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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7

       살을 쥐어뜯으려는 괴악한 손이 내게로 뻗어진다.

       

       내 기억이 맞다면 저건 사파의 한 무인이 만들어낸 괴악한 무공이었을 것이다.

       

       손아귀의 힘을 극한까지 키워 어디든 붙잡기만 하면 비틀어 끊어버릴 수 있다고 했던가.

       

       여러모로 조잡하여 무공의 이름조차 듣지 않았었는데 그를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반갑지는 않군.

       

       뻗은 손을 피하고 달려든 남자의 턱을 건드려 기절 시켜주었다.

       

       그 후 뒤에서 암기가 날아들기에 손으로 그것들을 낚아 챘다.

       

       암기를 던지는 실력이 나쁘지 않구나. 노리는 곳들이 하나 같이 맞으면 위험한 혈도였으니.

       

       거기에 더해 이 바늘 끝에 발라져 있는 독도 심상치 않은 녀석들뿐이군.

       

       이는 당가와 관련된 곳에서 얻어낸 지식처럼 보이는데.

       

       당가라니. 지긋지긋하군. 그놈들에게 독으로 사냥 당하던 때에 상당히 고생을 했던지라.

       

       암기를 던진 놈에게 그대로 돌려주었다.

       

       놈은 암기를 던지는 실력은 좋아도 받아내는 실력은 별로였던지 암기에 맞고 쓰러졌다.

       

       이번엔 좌우에서 협공이 들어오는 군.

       

       한 쪽은 검을 치켜든 것만 보아도 남궁 쪽의 무공을 사용한다는 걸 알 수 있고 다른 한 쪽은 구화파에서 쓰던 검법처럼 보이는데.

       

       어느 쪽이건 그 문파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 본래 자기가 사용하던 검법의 형태를 버리지 못했구나.

       

       그럴 바엔 그냥 본래 쓰던 검법이나 가다듬는 게 나을 듯 하다만.

       

       양 쪽에서 내리쳐지는 검을 손가락 사이로 잡아 비틀어서 부수어 버린 후 손등으로 관자를 가격해 눕혀 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열댓에 가까운 무인이 튀어나와 내 주변을 둘러쌌다.

       

       이번에는 소림의 진법이냐? 허허. 아주 무공박물관이 따로 없구나.

       

       내기를 실어 걸음을 내딛음으로써 진법을 박살내주니 진법을 형성하던 무인들이 저 멀리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주변을 둘러보면 아직도 살기등등한 눈빛들이 여럿 보였다.

       

       꽤 많은 녀석들을 처리했는데 아직도 상대해야 할 놈들이 많이 남아 있구나.

       

       빈민가의 뒷골목을 시탐견 놈이 장악하기라도 한 것인가? 어찌 쓰러트려도 쓰러트려도 계속 민가 측에서 사람이 기어 나오는 것일까.

       

       하나 같이 오합지졸뿐인지라 쓰러트리는 것은 어렵잖다만 지금처럼 하나 하나 잡아내 서야 끝이 없겠어.

       

       바루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인간의 형상을 한 바루가 자신의 도술로 시탐견의 수하를 괴롭히고 있었다.

       

       혼령을 불러내어 정신적인 압박과 물리적인 압박을 동시에 주고, 주변의 자연물을 조작하거나 자연현상을 직접 만들어 내어 적을 상대하는 그 모습은 정석적인 도술가의 싸움법이었다.

       

       “바루야.”

       

       내가 그 이름을 부르자 바루가 고개를 돌렸다. 표정이 느긋한 것이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구나.

       

       “이리로 오거라.”

       “왜 그러느냐? 아직 많이 남아 있다마는.”

       “하나하나 처리하는 것도 귀찮지 않으냐.”

       “단번에 처리할 방법이 있느냐?”

       “있지.”

       

       아직은 일류의 몸인지라 온전한 위력을 발휘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잡졸들을 쓰러트리는 데는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발을 치켜들었다.

       

       이는 나의 신권과 마찬가지로 내가 천마신공을 배우고서부터 끝도 없이 수련을 해 온 무공 중 하나이니 의식을 하지 않아도 몸이 자연스레 무공의 이치를 그려낸다.

       

       나의 걸음은 대지가 아닌 그대들의 하늘을 짓밟는 걸음일 지어니.

       

       천마의 걸음은 하늘 위에서 군림하는 걸음이니라.

       

       발을 내딛은 순간 우리 주변을 감싸던 대개의 무인들이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모든 무인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개 중에 그나마 경지가 나은 녀석들은 압박을 견뎌 내고 두 다리로 대지에 서 있었다.

       

       식은땀을 흘리는 데다 다리를 부들부들 떨고 있어서 극복했다는 표현보단 억지로 정신을 부여잡고 있단 단어가 어울렸지만 버틴 건 버틴 것이었다.

