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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8

       

       

       

       

       “오호, 확실히 이 아포가토라는 게 맛있긴 하구나.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커피를 부을 생각을 하다니, 아주 기발해!”

       

       아르가 워낙 좋아하기에 이드밀라도 호기심이 일었는지 나에게 제조법을 물었고, 나는 함께 가서 아포가토를 만들어 주었다.

       

       이드밀라는 아포가토를 다 먹고는 그릇에 남아 있는 아이스크림커피까지 후룹 마셔버리고 배를 손으로 두드렸다. 

       

       “크으. 이제야 좀 든든하구나! 아주 잘 먹었어.”

       

       그러자 별안간 저쪽 주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야호!”

       “드디어….”

       “우린 이제 살았어!”

       “어흑흑….”

       

       이드밀라가 이제 더 이상 음식을 먹지 않을 거라는 소식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마저 나타났다. 

       

       “…저 녀석들이?”

       

       그걸 못 들었을 리 없는 이드밀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래도 2차 식사를 시작해 줘야겠군.”

       “헉…!”

       “야, 괜히 네가 그런 소리를 해서!”

       “왜 갑자기 내 탓이야?”

       “난 여기까지인가 봐….”

       

       음식이 진열되어 있는 곳 앞까지 걸어온 이드밀라를 보는 주방 사람들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졌다. 

       

       하지만 이드밀라는 음식을 집어 가는 대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꺼내 주방에 있던 사람들에게 휘익 뿌렸다. 

       

       “어…?”

       “이게 뭐지?”

       

       각자 정확히 무언가를 하나씩 받아 든 그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손을 폈다. 

       

       “헉!”

       “그, 금화?”

       “진짜 금화인가?”

       

       그러자 이드밀라가 씩 웃으며 말했다. 

       

       “음식 만드느라 고생들 했다. 고생한 값이야.”

       “……!”

       “주방장님. 이, 이걸 받아도 되는 겁니까?”

       “목소리 낮추고 줄 때 받아…!”

       “옙…!”

       “정말 감사합니다!”

       

       방금까지 다리가 풀릴 것 같다느니, 힘들어 죽을 것 같다느니, 내일 그만둬야겠다느니 하던 직원들은 마치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 모두 자세를 꼿꼿이 세우고 언제든 일할 준비가 되었다는 눈빛을 했다.

       

       “스테이크 더 구워 드릴까요?”

       “육회든 회든 원하시는 대로 바로 썰어 드리겠습니다!”

       “말씀만 하십쇼!”

       “2차가 뭡니까. 3차까지 가능합니다!”

       “됐다, 녀석들아. 한 번 해 본 소리야.”

       

       그렇게 말한 이드밀라는 후라이드 순살 치킨 한 조각을 쓱 집어 먹고 돌아왔다. 

       

       “너희들도 다 먹었으면 방으로 가자꾸나.”

       “…….”

       “우아! 이모 완전 통 커!”

       “하하핫! 이 정도는 기본이지!”

       

       우리가 일어서자 주방에 있던 사람들은 앞다투어 나와 허리를 꾸벅 숙였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우리가 식당을 나서는 동안에도 뒤에서는 들뜬 목소리가 들려 왔다. 

       

       “저 분들, VVVIP 손님들이시래.”

       “근데 저기 부부랑 딸 가족도 얼마 전에 VVIP실 이용하셨던 분들 아니야?”

       “거기서 키 큰 빨간 머리 누님까지 오셔서 VVVIP실로 바뀐 것 같은데….”

       “키야. 저렇게 아름다우신데 돈까지 많으셔….”

       

       그들은 이드밀라를 보며 감탄을 넘어 경탄을 하고 있었다.

       

       “아까 저 귀여운 꼬마 숙녀가 이모라고 부르던데. 가족끼리 왔나 봐.”

       “역시 금수저는 다르구나. 달라.”

       “그리고 금수저한테 잘하면 이렇게 콩고물이 떨어지지!”

       “팁으로 금화라니, 진짜 주변에 자랑해도 아무도 안 믿을 거 같은데.”

       “믿는 게 중요해? 금화가 중요하지. 오늘 기념으로 끝나고 한 잔 어때?”

       “조오치!”

       

       ***

       

       VVVIP실로 올라온 우리는 방의 퀄리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걸 방이라고 하는 게 맞나?’

       

       그냥 층 하나를 통째로 뚫어서 만든 것 같은 엄청난 넓이였다.

       

       게다가 층고도 지난번에 묵었던 방보다 높아서, 아르는 들어오자마자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우아아!!”

       

       그러고는 얼른 다시 용 모드로 돌아와서 도도도 뛰어 점프해 날개를 펄럭였다. 

       

       “쀼우!! 엄청 널버!”

       

       맛있는 식사를 한 뒤 에너지가 넘치는 아르는 거실을 종횡무진 누볐다. 

