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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8

       과거 학영충이 소천마 백화령이 무림에 나타났단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는 두려움이나 혐오가 아닌 다른 감정을 품었다.

       

       호기심.

       

       과거 천마신교가 토벌될 무렵 학영충은 제자 신분이었기에 토벌전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이야기로만 전해 듣던 천마신공의 위용을 눈에 담지 못했다.

       

       온갖 무공을 보고 익히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던 그로써는 항상 그 때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마교는 몰락했고 이젠 천마신공의 사용자를 다신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게 웬걸 소천마가 다시 무림에 나타남으로써 천마신공을 식견할 기회가 생기지 않았나.

       

       그 날 학영충은 자신의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백화령의 위치를 찾아냈다.

       

       다행히 소천마는 자신의 위치를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찾아올 테면 찾아오라는 듯 당당히 움직이고 있었다.

       

       만나려면 당장이라도 만날 수 있단 사실에 학영충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정보원들이 위험할 수도 있단 말을 전했음에도.

       

       당시 학영충에겐 자신이 있었다.

       

       상대가 아무리 강할 지라도 자신의 목숨정도는 온전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한 때 화산에서 태어난 유래 없는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으며,

       

       어린 나이에도 화산의 여러 장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고,

       

       현 후기지수 중에 제일이라는 이야길 들었고,

       

       훗날 화산의 장문인이 될 거란 기대를 받던 그다.

       

       그에 반해 상대는 어떤가.

       

       이름을 떨치기도 전에 자신이 속한 가문이 멸망해 제대로 된 성장을 이루지 못했고,

       

       그 후로도 정파의 추격을 피하기에 급급했을 터인 소천마가 강해봐야 얼마나 강하겠는가.

       

       허나 이 생각은 오만이었다. 하늘 위에는 언제나 그보다 더 높은 하늘이 있는 것이었으니.

       

       소천마 백화령이 다루는 천마신공을 식견하기 위해 그녀에게 시비를 걸었던 학영충은 채 다섯 합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 떨어졌다.

       

       무공의 차이 같은 게 아니었다. 단순히 상대가 자신보다 훨씬 더 높은 격을 지니고 있었을 뿐이었다.

       

       고고히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소천마의 모습에 학영충은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저 무자비한 손에 자신의 목이 날아갈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쓸모를 주장했다.

       

       소천마가 자신에게 흥미를 가지기를 바라며. 그래서 자신의 비루한 목숨을 일초라도 더 늘려주기를 기원하면서.

       

       그 때 자신을 내려다보며 가치를 가늠하는 듯한 그 눈을 학영충은 여전히 잊지 못했다.

       

       지금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의 눈은 그 때 소천마의 눈과 닮아 있었다.

       

       학영충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자 검은 무복을 입은 여인이 눈썹을 살짝 내렸다.

       

       “정신이 나간 것 아니냐?”

       

       여인의 뒤에서 지팡이를 든 여자아이가 튀어 나와 학영충을 살피더니 이렇게 말을 했다.

       

       “설마. 이 놈도 나름 실력 있는 무인일 터인데.”

       “바깥에 기어 다니는 놈들은 실력이 없었고?”

       “그놈들은 오합지졸이었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던 학영충은 무언가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앞에 서 있는 여인은 백화령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말끔한 무복이나 깔끔하게 정돈된 기다란 머리카락 같은 외모적인 부분이나.

       

       기껏해야 일류의 중간에 도달했을까 싶은 낮은 육신의 경지도 그랬지만.

       

       특히 분위기가 달랐다.

       

       항시 날이 서 있어 곁에 있으면 언제 베일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했던 백화령과는 달리 앞의 여성은 느긋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분명했다. 백화령 그 미친년과 닮은 구석은 있지만 다른 사람이다.

       

       천마신교와 관련이 있는 것 같지만 그 뿐.

       

       따로 적의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아. 대화가 통하는 상대다.

       

       그를 깨달은 학영충은 심호흡을 하고서 목소리를 냈다.

       

       “무슨 무공을 찾으러 오신 겁니까?”

       “그래.”

       “말씀만 해주시지요. 저 무공연구가 학영충. 현 무림에 제가 모르는 무공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자하신공을 찾고 있다만.”

       

       여인의 말에 학영충이 순간 굳었다.

       

       알고서 왔구나.

