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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7

       * * *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

       

       

       유고슬라비아에서는 요시프 브로즈 티토가 유고슬라비아 청년 공산당을 이끌고 있었다.

       

       일찍이 대전쟁에서 러시아제국 육군에 생포되기도 한 그는, 포로 수감 중에 러시아 혁명과 내전의 경과를 지켜보게 되었다.

       

       본래라면 러시아 혁명을 통해 공산주의 이념에 빠지는 그는, 소련이 망한 이 세계관에서도 공산주의에 빠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실 소련이 망한 이 세계관에서 그에게 공산주의는 일종의 통치 수단에 불과했다.

       

       아무렴, 말이야 바른 말이지 슬라브 민족의 큰 형님 러시아가 공산화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지금의 러시아는 공산주의를 극도로 혐오하며 증오하는 백계 러시아를 도발할 것도 아닌 마당에 뭐하러 진지하게 공산주의를 빨겠는가.

       

       그저 티토가 참고한 것은 하나였다.

       

       어디까지나 공산주의로 이제 막 유고슬라비아의 구성원이 된, 전 오헝 구성국들을 단합시키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티토 본인이 유고슬라비아의 레닌이 되면 좋았다.

       

       딱 볼셰비키로 단합될 무렵의 러시아. 딱 거기까지만 가면 된다.

       

       처음에만 공산주의로 갈 뿐. 나중에 상황이 좋아지고, 티토가 좀 더 높은 자리에 오르면, 러시아처럼. 저희 수정자본주입니다! 하면서 대전쟁 때처럼 러시아와 한 팀이 되면 된다.

       

       물론 아나스타샤 차리나가 공산주의를 극도로 혐오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건 티토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의 러시아의 정책을 보면 볼셰비키를 많이 참고 했으니, 나중에 좀 따라한다고 설마 큰 형님이 때리기야 하겠는가.

       

       그랬는데.

       

       티토가 생각한 그림은 딱 거기까지였다.

       

       

       “좆됐군.”

       

       

       하필이면 독일 공산당이 물밑으로 티토를 지원하고,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는 대놓고 티토를 크게 칭찬했다.

       

       오죽하면 지난 루마니아의 왕비를 붉은 왕비라 칭송할 때 티토도 묶어서 칭찬했으니까.

       

       여기에 러시아는 자그마한 항의를 해왔고. 정확히 티토를 언급했다고 한다.

       

       

       ‘루마니아 왕비는 빨갱이라고 해도 나는 억울하다고!’

       

       

       티토는 열불이 치밀었다.

       

       물론 루마니아 사태의 진실을 모르니, 티토는 혼자 피해자라 소리없는 절규를 외쳤다.

       

       이제 와 “이거 다 농담입니다! 조크 조크!” 이러면 “하하, 참 재미있었습니다.”이러겠나? 아니면 죽이겠나?

       

       티토 본인이라도 그런 사람은 죽이려 들 것이다.

       

       일단 독일과 이탈리아의 공산당원으로부터 죽을지도 모를 일이고.

       

       그렇다고 밝히지 않고 나는 붉은 티토요! 이러고 다니면 차르가 보낸 오흐라나에 의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다.

       

       티토는 저 자신을 고평가하지는 않지만, 하필 옆 동네에 미친 서기장이 열심히 티토를 언급하고 있어서 쓸데없이 유명인이 되어버렸다.

       

       이 와중에 윗동네 오스트리아에서는 히틀러란 자가 열심히 유고슬라비아를 유고슬라비아였던 것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며 세력을 키우고 있다.

       

       이러면 일단 티토는 양단간에 결정은 내려야 한다.

       

       

       ‘옆의 이탈리아 때문에 일단은 공산당에 호감을 가진 척 해야 한다. 그리고 러시아 눈치도 봐야 하니, 유고슬라비아 공산당도 유고슬라비아 국가사회당 이런 걸로 하면?’

       

       

       그렇다면 러시아 쪽에서도 “이 새끼 이거 공산당이야 아니야?”이러지 않겠는가.

