         

       “유세하! 가!”

         

       [방화림]으로 바실리스크의 눈을 찌른 주나용의 외침.

         

       나는 다리에 힘을 주며 폭발하듯 뛰었다.

         

       [거침없는 질주]의 발현으로, 한줄기 섬광처럼 직진하는 육체.

         

       단숨에 <바실리스크>의 몸통을 밟고 올라간다.

         

       [성자의 검]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패천검법]!”

         

       의지와 함께 퍼져나가는 붉은빛의 번개.

       휘몰아치는 검기가 노도의 폭풍이 되어 <바실리스크>를 도륙하기 시작한다.

         

       추가로 놀라운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패천검법]의 공격 속도.

         

       원래도 빠른 검술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의 몸은 칼춤을 추듯 움직였다.

         

       마치 동영상 재생 속도를 곱하기 2로 올린 듯한 움직임이었다.

         

       너무 빨라, 미묘한 잔상까지 일어난다.

         

       어깨 위에 있던 임혜자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진다.

         

       “…뭐야, 동생. 혹시 <룬>이라도 박았어?”

         

       역시, 혜자 누님.

       바로 알아보는구나.

         

       <시스터 후드>에서 처음 신빛가람을 만났을 때 부탁하였던 일.

         

       지금 그 결과가 발휘되었다.

         

       슈컥-!

       

       마지막 참격은 곧 <바실리스크>의 머리를 참수시키며 상황을 종료하였다.

         

       ‘좋아…’

         

       나는 양손을 움켜쥐었다.

         

       이정도 공격 속도.

       이만한 파괴력.

       최종적인 피해까지.

         

       이거라면, 설령 이곳의 던전 보스가 정말로 <용>이라고 하여도 피해를 줄 수 있겠다는 확신을 하였다.

         

       *

         

       모든 전투가 끝나고 이제 [보스 룸]만 남겨두는 시점이었다.

         

       쿠구구구-!

         

       갑자기 울려 퍼지는 진동에 나를 포함한 전원의 표정이 굳어진다.

         

       [<지키는 자>가 발동됩니다.]

       [최소 한~두명 이상의 파티원이 남아야 합니다.]

       [몰려오는 괴수를 처치하십시오.]

       [남지 않을 경우, 강제로 시련에서 추방되며 두 번 다시 도전할 수 없습니다.]

         

       이런 씨발?

         

       ‘<차오르는 독> 기믹도 모자라서…’

         

       <추방> 기믹까지 있다고!?

         

       대체 어떻게 되먹은 <시련>이야?

         

       ‘심지어 이건 전조 증상도 없었는데?’

         

       나는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하여 잠시 머뭇거렸다.

         

       모두 나를 쳐다본다.

         

       정확하게 파티를 꾸려서 남겨야 하지만…

         

       ‘누굴 남기지?’

         

       고민하는 순간.

       어깨 위에 있던 임혜자가 바닥에 착지하였다.

         

       “…혜자 누님?”

       “딱 타이밍 좋네.”

         

       어느새 혜자 누님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1시간 동안 <백업> 상태를 강제로 해제해 주는 영웅(Hero) 능력, [원본화]였다.

         

       “여긴 나한테 맡기고 가라.”

       “하, 하지만…!”

       “걱정하지 마. 위험하면 <펜던트> 사용하면 되잖아.”

         

       씩 웃으며 대답한 임혜자는, 가장 먼저 달려드는 <켈피>를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단숨에 곤죽이 되는 <켈피>.

         

       대단한 무용에, 그녀라면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동생.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느끼게 하나 있는데. <던전>은 망설이면 안 된다는 거다. 어서 가라. 빨리 <보스> 대가리 깨고 오라고.”

       “……”

         

       맞는 말이다.

         

       망설임은 곧 사치인 곳이 바로 <던전>이다.

         

       잠시 침묵하던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린 뒤 소리쳤다.

         

       “다들 여긴 혜자 누님에게 맡기고 전진하자!”

         

       *

         

       “드디어 갔구만.”

         

       임혜자는 <프로그맨>의 목을 꺾으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저 멀리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후배들이 보인다.

         

       본인은 이미 모든 모험을 마친 선배이다.

         

       그런 뒷방 늙은이가 해야 할 일은, 후배인 그들이 달려갈 수 있도록 지탱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순간,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물어보는 임혜자.

         

       대답이 돌아올 리가 없었다.

         

       지금 이곳에는 임혜자와 달려오는 괴수들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임혜자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유세하에게 하나 더 받아두었던 [해독 풀]을 건네었다.

         

       “뭐 피 냄새도 안 나는 거 보면 필요하지는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드실 거면 드쇼. 소중한 생도가 준비한 물품이니까.”

         

       반존대의 어투가 내뱉어진다.

         

       그러자 정말 놀랍게도 답변이 돌아왔다.

         

       “…알고 있었나.”

         

       “그럼, 처음부터 눈치챘지. 내가 구른 짬밥이 몇 년인데.”

         

       “…속일 생각은-”

         

       “-아니까. 망토나 벗으십쇼. 서로 얼굴은 제대로 봐야지.”

         

       임혜자의 말이 끝나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한 여인의 형상이 나타났다.

         

       후드를 집는 여인.

         

       천천히, 조심스럽게…

       얼굴을 공개하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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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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