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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9

       예테린푸르크는 키예프 제국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였다.

       이곳은 제국의 중심에서 동떨어져 있었지만, 여러 면에서 제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우선, 이곳은 제국이 보유한 몇 군데 안 되는 부동항(不凍港) 중 하나였다.

         

       북극에서 부는 바람을 전면으로 받는 키예프 제국은 ‘얼어붙은 제국’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겨울이 긴 땅이었다.

       그 때문에 교통망의 발달도 더뎠다.

       일 년 중 3분의 1은 눈이 내렸고, 그중 3분의 1은 폭설이었다.

       그러니 도로를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극광 현상 때문에 비행선을 띄울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정교한 마법 회로가 들어간 장비들도 먹통이 되는 덕에 전통의 강대국은 최근 와서는 다른 나라로부터 ‘동면한 곰’이라는 조롱을 듣는 처지가 됐다.

         

       지금 같은 시대에 큰 영토와 인구에서 오는 힘만으로는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에 제국에게 부동항은 소중한 것이었다.

       북극의 매서운 바람이 불어닥치는 혹독한 계절에도 외국과의 교역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부동항 덕분이었다.

       

       그나마 최근 증기기관차의 발전으로 철로가 깔리기 시작하면서 육로 교역도 활성화되었지만, 부동항이 가지는 가치는 여전했다.

         

       외국과의 활발한 접촉 덕분에 예테린푸르크의 사람들은 보통 키예프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조금 달랐다.

         

       그들은 키예프 사람치고 열정적인 편이었고(그래도 카스티유 사람들이 보기에는 무뚝뚝했다.), 키예프 사람치고 자유로웠으며(그래도 공화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고지식했다.), 키예프 사람치고 친절한 편이었다(그래도 샤를로티아 사람들이 보기에는 무례했다.).

         

       이렇게 제국 내에서 이질적인 지리적, 사회적 배경을 가진 예테린푸르크였지만, 그렇다고 제국 주류 문화와 동떨어진 곳은 아니었다.

         

       이곳은 제국의 문화 중심지 중 하나였다.

         

       동쪽 끝이라는 위치 때문에 옛날부터 중앙 정계에서 축출된 귀족들이 이곳으로 유배를 많이 왔다.

       그리고 유배를 온 귀족들을 중심으로 문화와 예술이 크게 발전했다.

         

       그 덕에 현재에 와서는 반대로 제국 각지의 귀족들이 휴가를 즐기러 오는 도시가 됐다.

         

       서커스 그랑프리 예선전이 열리는 6대 극장 중 하나를 보유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문화적 저력이 밑바탕이 되어서였다. 황실 극단 사람들은 여전히 부동항 덕을 봤다고 폄하하지만 말이다.

         

       도시의 해안가 언덕을 따라 형성된 저택 단지에는 제국 내에서 힘 좀 쓰는 귀족들이라면 대부분 별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귀족들 본인은 이곳에 일 년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였다.

       별장을 채우는 손님들은 대부분 그들과 끈이 닿아있는 유력자들이었다.

         

       ‘황금 카니발’ 서커스단이 어느 후작의 별장에 머무를 수 있게 된 것도 그들의 후원자가 가진 인맥과 그들이 가지는 명성 덕분이었다.

         

       서커스 그랑프리 우승 후보라는 이름은 후작이 자신의 별장 손님들에게 자랑할 만한 장식품으로 충분했다. 그는 1주일에 한두 번 별장의 다른 손님들에게 공연을 보여줄 것을 조건으로 그들에게 건물 한 채를 내주었다.

         

       황금 카니발은 기획형 서커스단이었다.

       후원자가 서커스단을 조직한 목적은 공연을 통해 자신을 과시하고 알리는 것이었다.

         

       기껏 조직해둔 서커스단이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1년 만에 시험을 후다닥 다 통과해버리고 나머지 1년을 쉬어버리면, 그건 후원의 취지와 맞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서커스단은 후원자가 요구하는 곳에 얼굴도 비춰가며 천천히 극장을 공략해나가야 했다.

         

       그것이 황금 카니발이 첫 번째 시험을 통과하고 두 번째 시험을 기다리며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유였다.

         

       황금 카니발의 단장은 인스피라를 무려 4개나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어디서나 황금색 정장에 황금색 망토, 황금색의 길쭉한 모자를 쓰고 다녔다.

       높게 말아 올린 콧수염과 왼쪽 눈에 낀 황금 외알 안경은 그의 상징이었다.

         

       로드 판타스틱.

