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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7

       “알아내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더라.”

       

       아리아는 말했다.

         

       “대화를 몇 번 나눠보면, 상대가 어떤 종류의 통찰(洞察)을 사용하는 지 알 수 있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통찰, 순수한 직관력에서 비롯된 통찰, 방대한 정보를 이용한 통찰……그리고 네가 주로 사용했던 [통찰]은 주로 첫번째 거였어.”

         

       경험에서 비롯된 통찰.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올리비아는 대악마와의 전투를 이미 겪어봤다는 말이 된다.

         

       “처음에는 내 착각이라고 생각했어. 하다못해 네가 과거에 비슷한 일을 경험했었던 적이 있는 줄 알았지.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내 착각은 조금씩 확신으로 변해갔단다.”

         

       아리아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탁! 문 너머에서 근위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습니까!”

       “가서 키엘 대공을 불러오도록 하라.”

        “예!”

         

       아리아의 앞에는 어느새 체스판이 나타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오랜만에 체스나 한판 둘까?”

         

       체스.

         

       과거 아카데미에 다녔을 무렵, 아리아와 친분을 쌓기 위해 체스를 뒀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네가 작정하고 감췄다면, 나도 알아차리지 못했을거야. 아, 이제 네 차례야.”

       “……내가 그런 티를 냈었다고?”

       “후후, 당장 지금만 해도 그런걸.”

         

       아리아는 재밌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과거 올리비아는 그녀보다 한 수 위에 있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져본 적 없는 체스를 처음 만난 상대에게 압도적으로 패배했을 때 어찌나 당황했었던가.

         

       그런 올리비아를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어찌나 노력을 했었는지.

         

       하지만 이젠 그것도 옛말이었다.

         

       올리비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리아의 수를 읽지 못하고 끌려다녔다.

         

       “체크메이트.”

       “……으음.”

       “대충 이런거야. 은연 중에 드러나는거지.”

         

       아무리 10년 동안 체스를 두지 않았다고 한들, 고수가 하수가 되지는 않는다.

       대마법사가 마법을 놓는다고 대마법사가 아니게 되지 않는 것처럼.

         

       올리비아는 입술을 다물었다. 아리아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한 것이다.

         

       “체스 한 판에, 경우의 수가 몇 가지나 있는 줄 알아? 첫 수에 400가지, 두 수에는 19만 개, 세 수부터는 1억 개가 넘어. 물론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습관이라는게 있어서,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기는 하지만…….”

        “…….”

         

       아리아의 벽안이, 깊은 우울을 머금었다.

         

       “그래도 수백 번이야.”

         

       체스판을 정리하는 그녀의 손은 얕게 떨리고 있었다.

         

       “물론, 네가 고작 체스 한 판 이겨먹겠다고 시간을 되돌렸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너는……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하지만…….”

         

       아리아는 한참이나 머뭇거렸다.

         

       “나는……두려워.”

         

       아리아는 중얼거렸다.

         

       “네가 어떻게 아직도 그렇게 웃고 있을 수 있는지, 그 미소 너머에 얼마나 많은 흉터가 감춰져 있을지……나는 모르니까. 알 수가 없으니까…….”

       

       아리아가 한 모금씩 목소리를 삼켰다.

         

       “본래 완벽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모순이야. 특히 우리같은 인간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여기서……만족해줘. 완벽하지 않더라도, 이 결말로 만족해줘. 제발……부탁이야.”

       

       올리비아만이 기억하는 시간.

         

       수십 년에 달하는 시간과, 모든 노력이 한 줌의 먼지로 화해 사라진다.

         

       “…….”

       

       아리아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회차는 결국, 이미 거쳐갔던 수없이 많은 회차 중 하나일 뿐이니까.

         

       여기서 그만두겠다고 결심한다고 한들, 이 이후로도 수천 번의 회차를 거쳐 몰살에 도달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올리비아는 말문을 돌리기로 했다.

         

       “……키엘 공작은 왜 부른거야?”

       “…….”

       

       아리아는 잠시 말이 없었다. 온갖 감정들이 그녀의 눈동자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다.

         

       “아리아?”

       

       올리비아가 다시 한 번 아리아를 부른다. 침묵하고 있던 아리아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올리비아의 목소리에 담긴 감정에서, 그녀의 의지를 읽어냈기 때문이다.

         

       ‘결국…….’

         

       이렇게 될 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대륙이 안정을 되찾고, 마신을 처치한 일등 공신인 올리비아가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올리비아가 회귀했다는 의심이 확신으로 변한 것도 그 때쯤이었다.

         

       마신이 죽었고, 세계는 평화를 되찾았다.

       모두가 마음을 놓고, 이제는 쉬어야겠다고 다짐했을 때도, 올리비아는 쉬지 않았다.

