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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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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가 리안을 껴안은 채 나른한 표정을 하고 있을 때, 붉은 머리를 한 사냥꾼이 살금살금 리안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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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기척을 감지한 아이리스가 눈을 번뜩이며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휙 돌렸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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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쭈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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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의 뒤에서 솟아오른 제스가 환하게 웃으며 리안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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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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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통수에 느껴지는 말랑한 감촉에 리안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며 다급히 제 입가와 코를 틀어막았다. 다행히 피가 뿜어져 나오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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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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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가 도끼눈을 뜨며 제스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제스가 순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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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응? 왜?”
    “내 오빠야!”
    “하지만 내 쭈인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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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는 제 또래보다 훨씬 영리하며 짐승 같은 감 덕분에 눈치도 빨랐다. 어디까지가 선인지를 기민하게 파악하고 제 주둥이를 들이밀어도 되는 곳을 알아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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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제스에게 “이젠 이러면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어영부영 스킨쉽을 받아주는 것도 긴가민가하게 만드는 제스의 행동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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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아이리스나 노아가 없었다면 리안은 “어라? 어라라?”하다가 반려 각인까지 맺은 후 신혼집까지 끌려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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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만큼, 평소에는 잘 숨기고 다니는 귀를 쫑긋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도 전부 리안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려는 개수작이라는 걸 아이리스는 훤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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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탓에 눈초리가 사나울 수밖에 없었다. 아이리스는 리안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제스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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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가 불편해하잖아. 떨어져.”
    “으응? 쭈인님 나… 불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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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를 축 늘어뜨린 채 사납게 느껴지는 눈망울이 울망울망 젖어 들었다. 비를 쫄딱 맞고 파들파들 몸을 떠는 새끼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표정에 리안은 쉽사리 입술을 떼지 못하다가 머리 뒤쪽에 닿는 말랑한 감촉에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번뜩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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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작게 헛기침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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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크흠…아무래도 그렇지?”
    “봐. 오빠가 불편하다고 하잖..”
    “그러니까 둘 다 떨어지자.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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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상황에 제스만 떨어지라고 하는 건 형평상 맞지 않는 말인데다가, 공작가에 도착하면 남매가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였기에 리안은 아이리스와 스킨쉽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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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님이 공작가에 이 모습을 보고하면.. 으, 아무리 내가 아이리스를 돌봐줬다고 해도 감옥에 끌려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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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그럴까 싶지만, 이곳은 계급 사회였다. 고귀한 핏줄을 타고난 아이리스와 굴러다니는 돌멩이보다 가치 없는 노예 출신 리안을 곱게 볼 귀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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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는커녕 오점을 지우겠다는 이유로 죽이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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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아이리스의 어머니는 그런 분이 아니니까 목숨이 위협당하는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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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아이리스를 안정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하면 납득하고 감사를 표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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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가를 이어야 하는 미래의 가주님을 희롱했다는 식으로 알려지면 어떤 은혜가 있었든 목이 떨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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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한 이유로 리안은 아이리스를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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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오빠..”
    “아이리스 저번에도 얘기했듯이 우린 이제 성인이잖아. 가벼운 포옹 정도는 몰라도 이런 식으로 가깝게 붙어있는 건 그만두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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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의 기준으로 보자면 아이리스는 아직 성인이 아니었다. 아마 15살에서 18살 사이쯤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세계에선 엄연한 성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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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아이리스를 진짜 성인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녀를 떼어내기 위해 일부러 ‘이제 다 컸으니까~’라는 뉘앙스의 말을 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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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가 울상을 지어 보였지만 오늘만큼은 리안도 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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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슬슬 이별해야 할 테니 준비를 해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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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맛이 쓰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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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가 공작가로 가면 난… 멀리서 최대한 많이 도와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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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원작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리스는 용사의 핏줄이며, 앞으로 용사가 될 존재라는 건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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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사에겐 온갖 장애물과 성장 기회가 필요하다. 