       그는 방금 별장에 머무르는 다른 유력자가 여는 저녁 만찬에 초대받아 식사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의 능수능란한 언변과 놀라운 재주는 어느 만찬에서건 환영받는 것이었다.

       후원자 측에서 파견 나온 상인은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역시 회장님이 단장님만 믿으라는 이유가 있었군요! 덕분에 사업 이야기가 잘 풀렸습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게 제 일이죠. 도움이 됐다면 다행입니다.”

       “단장님은 대단하십니다! 싸구려 웃음을 파는 광대처럼 천박하지도, 예술에 눈먼 배우들처럼 오만하지도, 위험한 재주를 피우는 곡예사처럼 과시하지도 않아요! 높으신 분들은 너무 자만한 예술가들을 조금 불편하게 여기거든요.”

       “관객에 맞춰 모습을 바꾸는 것도 능력이죠.”

       “과연, 업계 최고는 이유가 다 있군요! 아, 저기 있는 분은 따님이 아닙니까?”

         

       서커스단이 머무르고 있는 건물 뒤뜰.

       그곳에는 치렁치렁한 금발 머리카락을 가진 10대 소녀가 땀에 젖은 운동복을 입고 곡예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녀는 나이에 비해 키가 컸고 몸매도 탄탄하게 발달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과 식단을 모두 완벽하게 관리한 덕분이었다.

         

       그녀는 양 손가락 사이에 단검을 끼우고 한 번에 8개를 던져서 20m 떨어진 표적에 맞추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완벽한 동작으로 손을 흩뿌렸다.

       8개의 단검이 조금의 오차도 없이 과녁의 정중앙에 꽂혔다.

         

       상인은 입을 쩍 벌리며 박수를 치려 했지만, 옆에 있던 로드 판타스틱이 그를 제지했다.

       훈련 프로그램은 아직 더 남았다.

         

       그녀는 다시 8개의 단검을 준비했다.

       그리고 다른 위치에 있는 과녁을 향해 또 던졌다.

       그것들 역시 전부 적중했다.

         

       그녀는 그렇게 연달아 4번을 성공시켰다.

         

       5번째.

       그녀가 단검을 쥐고 다음 과녁으로 눈을 돌리는 도중.

       뜰 맞은편에 있는 그녀의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아.

       이미 던지는 동작에 들어갔던 그녀는 손가락 떼는 타이밍을 하나 놓치고 말았다.

         

       단검 하나는 과녁의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다른 하나는 아예 과녁에서 벗어나 뒤에 있는 나무에 박히고 말았다.

         

       실수했다.

         

       그녀는 싸늘한 시선이 등을 훑고 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는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레이나! 아깝다! 4번째까지는 잘했잖아. 왜 그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오 이런…….”

         

       그녀의 연습을 도와주고 있던 30대의 절름발이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오다가 뜰 맞은편에 있는 단장을 보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어이구, 아깝게 됐네요. 그래도 저 정도로 뛰어난 솜씨를 지닌 따님이라니. 부럽습니다.”

       “과찬이십니다.”

         

       로드 판타스틱은 옆에 있는 상인에게는 영업용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이곳을 바라보는 눈길은 냉랭했다.

         

       그 정도로 손을 삐끗해?

       수백, 수천 명 앞에서는 아예 오줌을 싸겠구나.

       ‘실수’라고?

       왜 쓰레기들이 하는 변명이 네 입에서 나오는 거니?

         

       말하지 않아도 평소의 그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로드 판타스틱과 손님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레이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몸을 떨었다.

         

       절름발이 남자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저 트라우마 제조기.

         

       “으이구, 하필 거기서 단장이 와서는……. 괜찮아. 다시 연습해서……야야, 레이나! 어디 가?”

       “바람 좀 쐬고 올게요.”

         

       뒤뜰에는 절벽 쪽으로 난 테라스가 있었다.

       벽돌로 만들어진 곳이었는데, 풍경의 절반은 예테린푸르크 시내, 나머지 절반은 다른 귀족들의 저택이었다.

         

       객실의 전망이 모두 바다 쪽으로 향해 있으니, 자연스럽게 뒤뜰은 전부 내륙 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높이는 20m쯤 될까.

       레이나는 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바라봤다.

         

       바람이 절벽을 타고 올라왔다.

       그녀의 금발이 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그때, 절벽 아래로 난 어두운 골목길에 젊은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시원하고 맑은, 듣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소리였다.

       그 옆에서는 그녀와 비슷한 또래의 땍땍거리는 소리가 따랐다.

         

       남자는 상당히 여유로운 듯했고, 여자애의 목소리는 불만에 차 있었다.

