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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9

    “이봐, 꼬마야. 어린이가 혼자 이런데서 뭘 하고 있는거야?”

    “누굴 기다리나?”

    기분나쁘게 웃으며 포위해오는 몇명의 남자들.

    루크는 그것에 뭔가 미묘한 분위기를 느끼긴 했지만, 사람이 원래 그런 얼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단순하게 대답했다.

    “그렇다만, 내게 무슨 볼 일이지?”

    “기다린다는 녀석은 몸을 반창고랑 붕대로 치장한 백발녀석인가?”

    “오, 그렇다네. 그대들은 혹시 서드와 아는 사인가?”

    천진난만한 루크의 대답에 일제히 ‘으하하하’하고 웃어버리는 그들. 

    “물론이지, 우린 그 녀석이랑 아주 친하거든. 오빠들이 데려다줄게.”

    역시 아는 사이였던 모양이다.

    “그렇다면야, 안내해주게.”

    “좋아, 따라오라고.”

    루크가 그들을 따라가기 시작하자, 서드와 만나기로 한 곳과는 점점 멀어지고, 골목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루크는 잠깐 멈춰서 묻는다.

    “방향이 이상한데. 정말 그대들은 서드의 친구들이 맞는가?”

    그러자 루크의 주변을 같이 걷던 그들도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또 한번 기분나쁜 웃음소리.

    이것 참. 웃음이 너무 많은 남자들이 아닌가?

    “꼬마야, 너 정말 눈치가 없네.”

    그때, 루크의 뒤에 서있던 누군가 갑자기 입을 틀어막아버린다.

    그리고 바로 주사기를 목에…….

    콰직.

    “어? 뭐야.”

    주사바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야 당연한 일이다.

    이미 피부는 3서클의 강력한 마법제어능력으로 만들어진 기초방어마법, 실드로 완벽히 보호되는 중이었으니까.

    주사바늘에 소드오러라도 두른게 아니라면 루크의 피부를 뚫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상황은 명확해졌다. 

    대체 주사기에 뭐가 들어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명백한 적대행위.

    설마 이 시대라고 행인의 목을 날카로운 물건으로 찌르는 것이 보편적인 도덕일리는 없으니까.

    ‘……질이 나쁜 친구들이로군.’

    그래도 서드와 아는 사이인 것은 확실해보였기에 믿어보려 했건만, 실망을 하게 만드는군.

    루크는 몸에 마력을 추가로 두르며 신체를 강화하여 자신의 입을 막은 남자의 손목을 붙잡아 비틀었다.

    콰곽, 빠득-!

    단순한 악력만으로 피와 살로 덮힌 단단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연주된다.

    “끄아아악–!”

    목소리가 크다.

    루크는 남자의 비명을 듣고싶지 않았으므로, 실물과 현상을 제어하기위한 권한을 행사했다.

    3서클의 마법.

    “조용.”

    ‘사일런트’.

    손목을 붙잡힌 남자는 눈을 한계까지 크게 뜬채 입만을 뻐끔거리고 있었다.

    루크가 음성을 차단했다는 뜻은, 그에게는 더이상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므로 그가 얼굴로 묘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있을 필요는 없다.

    루크는 손목을 통해 일전에 다이튼에게서 훔쳐배운 전신을 마비시킬 수 있는 클래스마법을 응용해 그의 몸을 마비시켰다.

    “……!”

    과거 수많은 경험으로 루크 나름대로 개량한 그 마법은 비살상과 살상을 애매하게 걸치고 있는 수준이었다.

    인간의 신체특성과 장기들의 위치등에 대한 정보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테니까, 유효한 개량일 것이다.

    온 몸을 내달리는 강력한 충격에 그는 곧바로 눈을 까뒤집고는 몸을 허물어트렸다.

    이 모든 것이 고작 2초도 안 되는 순간에 이뤄진다.

    루크는 가볍게 옷을 털고는 여전히 변치않은 표정으로 남은자들을 향해 웃었다.

    저 자 혼자만의 독단적인 행동일수도 있으니까.

    부디 그러길 바란다.

    “다시 묻겠다만, 정말 그대들은 서드의 친구들이 맞나?”

    “이 꼬맹이가, 무슨 개수작을!!”

    “……아쉽군.”

    아무래도 ‘진짜 친구’는 아닌 모양이다.

    서드는 평소에 이런 나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걸까.

    안타까운 사연이로다.