       

       다른 문파의 무공도 아니고 화산의 독전무공을 콕 집어서 이야기했다는 건 그가 화산에서 파문당한 사람이라는 걸 확신하고 온 게 분명했다.

       

       자칫하면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학영충은 너스레를 떠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물론 자하신공도 있지요. 허나 이는 도가를 기반으로한 무공인지라 손님이 다루는 천마신공과는 상극일 터입니다만.”

       “내가 배우려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이들에게 알리려는 것이지.”

       “…자하신공을 말입니까?”

       

       여인은 다른 이‘들’이라고 이야기했다. 화산의 독전무공이자 절기인 자하신공을 한 사람도 아니고 다수에게 퍼트릴 계획이란 것이다.

       

       “아시겠지만 자하신공을 익히기 위해선 그 전에 화산의 무공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준비가 되지 않은 몸으로 이를 익히려 해봐야 헛수고일 뿐이지요.”

       “그 또한 안다.”

       “그렇다면 감히 여쭙겠습니다. 화산이 멸문한 지금 도대체 누구에게 자하신공을 가르칠 수 있단 말입니까.”

       “화산은 망했으나 화산에 머무르던 외부인들은 그대로 남아있지.”

       

       여인은 말했다. 한 때 화산을 믿었으나 거기에 버림받은 이들을 끌어 모을 것이라고.

       

       여전히 화산이라는 이름에 미련을 지닌 이들에게 자하신공을 가르치고자 한다고.

       

       그 계획을 들은 학영충은 자신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덕분에 여인에게 눈총을 샀음에도 어쩔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외부인들이 자하신공을 익힌다니.

       

       “화산의 무공에 담긴 이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작자들이 자하신공을 제대로 익힐 수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자하신공은 기반이 되는 화산의 무공을 모두 다 대성하고 나서야 겨우 손을 댈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런데 이치를 쫓는 것이 버거워 타협을 택한 머저리들이 자하신공을 수학하겠다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

       

       억지로 배울 수는 있겠지. 허나 그를 대성하는 건 불가능하다. 신공은 괜히 신공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으니까.

       

       “옳은 말이다.”

       

       여인도 학영충이 내뱉은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천마신공이라는 천하의 절기 중 하나를 다루는 그녀가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니 밑바닥부터 다시 기반을 세워야지.”

       “천마신공을 다루는 당신께서 화산의 사람들에게 이치를 가르치시겠단 겁니까?”

       “그래. 나는 화산의 이들에게 이치를 가르칠 생각이라네. 다만 직접할 생각은 없네.”

       “적합한 사람이 없을 텐데요.”

       

       화산은 멸문했다.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다. 학영충이 알기로 화산의 무공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현 정파에는 남아있지 않다.

       

       “무슨 소릴 하는 것인가. 자네가 있지 않나.”

       “…예?”

       

       여인의 말을 듣고서 학영충은 멍청하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학영충이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은 일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무림의 공적 중 하나였다.

       

       천마의 뒤에 달라붙어 여러 문파에서 무공을 약탈한 그다.

       

       천마가 일으킨 겁화에서 살아남은 현 정파의 사람들은 보통 그를 어떻게는 잡아 족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상태다.

       

       제갈세가와 물밑에서 협약을 맺어 지금까진 어떻게 살아남았지만 전면에 나서는 순간 그는 현 무림 정파에게 살해 당할 게 분명했다.

       

       “그 부탁은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똑같다면 학영충은 눈앞의 여인을 적대하는 것을 택하고자 했다.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는 순간 그는 분명 파멸하게 될 터이지만 최소한 여인을 상대로 한다면 도망칠 구석이라도 있지 않겠는가.

       

       학영충의 대답을 들은 여인은 눈을 살짝 치뜨더니 웃음을 지었다.

       

       “착각을 하는 것 같아서 정정을 해주자면 나는 부탁이 아니라 명령을 하고 있는 걸세.”

       

       여인에게서 진한 살기가 풍겨 온다.

       

       온 몸이 털이 곤두선다.

       

       이성이 고한다. 지금 당장 도망치지 않으면 눈앞의 여인에게 살해당할 것이라고.

       

       감정이 고한다. 도망치라고. 죽기 싫다고. 여기선 죽을 순 없다고.

       

       마지막으로 몸이 고한다. 너무나도 두려워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다고.