         

       연인?

       귀족 아가씨와 시종?

       아니면……아빠와 딸일까…….

         

       가끔 부러웠다.

       저런 평범한 관계가.

         

       저들 사이에는 서커스도, 가혹한 훈련도,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애증도 없겠지.

         

       잠시 있으니, 여자애 쪽이 장난기 있는 목소리로, 젊은 남자 쪽이 딴청을 피우는 듯한 목소리로 바뀌었다.

         

       절벽 아래에 있는 골목길은 건너편 거리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조금 있으면 건너편 거리 가로등 아래로 그들의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진심으로 애정 어린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는 둘의 모습이…….

         

       그 모습을 보면 마음만 더 심란해질 것 같았다.

       레이나는 스스로를 다잡았다.

         

       나는 저런 평범한 아이와 달라.

       나는 세계 최고의 곡예사이자 마술사인 로드 판타스틱의 딸이야.

       나는 더 연습하고 연습해야 해.

       아빠가 실망하지 않도록.

         

       그녀는 휴식을 마치고 뜰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 직후,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던 두 그림자가 가로등 아래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정장에 검은 망토를 걸친 금발의 남자와 붉은 연미복을 입은 흑발의 소녀였다.

         

       엘라는 원더스타인을 올려다보며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기분 좋나 봐? 주인아줌마의 입술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그는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키예프 관습이라고 하잖아요. 볼에 입 맞추는 것은. 주인아저씨도 엘라 양에게 하려고 했잖아요.”

       “난 피했거든! 댁은 그냥 받았고.”

       “둘 다 피하면 너무 무례하지 않잖습니까?”

       “흥. 키예프 사람들도 눈이 있어. 아무에게나 볼 키스를 하지 않아. 처음 보는 사람에게 했다는 건 마음에 들었다는 신호라고. 주인아줌마가 당신 볼에 입을 맞추고 나서 옆집에 달려가서 깔깔대던 걸 떠올려 봐.”

       “흠, 그건 확실히 민망하더군요. 그래도 대가로 과일을 2배나 받아왔으니…….”

       “대가로?”

         

       엘라가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원더스타인은 당황하지 않고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친절하게 그들의 관습을 받아준 대가로요.”

       “흥. 하여간 말은 잘한다니까.”

         

       그 순간 엘라의 발이 엉키더니 비틀거렸다.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벌써 3번째였다.

         

       원더스타인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엘라 양.”

       “왜, 왜……?”

       “팔짱을 좀 풀어주시겠어요?”

       “어? 팔짱? 아, 그, 그래. 좀 덥지……? 하하, 아무리 북쪽이라도 8월은 8월이니까…….”

         

       그녀는 팔을 풀고 좀 떨어졌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지만, 어딘가 풀이 죽은 기색은 숨기지 못했다.

       눈빛이 푹 가라앉았고, 얕은 한숨도 입술을 타고 흘렀다.

         

       원더스타인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팔을 내밀었다.

         

       “키 차이 때문에 팔짱은 힘들지 않습니까? 걸음이 자꾸 꼬이잖아요. 대신 손을 잡아주세요.”

       “조, 좋아! 하긴 댁이랑 나는 30cm는 차이가 나니까!”

         

       그녀가 원더스타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녀가 항상 끼고 다니던 장갑은 어느새 벗고 없었다.

         

       그녀의 손가락들이 원더스타인의 손가락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녀는 킥킥 미소를 지었다.

         

       “좋다. 이렇게 같이 다니니까.”

       “루즈에서는 너무 엘라 양 혼자 고생시켰죠.”

       “그 때문에 쓰러지기도 했지.”

         

       그녀가 콧방귀를 흥 꼈다.

         

       “엘라 양이 혼자 하겠다고 고집 피운 게 컸어요.”

         

       원더스타인은 그렇게 말을 던지고 슬쩍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갑자기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잠시, 그녀는 눈을 깜박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게 왜 나는 그렇게 혼자 하겠다고 덤볐지?”

       “기억 안 나나요?”

         

       은근한 그의 질문에 엘라는 끙끙거리는 소리만 내다가 곧 고개를 털었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욕심부렸나 봐. 당신이 그렇게 멋진 대본을 써줬는데, 내가 소홀히 해서 망칠 수는 없잖아?”

       “……그런가요?”

         

       원더스타인은 어딘가 아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얼마 안 있어 그들의 후원자가 제공해준 별장에 도착했다.

       별장의 관리인 실을 제외한 방들 대부분이 불이 꺼져 있었다.