그런 용사의 곁에 치트나 다를 바 없는 개그 주민이 존재하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치트키는 정말 위험할 때만 사용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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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기에 리안은 멀찍이 떨어져서 아이리스가 위험에 처할 때만 도와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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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굳게 먹은 덕분에 눈물을 흘리는 미소녀 아이리스를 겨우 밀어낼 수 있었다. 그러자 아이리스는 충격받은 얼굴로 리안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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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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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한 얼굴로 충격을 받은 아이리스와 달리 제스는 그저 시무룩한 얼굴로 리안에게서 떨어져 근처를 서성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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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잔뜩 혼난 다섯살 딸이 시무룩한 얼굴로 ‘아빠 잘못했어요’ 편지를 들고 근처를 서성이는 걸 발견한 팔불출 아빠가 된 것처럼 가슴이 아파졌지만 리안은 겨우 견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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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무서운 건 리안이 아이리스를 밀어내는 것까지가 제스의 계산 안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가 리안에게 접근해 욕망(?)을 마음껏 표출한 것 부터가 아이리스를 떨어뜨려 놓기 위한 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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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주인 앞에선 순한 양이지만 뒤에선 한 마리의 늑대나 다를 바 없었다. 그녀는 제 짝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수인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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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는 끝내 자신을 쓰다듬어주지 않는 리안의 모습에 시무룩해 하면서 한편으로 만족스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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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도 접근할 수 없지만 동시에 아이리스도 동생이라는 이유로 붙어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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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였다면 그런 제스의 기분을 기민하게 눈치채고 분노로 눈이 돌아버렸을 아이리스가 얼마나 충격을 받은 건지 멍한 얼굴로 리안을 바라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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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눈이 정령왕을 발견했을 때처럼 탁하게 가라앉았다. 어쩐지 그녀의 머리카락 색이 전보다 더 탁해진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이를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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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친동생에게까지 질투를 해버렸다는 것에 현타가 와버린 노아.
    리안이 밀어낸 탓에 엄청난 충격을 받아버린 아이리스.
    주인이 전보다 잘 쓰다듬어주지 않아 축 늘어진 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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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사람의 분위기는 빈말로도 좋지 않았지만 그들의 여정은 굉장히 평화로웠다. 물론 간간이 몬스터의 습격이 있긴 했지만 마왕의 땅에 비하면 산책 수준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별거 아닌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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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자세를 낮추고, 그렇지!”
    “후욱,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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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평화로운지, 나타난 몬스터들은 실전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의 교보재로 사용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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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숲속을 한참 동안 이동한 끝에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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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마,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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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의 땅과 달리 푸른 하늘과 따스한 햇볕, 그 아래 자리한 평화로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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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에서도 보지 못한 안온한 풍경에 모두가 감격에 젖어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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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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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를 시작으로 다들 마을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백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마을에 들이닥치자 저 멀리서 경비로 추정되는 이들이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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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있는 곳인지 신분패를 보여달라 요청했다. 이 세계에서 신분패를 가진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마을과 마을을 이동하는 상인이나 용병들은 반드시 가지고 다니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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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만하면 나고 자란 땅에서 살다 보니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높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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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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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국으로 도망칠 계획을 짤 때부터 이런 일을 미리 대비해둔 상태였다. 돈이 꽤 깨지긴 했지만, 온갖 범죄가 난무하는 카르디샨에서 용병 신분패를 만드는 건 너무나 간단한 일이었다.
    ​
    ​
    경비는 무리를 다른 마을에서 도망쳐 나온 난민이라 예상했었기에 당황한 얼굴로 90개가 넘는 신분패를 하나하나 검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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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단위의 용병 무리라니 듣도 보도 못한 집단이었다. 경계하기엔 어린아이들이 많았고, 그렇다고 무작정 풀어두기엔 100명가량의 용병 무리는 위협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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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는 용병이라고는 하나 난민이나 다를 바 없어 마을에서 물자만 채운 후 바로 떠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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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가 그리 말하며 슬쩍 실버를 찔러넣어 주자 경비의 입이 헤 벌어졌다. 그의 월급 절반이나 되는 큰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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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당황하느라 제대로 대답을 못 하는 사이 실버 하나가 더 그 위에 올라왔다. 그의 눈이 이보다 더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을 때, 릴리는 부드럽게 웃으며 함께 온 다른 경비에게도 돈을 찔러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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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그렇다면야.”
    “큼… 소란은 일으키지 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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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어버린 세계답게 무려 100명이나 되는 용병 무리를 경비는 묵인하기로 했다. 위쪽에는 대충 지나가는 난민 정도로 보고를 올리면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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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비 무리가 떠나고 그들은 마을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들어가면 많은 시선을 받을 것이기에 10명씩 나뉘어 천천히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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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한편더 업로드 예정입니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아이리스가 리안을 껴안은 채 나른한 표정을 하고 있을 때, 붉은 머리를 한 사냥꾼이 살금살금 리안에게 다가왔다.

