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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8

       헤센 백작령은 구석에 박혀있는 영지였다.

       주변에 뭐가 있는 것도 아닌 평범한 위치다.

       위험한 요소도 다른 영지에 비해 적고 특별한 것도 없다.

       그런 영지와 걸맞지 않게 헤센 백작은 가문의 돌연변이로 태어났다.

         

       그야말로 무재(武才).

       강한 자로 태어난 헤센 백작에게 이곳은 너무나도 심심한 장소였다.

         

       분쟁이나 전투가 자주 일어나는 곳도 아니고.

       던전이 많이 발생하는 장소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몸이 근질거린다.

       주변 던전의 씨를 말려놓는 기행을 벌이거나, 강해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다짜고짜 대련을 신청하는 일이 괜히 벌어지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

       그만큼 영지 주변에 위험한 요소가 없다.

       영지는 평화롭다. 주변에도 뭐가 없다.

       그렇다고 다른 영지를 쳐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테르인으로 이어지는 높은 산맥을 정복하기도 애매하고 말이다.

       헤센 백작령은 그런 곳이었으며, 특별함을 원하는 이가 살기엔 최악이었다.

         

       “죽겠네.”

         

       그런 곳에서 일하는 다크엘프들은 죽을 맛이었다.

         

       “여기는 뭐 몬스터 같은 거 없나.”

       “아. 가끔 마제로스 근처 놀러가서 몬스터 써는 게 재밌는데.”

       “여기 영주한테 도전하러 가는 건 어때?”

       “그 형씨는 너무 세던데.”

       “그럴까. 흠.”

         

       도파민에 절여진 삶을 살던 다크엘프에게 이만한 곳이 있을까.

       매일 지하도시에 쳐 박혀서 자극적인 삶을 향유하던 이들에게.

       평화와 햇빛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낮에 돌아다니는 건 힘들다! 그렇다고 밤에 할 수 있는 건 없다!

         

       “여기가 지옥인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이곳엔 할 일이 없다.

       여가시간에 영지 안을 놀러나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금세 지루해지기 마련이었다.

         

       “아르델이나 여기나 비슷한데?”

       “에이 그건 아니지.”

         

       아르델이라고 뭐 다르진 않았으나.

       거기는 삶의 터전이 있고 친구도 잔뜩 있고.

       마법 연구를 하기 좋은 환경 아니던가.

       햇빛도 없어서 건강에도 좋고. 어둡고. 습하고.

       아르델에 비하면 이곳은 모든 게 부족했다.

       그러니 그들은 입맛을 다셨다.

         

       “아니 여기 근처는 왜 던전도 없어?”

       “여유 시간에 던전 가는 게 은근 맛있는데….”

       “그림자로 상자깡 마렵다.”

       “그러다가 보물상자 하나 먹으면 행복한데….”

         

       던전이 없다는 사실에 모두가 절망했다.

       헤센 백작의 무작위한 던전 토벌로 인한 피해자들이 곧 다크엘프들이었다.

         

       “던전 말고 고대 유물이나 캐러 다닐까?’

       “여기 근처에 뭐 묻혀있나 찾아보고 있는데. 없던데.”

       “봉인된 던전이 유물까지 맛있긴 하지.”

       “스읍… 미공개 마법책 발견되면 좋은데.”

         

       그런 게 발견하기 쉬우면 모두 발견했겠지.

       전문적으로 찾아다니는 도굴꾼들이 있어서, 그런 일마저 쉽진 않았다.

         

       “난 옆 공장 놀러가서 드워프들이나 놀릴게.”

       “너 저번에 그러다가 망치로 맞았잖아.”

       “멍들긴 했는데. 참을만하던데?”

       “저 미친놈은 곧 시체로 배달되겠군.”

         

       하지만 망치를 든 드워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 다크엘프들은 그러지 않았다.

       현명한 다크엘프들은 외출 대신 숙소에 누워서 멍하니 갤러리를 보는데 몰두했다.

         

       아니, 밖엔 햇빛도 있고. 밤엔 어디 갈 곳도 없고.

       그럴 바엔 갤러리를 둘러보는 게 낫지 않나?

         

       “역시 갤러리가 시간 보내기엔 딱 좋네.”

         

       온 대륙의 소식이 다 들려오는데다가. 심심하면 미니게임을 해도 좋다.

       이 곳을 유일하게 구원해줄 갤러리지만.

         

       “크아아악!”

         

       누군가 갤러리를 보다가 연신 헛구역질을 해댔다.