         

       그녀에게 마신의 죽음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 금탑주가 죽었고, 아카데미 학생들이 죽었고, 남부민들이 죽었다.

         

       모두가 그들의 희생을 기렸고, 동시에 안타까워했다. 아리아 또한 떠나간 이들을 안타까워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황제가 살해당하고 황궁에서 피신하던 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리아는 하루만에 눈물을 털고 일어났다.

         

       죽음은 온종일 눈물 속에 처박혀 있는다고 해서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올리비아는 아니다.

         

       그녀는 되돌릴 수 있다. 수많은 죽음들을, 없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올리비아는 그들의 죽음을 털어내지 못한다.

         

       똑똑.

         

       키엘이 정중하게 문을 두드렸다.

         

       그제서야, 무거운 침묵이 흩어졌다.

         

       “……들어오라.”

        “폐하, 저를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어 불렀소.”

       “성심을 다해 답하겠습니다.”

       

       키엘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아리아는 키엘과 올리비아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키엘 대공. 혹시 올리비아가 자네에게 검술과 관련된 조언을 해준 적이 있는가?”

         

         

       *****

         

         

       “……이 자가 정말 검성입니까?”

         

       신성 왕국의 4기사, 프란츠가 턱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그의 앞에 누워있는 환자는 말로만 들었던 ‘검성’ 키엘이었다. 에우란 대수림에서 처음 그를 발견했을 때, 그는 반쯤 폐인이 된 상태로 널브러져 있었다.

         

       리브가가 직접 치료에 나섰기에 다행히 살릴 수는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성녀님. 검성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은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칫하다간 제국과의 외교 문제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안 됩니다. 제국은……믿을 수 없어요.”

         

       리브가는 단호했다.

         

       올리비아를 용서할 자신이 없었던 시절, 성녀 자격을 스스로 내려놓으려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용서를 받아야 할 사람은 언니가 아니라 나였어.’

         

       이제는 흐릿해진 옛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려본다. 올리비아와 수(水)의 마경으로 들어갔을 때의 기억을.

         

       그곳에 있던 망령들의 왕은, 이렇게 말했었다.

         

       [대마법사가 무엇을 위해 그 오랜 삶을 반복했을지, 한 번 잘 생각해보게나.]

         

       키엘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대수림 인근에서 강대한 마기를 식별했다는 제보가 들어왔고, 리브가는 성국이 차출한 조사단에 자원했다.

       

       악마와 관련된 경험을 쌓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처참한 전투의 흔적 한가운데서 키엘을 발견했다.

         

       천막 너머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리브가가 고개를 돌렸다. 천을 걷고 들어온 사제들은 곧바로 조사한 내용을 보고했다.

         

       “조사 결과를 보고하겠습니다. 해석할 수 없는 고차원 마법식이 셋, 검격이 하나, 원거리 무기에 관통된 흔적이 하나, 정령력이…….”

        “본론만 보고해주세요.”

       “……예. 총 여덟 명이 이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마기는 그와 별개로, 전투가 끝난 후에야 새겨진 것으로 보입니다.”

         

       리브가는 그 여덟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중에 올리비아와 키엘이 있었다는 사실은 유추할 수는 있었다.

         

       [대마법사는 어쩌면, 자신이 무너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을걸세, 자네 같은 강자를 모으는 것 또한, 같은 이유겠지.]

         

       나머지 여섯도, 분명 전생의 올리비아와 친분이 있던 ‘강자’들일 것이다.

         

       사무치는 증오에 침식된 그들은, 올리비아를 사냥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던 것이다.

         

       그들을 마냥 탓할 수는 없었다. 리브가 또한, 올리비아를 보자마자 성창(聖槍)을 꺼내들었던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리브가는 시선을 돌려 키엘을 바라보았다. 다른 강자들은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 반면, 키엘은 그 자리에 쓰러진 채로 남아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키엘 공작은 올리비아와 같은 편이었다.

         

       그렇다면 올리비아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리브가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흘만 빨리 왔더라면…….’

         

       “성녀님. 확인해주셔야 할 게 있습니다.”

       “뭐죠?”

        “저희로서는 이 마기가 어떤 악마의 흔적인지 알아낼 도리가…….”

       

       리브가가 천막 바깥으로 사라지고, 키엘이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멍한 듯한 그의 동공에, 부러진 채로 벽에 뉘여져 있는 대검이 비쳤다.

         

       십수 년 동안 사용했던 애병. 하지만 키엘은 처참하게 망가진 대검을 보고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정신이 무너졌기 때문이 아니다.

         

       눈만 뜨고 있을 뿐, 정신은 아직 꿈 속에서 헤메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한 꿈을 꾸었다.

         

       “…….”

         

       꿈 속에서, 그는 대공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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