       

       잘 생각해보라. 지금 독일도, 이탈리아도. 정권을 잡은 당 이름이 독일 공산당, 이탈리아 공산당. 이렇게 된다.

       

       그렇다면 이쪽은 하다못해 빨갱이는 아닌 것처럼 보여야 할 것이 아닌가.

       

       어차피 자신은 아직 젊다.

       

       설마하니 러시아의 차르가 오흐라나를 보내 자신을 죽이려 하겠는가.

       

       

       * * *

       

       

       루마니아 사태가 종료되고 헝가리와 루마니아 외무장관이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원래 루마니아는 총리가 오려고 했는데, 카롤 2세의 신정부가 만들어지면서 외무장관만 파견되었다고.

       

       어지간히 바쁜 모양이지.

       

       어차피 러시아야 그냥 베사라비아 반환을 확인 받는 자리다.

       

       그 외에는 일단은 ‘중립국’인 러시아에서 헝가리의 트란실바니아 반환문제를 확실히 하려는 거지.

       

       

       “루마니아는 평화 중재를 맡은 러시아에 보답하기 위해 베사라비아를 반환한다. 루마니아 측은 이에 동의하십니까?”

       “예. 동의합니다.”

       

       

       루마니아 외무부 장관 이온 G 두카는 베사라비아 반환을 인정했다.

       

       얼굴이 굉장히 꿀꿀한 얼굴인데. 뭐 베사라비아는 어쩔 수 없으니 뭐라 항의할 수도 없을 터다.

       

       무엇보다 루마니아 정보력으로는 오흐라나가 배후에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공산 독일이 저질러둔 게 있잖아.

       

       독일 공산당이 뿌린 것 때문에 루마니아 측은 배후를 독일 공산당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마리 왕비나 바르부 슈티르베이도 공산 독일의 파트너인 공산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가 붉은 왕비라는 호칭을 달아주면서 러시아는 절대 의심하지 않고, 마리 왕비의 원망은 독일의 카를 리프크네히트와 베니토 무솔리니에게 향했다.

       

       이미 폴란드에서 차리나를 테러한 이들의 배후가 독일 공산당이란 말도 있으니. 루마니아도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우리 헝가리에게 위임 통치식으로 트란실바니아 반환을 인정하십니까?”

       

       

       이번에는 헝가리 외교부 장관인 러요시 왈코코였다.

       

       트란실바니아 위임통치령.

       

       이건 호르티가 생각한 방법이다.

       

       혹시라도 영국이 개입할 것을 대비하여, 위임 통치식으로, 괴뢰국 식으로 헝가리에 넘긴다고.

       

       이미 영국에 내가 말해두긴 했는데, 호르티가 꽤 머리를 썼다.

       

       하긴 그렇지. 일단 괴뢰국으로 해두고 다시 오스트리아-헝가리 동군연합을 이룬 다음 바로 트란실바니아로 통합하려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 측에서는 총리와 외교부 장관이 직접 이 회담을 주도하면서 중립국의 위치를 분명히 하였다.

       

       가만히 나는 상석에서 저 힘빠진 루마니아 관료진과 기세등등한 헝가리 관료진이 회담을 가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펜을 굴리면서.

       

       사실 굳이 볼 필요는 없지만.

       

       일단은 내가 만든 판이 제대로 돌아가나 보고 싶거든.

       

       

       “네. 다만 트란실바니아 내에 우리 루마니아인들이 좀 있습니다. 하여 그들을 이주시키는 것만 도와주십시오.”

       “그 정도는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래. 그 정도는 해야지.

       

       트란실바니아에 루마니아인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귀찮아질 테니, 이참에 확실히 매듭지어두는 것이 좋을 거다.

       

       하지만, 루마니아 쪽 인물들을 보건대. 이번 회담에 억지로 와 있는 거 같다.

       

       하기야 기껏 먹은 땅을 내놓는 자리인데 어떻게 제대로 된 얼굴로 있을까.

       

       사실상, 대전쟁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전쟁에 참전한 것이 의미없게 되어버린 거지.

       

       게다가 이번 일에서 카롤 2세의 공이 큰 것을 생각하면?

