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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9

       

       

       

       

       “어허, 목욕도 마음대로 벗고 하지 못한단 말이냐?”

       “아무리 그래도 레온 씨도 있고…. 조금만 이따가 저랑 같이 들어가시는 건….”

       “언제 그걸 기다리고 앉았나! 나는 아르와 함께 목욕을 해야겠어!”

       “하지만….”

       

       실비아가 자꾸 어쩔 줄 몰라 하자, 이드밀라는 혀를 찼다.

       

       “에잉, 귀찮게스리! 자,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느냐?”

       

       말을 마치자마자 이드밀라의 몸에서 빛이 났다.

        

       “서, 설마!”

       

       아무리 목욕탕이 넓다 한들, 이드밀라가 드래곤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여유롭게 들어갈 정도로 넓지는 않다.

       

       “이드밀라 님…!”

       

       하지만 폴리모프는 이미 시작되었고, 실비아는 입을 틀어막았다. 

       

       화아아앗!

       

       그리고 변신이 끝난 뒤, 그곳에는 드래곤 모습으로 돌아온 이드밀라가 있었다. 

       정확히는, 크기는 그대로 인간인 채 외형만 드래곤으로 돌아와 있는 상태였다. 

       

       “흥. 자, 이러면 되겠나?”

       

       모습 자체는 동굴에서 보았던, 그리고 나와 실비아, 아르를 태우고 날아 왔던 그 고룡의 모습과 흡사했지만, 이 정도 크기라면 충분히 목욕탕에 들어와도 문제가 없을 듯싶었다. 

       

       “어, 음…. 네! 그, 그 모습이라면 문제는 없죠.”

       

       애초에 아르도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들어가려다가 타협하고 드래곤 폼으로 들어오지 않았던가. 

       

       “그, 그럼 저는 나가서 기다리겠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아르와 이드밀라를 따라 들어왔던 실비아는 떨떠름한 목소리로 욕실에서 나가려 했다. 

       

       그리고.

       

       “가긴 어딜 가? 너도 같이 와서 해. 너만 쏙 빠져서 혼자 목욕하면 그렇잖아.”

       “네?”

       

       실비아의 눈이 커졌다.

        

       “네는 뭘 네야. 용 모습으로 목욕하면 되는 거였지? 자!”

       

       이드밀라가 손가락을 경쾌하게 튕기자.

       

       펑!

       

       연기와 함께, 실비아의 모습이 용으로 변했다. 

       

       “꺄아악! 이, 이게 무슨 일이죠?”

       

       자신의 머리 색깔처럼 황금빛 비늘을 가진 드래곤이 되어 버린 실비아가 녹색빛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어서 들어와. 아르야! 이모랑 같이 거품칠 좀 하고 들어갈까?”

       “쀼우! 이모 드래곤인 채로 작아져써! 실비아 온니도 드래곤 대써!”

       “하하하! 마음에 드니?”

       

       넘어지며 쭈우욱 미끄러져 갔던 아르는 벌떡 일어나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다시 달려왔다. 

       

       “온니 황금 용이야!”

       

       실비아의 모습은 완전한 성룡과 현재 아르의 중간 정도 되는 외형이었다.

       

       아르는 신이 나서, 아직 혼란스러워하는 실비아의 배에 자신의 뚠뚠한 배를 퉁, 하고 부딪혔다. 

       

       “헤헤, 온니도 용 대따!”

       

       …….

       

       졸지에 목욕탕에 용 셋이 들어온 모습을 본 나는 또 다시 정신을 잃….

       

       “그러고 보니 아직 인간의 모습을 한 건 너밖에 없구나. 좋다, 한 김에 너도 변해라!”

       “예?”

       

       이드밀라가 손가락을 튕기자.

       

       펑!

       

       탕에 몸을 담그고 있던 내 모습도 졸지에 드래곤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이, 이게….”

       

       실비아가 변할 때까지만 해도 뭔가 정신이 없는 상태였어서 그런가 별로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물에 비친 내 모습이 블랙 드래곤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손을 들어올렸다. 