       

       다급히 자하신공을 운용해 살기의 압박을 물린 학영충은 가쁘게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방금 전까지 자신이 숨을 쉰다는 당연한 행위조차 잊고 있었다는 걸.

       

       미친. 이게 정말로 일류의 육신을 지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저 자는 대체 얼마나 높은 곳에 서 있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기행을 벌일 수 있는 거지?

       

       학영충이 겁에 질려 자신을 바라보는 걸 아는지 모르는 지 여인은 느긋이 손을 움직여선 품 안에서 서책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명령에 대한 보상도 준비했지.”

       “…그건 뭡니까.”

       “매화검법. 누가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자하신공을 대성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절기라 하더군.”

       

       매화검법? 화산에 머무르며 그 곳에 있는 무공 대부분을 안다 자부하는 학영충이지만 매화검법이란 무공은 들어본 적 없었다.

       

       그런데 처음 들어보는 무공이 자하신공을 익혀야만 배울 수 있는 거라고?

       

       새로운 무공이라면 일단 달려들고 보는 자신을 유혹하기 위한 거짓일 가능성이 높았다.

       

       학영충이 떨떠름한 기색을 보이자 여인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씨발?! 말로 안 들으니까 협박을 할 생각인가?

       

       손가락부터인가? 아니면 발가락부터?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쉽게 당해줄 것 같아?!

       

       학영충이 다급히 자세를 취하자 여인은 슬며시 웃음을 흘리더니 손을 가로 저었다.

       

       “자넬 벨 생각은 없네. 아직은.”

       

       그리 답을 하고 나서 여인이 허공에다 검술을 펼친다.

       

       흐르듯 검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여인의 내기가 형상을 갖추고 자취를 남긴다.

       

       그 모양은 분명 꽃잎이었으나 색은 천마신공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검붉은 피의 색을 취했다.

       

       분명 이건… 처음 보는 검술이다. 가히 극한에 이르렀다 할 수 있는 환검.

       

       아무리 뛰어난 무인이라 할지라도 스쳐가는 꽃잎에 홀려 시선을 빼앗길 경이롭고도 아름다운 검술.

       

       여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는 분명 절기라 할 만한 물건이었다.

       

       “안타깝게도 본인이 익힌 건 천마신공인지라 이 무공의 완전한 모습을 보일 순 없으나 그대라면 다르겠지. 자하신공의 사용자이니 말이야.”

       “당신의 명을 따르면 그를 보상으로 주실 겁니까?”

       “물론. 내 지닌 천마신공에 걸고 약속을 하지.”

       

       고민? 그딴 건 할 필요가 없었다. 학영충에게 이성적인 판단이 존재했더라면 그의 별호가 시탐견이 될 일도 없었을 테니까.

       

       방금 본 무공에 마음을 빼앗긴 순간, 자하신공의 사용자만이 익힐 수 있는 절기가 자신의 눈앞에 존재하는 이상 학영충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 뿐이었다.

       

       “좋습니다. 뭐든 시켜 주시죠.”

       

       *

       

       이로써 건물의 기반을 세우기 위한 밑준비에는 성공한 셈인가.

       

       – 매화검법 진짜 이쁘긴 하다.

       – 저 기분 나쁜 꽃이 매화가 된다고 생각하면 쩌는데?

       – 이제 노력하면 저거 배울 수 있단 거잖아.

       – 누가 화산 애들한테 연락 좀 해 줘라.

       

       – 천마조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천마님 화산 재건하신다.]

       

       – 자기가 부수고 자기가 짓는 거야?

       – 도자기 만드는 할아버지도 아니고.

       – ??: 이런 건 화산이 아니야!

       

       흐음. 생각해보면 그렇구나.

       

       본인은 화산의 무공을 이용해 이치의 중요성을 설파할 생각이었다.

       

       분명 내 생각한 대로 일을 진행하다 보면 화산의 무공을 사용한 이들이 한 군데에 모여들 것이고 그럼 자연스레 화산파가 새로이 세워지게 될 터.

       

       내 손으로 무너트린 화산의 위에다 내 손으로 새로운 화산을 짓는다?

       

       화산의 입장에선 실로 모욕적인 행동이겠구나.

       

       그래서 재밌어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산문주가 살아 있었다면 험한 말을 했겠네요.

    —–

    tlsto님 2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응원에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즐거운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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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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