       

       

       “귀국의 새 왕께서는 방공협정을 준수할 것입니까?”

       “예. 각하.”

       “좋습니다. 이제부터 헝가리는 특별군사작전을 종료를 선언하시면, 루마니아 측의 현재 국경을 인정하십니까?”

       

       

       여기서 뿜을 뻔했다.

       

       헝가리의 특별군사작전이 종료된다.

       

       진짜 호르티 그 인간도 이거에 재미 들리는 거 아닌지 몰라.

       

       

       “예. 인정합니다.”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헝가리는 이제 빼앗긴 것을 다 뜯어먹었으니. 볼 거 다 봤다.

       

       이재야 헝가리의 판도가 좀 동글동글해져서 예쁘다.

       

       역시 지형학적으로도 확실히 트란실바니아를 먹은 게 예쁘지.

       

       나는 개인적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영토가 예쁘다고 생각하거든.

       

       솔직히 지금처럼 조각조각 파편된 것보단 그냥 밀가루 반죽 내던진 것처럼 생긴 오헝 판도가 좋지 않냐.

       

       지금 파편화된 판도는 뭔가 어울리지 않거든.

       

       자, 이제 오헝 통합만 하면 되지만.

       

       그건 아직 좀 먼 미래일 것이다. 30년대에나 뭐가 되지 않을까.

       

       처음 오헝 해체 이전에도 워낙 다민족이라 통합도 제대로 안 되어있는 형태였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더 힘들 것이다.

       

       외부의 압력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합체! 이런 식으로 하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어떻게 오헝을 재건하기는 힘들지도.

       

       콧수염이 어떤 재주를 부릴까. 궁금하다.

       

       아니, 잠깐 기다려 봐.

       

       이거 왜 지금 끝나려는 분위기지. 여기서 끝내면 안 되지.

       

       왜 루마니아애들은 중요한 걸 안 물어보는 것인가.

       

       나는 참관하고 있는 이 차르를 잊지 말라는 듯 손뼉을 쳤다.

       

       그제야 회담을 하고 있는 삼국의 관료진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래. 그래. 그렇게 보란 말이야.

       

       

       “아, 그런데, 이게 끝인가? 루마니아 측에 물어볼 것이 있는데.”

       “예. 말씀하시지요. 폐하.”

       

       

       그래 말은 잘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어버린 마리 왕비와 슈티르베이는 왜 조금도 언급이 없는 것인가.

       

       아, 물론 어디까지나 내가 배후긴 하지만 하여튼.

       

       

       “마리 왕비와 바르부 슈티르베이가 모스크바에 있는데, 어찌할 것인가?”

       

       

       일단 그래도 니들 왕비잖아.

       

       가만히 얼굴을 보니 마리 왕비에 대한 건 생각지 못한 것 같다.

       

       그 카롤 왕자라면 그럴 만도 하지.

       

       

       “아국의 국왕께서는 왕비님의 귀환을 바라지 않으십니다.”

       

       

       일단 페르디난드가 형식적으로는 여전히 왕 아니냐.

       

       그럼 페르디난드는 방구석에 박혀서 흠. 지금 상황을 보면 카롤이 완전히 주도권을 잡은 거 같은데.

       

       

       “귀국의 왕께서는 건강이 약화된 것으로 아는데, 괜찮으신가?”

       “왕비께서 러시아 망명을 해버린 후로 현재 카롤 왕자께서 사실상 국사를 보고 계십니다.”

       

       

       흠, 이것으로 모자 관계가 정말 끝장이 난 건가.

       

       어쩌면 애증의 관계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카롤은 정말로 이참에 마리 왕비를 치우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이런 불속성 효자 같으니라고.

       

       뭐 카롤이 아무리 멍청해도 자기 어머니가 설마 빨갱이랑 붙어 먹을 거로 진심으로 생각하지는 않겠지.

       

       그걸 감안해보면 카롤은 아예 러시아에 제 어머니를 박아두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마리 왕비가 정식으로 망명신청을 하지 않은 이상.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다는 점은 알아야 하네.”