         

       “아앗! 이 사람들 다 자네? 기껏 과일 사 왔는데!”

       “우리가 저녁은 밖에서 먹고 들어온다고 했잖아요. 낮에 한 체력 훈련이 힘들었던 것 같네요.”

       “윽, 그 정도로 지쳐서 어떻게 2번째 시험을 통과하려고…….”

         

       투덜거리는 엘라를 보고 원더스타인은 미소를 지었다.

         

       “엘라 양도 많이 피곤하지 않나요?”

         

       그의 말에 엘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 아냐! 난 괜찮아!”

       “외줄 위에서 잠도 잘 수 있는 사람이 팔짱 좀 꼈다고 다리가 꼬일 리 없잖아요.”

         

       그가 그녀의 어깨를 기습적으로 밀치자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비틀거렸다.

         

       “윽! ……어? 헤헤, 드, 들켰네.”

         

       그녀가 민망한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이렇게나 피곤한데 왜 억지로 따라오신 건가요?”

       “……그, 그냥. 당신만 보내기 왠지 불안하달까.”

       “하마터면 돌아오는 길에 제가 당신을 업고 돌아올 뻔했군요.”

         

       그 말을 들은 엘라는 속으로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걸 생각 못 했지?

       아냐. 아냐.

       너무 약한 모습을 보이면 나중에 안 데려갈 수 있어.

         

       “아무리 힘들어도 고작 시험 신청서 내고 오는 일 하나 못할까…….”

         

       그녀의 대답에 그는 못 말리겠다는 듯 웃어 보였다.

         

       “알겠습니다. 그만 들어가서 쉬세요. 내일 일정도 있잖아요?”

         

       그의 말에 엘라는 조금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다들 자고 있고……둘만 있을 좋은 기회인데…….

         

       그러나 그녀는 원더스타인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훈련과 계획도 중요시했다.

       지금은 들어가서 쉬는 게 맞았다.

         

       “알았어. 새벽부터 또 연습해야 하니까.”

       “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당신도 잘…….”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려던 엘라.

       그녀는 갑자기 어떤 충동에 휩싸였다.

         

       그녀는 가던 길 그대로 돌아서서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엘라 양?”

       “키예프식으로는 이렇게 해야지?”

         

       그녀는 가볍게 발을 튕겨서 그와 키 높이를 맞췄다.

       그리고 키예프식 인사를 그에게 건넸다.

         

       쪽.

         

       “헤헤.”

         

       땅에 착지한 그녀는 뒤돌아서서 재빨리 건물로 달려갔다.

       차마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기 힘들었다.

         

       “그럼 잘 자.”

         

       그렇게 손을 흔들고 엘라는 숙소 안으로 사라졌다.

         

       “헛, 참.”

         

       원더스타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단원들이 깨어있었다면 또 한 번 경악했을 것이다.

         

       이제 익숙해질 때가 되었는데도, 엘라의 이런 태도는 정말이지 적응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다른 사람이 없는 게 다행이었다.

       이런 민망한 상황을 단원들이 봤다면…….

         

       “단장님…….”

         

       유령처럼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원더스타인은 재빨리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잠옷을 걸친 마야가 어딘가 혼이 빠진 얼굴로 서 있었다.

         

       그녀는 다른 단원들에 비해 체력이 모자랐기에 훈련 도중 자러 들어갔는데, 방금 깬 모양이었다.

       

        그녀는 원더스타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시험 접수는 하고 오셨나요……?”

       “네…….”

       “부단장이랑 둘이서요……?”

       “네…….”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스산한 바람이 둘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어둠 속이라 마야의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무표정이겠지만…….

         

       그녀는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빤히 그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그녀는 잠시 뭔가를 주저하는 것 같더니 허리를 꾸벅 숙였다.

         

       “……안녕히 주무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그의 대답도 듣지 않고 숙소 안으로 사라졌다.

       아무래도 잠이 덜 깬 모양이었다.

         

       원더스타인은 시장에서 사 온 과일 하나를 베어먹었다.

       추운 지방의 과일이라 그런지 많이 달지 않았다.

         

       그는 별장의 마당에 서서 바다를 바라봤다.

         

       북쪽이라 그런가?

       아니면 해안가라 그럴까.

         

       여름인데도 바람은 선선했다.

         

       때는 8월 중순.

       드발체프를 떠난 지 2주가 넘었다.

         

       그들은 서커스 그랑프리 예선전이 열리는 두 번째 도시, 예테린푸르크에 와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굴해 님,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재밌는 글 쓰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은 분량이 조금 많네요.

    그럼 예테린푸르크 편 시작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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