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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8

       

        

        피와 땀, 강철과 눈물, 그리고 화약 연기로 이루어진 체가 녹슨 기계음을 내며 멈춰선다. 전신을 무겁게 울리는 진동을 내뿜으며, 16명 중 15명을 걸러내는 예선 랭크라는 함선이 메마른 대지 위에서 작동을 종료한 것이었다.

        

        오로지 살아남은 백 명만이 잔류한 채, 나머지 1500명의 승조원은 하선하여 내년을 기약할 준비를 마쳤다 – 그러나 그것이 꼭 모든 것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대가 끝난 후가 더욱 바쁜 것처럼, 탈락자들은 또다른 경기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할 뿐.

        

        예선 랭크가 끝난 후 한 줌의 잿더미가 되어 밍기적거리기 바쁜 사회인들과는 다르게 수많은 구단들은 여전히 할 일이 많았다. 이는 SSM 역시도 피해갈 수 없었으며, 유진의 영입으로 인해 사실상 더더욱 할 일이 많아졌다고 하더라도 과언은 아니었다.

        

        비단 다이스 뿐만이 아니라, SSM 내부, 유진의 가르침을 한 번이라도 받은 유저들이라면 전부 다.

        

        

        

       “야, 개밥아. 예선 랭크 끝났지? 가서 맛있는 거라도 먹고 좀 쉬어라. 내가 또 기가 막힌 바베큐 집을 아는데….”

        

       “으아, 연습해야 돼…나중에 가자….”

        

       “…예선 랭크 끝난 거 아냐? 왜 다 죽어가고 있어?”

        

        

        

        다이스와 같이, 유진 뿐만이 아니라 SSM에서도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굴지의 실력자가 아니더라도, 코치의 시선은 결코 그 누구 한 명조차 간과하지 않는다. 그 옛날 유진이 처음으로 부임한 날 마주했던 유저 중 한 명인 피죤치즈탕수육, 속칭 개밥 역시도 그 중 하나였다.

        

        서른 명에 달하는 유저들을 일괄적으로 봐주는 것이 어려운 일이란 사실은 자명했으나, 한 명 한 명을 봐주는 시간이 비약적으로 적으면서도 개개인에게 들어가는 노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비정상적으로 발달된 눈썰미가 고작해야 몇 초, 그리고 몇 분 안에 대부분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음성 텍스트화 기계를 통해 순식간에 문서화된 커리큘럼이 개별적으로 배포된 후, SSM의 프로 대부분은 마치 폐관 수련이라도 하듯 예선 랭크가 끝남과 동시에 자의적으로 사격장에 틀어박혔다. 혹은 타의적으로.

        

        그리고 그런 이들을 바라보는 타 구단의 시선은 다양했으나, 대체적으로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쟤네 갑자기 왜 저래?’

        

        

        

        까놓고 말해, SSM이 특출나게 우수한 결과를 뽑아내는 구단은 아니었다. 매번 콩라인이라고는 하지만 AP라는 무지막지한 허리케인 속에서도 매번 꾸준한 결과를 뽑아내는 Xi나, 굴지의 위치에 서있는 TK1 같은 경우가 아닌, 서로 엎치락뒤치락 하며 적당한 결과를 받아드는 이들에 가까웠으니.

        

        그런데 유진을 거의 반쯤 거저로 영입한 후, 무언가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본래부터 우스갯소리로 다이스 원툴이라는 소리를 듣는 AP 영역에서, 그녀 이외의 다른 유저가 KSM에 진출한 것도 타 구단에게는 이례적인 일. 그러나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SSM 소속 유저들이 이번 예선 랭크를 통해 받아든 전반적인 결과가 평균보다 소폭 상승한 것이었다.

        

        소폭이라는 단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고작해야 몇 주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저들의 성장세를 우상향으로 조금이나마 틀어버렸다는 점을 주목해야만 했다 – 그리고 타 구단의 아날라이저들은 결코 그 부분을 간과할 월급루팡들이 아니었다.

        

        

        

       “그때 제시 조건의 2배를 박아서라도 잡았어야 하는데.”

