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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8

       솔직히, 처음에는 아르카디아의 왕이 뭘 잘못 먹었나? 라고 생각했었다.

       

       아무리 왕위계승권이 없다고는 해도, 왕자를 데릴사위로 보내다니.

       

       왕자 정도 되는 위치라면 정치적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그런 셋째 왕자를 용사의 데릴사위로 보낸다? 이쯤 되면 아르카디아의 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어쩌면…. 용사와의 혈연 관계를 통해 왕권의 강화를 노린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왕자를 이쪽으로 보낼리 없지 않는가.

       

       라는 생각은.

       

       

       “처, 처음 뵙겠습니다. 가 아니라…. 예전에 본 적 있지만 정식으로 소개는 처음이니까…. 역시 처음 뵙겠습니다….”

       

       

       용사의 딸을 앞에 두고서, 무척이나 붉어진 얼굴로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서 사라져버렸다.

       

       

       “앗! 혹시! 예전에 아르카디아에 놀러갔을때 만났던!”

       

       “네, 네에. 고작 하루 만났는데 기억해 주는군요.”

       

       “여러가지로 인상 깊었으니까!”

       

       

       예전에 아르카디아가 이웃나라와 전쟁을 하기 전에, 용사의 딸이 함께 모험했던 짐승의 신과 만나고 싶어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다 같이 아르카디아에서 며칠정도 여행을 했었는데…. 음….

       

       설마 어른들이 이야기 하는 동안 아이들끼리 만나서 친해졌던건가?

       

       이건…. 생각치도 못한 인연이로군.

       

       

       “그때는 재밌었지! 어른들은 잘 모르는 이야기 하는 동안 우리들은 신나게 놀았고 말야!”

       

       “네. 즐거웠죠.”

       

       

       어린 시절에 짧은 여행동안 만난 인연이 지금 다시 이어지다니.

       

       아니, 그 인연이 있었으니까 저 젊은 청년이 데릴사위로 오겠다고 한 것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조건은 굉장히 좋으니까. 나로서는 조금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용사의 아내도, 훤칠한 왕자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입가의 미소가 떨어질 낌새가 보이지 않았고.

       

       용사는 데릴사위로 오게 된 왕자의 모습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계속 미간을 구기면서 기생오래비라느니, 겉만 보기 좋으면 실속이 없다느니, 이런저런 투덜거림을 덧붙여댔다.

       

       그러다가 아내에게 등짝을 맞았지만.

       

       뭐, 용사는 굉장히 딸바보니까. 누굴 데려와도 저런 반응을 보일거라 생각은 했으니 말이지.

       

       왕자가 아니라 왕을 데려왔어도 저 녀석은 투덜거렸을껄.

       

       

       “아니, 왕자씩이나 되는 녀석이 왜 데릴사위로 들어온다는 겁니까? 솔직히 누님도 이해하기 힘들지 않습니까?”

       

       “글쎄다. 사람의 인연이란게 신기해서, 우연히 닿았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

       

       “우연은 무슨! 차라리 그 능구렁이 같은 왕이 용사의 핏줄을 노리고 데릴사위로 보냈다고 하는게 신빙성이 있겠네요!”

       

       “너, 예전에는 그 왕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느냐? 왜 이야기가 달라지는게야?”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이죠! 입장이 달라지면 생각도 달라지는 법이지 않습니까!”

       

       

       입장…. 입장이라.

       

       귀여운 딸을 둔 아버지의 입장이라 그런건가. 흠.

       

       아주 약간 이해가 가긴 하지만…. 음. 그래도 딸을 위해서라면 보내줘야지. 이렇게 끈질기게 굴면 그 딸에게 미움받을텐데.

       

       나는 그런 용사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아빠 미워!!!”

       

       

       내 예상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왜 자꾸 그 사람을 트집잡는건데요! 별 것 아닌걸로 시시콜콜!”

       

       “아니…. 딸아….”

       

       “몰라! 아빠 같은건 이제 몰라!!! 고모네 딸이 될꺼야!!!”

       

       

       그렇게 말하면서 나에게 매달려오는 용사의 딸.

       

       흐음…. 20대가 코앞인 아이가 어린아이처럼 구는구나.

       

       아니, 일부러 이러는건가? 용사를 뒤흔들기 위해서?

       

       

       “나도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라구요!! 결혼하기에 약간 늦은 나이가 되어버렸는데! 왜 그 사람이 싫다는건데요! 제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말해달라구요!”

       

       “그, 그건….”

       

       

       용사는 이유를 대지 못했다. 그야 당연하지. 그냥 억지를 부리고 있었던거니까.

       

       그렇게 곤란해하는 용사를 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서 끼어들었다. 더 지켜봐도 상관은 없겠지만…. 

       

       괜한 고집을 부리는 것으로 이 부녀의 사이가 박살이 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거기까지 하거라.”

       

       “고모!”

       

       “누님!!”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내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이 녀석의 바보같은 짓을 용서해주지 않겠느냐?”

       

       “누님!”

       

       “시끄럽다. 바보녀석. 그런 억지를 부리면서 그냥 넘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느냐? 미움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정도는 했어야지.”

       

       “하, 하지만….”

       

       “시끄럽다! 네녀석이 잘한 것은 단 한 조각도 없으니까 입 닫고 얌전히 있거라!!”

       

       

       아무리 딸이 귀엽다곤 하지만, 영원히 옆에 끼고 살 것도 아니면서! 딸에게는 딸의 인생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바보녀석! 이 바보녀석!!! 잠시 일 때문에 자리를 비운 네 아내를 대신해서 내가 네 등짝을 후려갈겨주마!!!

       

       

       “아, 아픕니다! 누님!!”