       

       “앗, 아르야! 거기 조심해!”

       “쀼우? 쀼욱!”

       

       거실을 누비던 아르의 날개에 천장에서 늘어뜨려져 있던 작은 장식품 하나가 걸렸고, 아르는 그대로 추락했다. 

       

       “아르야!”

       

       통!

       

       “응?”

       “쀼?”

       

       애초에 엄청나게 높은 높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떨어졌을때 아야 할 정도는 되는 높이였는데, 떨어진 아르는 바닥에서 통 하고 튀어올랐다가 엉덩이로 가볍게 착지했다. 

       

       “뭐지?”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거실의 한쪽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난감들이 비치되어 있었고.

       아예 공간의 절반 정도가 아이들이 뛰어 놀다가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탄성이 있는 푹신한 바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아르는 글씨로 ‘트램펄린 존’이라고 쓰여 있는 탄성이 있는 바닥에 떨어진 것이었다. 

       

       “오…. 신기하네.”

       

       진짜 트램펄린이 설치된 것도 아닌데 이 부분만 특별히 탄성이 좋다니?

       

       “나도 한번 해 볼까.”

       

       트램펄린 존이 생각보다 꽤 넓었기에 나는 마음 놓고 뛰어올랐고.

       

       투웅!

       

       “오오오!”

       

       진짜 트램펄린처럼 바닥이 살짝 꺼지는 느낌이 들더니 몸이 공중으로 튀어 올라갔다. 

       

       “재밌는데?”

       

       투웅, 퉁!

       

       빙의 전에 평생 트램펄린을 타 볼 일이 없었던 나는, 처음으로 몸이 튕겨 올라가는 기분을 느끼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르두! 가치 탈래!”

       

       내가 재미있어하자, 아르는 언제 날다가 추락했냐는 듯 벌떡 일어나서 폴짝 뛰었다. 

       

       “쀼웃!”

       

       나와 엇박자로 타고 들어온 아르는 내가 올라갈 때 내려가고, 내가 올라올 때 내려가면서 나와 매번 시선을 교차했다. 

       

       “푸하핫! 아르야, 손 잡아 봐!”

       “쀼! 잡아써!”

       

       공중에서 결국 손을 잡은 우리는 함께 떨어졌고.

       

       투웅!

       

       함께 더 높이 뛰어올랐다. 

       

       퉁, 퉁.

       

       “삐유! 재미써! 히히!”

       

       아르는 한 번 튀어오를 때마다 신이 나서 쀼 소리를 냈다.

       

       “레온! 아르 바바! 이거 이런 것두 댄다?”

       

       아르는 내 손을 놓더니, 발로 착지하는 대신 꼬리를 들고 엉덩이로 착지한 뒤 뿅, 하고 튀어올랐다. 

       

       그리고 이번엔 공중에서 옆으로 몸을 뉘여 여유롭게 손바닥 젤리로 뺨 쪽을 괴어 일명 ‘TV 보는 아빠 자세’를 구현했다. 

       

       “쀼!”

       

       한 번 튀어오를 때마다 몸을 말고, 공중에서 회전하고, 온갖 재주를 부리는 아르는 너무나도 귀여웠다. 

       

       “실비아 씨도 해 보세요!”

       “저, 저도요?”

       

       실비아는 잠깐 어린이들 노는 곳에 이 나이 먹고 올라가도 되나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올라와서 같이 재미있게 놀았다. 

       

       “푸하하, 어린것들이 재밌게들 노는구나!”

       

       물론 실비아도 이드밀라에 비하면 아이 수준이었다. 

       

       트램펄린으로 재미있게 논 우리는 곧 내려와서 잠시 세상이 흔들리는 듯한 후유증을 느끼며 휴식을 취했다. 

       

       “근데 진짜 신기하네요. 어떻게 맨바닥에서 저게 되지?”

       

       트램펄린은 탄성 있는 소재를 판판하게 쫘악 당겨 놓은 거라 모르긴 몰라도 이렇게 쫀쫀하고 말랑한 탄성이 나올 수가 없을 터.

       

       이 트램펄린 존은 테두리 부분에 뭐 잡아 주는 것도 없고, 밟을 때도 말랑하고 부드럽게 들어갔다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잘 튀어올랐다.

       

       그 말에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답한 건 이드밀라였다. 

       

       “뭘 어떻게 돼. 아티팩트겠지.”

       “아티팩트라고요…?”

       “대충 보아하니 고무 슬라임의 핵을 이용해 만든 것 같은데. 정말 인간들은 쓸데없는 걸 잘 만든단 말이야. 뭐, 그 실험 정신이 있으니 다양한 것들이 나오는 거겠지만.”

       “아…! 고무 슬라임이라면….”

       

       슬라임 중에서도 전격계 공격에 완전 면역을 가졌고, 말도 안 되는 탄성을 가지고 있어서 둔기류 공격의 충격을 대부분 흡수하는 슬라임이다. 