        

        

        

        근래 들어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말이었다.

        

        도대체 무슨 마술을 부렸길래 저런 결과가 나올까. 정식으로 한 계약이 아니라 기간 만료 후 유진의 의사에 따라 얼마든지 연장 또는 종료될 수 있는 형태의 그것이라는 점이 헤드헌터들에게 있어 유일한 위안일 뿐이었다 – 물론 그녀의 행보를 감안한다면 SSM 이후에는 코치직을 그만둬버릴지도 모르는 노릇이었지만.

        

        더욱 기이한 점은, 그러한 결과가 단순히 AP 솔로잉에만 적용되지 않는다는 부분이었다.

        

        

        

       ───투두두두!

        

        

        

       “정면에 스쿼드! 힘싸움은 우리가 불리해!”

        

       “악, 빌어먹을! 차량 바퀴가 터졌어! 쟤네 뒤로 돈다!”

        

       “아니, 그 사이 퇴로를 차단했다고!?”

        

         

        

        정형화되고 목적성 있는 움직임.

        

        적과 조우하였을 때 그저 조종석 등에 무차별적으로 총알을 쏟아부어 누구 한 명이 죽기를 바라는 그런 게 아니라, 마치 몇 번이고 해봤다는 듯 정확하게 퇴로를 차단하고 상대방을 능숙하게 압박한다. 유진에게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은 말이 빚어낸 스노우볼.

        

        목적과 의도를 생각하여 교전에 임하라는 말. 이는 되려 솔로잉이 아닌 스쿼드 간의 전투에서 더욱 선명하게 빛을 발했다 – 물론 그녀는 단순한 말 뿐만이 아니라 그에 대한 온갖 방법론을 전수해주는 걸 잊지 않았다.

        

        그렇게 유진이 만들어낸 빅 픽쳐는 커지고 커져, AP 솔로잉이 아닌 듀오 및 스쿼드 예선 랭크에서도 그 결과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거시적인 시점에서 본다면, 이는 연못 위에 일어난 파문일지언정 연못이라는 본질을 흐리지는 않는다. 모두가 그렇게 나아간다. 작년과 같든 다르든, 그것이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간에 각자만의 결과를 받아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모든 구단은 개별적인 준비를 행했다.

        

        

        그리고 그 중에는 Xi도 있었다.

        

        

        

       -[Virtual Live On.]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Xi 공식 방송으로 찾아뵙게 된 코르부스라고 합니다. 여러분들 모두 반갑습니다.”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방송을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식석상에 나서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는 이들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였다.

        

        거기에 굳이 개인 스트리밍이 아니더라도, 구단의 목소리라는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켜진 방송에서 얼굴을 내미는 방법은 남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효과적이었다.

        

        

        마치 까마귀를 연상하게 만드는 길고 새카만 생머리와, 그 아래 약간 서늘한 모습의 미소녀 한 명. 가상현실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름에 따라 많은 이들은 보기에 이쁘다는 이유로 미소녀 아바타를 선택하였고, 이는 프로게이머들이라고 하더라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예쁜 건 많은 장점을 줄 수 있었다. 

        

        

        

       “그리 말주변이 좋지는 않은데, 어쨌든 오늘 Xi 스트리밍 메인은 제가 걸렸으니…잘 부탁드립니다.”

        

        

        

        Xi만의 독특한 문화.

        

        소속 프로게이머 중 한 명을 랜덤으로 선정하여, 일주일마다 한 번씩 열리는 공식 방송에서 일종의 사회자 역할을 맡기는 것. 연습생들을 제외하고, 2부 리그 이상부터 가능하긴 했지만, 어쨌든 구단 나름의 선수 홍보 전략이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오늘 사회자로서 걸린 것은 코르부스였다.

        

        

        

       “어느덧 KSM이 훌쩍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러분들은 잘 모르실수도 있겠지만, 매치가 시작되기 하루 전…그러니까 금요일에는 출전자 100명 전원이 일종의 사전 브리핑을 받아요. 대회 진행 방법이라든가, 이벤트 매치나 뭐 그런.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행사 비슷한 그런 겁니다.”