뒤늦게 기척을 감지한 아이리스가 눈을 번뜩이며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휙 돌렸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

“내 쭈인님!”

리안의 뒤에서 솟아오른 제스가 환하게 웃으며 리안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으헉!”

뒤통수에 느껴지는 말랑한 감촉에 리안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며 다급히 제 입가와 코를 틀어막았다. 다행히 피가 뿜어져 나오진 않았다.

“떨어져!”

아이리스가 도끼눈을 뜨며 제스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제스가 순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응? 왜?”

“내 오빠야!”

“하지만 내 쭈인님인데?”

제스는 제 또래보다 훨씬 영리하며 짐승 같은 감 덕분에 눈치도 빨랐다. 어디까지가 선인지를 기민하게 파악하고 제 주둥이를 들이밀어도 되는 곳을 알아차린다.

리안이 제스에게 “이젠 이러면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어영부영 스킨쉽을 받아주는 것도 긴가민가하게 만드는 제스의 행동 때문이었다.

아마 아이리스나 노아가 없었다면 리안은 “어라? 어라라?”하다가 반려 각인까지 맺은 후 신혼집까지 끌려갔을 것이다.

제스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만큼, 평소에는 잘 숨기고 다니는 귀를 쫑긋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도 전부 리안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려는 개수작이라는 걸 아이리스는 훤히 알고 있었다.

그 탓에 눈초리가 사나울 수밖에 없었다. 아이리스는 리안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제스를 노려보았다.

“오빠가 불편해하잖아. 떨어져.”

“으응? 쭈인님 나… 불편해요?”

귀를 축 늘어뜨린 채 사납게 느껴지는 눈망울이 울망울망 젖어 들었다. 비를 쫄딱 맞고 파들파들 몸을 떠는 새끼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표정에 리안은 쉽사리 입술을 떼지 못하다가 머리 뒤쪽에 닿는 말랑한 감촉에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번뜩 정신을 차렸다.

그는 작게 헛기침하며 말했다.

“그,크흠…아무래도 그렇지?”

“봐. 오빠가 불편하다고 하잖..”

“그러니까 둘 다 떨어지자. 응?”

“…!”

이런 상황에 제스만 떨어지라고 하는 건 형평상 맞지 않는 말인데다가, 공작가에 도착하면 남매가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였기에 리안은 아이리스와 스킨쉽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기사님이 공작가에 이 모습을 보고하면.. 으, 아무리 내가 아이리스를 돌봐줬다고 해도 감옥에 끌려갈 거야.’

설마 그럴까 싶지만, 이곳은 계급 사회였다. 고귀한 핏줄을 타고난 아이리스와 굴러다니는 돌멩이보다 가치 없는 노예 출신 리안을 곱게 볼 귀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감사는커녕 오점을 지우겠다는 이유로 죽이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나마 아이리스의 어머니는 그런 분이 아니니까 목숨이 위협당하는 일은 없겠지.’

리안이 아이리스를 안정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하면 납득하고 감사를 표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선이 있었다.

‘..공작가를 이어야 하는 미래의 가주님을 희롱했다는 식으로 알려지면 어떤 은혜가 있었든 목이 떨어질 테니까.’

그러한 이유로 리안은 아이리스를 밀어냈다.

“하지만 오빠..”

“아이리스 저번에도 얘기했듯이 우린 이제 성인이잖아. 가벼운 포옹 정도는 몰라도 이런 식으로 가깝게 붙어있는 건 그만두는 게 좋아.”

현대의 기준으로 보자면 아이리스는 아직 성인이 아니었다. 아마 15살에서 18살 사이쯤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세계에선 엄연한 성인이었다.

리안은 아이리스를 진짜 성인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녀를 떼어내기 위해 일부러 ‘이제 다 컸으니까~’라는 뉘앙스의 말을 입에 담았다.

아이리스가 울상을 지어 보였지만 오늘만큼은 리안도 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슬슬 이별해야 할 테니 준비를 해둬야지.’

입맛이 쓰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이리스가 공작가로 가면 난… 멀리서 최대한 많이 도와줘야지.’

더 이상 원작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리스는 용사의 핏줄이며, 앞으로 용사가 될 존재라는 건 변함이 없다.

용사에겐 온갖 장애물과 성장 기회가 필요하다. 그런 용사의 곁에 치트나 다를 바 없는 개그 주민이 존재하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치트키는 정말 위험할 때만 사용되어야 했다.

그렇기에 리안은 멀찍이 떨어져서 아이리스가 위험에 처할 때만 도와줄 생각이었다.

마음을 굳게 먹은 덕분에 눈물을 흘리는 미소녀 아이리스를 겨우 밀어낼 수 있었다. 그러자 아이리스는 충격받은 얼굴로 리안을 올려다보았다.

“히잉…”

멍한 얼굴로 충격을 받은 아이리스와 달리 제스는 그저 시무룩한 얼굴로 리안에게서 떨어져 근처를 서성거릴 뿐이었다.