       

       으음. 역시 육신의 경지가 부족해서 제 위력이 나오지 않는구나.

       

       거기에 더해 가진 내공이 부족해서 이전처럼 걸음을 군림보로 대신하는 것도 어렵겠어.

       

       너무 강해지는 것도 그렇지만 편의를 위해서 절정의 경지 정도는 넘어서 두는 편이 나으려나.

       

       그 정도면 다른 무림의 강자를 상대로 즐거운 싸움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마는.

       

       “민가야. 다 쓰러트리겠다 하지 않았느냐?”

       

       홀로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옆에서 의심의 시선이 쏟아졌다.

       

       무어냐. 바루야. 설마 본인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

       

       “사람의 걸음이 하나로 끝나리라 생각하느냐.”

       

       저들은 하나의 걸음을 버텨냈다. 허나 그렇다면 두 번째 걸음은. 세 번째 걸음은 버텨낼 수 있을까?

       

       본인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만.

       

       *

       

       믿을 만한 정보원에게서 받은 전서를 읽던 타칭 시탐견 자칭 무공연구가인 학영충은 화산이 멸문했다는 소식을 보고 멈칫했다.

       

       그가 화산을 자신의 손으로 버리고 나왔다고는 하나 그래도 아주 어릴 적부터 자신을 키워준 곳이 화산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죽기 전에 한 번은 찾아가려 했던 곳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학영충은 아쉬움을 느꼈다.

       

       전서에 적혀 있는 걸 보니까 그냥 망한 것도 아니고 화산파 부지가 아예 날아가 버린 것 같은데 이럼 비급서 같은 것도 다 같이 묻혀버렸겠지?

       

       하아. 젠장. 아직 가져와야 할 무공이 한 두 개가 아닌데.

       

       태항운 그 개같은 영감탱이. 내가 장문제자일 적에 무공을 다 풀어 줬으면 얼마나 좋아.

       

       그럼 화산이 망했어도 내 안에서 화산이 살아남았을 거 아냐.

       

       이럴 줄 알았으면 예전에 천마랑 같이 일할 때 화산 한 번 더 털어먹자고 할 걸.

       

       괜히 옛 정을 지킨다고 화산을 건드리지 않았다가 이게 무슨 봉변이야.

       

       아니지. 부지가 날아갔어도 거기 있는 비급서들이 모두 다 파손되었다고 볼 수는 없잖아.

       

       화산의 비급서들은 보통 지하에 보관을 해뒀으니까 운 좋으면 몇 개 정도는 건질 수 있을 지도 몰라.

       

       다른 정파 놈들이 눈독을 들이기 전에 부하들을 모아서 가봐야겠어.

       

       쿵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학영충이 고개를 들었다.

       

       “추형입니다. 학영충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들어와.”

       

       안으로 들어온 주름이 자글거리는 노인 추형은 여기까지 급히 달려온 듯 숨이 가쁜 기색이 역력했다.

       

       어지간한 일로는 당황도 하지 않는 녀석이 저런 꼴이라니.

       

       “밖에 무슨 일 있어?”

       “어느 미친 년이 쳐들어 왔습니다.”

       “혼자야?”

       “아닙니다. 도술을 사용하는 이와 함께입니다.”

       “뭐하는 년인데?”

       “모르겠습니다. 알려져 있지 않은 자입니다.”

       “그럼 알아서 처리해. 알려지지 않은 년이면 곤란할 거 없잖아.”

       “그게…”

       

       추형은 말을 하기 곤란하다는 듯 어미를 늘였다. 그것만으로 학영충은 상황이 어찌 굴러가는 지 대충 이해했다.

       

       그래. 처리할 수 있었으면 네가 알아서 했겠지. 그 정도 능력은 있는 녀석이니까.

       

       “밖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데.”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대응 중이지만 속수무책입니다.”

       

       이상하네. 지금 밖에 있는 애들이 잡졸밖에 없진 않을 텐데?

       

       일류인 애들도 여럿 있고 절정에 도달한 애들도 몇 명 있지 않나?

       

       화경급의 고수가 쳐들어 왔으면 박살이 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지만 그만한 고수였으면 추형이 모를 리가 없는데.

       

       “무슨 무공을 사용하는지는 봤어?”

       “모르겠습니다. 육신의 경지는 낮으나 가진 실력이 너무도 뛰어나 감히 식견 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습니다.”

       “그건 또 뭔 개소리냐?”

       

       육신의 경지가 낮은데 가진 실력이 뛰어나다고? 절정급의 고수인 추형이 감히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돌겠네. 어디 산에서 은거하던 기인이라도 내려온 건가.