       

       단검을 쥐고 열심히 수련을 했던,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인 인간의 손은 어디 가고, 블랙 드래곤인 주제에 분홍색 젤리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용 손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손바닥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뭐야아아아아아!!!”

       “우아아아! 레온도 드래곤 대따!”

       

       ***

       

       내가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동안, 이드밀라와 실비아, 아르는 간단히 몸을 씻었다. 

       

       “헤헤, 다 가치 용 대서 목욕하는 거 넘 조아!”

       

       아르는 벌써부터 입이 귀에 걸리려고 했고.

       

       “…….”

       

       실비아는 말없이 비누칠을 하다가 작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딱 봐도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표정이었다. 

       

       ‘근데 은근히 보다 보니까 귀엽네….’

       

       꽤나 말랑해 보이는 실비아가 꼬리를 가끔씩 꿀렁 움직이며 짧아진 팔로 비누칠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차, 웃을 때가 아니지.’

       

       웃지 마, 내 얘기야. 레온.

       

       나 역시 별로 사정이 다를 건 없었다. 

       

       오히려 웬일인지 실비아보다도 더 말랑한 드래곤이 되어 버린 나는 다시 내 손바닥 젤리를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내 손바닥의 젤리를 꾹 눌러 보았다. 

       

       ‘말랑해….’

       

       그간 아르 젤리만 만져 보다가 내 손에 달린 젤리를 만지니 기분이 묘했다. 

       

       ‘꼬리가 생긴 감각도 뭔가 신기해.’

       

       욕탕 난간에 기댄 채 몸을 담그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엉덩이 부근에 뭔가 두툼한 것이 벽에 닿는 걸 느꼈다. 

       

       ‘이렇…게 하는 건가?’

       

       꼬리뼈 쪽에 정신을 집중한 채로 엉덩이 근육을 움직인다고 생각하자, 꼬리가 살짝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끄응. 그렇다면.’

       

       조금 더 감각에 집중을 하자, 이제는 엉덩이 근육과는 다른 꼬리만의 감각이 조금씩 살아났고.

       

       ‘오! 됐다.’

       

       잠시 후에는 드디어 꼬리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기댈 때 왼쪽으로 꼬리를 접는 게 더 편하네. 이건 개인차, 아니 개룡차가 있겠지?’

       

       아르의 경우 똑바로 누워서 잘 때라든가 어디에 앉아 기댈 때 오른쪽으로 꼬리를 접는 습관이 있었다. 

       

       나는 왼쪽이 편한 걸 보니 역시 오른꼬리잡이와 왼꼬리잡이가 나뉘는 모양.

       

       ‘…그러고 보니 배도 뚠뚠해졌네.’

       

       나는 젤리로 뚠뚠해진 나의 배를 만지작거렸다.

       

       “푸하하하! 어떠냐, 드래곤으로 변해 본 소감은?”

       

       그때 몸 씻는 걸 마친 이드밀라가 탕으로 들어오며 웃음을 터뜨렸다.

        

       “신기해요. 어떻게 하신 거예요?”

       

       폴리모프는 드래곤 본인만 쓸 수 있는 능력이라 다른 사람한테 적용은 안 될 텐데.

       

       “일반적인 변이 마법이야. 다만 내가 술식을 좀 개조했지. 진짜 드래곤의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야. 어때. 꼬리는 잘 움직이나?”

       “이제 좀 맘대로 움직여지는 것 같긴 해요.”

       

       나는 살짝 허리를 튼 상태로 꼬리를 씰룩여 보였다. 

       

       “좋아. 잘하고 있군. 폴리모프처럼 본질까지 용으로 바뀌는 건 아니니까 그건 인지하고 있도록.”

       

       즉, 겉모습이 바뀌고 감각까지 거의 흡사하게 재현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입에서 브레스를 뿜거나 날카로운 발톱으로 뭐든 부숴 버리거나 할 수는 없다는 소리.

       

       ‘물론 그럴 생각도 없지만….’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별안간 옆에서 아르가 나타나 나를 껴안았다. 

       

       “레온!! 아르 와써!”

       

       아르는 아까부터 평소보다 훨씬 신나 보였다. 