        

        

        

        사전에 전달받은 스크립트, 그곳에 적혀있는 대략적인 주제들을 가지고 떠드는 일종의 토크쇼. 당연하지만 내용에 따라서도 시청자 수가 달라질 수 있었고, 심지어는 방송하는 인원이 누군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눈 앞에 뜬 On Air 옆, 그곳은 완전한 공란이었다. 본래라면 시청자 수가 떠올랐어야 할 부분이었다. 혹여나 모를 빈익빈 부익부에 사회자로서 임하는 유저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말게끔 조치된 부분이었지만, 코르부스로서는 허공에 떠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다지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다. 방송을 듣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니, 일단 되든 안 되든 최선을 다해야만 하니까.

        

        

        

       “혹여나 저를 응원해주는 분들이라면 이미 보셨겠지만, 저는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KSM 출전 명단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고난의 일주일이었네요.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고….”

        

        

        

        그리 말하며 슬그머니 눈을 감자마자 보이는 건…어쩌면 당연하게도 그날이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유진에게 처참하게 당한 바로 그 날. 지난 주 예선 랭크에 대한 기억을 되짚는 차례에 어찌 그 기억을 논하지 않을 수 있을까.

        

        또한 안타깝다면 안타깝게도, 이 다음에 언급할 주제 역시도 그와 관련되어 있었다.

        

        

        

       “…여러분들은 이미 다 아실 바로 그 사건도 있었죠, 네. 개인적으로는 제가 다크 존을 하면서 겪었던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를 하면서도 가끔씩 떠올라요.”

        

        

        

        그렇게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간다.

        

        

        

       “그래도 여러분들은 분명 좋아하시겠죠? 이해해요. 저도 남이 골탕먹는 걸 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무슨 느낌인지 압니다 – 그래서, 그런 분들을 위해 Xi에서 곧 선물 하나가 도착할 예정입니다.”

        

        

        

        손가락을 가볍게 휙 놀리자 튀어나오는 영상.

        

        이카루스와 Xi의 로고가 교차하며 나타난 영상과 그 아래에 적힌 몇 글자 – 공포 시네마틱. 그동안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죽은 Xi 인원들의 클립을 모으고 모아, 불길하고 무서운 음향을 삽입하는 식으로 만들어진 그것. 광고지만 광고가 아닌 해당 영상 내에는 자신의 것도 들어있었다.

        

        영상은 이미 다 만들어진 지 오래였고, 혹여나 혼입되어버린 실수 확인 및 클립 내 출연자들과의 의견 조율까지 완전히 끝난다면 곧 유어스페이스에 올라갈 것이었다.

        

        과연 저 영상을 광고라고 할 수 있을까 싶긴 했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상태. 한 번 열려진 입은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만 했다.

        

        

        

       “이번 Xi와 이카루스가 협업하여 만든 시네마틱…그 주제는 공포입니다. 많은 분들이 우스갯소리로 다크 존을 공포게임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그 점을 제대로 살려서 만들어진 영상을 유어스페이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요. 그래서 이번, 저희도 그 흐름에 탑승해보기로 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재생이 시작된 영상.

        

        아마 채팅창은 혼비백산 중일 것이다. 일부러 공포영화를 즐겨보는 매니아층이 아닌 이상, 공포라는 감정은 많은 이들이 싫어했으니.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략 10분 가량의 영상이 며칠 후 이카루스 공식 채널에 업로드될 예정이었다.

        

        구성은 상당히 간단했다. 여러 개의 사망 클립들을 파운드 푸티지를 기반으로 한 형식으로 편집하고, 그것들을 여러 개 붙인다. 그러고 끝. 의도적으로 색조나 소리를 조절하기도 하고, 무서운 배경음악과 소리 등을 넣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그 사이에 들어간 자신 – 코르부스의 클립은 어떻게 보면 그런 공포 시네마틱 영상에 들어가기에 가장 적합한 영상 중 하나였다. 화염에서 피어오른 살인마가 소방 도끼의 희생자를 찾는다. 고전적이지만 그렇기에 여태까지 구전되는 이유가 있었다.