    ——–

    “나원 참, 요즘같은 시대에도 그런 녀석들은 있나보군.”

    세상이 아무리 좋아졌다지만, 어린아이에게 몹쓸 짓을 하는 녀석들은 여전한 모양이다.

    만일 자신이 진짜 힘없는 어린아이였다면 어쩔 뻔 했단 말인가?

    아주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서드는 옛날에 안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난게 분명했다.

    그동안 꽤 시달린 것처럼 보였는데.

    “것 참, 녀석도 생각해보면 참 불쌍한 녀석인데 말이지.”

    그 안좋은 환경에서 힘들게 사느라 심장에 서클도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채였다.

    그런 서클을 제거하지도 못한채 오랜세월 고통을 받으며 힘들게 살아왔을 텐데.

    모쪼록 서드가 알아서 더이상 뒤끝없게 잘 처분했다면 좋겠다.

    이 시대에서 더 오래 살아왔을 서드라면 자신보다 그런 방면에선 능숙하겠지.

    뭐, 나중에 자신의 증언이라던가 그런게 필요하다면 알아서 부르리라.

    “흠. 오늘은 파이가 없어서 아쉽군. 분명 좋아했을텐데.”

    저번에 우산으로 강도를 무찔렀을 때는 무려 콧노래까지 부르며 좋아하지 않았던가?

    지금도 파이의 그 콧노랫소리의 음율이 느껴지는 듯 하다.

    루크가 떠올린 파이의 콧노래소리에 담겨진 감정은 즐거움이나 흥분따위가 아니라 ‘공포’였지만, 안타깝게도 정령어는 시간이 지남에따라 음에 담긴 감정이 희석되는 탓에 루크는 파이의 그 반응이 공포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가 없었다.

    파이가 다시 공포의 정령어를 연주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띵동-.

    멈칫.

    정령어로 ‘바보’를 의미하는 그 음율에 루크는 몸을 멈칫하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어디에도 파이는 없었다.

    “꼬마야, 주문한 거 다됐다.”

    “……아.”

    그냥 호출이었던건가.

    루크는 멋쩍게 눈썹근처를 긁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운터로 다가가자, 직원은 얼굴에 편안한 웃음을 그려내며 루크가 시킨 메뉴들을 하나씩 가리키며 설명했다.

    “자, 여기 주문한 솔잎차, 그리고 초콜릿케이크야. 쏟지 말고 잘 가져가야 해?”

    루크는 가볍게 쟁반을 들어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해줘서 고맙군. 잘 먹겠네.”

    “그래, 맛있게 먹어!”

    아이가 혼자서 주문도 하고 씩씩하게 메뉴를 쟁반에 담아가져가는 모습이 꽤 귀여워보인 모양이다.

    그녀는 한쪽손을 가볍게 들어서 잘 가져가라는 뜻으로 미소지으며 손가락을 흔들며 인사했다.

    루크는 쟁반 위에놓인 처음 맡아보는 솔잎차의 향기와, 디저트로 가장 인기있는 메뉴인 초콜릿케이크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느라 그녀의 인사를 미처 보지는 못했지만.

    ———

    루크는 품 안의 주사기와 병을 어루어만지며 미소지었다.

    주사기는 뒷골목의 ‘서드의 친구’들에게 획득한 것이고, 병에 담긴것은 바로 서드에게 마법을 가르쳐주고 받아낸 용인의 피다.

    주사바늘이 들지 않았으니 내용물의 효과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그 내용물에 흥미가 없는것은 아니었으니까.

    연구할거리가 늘어서 기분이 좋아진 루크는 한껏 고양된 목소리로 문을 열었다.

    “예르나! 다녀왔다네!”

    들어가자마자 안에선 예르나가 루크를 반긴다.

    “어서와! 친구는 잘 만나고 온거야?”

    “물론일세.”

    “그럼 나갔다왔으니까 얼른 씻자.”

    “그래, 그러지.”

    루크는 예르나의 시선을 살짝 피하면서 대답했다.

    그러고보면, 오늘은 사실 예르나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서드와 만나고 온 것이다.

    일부러 오해의 소지가 있도록, “시험이 끝난김에 ‘근처’ 친구랑 좀 ‘놀다가’ 오겠다.”하고 말해두고 일부러 서드가 있는 곳까지 갔다온 것이니까.

    거짓말은 아니었다.