       

       “헤헤헤, 레온 까만 드래곤 된 거 잘 어울리는 거 가타!”

       

       아르는 내 품에 얼굴을 묻은 채 뺨을 내 뚠뚠한 배에 대고 비볐다.

       

       “하하, 그래? 아르가 좋아하니까 나도 기쁘네.”

       

       나는 그런 아르를 마주 안아 주었다. 

       왠지 드래곤이 된 상태로 껴안으니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뭐 어떤가.

       아르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온니도 어서 와!”

       “으, 으응.”

       

       실비아는 조금 쭈뼛거리며 탕으로 들어왔다. 

       

       나와 실비아의 눈이 마주쳤다. 

       

       “…….”

       “…….”

       

       그간 목욕탕 안에서 서로를 볼 일은 없었는데, 이렇게 마주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뭔가 얼빵해 보이는 게 귀여우시네.’

       

       눈부신 미모를 자랑하는 엘프의 모습에서 청소년기쯤 되어 보이는 말랑한 용 모습으로 변한 실비아의 얼굴을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푸흣.”

       “푸훕.”

       

       실비아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우리는 거의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실비아 씨. 진짜 귀엽네요.”

       “저보단 레온 씨가 더 귀엽게 변했는데요.”

       “히히, 레온두 온니두 둘 다 기여어!”

       “아르한테 귀엽다는 얘기를 들을 줄이야….”

       

       우리는 서로의 변한 모습을 관찰하고, 손을 잡아 보기도 하면서 마음껏 웃었다. 

       

       “크으으…. 근데 뭔가 아까부터 몸에 따뜻한 기운이 들어오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요?”

       “저도 그래요.”

       “아르두 몬가 기운이 넘쳐!”

       

       나는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후우. 뜨끈하니 좋군.”

       

       우리가 왁자지껄 떠드는 동안 느긋하게 우릴 구경하며 목욕을 즐기고 있던 이드밀라.

       

       그녀의 몸에서 흘러 나온 순도 높은 극상의 마나가 목욕탕의 물에 녹아 들어갔고, 우리는 그 마나의 기운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고룡의 마나라니, 이거 귀한데.’

       

       9성 검사인 실비아의 농축된 마나를 입욕제로 썼을 때도 효과가 좋았는데 10서클, 그것도 몇천 살 먹은 고룡의 마나가 흘러 들어오니 원기가 충만하게 차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르는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려는 듯 드넓은 욕탕 안을 헤엄쳐 질주했다.

       

       “쿠와아앙! 레온! 온니! 아르랑 수영 시합하쟈!”

       “오호, 아르 자신 있나 본데? 실비아 씨도 하실래요?”

       “좋아요. 해 보죠.”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우리는 수영 시합을 했고.

       

       “아싸! 아르가 이겨써!”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실비아 씨가 이길 거라 생각했던 승부는 아르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 이거 몸이 드래곤 감각이란 걸 깜박했네요.”

       

       실비아는 비늘을 긁적였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엘프는 숲의 종족이라 바다와는 그리 친하지 않기도 하고.’

       

       한참 드래곤의 모습으로 아르와 놀아 주던 우리는 결국 나중에는 지쳐 물에 몸을 맡기고 둥둥 떠 다녔다. 

       

       “아, 좋다….”

       “가만히 있으니 천국이네요.”

       “죠타아….”

       

       목욕을 마치고 나온 나와 실비아는 곧 이드밀라의 손짓과 함께 인간 모습으로 돌아갔다.

       

       ‘재미있는 체험이었어.’

       

       아르도 피곤한지 바로 침실로 직행해 푹신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아르 잠 와….”

       “그래, 푹 자자.”

       

       내일부터는 헤카르테교의 세력들을 쓸어 버리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녀야 할 터.

       

       우리는 침대에 눕자마자 평화로운 잠에 빠져들었다. 

       

       “비켜라! 나도 아르 옆에서 잘 거다!”

       “앗…!”

       

       아르의 옆에 있던 실비아를 조금 옆으로 굴려 버린 이드밀라가 얼른 아르 옆자리를 차지해 버린 것 빼고는, 평화로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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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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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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