        

        

        도네이션이 연이어 올라온다. 내용은 뻔했다. 제발 재생을 그만해주십시오, 나는 이런 미래를 감당할 수 없어, 그 외 등등…하지만 맛보기로 1분 정도는 틀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가이드라인에도 그렇게 적혀있었고.

        

        1시간 같았던 1분이 지나간 후 도네이션이 점차 잦아든다. 맛보기용 영상이 끝나고 난 뒤 다시 입을 열었다.

        

        

        

       “하하, 다들 재밌게 보셨나요? 부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 맛에 사람을 놀리는 게 아닐까.

        

        채팅창도 현재 들어와있는 사람 수도 보이지 않지만, 다른 사람 골탕먹이는 걸 어떻게 참아. 입을 슬그머니 손으로 가렸지만 들어올려지는 입꼬리를 참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요컨대 그는 어느샌가 과거를 망각하고 못된 유열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었다.

        

        허나 언제는 안 그랬겠냐만은, 시청자들은 스트리머가 낄낄대는 것만 보면 입에 가시가 돋는 사람들이었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하나의 영상 도네이션이 이어졌다.

        

        자신도 모르게 내는 헉 소리. 그 너머에는 유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인터뷰 영상을 보는 중인 유진이.

        

        

        그녀는 더없이 환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음.

        

       -매번 어디서 이런 희한한 별명이 튀어나올까 싶네요.

        

       -이번 별명에 대한 감사는…나중에 이자까지 쳐서 톡톡히 갚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결코 다른 이상한 뜻이 있는 건 아니니, 나중에 보도록 합시다. 부디 KSM에도 진출하셨으면 좋겠네요.

        

        

        

       “…히끅.”

        

        

        

        오로지 그만 몰랐던 사실.

        

        정산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인증 중….]

        

       -[신원 인증 완료 // 아드리안 B. 솔로몬]

        

       -[직책 인증 완료 // NSA 국장]

        

       -[비밀번호를 입력하십시오 // ICARUS]

        

       .

        

       .

        

       .

        

       -[인증되었습니다.]

        

        

        

        치이익.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린다. 한 명의 인원이 그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평균적인 키에 세월의 풍파가 스쳐지나간 듯한 외관. 희끗희끗한 흰 머리 아래 보이는 눈매는 서늘했고, 다부진 몸 위로 흰 와이셔츠, 그 위로 블랙 투버튼 정장이 덮었다.

        

        내부와 외부의 공기가 섞이며 독특한 향취가 코를 스쳐지나갔다. 짧게 숨을 들이마신 그가 주변 면면을 살폈다. 방 안에는 그 자신을 포함한 세 명의 인원만이 있었으나, 작동 중인 홀로그램 출석을 포함하면 한 명이 더 추가되어, 도합 네 명.

        

        슬그머니 주변을 둘러본 솔로몬이 방 안에 있는 면면을 눈에 담는다. 본래라면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어야 할 인물들이었으나, 시선이 교차함과 동시에 마치 어젯밤 일처럼 생생한 기억들이 눈 앞을 아른거린다. 몰라야만 하는 이들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입에서 도출되었다.

        

        

        

       “마이클. 마이클 키신저.”

        

       “이곳에서는 처음 뵙는군요, 국장님.”

        

       “기억 속에서 보던 그 얼굴이 아니구만. 잠은 잘 자고 다니나?”

        

       “시크릿 서비스가 할 일이 좀 많긴 합니다.”

        

        

        

        그 말대로, 이곳에 모인 이들의 이력은 하나같이 휘황찬란하기 그지없었다. 왼쪽으로 돌아간 시선이 다른 한 명을 담는다. 조던 로이든. DARPA의 선임연구원 중 한 명. 본래라면 이카루스의 모든 기술들은 저 자의 손을 거쳐갔어야만 했다.

        

        그리고 가운데, 홀로그램 통신을 통해 목소리만 들려왔지만 알 수 있었다 – 현재는 상원의 민주당 원내대표이자 몇 년 후 대선에 도전하여 대통령직을 인계받음과 동시에, 오메가 바이러스에 직격당한 미국을 견인해야만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던 자.