         

       “뭔데. 뭐야.”

       “절대 그 글을 보지 마!!!!!!!”

       “헉 이 녀석 설마 그 사진을 목격한 건가….”

         

       설마 ‘그 사진’을 본 건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갤러리에 접속한 다른 이들은 올라온 글로 분위기를 파악했다.

         

       “아니, 그 사진이 아니라 갤러리에 문제가 생긴 듯한데?”

       “캬아아악!!!!!!”

       “맙소사.”

       “저 녀석 글을 눌러버렸어….”

       “어떻게 스마트폰으로 봐도 정신에 이상이 생기는 거지?”

       “이상한 마법이 걸려있는 것 같다는데… 확실히 복잡한 마법이 걸려있어.”

       “갤러리… 글도 못 보는 건가.”

       “그래도 댓글은 편하게 읽을 수 있긴 한데….”

         

       누가 댓글을 읽으려고 갤질을 한단 말인가.

       재미의 한 축을 담당해주던 갤러리를 뺏겼다는 소식에 숙소가 소란스러워졌다.

         

       “이건 아니지….”

         

       웅성웅성.

       갤러리까지 하지 못하는 환경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남은 여가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

       할 게 없어진 이들의 선택지는 단 두 개였다.

         

       하나는 구데타를 일으켜 공장을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떼를 쓰는 것.

       하지만 그들은 아르델을 지배하는 여인을 떠올리고서 너구리처럼 오들오들 떨었다.

         

       세렌디아.

       이름만으로도 두려운 이름이다.

       그녀가 다크엘프들에게 자비롭고 너그러운 편이나… 그것은 아군일 때의 이야기.

       척을 지면 그녀가 단순하게 명령을 내릴 건 불 보듯 당연한 일이었다.

         

       ─야. 잡아와.

         

       이 한마디에 세계수 지하 노동소에 보내질 거라 생각하니.

       벌써 공포심이 몰려오는 것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선택지는 재미를 찾으러 떠나는 일이었다.

         

       “마을에 가서 애들하고 놀아주기나 할까.”

       “나는 사슴벌레 잡으러 갈 거야.”

       “미친 사슴벌레 성애자 같으니….”

         

       하지만 이렇게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결국 진짜로 모든 게 질려버린 이들은 숙소에 널브러졌다.

       정말로 할 게 없어졌다!

         

       “아. 심심하네.”

       “옆 숙소 놀러갈까? 흠.”

       “갔다가 돈 뜯겨서 돌아왔어… 쟤네 주사위 도박 엄청 잘 하더라.”

       “그림자로 극한까지 끌어올린 기술은 못 이기지.”

       “그렇다면….”

         

       숙소의 즐거운 컨텐츠는 서비스 종료다─

       그렇게 모두가 지친 와중.

       달그락 달그락.

       규칙적인 소리가 숙소를 가득 메웠다.

         

       “?”

         

       구석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동료에게 관심이 쏠렸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가.

       그는 안경을 슥 올리면서 자신의 결과물을 자신만만하게 내보였다

         

       “아아. 이것은─”

         

       공장에서 몰래 훔친 스마트폰(분해됨)이었다.

         

       “이 미친놈아 그걸 왜 훔쳐?”

       “아니 한 두개가 아니라 열 대가 넘는데?”

       “이건 돈으로 하면 얼마인지나 알아???”

       “?”

         

       오히려 안경을 만지작거리던 사내는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다.

         

       “우리가 깨끗한척하는 엘프도 아니고 이것 가지고 왜 대수지?”

       “헉.”

       “그런가?”

       “조금 훔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긴 원래 우리는 이러긴 하지.”

         

       다크엘프가 다크엘프 했는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훔쳐왔다는 사실은 빠르게 잊혀지고, 다른 쪽으로 관심이 쏠렸다.

       그래서 이 녀석은 스마트폰으로 뭘 하려는 건가.

         

       “이거 갤러리 전용으로 되어있는데. 이걸 개조할 생각이다.”

       “개조?”

       “구조를 익히는 건 어려울 텐데?”

       “익힐 필요가 없지.”

         

       한번 싹 밀어버리고 그 다음에 멋대로 개조할 생각이었다.

       안에 들어있는 마법 술식은 암호화 되어있어서 베끼는 건 어렵지만, 싹 날리면서 삭제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이런 걸 할 줄 안다고?”

       “할 수야 있지.”

         

       다만… 바닥에서부터 제조해야하니 조금 어렵다.