       

       그런 사람이 왜 여기를 습격한 거야. 여기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빈민가라서 어지간한 사람이면 알아차리지도 못할 텐데.

       

       나를 찾아서 온 건가? 아니면 박살 낼 것을 찾고 있는데 우연히 우리가 걸린 건가?

       

       어느 쪽이던 간에 내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으면 수습이 안 되겠지.

       

       그리 생각을 하며 추형이 몸을 일으킨 순간 무형의 기운이 그들을 짓눌렀다.

       

       숨을 쉬기가 버겁다. 기운에 담긴 살기 탓에 평정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어깨에 거대한 돌덩이가 몇 개나 올려져 있는 것만 같아서 다리로 서 있는 것조차 고되다.

       

       정신을 잃을 것만 같다. 내공을 운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은땀이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학영충은 이 무공을 알고 있다. 이전에 몸으로 겪어 보았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천마군림보.

       

       사람의 하늘 위에 서서 걸음으로써 군림하는 무공.

       

       기운의 압박이 멈춘 순간 학영충은 책상을 손으로 부여 잡은 채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왜? 왜 이 무공을 사용하는 자가 여기에 있는 거지? 천마 백화령은 지금 천마신교에 틀어박혀 있을 터인데?

       

       나를 단죄하러 온 것인가? 허나 내게 무슨 죄가 있는가.

       

       내가 한 일이라고는 정파의 무공을 득하기 위해 정파를 배신하고 그대를 도운 것밖에 없지 않나.

       

       정파의 이들이 본인을 잡아 죽이는 데에 혈안이 된 것은 이해하는 바이다만 백화령 그대가 본인을 습격할 이유는 없지 않을 터인데!

       

       “학영충님.”

       

       씨발. 씨발. 씨발.

       

       어떻게 해야하지? 백화령이 정말로 나를 죽이러 온 것이라면 나로썬 그녀를 막을 방법이 없다.

       

       아니 애초에 그 년이 훼까닥 돌아서 쳐들어오면 막을 수 있는 자는 현 무림에 존재하지 않는다.

       

       신화 속의 존재라 여겨지는 지존이나 천존 같은 이들이 와야 겨우 백화령과 대적할 수 있는데 나 따위가 어떻게 그녀를 상대하겠는가.

       

       “학영충님.”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어디로?

       

       바깥에 있는 게 진정 백화령이라면 오래 전에 내 기척을 파악했을 것이다. 어디로 도망치더라도 그 미친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도 여기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어. 아직 배우지 못한 무공이 무림에 산더미인데 여기서 뒈지라고?

       

       그럴 순 없어. 그럴 순 없고 말고.

       

       “학영충님!”

       

       추형이 자신의 두 어깨를 붙잡고서 나서야 학영충이 정신을 차렸다.

       

       학영충은 걱정스럽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추형을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

       

       얘가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거지?

       

       백화령이 천마군림보를 사용했다면 절정 따위가 그걸 버틸 수 있을 리 없는데.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백화령이 무공을 사용한 것치고는 너무도 위력이 약하다.

       

       그녀가 천마군림보를 사용했다면 이 근방이 초토화 되었어야 정상이다.

       

       지금처럼 집 안에 있는 것들이 멀쩡한 형체를 갖추고 있는 것부터가 말도 안 된다.

       

       곰곰이 돌이켜 보면 이상한 구석이 한 둘이 아니야.

       

       정말로 백화령이 쳐들어왔다면 추형이 이 곳에 오지도 못했겠지.

       

       소식을 전하기도 전에 백화령이 모든 걸 박살내고 이 자리에 왔을 테니까.

       

       애초에 추형이 모르겠다고 이야기한 것부터가 이상해.

       

       천마가 만든 겁화의 생존자인 추형이 백화령을 모를 리가 없잖아.

       

       그럼 지금 바깥에 있는 건 누구지?

       

       학영충이 의문을 품은 그 순간 또 다시 천마군림보의 압박이 그를 덮쳤다.

       

       이번엔 중간에 멈추는 순간도 없었다. 계속해서, 몇 번이고.

       

       그 압박 속에서 학영충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버티는 것 뿐이었다.

       

       겨우 군림보의 압박이 멎었을 때 학영충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팔이고 다리고 후들거리지 않는 곳이 없었지만 이 자리에 머물렀다간 좋은 꼴을 볼 것 같진 않았다.

       

       도망치자. 일단 비밀 통로로.

       

       “나오지 않기에 무얼 하나 했더니 군림보를 견디는 중이었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자 검은 무복을 입은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무심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 눈은.

       

       분명 과거 자신을 죽일지 말지를 고민하던 백화령의 눈과 한없이 닮아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오지 않길래 직접 만나러 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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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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