       

       

       어쨌든 러시아는 납치를 한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해서 나는 마리 왕비를 풀어주는 거지.

       

       지금은 모스크바에 거처를 마련하긴 했지만 뭐. 어디로 가든 이제 내 알 바는 아닐 것이다.

       

       

       “알겠습니다. 폐하.”

       

       

       바르부 슈티르베이가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마리 왕비를 루마니아로 돌려보낼 수는 없을 거다.

       

       이미 카롤이 헝가리를 등에 업고 작정했다면 답은 나오니까.

       

       이러면 루마니아에 좀 미안해지는데.

       

       아니지. 애초에 누가 전쟁에 참전하라고 칼 들고 협박했나?

       

       누가 바르부 슈티르베이와 불륜하래?

       

       아니거든. 명분을 던진 루마니아가 잘못된 것이다.

       

       암, 그렇고 말고. 나는 아무런 잘못도 없지.

       

       자, 그럼 이제 이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

       

       루마니아는 마리 왕비의 귀한을 바라지 않고 땅은 땅대로 뜯기고, 오로지 왕위에만 미친 카롤왕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아마 카롤은 열심히 마그다(카롤 2세의 후처)를 위해서 국가 재정을 털겠지.

       

       루마니아는 이제 알아서 몰락할 테고. 딱 거기까지만 보면 된다.

       

       

       “폐하. 섭정 각하께서 폐하께 전하라는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영혼까지 털린 루마니아인들이 돌아가고, 헝가리의 외무장관 러요시 왈코코가 나한테 공손히 다가와 입을 열었다.

       

       

       “무엇인가?”

       “섭정께서는 헝가리 귀족들의 설득을 하게 되었으니, 폐하께서 오스트리아-헝가리의 동군연합 지지를 공식적으로 해주셨으면 한다고 하셨습니다.”

       

       

       공식적으로 지지라.

       

       그 말은 내가 공식석상에서, 나 얘네 이중 제국 지지해. 이러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이게 의외로 잘 풀렸다는 사실에 좀 놀랍다.

       

       정말로 동군연합으로 가겠다고?

       

       

       “흠. 의외로 이게 가능한 것인가.”

       “예?”

       “아니, 의외로 귀국의 섭정께서 동군연합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재미있어서.”

       

       

       그렇잖아.

       

       사실상 다시 오스트리아에게 함께 하게 된다는 의미잖아.

       

       보통은 잡음 같은 것이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헝가리의 호르티는 자신이 가진 권력을 오스트리아 제국과 나누게 될 것이다.

       

       그가 기존에 오헝의 제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뭐 불가능한 전개도 아니긴 하지만.

       

       일이 너무 쉽게 풀리는 것이 좀 불안하다는 말이지.

       

       

       “독일이 유고슬라비아를 통해 헝가리에 공산당을 계속 집어넣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섭정 각하께서는 지금, 이 체제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니, 군주를 세우긴 해야 한다 하셨습니다.”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것인가.

       

       하기야. 헝가리 귀족들도 혁명도 겪어보고 지금 공산당도 계속 침투하는데, 이럴 거면 차라리 이중제국의 일원으로 사는 게 좋을 것이다.

       

       더군다나 국호만으로 알 수 있듯이 헝가리도 일단은 동군연합이라도 개별적인 국가나 다름이 없으니.

       

       뭐 그쪽은 알아서 하겠지.

       

       자, 그럼 루마니아 일은 어렇게 해결은 했다.

       

       헝가리의 호르티는 만족했고, 루마니아의 카롤도 만족했다.

       

       그리고 러시아도 덩달아 베사라비아를 획득했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퇴고 중에 컴퓨터가 튕겨버려서.. 다시 퇴고 했는데. 좀 내용이 바뀐 거 같기도 하고 으음…

    티토는 2차 세계대전 때 유고슬라비아 파르티잔을 이끌고 반 나치 활동을 했고, 2차 대전 이후,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작중, 언급된 마그다는 카롤 2세의 정부입니다. 원래 이름은 엘레나 루페스쿠입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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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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