       

       ‘둔기로 잘못 때리면 오히려 그대로 튕겨 나와서 자기 머리에 맞을 수도 있을 정도지.’

       

       같은 원리로 ‘실드 스트라이크’ 같은 방패로 치는 스턴 기술 같은 것도 안 먹힌다.

       

       잘 먹히는 건 아주 날카로운 베기 공격, 그리고 강한 화염 마법 정도.

       

       저렙의 작은 고무 슬라임의 경우 흔한 양손검으로도 잘 잡히지만, 가끔 오랫동안 묵으며 덩치를 키운 고렙 고무 슬라임은 꽤나 까다로운 상대다. 

       

       ‘여튼, 그런 고무 슬라임의 핵을 이용해 만든 아티팩트라면 이해가 되네.’

       

       하긴, 내가 살던 곳의 현대 기술로도 될지 어떨지 장담할 수 없는 신문물이 떡하니 있으면 그건 대부분 아티팩트나 마법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했다. 

       

       ‘근데 아티팩트라면 아무리 싼 것도 값이 골드 단위로 나갈 텐데….’

       

       이런 특급 호텔에서 비공인 아티팩트 제작자가 만든 걸 썼을 리는 없을 테고.

       공인 제작자들이 만든 걸 사 왔다면 꽤 돈이 들었을 것이다. 

       

       이런 아이들 노는 공간에 아티팩트까지 설치해 두다니.

       역시 VVVIP실은 VVVIP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쀼우! 레온, 여기 보드깨임도 많아!”

       “오, 그러네?”

       

       아르는 그새 장난감들을 살피다가 꽤 퀄리티가 좋은 체스판을 들고 왔다. 

       

       ‘그러고 보니 전에 체스를 재미있어하는 것 같던데.’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아르에게 연패를 하고 나서 아직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래. 내가 실력은 안 되지만 아르가 원한다면 상대는 돼 줘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같이 하자고 말하려던 순간.

       

       “오호. 체스라. 굉장히 오랜만이구나. 아르야, 이모랑 체스 한 판 둬 볼 테냐?”

       

       이드밀라의 말에 아르의 표정이 밝아졌다. 

       

       “우응! 이모, 아르랑 체쓰 해여!”

       

       그리고 잠시 후.

       

       “삐유…! 아르 또 져써!”

       “하하하! 아깝구나! 다시 할 테냐?”

       “다시 해여!”

       

       둘의 체스를 구경하던 나는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와, 이드밀라 님 진짜 고수네.’

       

       기본적인 운영은 물론, 상황에 따라 전술을 바꿔 가면서 사용하는 수준이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대단했다. 

       

       게다가 추크츠방(Zugzwang, 악수惡手 강요)을 걸 때면, 보는 내가 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쀼!”

       “자, 그럼 이 수는 어떠냐.”

       “삐유우우….”

       

       손바닥 젤리를 자신의 뺨에 대고 연신 문지르며 고민에 잠긴 아르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데, 옆에서 실비아가 귓속말을 했다. 

       

       “레온 씨, 물 다 받았는데 목욕 먼저 들어가실래요?”

       “아, 그럴까요?”

       

       오랜만에 체스에 몰입하고 있는 둘을 그대로 둔 채, 나는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와 욕실로 들어갔다. 

       

       말이 욕실이지, 지난번 들어갔던 곳보다도 더 넓고 깔끔한 곳이었다. 

       심지어 옆쪽에는 진짜 온천의 느낌을 재현해 놓은 듯한 공간까지 있었다. 

       

       “크으으으…!”

       

       몸을 가볍게 씻고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자 피로가 녹아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안 그래도 3일 동안 덜컹거리는 마차에서 지냈고, 드래곤 레어 안에서는 엄청나게 긴장한 상태로 있었으며, 돌아올 때는 이드밀라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약 두 시간 동안 힘을 주고 있었다. 

       

       그나마 이젠 레벨도 많이 올랐고 체력도 받쳐 줘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그냥 기절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씨워어어언하다….”

       

       그렇게 내가 간만의 목욕을 즐기고 있는데.

       

       “쀼우! 아르두 레온이랑 목욕 할 꼬야!”

       “그럼 나도 아르와 함께 목욕하겠다!”

       “저, 저기…. 이드밀라 님? 지금 들어가시면!”

       

       밖에서 뭔가 소란이 벌어지는 듯하더니, 곧 욕실의 문이 활짝 열렸다. 

       

       “쀼우! 삐꾹!”

       

       아르는 이쪽으로 뛰어오다가 넘어지며 미끄러졌고.

       

       이드밀라는 손가락을 튕겨 옷을 아공간에 넣으며 아르를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이드밀라 니이임!”

       

       아연실색하며 들어오는 실비아까지.

       

       나는 이 아수라장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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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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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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