       

       “제 잘못을 모르는 멍청이에게는 매가 약이지!!!”

       

       

       한창때 단련했던 근육은 어디가고, 물렁살만 남은 녀석의 등짝을 연신 후려갈긴다.

       

       

       “옛날에는 이렇게 답답한 놈이 아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내가 너를 그렇게 키운줄 아느냐!”

       

       “아! 아파요! 누님!!! 그만!! 그만 때리십쇼!!”

       

       “네놈이 괘씸해서 안되겠다! 한대 더 맞아라!!”

       

       

       등짝에 손바닥 자국이 선명해질 정도의 위력으로 후려갈긴 후에야, 나는 만족할 수 있었다.

       

       

       “이렇게 두들겼으니, 너도 이제 그만 화를 풀거라.”

       

       

       나는 등짝이 너덜너덜해진 용사를 대충 침대에 던져둔 후, 용사의 딸에게 말했다.

       

       

       “고모….”

       

       “저 바보가…. 너를 너무 소중하게 생각해서 놓아주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구나. 네 인생은 너의 것인데. 저 바보가 그것을 간과한 모양이니…. 이만 용서해주거라.”

       

       

       내 말에 용사의 딸은 침대에 널부러진 용사를 곁눈질하더니, 커다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모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어쩔 수 없네요. 저 바보같은 아빠를 미워하진 않을게요.”

       

       “그래. 그걸로 충분하지. 그리고.”

       

       

       나는 어느새 아름다운 미인으로 자라난 용사의 딸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결혼 축하한다.”

       

       

       – – – – – – – – – – – – – – – – – – – –

       

       

       용사의 딸과, 아르카디아의 3왕자의 결혼식은 그리 크지 않게, 관련된 사람들만 모여서 치러졌다.

       

       그래도 열댓명은 넘은 것 같지만. 용사가 살고 있는 마을의 주민들과, 아르카디아 왕가의 직계 가족들 정도.

       

       그렇게 결혼한 용사의 딸과 데릴사위는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아갔다.

       

       자식도 금방 낳았고 말이지. 용사가 70이 되기 전에 손자를 볼 수 있었던 덕분인지, 데릴사위에 대한 공격성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그리고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해야할지, 용사의 손자는 용사의 딸과는 달리…. 평범하게 태어났다.

       

       예정일보다 앞당겨지지도 않고, 육체에 내 마력이 섞이지도 않고.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

       

       뭐, 마력을 봉인해놨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혹시나 싶어 확인해봤는데 육체의 일부가 봉인되어 있는 나의 마력이었으니….

       

       그래도 용사의 딸과 비교하면 아주 약간 마력의 양이 줄어들긴 했지만…. 앞으로 몇 세대가 지나야 완전히 사라지게 될지는…. 미지수였다.

       

       

       “그래도 건강하게 태어났으면 충분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나는 손주를 두 손으로 들어올려서 까꿍거리는 용사를 보며 작게 웃었다.

       

       그 용사가 손주에 죽고 못사는 모습이라. 함께 여행할때의 날카로운 모습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이제는 그냥 주책인 할아버지가 되어버렸구만.

       

       

       “음? 왜 그러십니까? 누님?”

       

       “아니, 별 것 아니란다.”

       

       

       그냥, 사람의 변화가 이렇게나 이루어 질 수 있구나. 라는 것에 대해 놀라고 있을 뿐이니.

       

       나는 용사를 말 없이 바라보았다.

       

       생명이 줄어들어가고 있는 용사. 남은 생명은…. 10년 남짓인가.

       

       80살이면 이 시대에서는 상당히 장수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짧게 느껴졌다.

       

       

       “용사.”

       

       “네?”

       

       “너의 삶은,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었느냐?”

       

       

       나의 질문에 용사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던지십니까?”

       

       “그냥, 궁금해져서 말이다.”

       

       “뜬금 없으시군요.”

       

       

       용사는 손주를 품 속에 안고서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가치 있는 삶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네. 저는 제 삶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용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고아가 우연히 용사의 검을 뽑고, 세계에 이름을 떨친 모험까지 할 수 있었으니까요.”

       

       

       거기에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같은 자식, 이런 새끼 토끼인 손자까지 얻었고요. 라고 덧붙인 용사는 잠시 숨을 고르고서 말했다.

       

       

       “만약 그 검을 뽑지 못했더라면, 제 삶은…. 분명 지금보다 좋을 순 없었겠지요. 엄청 잘 풀렸을 경우에 생명 신전의 순례자의 삶 정도겠죠.”

       

       

       순례자의 삶. 세계를 순례하며 생명을 설파하는 삶.

       

       그건 결코 녹록치 않은 삶이었으니.

       

       

       “그렇기에, 저는 제 삶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아주 좋은 삶이었어요.”

       

       

       아주 좋은 삶이라….

       

       그렇다면야, 나도 약간은 마음을 놓을 수 있지.

       

       

       “뭐, 죽음이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지.”

       

       “네?”

       

       “아니, 별 것 아니란다.”

       

       “굉장히 중요한 말 같았는데요? 네?! 누님?!”

       

       

       그렇게 나는 늙어가는 용사와 함께 조용히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용사와 함께 지내던 마을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어제는 못올려서 슬프지만… 오늘은 올렸어요…!

    어제는…. 글을 못올렸네요.

    슬퍼… 하루가 증발했어…

    눈 좀 감았다 하면 하루가 사라지니, 결국 잠을 쫓아내며 억지로 글을 쓰는 수 밖에 없군요.

    매일 연재는 이젠 무리가 되어버린 것 같지만…. 일단 12시 1분에 올리기는 성공…!

    하루에 2편씩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흒.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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