       공장 가동 첫날부터 스마트폰을 훔쳐 분석한 게 아니었다면 아마 힘들었을 터.

       가볍게 내부 마법 술식을 다 날려버리고, 새로운 마법 술식으로 덧씌웠다.

       이렇게 하면…?

         

       “됐다….”

       “오오….”

       “맙소사 이런 게 가능하다고?'”

       “이걸로 뭘 할 수 있는데?”

       “뭐든지! 원하는 건 뭐든지 만들 수 있지!”

       “헉.”

         

       장난감 완성!

       갤러리에 접속하지 않고도 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근데 이거….”

         

       멋대로 물건 훔쳐서 개짓거리를 했는데.

       들키면 크게 문책 당하는 거 아닌가?

       그들은 최악의 미래를 상상하고서,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들키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

       “들키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되지.”

       “맞지. 여기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야.”

         

       공장 사람들이 숙소까지 와서 찾아올 일도 없다.

       공장을 관리하는데 여념이 없었으니.

       설령, 숙소를 찾아온다 하더라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았다.

       여기에 모인 이들은 전부 다크엘프.

       기척과 그림자를 알아채기론 능숙한 암살자들 아닌가!

         

       그렇게 스마트폰을 조작하던 다크엘프는.

         

       “에?”

       “?”

       “다들 뭐해요?”

       “어?”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물건을 숨겼다.

         

       ‘인간…?’

         

       등 뒤에 나타날 때까지 눈치 채지 못했다.

       어떻게 이 곳까지 들어왔단 말인가.

       그러한 이유는 알아채기 어렵지 않았다.

         

       ‘그림자가… 움직이질 않는다.’

         

       주변의 인기척도 느낄 수 없다. 읽어내지 못한다.

       인간 남성 뒤에 서있는 여인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압도적인 기백으로 이 공간을 휘어잡고 있었으니, 그녀가 곧 이 자리의 주인이었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몇몇은 두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챘다.

         

       ‘저 사람은….’

         

       사내는 여왕의 심복이며, 여성은…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용사이다.

       그런 둘이 왜 숙소에까지 왔을까?

       공장을 둘러보는 게 둘의 일이겠지만, 숙소까지 찾아올 이유가 있나?

         

       ‘설마….’

         

       공장에서 무언가 이변을 알아채서?

       자제 관리를 개판으로 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 정교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물품 한두 개씩 사라지는 걸 눈치 챘다면…?

       저 둘이 이곳에 오는 게 이상하지 않다.

         

       “흐음… 그거 뭐였어요?”

       “예?”

       “아니 방금. 스마트폰 그거요.”

       “….”

         

       이 모든 일을 진행한 다크엘프. 이엘의 뺨에 땀이 주륵 흘렀다.

       여기에서 일어난 일은 조용히 덮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르델의 여왕. 세렌디아에게까지 얘기가 전해질 터.

       이엘은 언젠가 봤던 세렌디아의 모습을 떠올리고서 오들오들 떨었다.

         

       ─야. 데려와.

         

       그녀의 한 마디면 죽는다!

       이엘이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두 손으로 정중하게 내밀었다.

         

       “여, 여기 있습니다….”

       “에.”

         

       사내는 스마트폰을 집더니,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니. 이게 뭐야!”

         

       그의 두 눈을 크게 떠졌다.

         

         

       ***

         

         

       주딱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익숙함을 느꼈다.

       아무것도 없이 단순한 화면이지만 이건 확실히… 스마트폰의 배경화면이다.

       여기에 어플 몇 개만 설치되면 완벽한 모습일 텐데.

       이걸 이렇게 만들어낼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까.

       아직은.

       슬그머니 주딱의 눈이 긴장한 다크엘프들에게 향했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예예…! 질문하십쇼!”

       “뭐 혹시 만든 건 없어요?”

       “있… 있긴 합니다만.”

       “있어요?”

         

       그는 다른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보여주었다.

       화면에서는 사슴벌레 둘이서 티격 태격 싸우는 중이었다.

         

       “?”

       “이건… 그… 동영상이라는 건데. 사진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이어 붙인 겁니다….”

       “??”

       “어떻습니까…?”

       “이거 소리도 나와요?”

       “예! 추가하면 됩니다!”

       “….”

         

       뭐야 시발.

       이거 어떻게 만들었어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슬슬 스마트폰 떡밥도 끝나가는 군용…

    이번 주는 글 쓰는 게 너무 어려워서 헤맸습니다…
    죄송합니다…

    읽어주셔서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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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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