처음으로 잔뜩 혼난 다섯살 딸이 시무룩한 얼굴로 ‘아빠 잘못했어요’ 편지를 들고 근처를 서성이는 걸 발견한 팔불출 아빠가 된 것처럼 가슴이 아파졌지만 리안은 겨우 견뎌냈다.

정말 무서운 건 리안이 아이리스를 밀어내는 것까지가 제스의 계산 안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가 리안에게 접근해 욕망(?)을 마음껏 표출한 것 부터가 아이리스를 떨어뜨려 놓기 위한 계략이었다.

제 주인 앞에선 순한 양이지만 뒤에선 한 마리의 늑대나 다를 바 없었다. 그녀는 제 짝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수인 그 자체였다.

제스는 끝내 자신을 쓰다듬어주지 않는 리안의 모습에 시무룩해 하면서 한편으로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녀도 접근할 수 없지만 동시에 아이리스도 동생이라는 이유로 붙어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평소였다면 그런 제스의 기분을 기민하게 눈치채고 분노로 눈이 돌아버렸을 아이리스가 얼마나 충격을 받은 건지 멍한 얼굴로 리안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의 눈이 정령왕을 발견했을 때처럼 탁하게 가라앉았다. 어쩐지 그녀의 머리카락 색이 전보다 더 탁해진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이를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리안의 친동생에게까지 질투를 해버렸다는 것에 현타가 와버린 노아.

리안이 밀어낸 탓에 엄청난 충격을 받아버린 아이리스.

주인이 전보다 잘 쓰다듬어주지 않아 축 늘어진 제스.

세 사람의 분위기는 빈말로도 좋지 않았지만 그들의 여정은 굉장히 평화로웠다. 물론 간간이 몬스터의 습격이 있긴 했지만 마왕의 땅에 비하면 산책 수준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별거 아닌 싸움이었다.

“좀 더 자세를 낮추고, 그렇지!”

“후욱,훅…”

얼마나 평화로운지, 나타난 몬스터들은 실전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의 교보재로 사용될 정도였다.

그렇게 숲속을 한참 동안 이동한 끝에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아…!”

“마, 마을이다!”

마왕의 땅과 달리 푸른 하늘과 따스한 햇볕, 그 아래 자리한 평화로운 마을.

꿈에서도 보지 못한 안온한 풍경에 모두가 감격에 젖어 말을 잃었다.

“…가자.”

노아를 시작으로 다들 마을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백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마을에 들이닥치자 저 멀리서 경비로 추정되는 이들이 달려왔다.

마을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있는 곳인지 신분패를 보여달라 요청했다. 이 세계에서 신분패를 가진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마을과 마을을 이동하는 상인이나 용병들은 반드시 가지고 다니는 편이었다.

웬만하면 나고 자란 땅에서 살다 보니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높은 탓이다.

“여기 있습니다.”

제국으로 도망칠 계획을 짤 때부터 이런 일을 미리 대비해둔 상태였다. 돈이 꽤 깨지긴 했지만, 온갖 범죄가 난무하는 카르디샨에서 용병 신분패를 만드는 건 너무나 간단한 일이었다.

경비는 무리를 다른 마을에서 도망쳐 나온 난민이라 예상했었기에 당황한 얼굴로 90개가 넘는 신분패를 하나하나 검사했다.

가족 단위의 용병 무리라니 듣도 보도 못한 집단이었다. 경계하기엔 어린아이들이 많았고, 그렇다고 무작정 풀어두기엔 100명가량의 용병 무리는 위협적이었다.

“저희는 용병이라고는 하나 난민이나 다를 바 없어 마을에서 물자만 채운 후 바로 떠날 예정입니다.”

릴리가 그리 말하며 슬쩍 실버를 찔러넣어 주자 경비의 입이 헤 벌어졌다. 그의 월급 절반이나 되는 큰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당황하느라 제대로 대답을 못 하는 사이 실버 하나가 더 그 위에 올라왔다. 그의 눈이 이보다 더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을 때, 릴리는 부드럽게 웃으며 함께 온 다른 경비에게도 돈을 찔러넣었다.

“그, 그렇다면야.”

“큼… 소란은 일으키지 말도록!”

썩어버린 세계답게 무려 100명이나 되는 용병 무리를 경비는 묵인하기로 했다. 위쪽에는 대충 지나가는 난민 정도로 보고를 올리면 될 터였다.

경비 무리가 떠나고 그들은 마을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들어가면 많은 시선을 받을 것이기에 10명씩 나뉘어 천천히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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