        

        가장 불행한 대통령, 헨리 M. 브레이튼.

        

        의자에 착석함과 동시에 대화가 시작된다.

        

        

        

       -신수가 훤해보이는군. NSA 국장은 좀 할 만한가?

        

       “테러 위협에 잠도 편히 못 자는 것보단 훨씬 낫지요.”

        

       -피차 마찬가지일세. 그래서 이렇게 대놓고 모인 이유가 뭔가? 사내 카르텔 형성? 재미있구만. 이제 다음 의결에서 NSA에 들어가는 예산을 깎고 공공복지로 돌리잔 얘기를 하면 되겠나?

        

       “그리고 그 카르텔 소속 인원한테 구출당한 당사자가 여기 있고요.”

        

        

        

        그렇게 한 마디씩을 주고받은 후 이어지는 말.

        

        

        

       “바이퍼가 곧 올 겁니다. 길어야 2개월 안이겠군요. 자그마한 선물 하나는 안겨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들어보지.

        

       “빵빵한 뒷배경 하나 정도는 만들어줘야겠죠. MAVNI 법안을 손질한 당사자시잖습니까?”

        

       -그럴 만큼의 가치가 있나?

        

       “실제 이카루스 기어를 가지고 있는 걸로 확인됩니다.”

        

        

        

        정적과 경악이 방 내부를 흐른다.

        

        NSA 국장이기에 알 수 있었던 그것 – 다른 세계선의 미국에서 정식으로 승인된 기어. 현존하는 미국의 그 어떠한 네트워크망에 합법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그것. 그로부터 비롯된 접속 로그는 NSA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방첩 기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오로지 새로운 기억을 이어받은 그를 제외한다면, 그 누구도.

        

        

        

       “비록 다른 세계의 일이지만, 대통령으로서의 당신과, 이카루스 국장으로서의 제가 사인하고 인가한 물건입니다. 카탈로그 스펙만으로도 현재 국내에 현존하는 모든 디지털 기반 전자 장치에 액세스할 수 있을 겁니다. 심지어는 펜타곤 국방망이나 원자력발전소 네트워크까지도.”

        

       -누가 인가한 건지, 참. 제정신이 아니군그래.

        

       “그렇다면 이 방에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두 명이나 있는 거군요.”

        

        

        

        마찬가지로, 짤막한 정적.

        

        그러나 머잖아 홀로그램 통신기로부터 들려오는 쾌활한 웃음소리에 의해 분위기가 조금 걷혔다.

        

        

        

       -해당 기어는 일단 회수를 요청해보게. 어차피 생체 인증이 걸려있겠지만 남의 손에 넘어가는 것보단 낫지…하, 대선이 내년이었나? 1년 정도만 더 늦었더라면 이런 리스크가 지대한 부탁은 안 들어줬을테지만, 타이밍이 좋았군.

        

       “여기서도 대선 의향이 있습니까?”

        

       -그럼 없겠나?

        

        

        

        작게 웃은 후 이어지는 말.

        

        

        

       -그 귀여운 아이에게 구해진 녀석이 한둘이 아니라 다행이구만.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겠어. 그래도 이쪽까지 불똥이 튀는 건 사절이니, 가능한 한 다른 곳이랑 공조해서 해보게. 후폭풍이 있다면 적당히 무마해줄 테니.

        

       “국방부, 재무부, 국토안보부, JSOC까지 연계된 일입니다. 깔끔하게 처리할테니 걱정 마십쇼.”

        

       -그래. 나도 오랜만에 무거운 엉덩이 좀 움직여보겠군. 오랜만에 즐거웠네. 다음에도 이런 유쾌한 일로 봤으면 하는군, 국장.

        

       “마찬가집니다.”

        

        

        

        달칵.

        

        끊어진 통신을 뒤로 하고, 그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우리 바이퍼의 군경력을 어떻게 장식해줄지에 대한 의견 있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특대형 선물 배달 예정

    실제로 디비전 2에선 요원이 대통령을 구하죠. 문제는 대통령이 만악의 근원이라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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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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