    과거 대륙 전체를 제 집처럼 드나들었던 루크에겐 사실상 세계 어느곳이든 ‘근처’나 다름없는 곳이었으며, 서드역시 ‘친구’이기도 하면서, 마법을 가르치며 ‘놀았다’.

    그러니 문장에 거짓은 없다만, 예르나가 이해하기는 시루드나 메리같은 아이들과 노는 줄 알았을 것이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예르나는 자신을 따라왔을 테니까. 어쩔 수 없지않나.

    루크는 목욕을 위해 상의 단추를 천천히 풀면서 예르나를 곁눈질로 훔쳐보았다.

    허나 예르나의 시선은 좀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루크는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예르나, 미안하네만. 너무 빤히 보지 말아주게.”

    “……아, 미안! 안볼테니까, 편하게 해.”

    루크의 말을 들은 예르나는 화들짝 놀라면서 루크에게서 시선을 떼고 아무것도 없는 벽면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고맙군, 예르나.”

    예르나의 배려에 잠시 짧은 감사를 전하고, 그렇게 자신을 보고있지 않을 때 주머니에 만져지는 두 물체를 빠르게 꺼내들었다.

    바로 주사기와 혈액샘플이다.

    둘 다, 예르나가 보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 눈에 훤하다.

    만약 이걸 어디서 났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도 불편한 일.

    ‘앞으로도 방해받지않고 연구하기위해선 어딘가에 잘 숨겨둬야겠지.’

    루크는 주사기와 혈액샘플을 들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샤워커튼을 걸어두는 철봉을 발견했다.

    그 봉의 안쪽은 텅 비어있어서, 약물이 담긴 주사기와 혈액병을 넣어두기엔 안성맞춤으로 보였다.

    게다가, 샤워커튼봉 안쪽은 사람이 웬만해선 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루크는 스스로의 생각에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엔 바로 목욕을 이어나갔다.

    저번에 백화점에서 사온 샴푸의 향기가 맘에 든다.

    샤워기에서 흘러나오는 물의 온도도 완벽하다.

    이정도면 더할나위가 없다고 볼 수 있겠지.

    루크는 머릿결이 상하지 않도록 액체조종 마법을 응용해 능숙하게 머리를 틀어올린 후에 욕조 안에 몸을 푸욱 담갔다.

    상당히 만족스럽게 욕조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았다.

    따듯한 물이 몸을 감싸는 감각은 언제 느끼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니까.

    솔직히 이런건 싫어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그 옛날, 이 몸이 되기 전에는 그 경험을 거의 잊고 살았었다.

    말년엔 효율만을 위해 클린으로 대충 오염물질만 치워내며 살았으니 목욕을 할 시간과 의미따위는 없었으니까.

    “후우…….”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가, 곧바로 감정이 실린 허밍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파이와 함께 지내며 생긴 버릇중에 하나였다.

    좋거나 행복한 기분이 들면 파이와 감정을 공유하기 위해서 언제나 콧노래를 불렀으니까.

    행복감이 담긴 연주를 마친 루크는 한숨을 쉬었다.

    “하아.”

    그런데, 어쩐지 오늘따라 평소 반창고를 붙이고 다니던 부분이 좀 가렵다.

    주사기로 건드려진 곳이라서 그런걸까?

    분명 상처는 조금도 나지 않았었는데.

    —–

    예르나는 욕실에 루크가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자 그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냥 혹시 도와줄 일이 있을까 해서 루크가 있을땐 자꾸 볼 수밖에 없다.

    TV도 없으니 딱히 집에서 보고있을 만 한 것도 없고.

    ‘루가 벌써 그런 나이가 됐구나…….’

    스스로의 신체를 남에게 내보이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됐다니, 그것도 이미 여러번 같이 목욕을 한 자신한테까지 말이다.

    이렇게 아이는 점점 성숙해져가는 거구나.

    그나저나, 혼자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던 날이 엊그제 같던 아이가 저토록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스스로 목욕을 할 수 있게 되다니, 너무 감격스럽지 않은가.

    “후훗, 역시 언제 들어도 목소리가 참 예쁘단 말이야.”

    예르나는 루크의 콧노래소리를 듣다가, 마침내 그것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하니 왠지 그냥 막연히 행복해지는 기분이 드는게 아닌가.

    아무래도, 루크에게서 콧노래뿐 아니라 감정까지도 옮은 것만 같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크는 참 영악한 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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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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